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북유럽 신화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는 난쟁이(드워프) 종족은 톨킨과 D&D, 그리고 기타 무수한 판타지 작품에 단골 출연해왔습니다.
톨킨으로부터만 따져도 역사가 오랜 편이지만, 드워프 종족의 묘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대략 비슷합니다. 타 종족보다 키가 작지만 완력이 강한, 타고난 광부이자 기술자입니다. 호쾌한 성격으로 맥주를 좋아하고, 광산에서 수없이 몬스터와 마주치면서도 절대 기죽지 않는 호전적 경향도 있습니다
<딥 락 갤럭틱>은 이런 전형적 이미지를 고스란히 우주 공간으로 옮긴 협동 슈터 게임입니다. 절차적 생성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흥미로운 지형과 미션, 드워프 콘셉트에 어울리는 유머와 설정들이 재미와 웃음을 동시에 줍니다.
<딥 락 갤럭틱>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인게임 피쳐가 있다면 바로 ‘인사’(salute)입니다. 디폴트 설정 기준으로 V를 누르면 발동하며, ‘Rock and stone!’(바위와 돌!)이라는 드워프다운 구호(겸 인사말)를 힘차게 외칠 수 있습니다.
‘외치기’에는 그런데 아무런 유용성이 없습니다. 아군에게 버프를 주지도, 적에게 혼란을 주지도 않습니다. 별도로 존재하는 ‘이모트’처럼 유저 간 소통에 구체적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이런 피쳐가 대체 왜 있냐고요? 신나잖아요!
<딥 락 갤럭틱>는 이런 ‘기분 내기’ 콘텐츠가 따로 준비된 점이 특이합니다. 우주선 내 대기실인 ‘스테이션’에서 드워프들은 맥주 마시기, 음악 틀고 춤추기, 오크통 차기 등의 ‘여가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첫눈에 상당히 쓸데없는 요소로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몇 번 임무에 투입되어서 동료와 고초를 겪고 나면, 갑자기 드워프가 된 기분과 함께 이 모든 요소에 설득력이 생깁니다. 어느새 왁자하게 맥주를 마시며 함께 말도 안 되는 춤을 추게 될 겁니다. 웃음기를 빼고 말하자면 그만큼 몰입감이 좋다는 얘기인데, 어째서 그런지 천천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딥 락 갤럭틱>은 우주 채광기업의 드워프 광부가 되어 일하는 게임입니다. 여러 행성을 돌아다니며 ▲특정 자원 채굴 ▲희귀 오브젝트 수집 ▲액체 자원 정제 ▲드릴도저 호위 ▲몬스터 처치 등 여러 임무를 수행하고 보상을 얻습니다. 임무 수행에는 항상 토착 생물들이 떼로 몰려들기 때문에 이들의 파상공격을 막아내는 전투 또한 메인 콘텐츠가 됩니다.
이런 스테이지 돌파형 코옵 슈터는 이제 흔한 편입니다. 하지만 <딥 락 갤럭틱>은 장르 안에서 돋보이는 몇 가지 독창적인 콘셉트를 통해 유니크한 재미를 선사하면서,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딥 락 갤럭틱>의 여러 임무는 ‘채광’이라는 테마에 어울리게 지하의 공동에서 펼쳐집니다. 이 때문에 ‘조명 관리’, ‘굴착’, ‘수직 이동’이라는 세 가지 활동이 전략적 중요도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슈터에서는 보기 힘든 이런 전략 요소가 탐사와 전투를 한층 입체적인 것으로 만들어줍니다.
클래스별 역할도 콘셉트에 맞춰 남다르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엔지니어, 거너, 스카웃, 드릴러의 4개 클래스는 모두 지하 탐사 및 전투 활동에 어울리는 각자의 특수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카웃은 밝은 조명탄을 천장에 박아 주변을 밝히고, ‘그래플 훅’으로 높은 곳에 단숨에 오릅니다. 드릴러는 이름 그대로 드릴을 이용해 빠르게 땅을 파낼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는 포탑 혹은 발판을 설치해 전투와 탐사를 골고루 지원합니다. 거너는 우월한 화력과 보호막으로 동료들을 보호하고, 원격으로 집라인(zip line)을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능력들은 실제 게임플레이에서 어떻게 활용될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절차적 생성법으로 맵이 형성되는 <딥 락 갤럭틱>에서는, 필수 오브젝트가 다소 엉뚱한 장소에 형성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의도된 콘텐츠로 볼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클래스끼리의 자연스러운 협업을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이 협업이란 다른 게임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유형입니다.
예를 들어 수집할 ‘몬스터 알’이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다면 어떨까요? 엔지니어가 ‘플랫폼 발사기’로 벽면에 발판을 만들고, 스카웃이 그래플링을 통해 올라가면 그만입니다. 임무를 마친 뒤 ‘탈출 포드’로 향해야 하는데 가는 길이 땅으로 막혀있다면? 드릴러가 빠르게 구멍을 내주면 됩니다. 그동안 후열 방어에는 거너가 나서줄 겁니다.
이렇듯 <딥 락 갤럭틱>의 절차적 생성법과 독특한 협업 구조는 라운드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이를 함께 극복해 나가는 흥미로운 임무 시나리오를 연출해냅니다. 반복되는 지하 탐사가 지루하지 않고 매번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임무를 해결하고 나면, 거친 ‘우주 광부’가 되었다는 몰입감이 한층 강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니까, 스테이션으로 돌아가 맥주 한잔 걸치고 오크통을 걷어차고 싶어진다는 얘깁니다. 락 앤 스톤!
전투 역시 다른 슈터와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됩니다. <딥 락 갤럭틱>의 몬스터들은 거의 다 공중을 날거나 벽면을 타고 이동합니다. 이는 동굴/지하 콘셉트에 잘 어울리며, 더 나아가 절차적 생성법으로 형성된 온갖 지형에서도 몬스터가 길을 잘 잃지 않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몬스터들은 크기와 공격방식, 체력과 특성이 다르지만, 종류가 아주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난도가 높아질수록 적 수효가 많아지고 드워프들에게 불리한 수치 보정이 뒤따르기 때문에 점점 더 보조무기와 특수능력, 투척물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복합적 플레이가 요구됩니다. 높아지는 난도에 맞설 성장 요소로는 특전, 장비 언락과 업그레이드가 있습니다.
<딥 락 갤럭틱>은 우주 드워프라는 콘셉트와 지하 탐험, 몬스터 퇴치 등 게임플레이 요소를 잘 조합해 유쾌한 재미를 주는 협동 슈터입니다. 임무 수행 방식과 클래스별 역할이 복잡한 편이어서 진입장벽은 높지만 그만큼 독창적입니다. 꾸준한 이용자층이 있기 때문에 시간대만 잘 맞춘다면 함께할 랜덤 동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결정적 단점은 아니지만, 호불호가 갈릴 만한 요소도 있습니다. 드워프 콘셉트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코스메틱, 로우폴리곤의 아트 스타일, 다소 어색한 아군/적 애니메이션은 일부 유저가 아쉬움을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과 높은 최적화 등으로 이런 단점이 상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임은 스팀에서 97%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추천 포인트
1. 강력한 콘셉트 몰입감
2. 질리지 않는 게임플레이
3. 절묘한 협동의 재미
▶ 비추 포인트
1. 높은 진입장벽
2. 호불호 갈릴 그래픽
3. 조금 맥빠지는 건플레이
▶ 정보
장르: 협동 슈터
개발: Ghost Ship Games
가격: 31,0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 Xbox One, PS4, PS5
▶ 한 줄 평
락 앤 스톤! 외치다 보면 나도 드워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