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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요리 재료가 주인공을 요리하는 ARPG 경영게임

싱가포르 개발사의 ‘퀴지니어’ 데모 리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06-26 18:52:56
<퀴지니어>는 싱가포르 개발사 배틀브루 프로덕션이 제작 중인 아이소메트릭 액션 겸 식당 경영 게임입니다. 배틀브루 프로덕션은 모두 유비소프트 등 유명 게임사 출신의 베테랑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동시에 오랜 친구 사이이기도 합니다.

모이면 항상 음식 이야기를 할 정도로 음식을 사랑한다는 배틀브루 팀은 그러한 열정을 담아 음식을 소재로 한 융합 장르 게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팀의 절반은 아이소메트릭 액션, 다른 절반은 식당 경영 장르를 좋아하기에 찾아낸 절충안이 바로 <퀴지니어>입니다.

아직 출시일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게임은 현재 상태로도 상당한 볼륨과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출품한 최신 데모 버전을 한 번 체험해 보았습니다.



# 모험가 ‘폼’ 미쳤다

젊은 모험가 ‘폼’은 어느 날 자신 앞으로 날아온 부모님 편지에 고향으로 향합니다. 원래 식당을 운영 중이었던 부모님은 갑자기 여행을 떠나게 됐다면서, 시간이 된다면 출발 전 자신들을 방문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에 폼은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텅 빈 가게에서 주인공을 반겨주는 것은 친구인 비스코티입니다. 부모님은 이미 운영 중이던 식당의 집기들을 전부 처분하고는 그 돈으로 세계 여행을 떠났습니다.

부모님은 ‘식당을 잘 맡아달라’는 부탁도 남겼습니다. 이에 고민하는 폼에게 비스코티는 아예 가게 운영을 이어 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요식업 경험이 없어 확신은 없지만 모험가로 잔뼈가 굵은 만큼 식재료 공급에는 자신이 있던 폼은 쿨하게 제안을 받아들여 영업을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기세 좋게 운영을 시작하고 나니, 뒤늦게 세관원이 찾아와서는 가게가 사실 저당 잡혔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부모님이 이야길 하지 않고 종적을 감춘 것인데, 졸지에 폼은 나라에 빚을 갚아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2,000골드를 지불하지 않으면, 가게는 경매에 부쳐지게 됩니다.

주인공에게 식당 경영을 권한 친구 '비스코티'. NPC 중에 음식 이름을 가진 인물이 많다.


# ARPG, 식당 경영, 그리고 <스타듀밸리>?

<퀴지니어>처럼 직접 가게를 운영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원료나 물품을 직접 수급해 오는 방식의 복합장르 게임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습니다. 던전에서 얻은 전리품을 판매하는 내용의 <문라이터>, 수중에서 직접 횟감을 사냥해 파는 <데이브 더 다이버> 등의 예시를 들 수 있습니다.

다만 <퀴지니어>는 여기에 라이프게임 요소를 가미해 두었는데, 얼른 떠오르는 비슷한 작품을 하나 고르자면 <스타듀밸리>입니다. NPC들의 캐릭터성이 부각되어 있고, 이들과 교류할 수 있으며, 마을 단위의 이벤트가 벌어진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마을 게시판에서 한 달 동안의 주요 일정을 확인하고, NPC들의 생일을 챙기거나, 마을 축제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축제 내용에 따라 마을 사람들의 음식 수요에도 다소 변화가 생기는 듯합니다. 다만 NPC들과의 교류 콘텐츠는 대화를 나누고 퀘스트를 받는 정도여서 깊이를 느끼긴 힘듭니다.

한편 ‘수인’을 테마로 한 인물들의 깜찍하고 멋진 모습은 플레이에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데모 버전이어서인지 일부 NPC들은 아직 스케치 상태로 남아있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각자의 독특한 매력이 잘 드러납니다.

오드아이 늑대 '알더' 등 매력적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 찾으시는 메뉴가 어떻게 되세요?

폼은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식당에 다시 집기와 조리도구를 채워 나가야 하고, 식재료를 구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팔아야 합니다. 다행히도 노련한 모험가 폼은 던전탐험을 통해 돈, 식재료, 원자재 수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돈벌이는 흔한 식재료와 간단한 조리도구로 만든 염가의 음식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팔다 보면 수입이 시원찮을 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없습니다. 식당에서 아직 제공하지 못하는 메뉴를 찾는 손님들이 더러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오븐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면, 빵을 찾는 손님들은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연신 말풍선에 빵 아이콘을 띄어 두고 불만을 표시하다가 떠나갑니다. 이를 통해 유저들은 현재 미비한 음식 메뉴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제공할 방법을 찾게 됩니다. 여기에는 식당 업그레이드, 고급 식재료 파밍, 레시피 확보 등 활동이 필요합니다.

먼저 식당의 전체 등급을 업그레이드해야만 조리도구와 냉장고의 배치 가능 상한을 올릴 수 있습니다. 조리도구는 오븐, 냄비, 프라이팬 등으로 세분되며 각각에 어울리는 음식들을 조리할 수 있습니다. 같은 닭고기라 하더라도 냄비에서는 백숙이 되고, 프라이팬에선 치킨이 되는 식입니다.

식당 규모가 커짐에 따라 동시다발적 일들이 벌어진다.

레시피는 NPC들의 퀘스트를 수행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 NPC는 각자의 사연에 따라 주인공에게 특정 식재료나 음식, 자원 등을 요구하고, 이를 가져다줄 경우 그 대가로 레시피를 제공합니다. 레시피에는 등급이 있으며, 더 높은 등급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조리 도구도 해당 등급까지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100여 가지가 넘는다는 레시피의 종류는 제작진의 음식 사랑을 짐작하게 합니다. 레시피마다 충실하게 그려진 삽화도 마찬가지 인상을 줍니다. 배부른 와중에 플레이해도 금방 배가 고파질 정도인데, 제작진에 따르면 게임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식당 경영은 다소 간략화된 편입니다. 식당에 손님이 들어와 메뉴를 주문하면, 요리한 뒤 내어주고 음식값을 받는 일련의 과정을 플레이하면 됩니다. 손님들은 빈자리가 없을 때, 음식이 조리 중일 때, 앞 사람이 계산 중일 때 등 총 세 번 기다리는데, 각각에 너무 늦지 않게 개입하면 됩니다.

군침 참기 레벨 100

각 조리도구와 상호작용하면 손님이 주문한 메뉴가 가장 상단에 하이라이트 되고, 이를 선택하면 조리는 자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재료만 충분하다면 음식 내놓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손님들은 완성된 메뉴를 직접 가져다 먹지만, 주인공이 서빙해 준다면 조금 더 회전율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손님들의 외양을 노인, 성인, 청소년, 직장인 등으로 구분해 놓고, 각각의 입맛과 방문 시간대, 움직임 속도 등을 달리한 디테일이 재미를 더합니다.

운영에 있어 흥미로운 변수가 적은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손님들의 이동 동선과 조리대 및 식탁 숫자, 그리고 주인공의 노동 강도에 따라 수입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조리 도구, 식당 규모, 식재료 수준 등 기본 요건들에 더 많이 좌우되는 편이어서, 식당 운영 파트는 분주한 와중에도 묘한 지루함을 주기도 합니다.

영업 성과가 요약된다.


# 요리 재료에 요리되는 기분

식재료는 던전에서 사냥을 통해 얻습니다. 닭고기와 달걀을 닭에게서, 돼지고기를 멧돼지에게서 얻는 건 지극히 평범한 요소지만, 다른 게임에서라면 ‘채집’으로 얻을 만한 식물형 식재료도 ‘사냥’해야 하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초록색 투사체를 날려 대는 청경채, 몰려다니며 서로 버프를 걸어주는 벼, 불을 뿜는 고추 등과 싸우다 보면 가끔 웃음이 나옵니다.

더 나아가 식재료들의 지나친 귀여움은 처음에는 다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특히 조금만 강한 공격을 가하면 사방팔방 도망가는 닭들의 모습은 불쌍해 보여서 공격하기 미안해집니다. 하지만 이내 전투가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귀여운 식재료들은 전부 ‘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퀴지니어>의 전투는 <하데스>를 많은 부분 참고했습니다. 공격과 회피 동작이 신속하고, 동시에 등장하는 적의 수효와 깔린 함정들이 많아 바쁘고 정신없는 전투가 벌어집니다. 쿨타임이 매우 짧은 돌진을 통해 이들 사이를 누비고 찰나의 빈틈을 이용해 계속 공격을 가하는 싸움 방식이 <하데스>의 그것과 비슷한 인상을 줍니다.

벼, 야자수, 닭, 청경채, 닭, 멧돼지, 고추와 동시에 싸우는 진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체력 회복 수단이 크게 제한되고, 한 번에 입을 수 있는 대미지 역시 크다는 점 역시 비슷한데, 이 때문에 긴장감이 높아지는 효과도 유사합니다. <하데스>의 경우 잦은 죽음을 전제하는 로그라이크 장르에 어울리는 디자인인데, <퀴지니어> 역시 한 번의 던전 ‘런’(공략)으로 너무 많은 식재료를 수급, 경영과 육성 파트의 재미가 와해하는 현상을 막고자 비슷한 노선을 따른 듯합니다.

<하데스>에선 하나의 무기에 서로 다르게 작동하는 ‘주 공격’과 ‘부 공격’이 준비돼 있었다면, <퀴지니어>의 경우 무기를 아예 두 개 장착해 더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무기들은 모두 뒤집개, 식칼, 연육기 등 요리도구인 점이 재미있습니다. 각각은 다른 게임에서의 단도, 양손검, 망치 등 익숙한 무기들처럼 사용되기 때문에 공격 속도나 범위 등을 빠르게 이해하기 좋습니다.

속성효과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전투의 관건 중 하나

방어구는 장갑과 신발 두 종류를 파밍할 수 있는데, 모든 장비와 무기에는 방어력과 공격력 외에 ‘감전’, ‘연소’, ‘냉각’ 등 원소 관련 속성이 부가될 수 있습니다. 이들 효과가 서로 시너지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육성의 주된 축입니다.

예를 들어 돌진 경로상의 적들에게 ‘냉각’ 효과를 줄 수 있는 신발, 그리고 냉각된 적에게 추가 대미지를 입히는 장갑을 장비하면 더 빨리 적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데모 버전에서는 미처 체험해 볼 수 없었지만, 게임 설명에 따르면 몇몇 특색 있는 환경(바이옴)이 존재하며, 이들 각각에서 만날 수 있는 식재료(몬스터)들의 종류도 다양하게 등장할 예정입니다.

곳곳에 깔린 함정도 위험요소 중 하나


# 빌드 구축의 재미만 보완된다면

<퀴지니어>는 인기 높은 두 가지 장르의 메카닉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한 점이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식당 경영 파트는 새로운 모험의 필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반대로 모험파트에서는 식당 운영에 필요한 물자나 적을 만났을 때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유저가 끊임없이 작은 성취감을 피드백 받을 수 있도록, 음식 재료와 조리 도구, 레시피, 식당 꾸미기 요소 등 ‘진척도’ 시스템을 풍성하게 준비해 뒀습니다. 또한, 이를 얻어 나가는 과정인 전투 파트 역시 흉내 내기에 그치지 않고 타이트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충실하게 구성한 점도 높이 살 만합니다.

다만 콘텐츠 완급 조절을 위한 안배인지 적들의 체력을 매우 높게 설정해 전투의 쾌감이 다소 낮은 점, 그리고 적 유형은 다양하지만 정작 이에 맞서는 빌드의 종류가 데모 버전 기준으로는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은 점 등은 다소 아쉽습니다.

무기와 속성 효과의 종류가 많지 않은 데다 기믹 또한 독창적이지 않아 전투가 다소 평이한 양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100가지가 넘는 레시피의 종류만큼은 아니더라도 빌드 구축의 다양성이 지금보다 강화된다면, 실제 출시 버전에서는 누구나 수십 시간의 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는 중독성 높은 작품이 될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더 다양한 빌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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