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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나랏말싸미 서르 사맛디...고대 언어 해독하는 퍼즐 게임

이런 게 고고학자들의 마음? 미묘한 긴장감, 독특한 쾌감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3-09-11 16:02:54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쎄.


오늘 소개할 <챈트 오브 세나아르>(Chants of Sennaar)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의 언어를 해독하며 탑에 오르는 한 나그네의 이야기를 다루는 독특한 퍼즐 게임이다. 바벨탑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 세계 안에서 당신은 이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9월 6일 출시 이후 106개의 스팀 리뷰 중 97%가 긍정적인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으며, "매우 잘 만들어진 퍼즐 게임", "도전적이고 직관적이다", "적극 강력 추천" 등의 리뷰가 줄을 이었다. 서로 다른 언어를 맞추는 게 재밌어봤자 얼마나 재밌겠냐고? 기자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내 이 게임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챈트 오브 세나아르>


# 언어는 곧 하나의 세계다

어드벤처 게임의 본질은 무엇일까?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딛는 즐거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챈트 오브 세나아르>에서는 다른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낯섦과 설렘이 동시에 전달된다. 다섯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탑에는 각 층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이 살고 있다.


신의 권위에 도전하려 인간들이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이 쌓았던 바벨탑. 신은 노하였고, 인간들의 말을 각기 다르게 만들었다. 해당 국가의 언어를 하나도 모르는 채로 해외 여행을 가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을 때 느껴지는 공포와 긴장감도 크지만,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해서 몸짓과 표정으로라도 어떻게든 소통하게 된다. 


<챈트 오브 세나아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 이게 인사구나, 저 캐릭터가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구나. 말은 통하지 않아도 상황은 파악할 수 있다. 자주 쓰이는 문자부터 하나씩 채워가면 된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한 층의 언어를 마스터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문자를 만나면, 그 문자의 뜻이라고 추측되는 가설을 기록해둘 수 있다.

각종 퍼즐 및 인물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문자의 뜻을 유추하고

그림이 보여주는 의미와 문자의 뜻이 맞게 정답을 맞추면 그 문자의 진짜 뜻이 해금된다.


# 그런데 이제 신화와 이들만의 문화를 곁들인...

<챈트 오브 세나아르>의 조작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퍼즐 풀이 및 탐험이 대부분이고, 일부 구간에서는 긴장감 있는 잠입 액션이 펼쳐지기도 하나, 마우스 하나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다. 그런데 게임의 난이도는 낮지 않은 편이다. 왜냐고? 탑에 사는 민족들이 사용하는 말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크고 작음에 대한 비교, 악기, 약, 병, 상자 등 사물에 대한 지칭은 쉽게 알 수 있지만 일부 동사와 명사는 상황을 찬찬히 들여다봐도 쉽게 유추하기 어렵다. 신과 같은 관념적 존재들도 언어 안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탑 안에는 일반적인 사람, 신자, 사제, 전사, 신 등 다양한 계층과 관념이 있다. 당연하게도 신을 모시는 '교회', 사제들이 머무는 '수도원', 죽은 자들의 '무덤' 등이 등장하고 이런 뜻의 문자 또한 해독해야 한다. 표정과 몸짓 정도로는 이런 문자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쉬운 관념의 명사부터 차근차근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잠입을 하고 아이템을 찾아 상호작용을 하는 등 언어적인 추리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조작 자체는 어렵지 않다.

사제, 신자, 전사, 신처럼 직관적으로 유추하기 어려운 단어들도 탑의 문화 안에서는 자주 사용된다.
해당 문장에 사용되는 문자를 모두 해독하면 완성된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번역되지만 아직 덜 찾아낸 경우 단어 단위로 표시된다.
사람, 사람을 기억해두자.

# 여기서 문법까지 달라?

앞서 탑의 층마다 다른 민족들이 살고 있고, 그 민족들은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여기서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문자만 다른 것이 아닌 문법까지 다른 것을 의미한다.


예들 들어, 신자들이 살고 있는 탑의 첫 번째 층에서는 '사람들'과 같이 여러 명을 표현할 때 사람, 사람으로 표기했다. 하지만 전사들이 가득한 두 번째 층의 언어는 '복수형' 접두어 뒤에 명사를 붙이는 것으로 많음을 표현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른 층의 언어 안에서도 공통으로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은 이미 해독한 문자와 연결하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사람들'을 첫 번째 층에서는 '사람, 사람'으로 두 번째 층에서는 '복수형 접두어+사람'으로 표현한다.
이게 하나의 예시일 뿐, 언어적으로 디테일한 설정들이 가득했다.
괜히 출시 직후부터 갓겜 소리를 듣고 있는 게 아니었다. 

# 낯선 세계와 그 앞에서 느껴지는 설렘

언어 퍼즐의 디테일 외에도 시각적, 청각적인 연출 또한 탐험의 재미를 극대화해주고 있었다. 독특한 조형물과 그림, 사람들의 행동 양식 그리고 숨겨진 진실 등 플레이어가 나아갈 길엔 흥미로운 요소들이 가득했다. 퍼즐은 직관적이었고, 잠입 액션은 이방인이 느낄 긴장감을 잘 전달하고 있었다.


단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해 맵을 넣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숨겨진 방 등을 포함해 공간 구성이 다소 복잡하기 때문에 길을 잃기 쉬웠다. 해금된 후 완성된 문장으로 볼 때는 쉽게 납득이 가지만, 독립적인 단어로 볼 때는 그 뜻을 쉽사리 유추하기 어려운 단어들도 꽤 존재해 스트레스를 받는 구간도 있었다.


하지만 언어와 탐험에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간결하게 만든 조작법과 인터페이스, 디테일한 설정의 언어 퍼즐, 각 층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 등 재미를 전달하는 노련함이 돋보여 매우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이 독특한 인디 퍼즐 게임을 찾고 있다면 이 게임을 강력 추천한다.


거대한 탑 안에서 몇몇 공간들은 평범하지 않은 연출을 동반하고 있다.

언어적인 퍼즐을 떠나서 탐험 그 자체의 재미도 확실했다.

당신은 이 탑 안에서 고대 언어를 해독하고 이야기를 파헤칠 수 있을까?


▶ 추천 포인트

1. 디테일한 설정의 완성도 높은 퍼즐

2. 탐험 그 자체의 재미도 뛰어났다

3. UI부터 연출까지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다

4. 한 층의 언어를 완전히 해독할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


▶ 비추 포인트

1. 조작은 쉽지만 언어 퍼즐은 누군가에겐 어려울지도

2. 이동 및 경로 파악이 쉽지 않은 구간이 있다


▶ 정보

장르: 퍼즐, 어드벤처

가격: 스팀 정가 22,8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스팀), 닌텐도 스위치, PS4, Xbox One


▶ 한 줄 평

고대 국가로 두뇌가 여행을 다녀오는 게임.
꼭 해보시라. 기대 이상으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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