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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SRPG의 향수를 만끽하다, 판타지로망스

웹게임 판타지로망스, 정식 서비스 체험기

김승현(다미롱) 2013-01-11 08:00:00

 

 

SRPG <판타지로망스>가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SRPG라는 장르와 수 백여 종의 몬스터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는서번트’ 시스템을 내세운 웹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과거 준상용화 단계까지 갔다가 접근성과 시스템 개선을 위해 다시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게임의 이런 독특함과 열정은 이번 공개 테스트에서 어떤 열매를 맺었을까요?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고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웹 SRPG

 

<판타지로망스>는 웹 브라우저에서 바로 즐길 수 있습니다. 계정만 있다면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크롬과 같은 브라우저로 어디서든 게임을 즐길 수 있죠.

 

물론 웹게임인만큼 한계가 없진 않습니다. 다소 투박한 그래픽이나 좌우로만 한정된 유닛 애니메이션은 클라이언트게임에 비해 유려하다고 말하긴 힘들죠. 게임은 이러한 한계를 고전게임에 대한 향수로 극복하려 합니다.

 

RPG의 단골손님, 선과 악의 대립. 

 

처음 게임에 접속하자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인트로가 시작됩니다. 선과 악의 대결과 마왕의 봉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는 고전 RPG의 정석과도 같죠. 이외에도 한 땀, 한 땀 도트를 찍어 만든 캐릭터 디자인이나 육각 타일의 던전 구성은 과거 즐겼던 <파랜드> 시리즈나 <밴티지 마스터 택틱스> 시리즈 같은 SRPG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플레이 스타일 또한 SRPG의 정석(?)을 따릅니다. 유저는 육각 타일로 구성된 던전과 그 속에 가득한 몬스터를 제한된 유닛을 이용해 도전해야 합니다. 각 유닛은 모두 개성 있는 능력치와 스킬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살려 전투력의 열세를 극복하는 것이 요점이죠.

 

 

 

게임 초반에는 무난한 난이도가 이어지지만, 10레벨 후반부터는 슬슬 SRPG 특유의 재미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던전 곳곳에 진을 치고 있는 강력한(혹은 까다로운) , 포탈이나 함정 같은 던전 디자인, 던전마다 부여된 승리·패배조건 등은 SRPG 특유의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예를 들어 두 번째 마을인하이아일’부터 까다로워지는 보스전은 이러한 게임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요소입니다. 어떤 던전은 시작할 때 캐릭터와 동료들을 강제로 분리시켜 유저를 난감하게 하고, 어떤 보스는 자신의 주변에 수많은 함정을 설치해 유저의 전략과 계획을 방해합니다.

 

이러한 까다로운 던전 디자인은 국내 주류 게임에선 느낄 수 없는 머리싸움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특히 게임의 모든 던전은 성취도를 표현해주기 때문에 만점 달성을 위해 은근히 사람을 불타게 하는 면도 있습니다.

 

 

어떤 던전은 주인공과 동료를 강제로 분리시키기도 합니다. 

 

 

■ 나만의 부대를 육성하라! <포켓몬스터>식 게임 스타일

 

SRPG를 많이 해본 유저라면 게임의 육각 타일에서 팔콤의 <밴티지 마스터 택틱스>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8종의 유닛을 이끌고 마치 체스와 같은 게임성을 즐겼던 <밴티지 마스터 택틱스>와 달리 <판타지로망스>는 수 백여 종의 몬스터로 자신만의 파티를 꾸미는 <포켓몬스터>와 같은 게임성을 선보입니다.

 

서번트 시스템은 던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몬스터를 자신의 유닛으로 삼을 수 있는 <판타지로망스>의 핵심 콘텐츠입니다. 유저는 사냥 중 얻을 수 있는 몬스터 카드를 이용해 해당 몬스터를 자신의 유닛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지나가던 몬스터 A부터 유저의 앞길을 번번히 가로막았던 보스 몬스터까지 유저의 군대에 합류시킬 수 있죠.

 

 

 

이렇게 얻은 서번트는 같은 몬스터라도 어떻게 키우는가에 따라 상이한 능력치를 보일 수 있습니다. <판타지로망스>는 최근 게임에선 찾아보기 힘든 스킬·능력치 포인트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능력치와 스킬을 유저가 임의로 찍을 수 있어 육성방법에 따라 캐릭터·서번트의 능력이 달라지죠. 뿐만 아니라 모든 서번트는 캐릭터처럼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지는 더욱 넓어집니다.

 

일례로 초반에 얻을 수 있는 보스 몬스터인켈베로스’는 스킬이 물리형 단일개체 공격과 마법형 범위 공격으로 나눠져 있어 육성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캐릭터가 완성됩니다. 만약 힘을 집중적으로 키운다면 후반까지 강력한 대미지와 든든한 체력으로 전위를 지키는 전사형 서번트가 되고, 지능에 중점을 둔다면 중반까진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범위 마법사가 탄생하죠.

 

 

켈베로스의 상이한 스킬 구성. 힘과 지능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집니다.

 

육성의 자유도는 서번트에 대한 유저의 애정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장치이기도 합니다. 레벨업은 물론 장비, 능력치, 스킬 모두 직접 육성하는 만큼 서번트에 대한 애착에 자연히 커지더군요. 능력치와 스킬을 하나하나 신중히 찍는 과정은 과장을 조금 보태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의 기분을 들게 합니다.

 

이러한 육성의 자유도와 게임의 수백여 몬스터가 결합되면 그 자체로 훌륭한 콘텐츠가 됩니다. 실제로 최고 레벨 달성 이후에도 새로운 조합을 위해 서번트를파밍’하는 유저도 적지 않죠.

 

 

■ 자유와 효율의 사이, 다양한 선택지

 

<판타지로망스>는 유저에게 수많은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수 백여 가지 몬스터, 몬스터와 아이템에 부여되는 다양한의 접두사, 그리고 캐릭터 육성의 폭을 넓힌 능력치 포인트 시스템은 유저에게 수많은 경우의 수를 제공하죠.

 

이러한 방대한 선택지는 자유도로 이어집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라도 자신만의 특별한 몬스터, 독특한 파티를 육성할 수 있죠. RPG라는 장르의 특성상 몬스터의 강함은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약간의 연구와 노력이 동반되면 쓰지 못할 몬스터의 수는 없습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개척할 수 있죠.

 

다만 이 수많은 선택지가 모두 비슷한 효율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밸런스가 조정되곤 있지만, 그럼에도 특정 조합의 강함은 여전하죠. 예를 들어 이 게임에서 가장 소외받는 유형의 서번트는 버프·디버프 스킬을 가진 보조형 서번트입니다. 현재 게임의 주류인 화력중심 파티에서는 회복이나 기타 보조스킬의 효용이 적은데다, 아이템 파밍이나 서번트 육성의 용도로 많이 쓰이는 자동전투에서는 AI(인공지능)의 특성상 버프 스킬이 제대로 전투력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죠.

 

 

보조형 서번트는 활용이 까다롭고 자동전투에서 전투력이 적용되지 않아 소외받고 있는 서번트 유형입니다.

 

때문에 일반적인 파티 조합은 소수의 탱커와 다수의 원거리 공격수가 대부분입니다. 그 이외의 조합은 활용하는 이들이 일부에 불과하죠. 게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서번트 조합이 무색해집니다.

 

선택지를 온전히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도 아쉬움을 더합니다. 다양한 조합은 그 선행조건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 이를 확인할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유저가 자신만의 파티를 조합하기 위해서는 다른 정보 사이트를 찾는 것이 빠릅니다. 정보의 정리 여부를 떠나서, 몬스터의 정보 자체를 게임 속에서는 제한적으로만 볼 수 있기 때문이죠.

 

<판타지로망스>에서 유저가 보유한 서번트는 크게가지 상태로 나뉩니다. 순수하게 몬스터를 보유하고만 있는 몬스터 카드 상태와, 몬스터를 고용해 언제라도 던전에 함께 갈 수 있는 고용 상태가 그것입니다. 몬스터의 스킬이나 공격력·방어력 등 주요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후자입니다.

 

 

고용한 몬스터가 아니라면 간단한 능력치밖에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몬스터의 고용은 한계가 존재합니다. 유저가 얻을 수 있는 고용 슬롯은 제한이 있고, 이를 늘리기 위해서는 캐쉬가 필수죠. 때문에 일반적인 유저가 소지한 모든 몬스터의 능력을 확인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렇기에 파티조합도 어지간한 마니아가 아니고서야 남들이 추천하는 조합, 혹은 자신이 고용한 소수의 고효율 몬스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도감과 같이 보유한 몬스터의 능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 독특한 인생, 유사한 이야기?

 

<판타지로망스>를 시작하면 독특한 캐릭터 생성창이 유저를 맞이합니다. 가만히 생성창을 보면 이상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사나 마법사 대신거지’, ‘4차원 소녀’와 같은 개성 넘치는 직업이 유저를 기다리기 때문이죠. 인생 시스템이라 불리는 <판타지로망스>의 직업 체계는 아르켄 대륙(판타지로랑스의 배경)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캐릭터인 셈이죠.

 

이 게임은 다양한 방식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묘사합니다. 캐릭터가 쓰는 스킬도 인생처럼 이름이 독특하고요. 4차원 소녀는혼자만의 애교’로 적을 굳게 하고, 몰락한 기사가문의 후예는결의에 찬 눈빛’으로 자신이 받는 피해를 줄입니다. 뜻 모을 영어 이름보다 이러한 정감 있는(?) 이름이 캐릭터의 성격을 잘 전달하더군요.

 

 

 

이외에도 캐릭터의 성격이나 과거를 묘사하는 인생 퀘스트, 캐릭터의 성장 또한 단순한 강함이 아닌 인생의 변화로 묘사하는 전직 시스템 등 <판타지로망스>는 다양한 방법으로 캐릭터를 묘사합니다. 캐릭터가 단순히 유저의 조종을 받는 유닛이 아니라, 저마다 아픈 과거와 비밀을 간직한 하나의 인격으로 받아들여지도록 말이죠.

 

세계관 묘사도 다방면에 걸쳐 이뤄집니다. NPC는 퀘스트 말고도 캐릭터의 스토리 진행에 따라 각기 다른 대화를 준비하고 있고, 등장인물이나 아르켄 대륙에 대한 정보도 게임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이외에도 깨알같은 NPC들의 대화나 소소한 퀘스트 뒷이야기 등 많은 양의 정보가 유저를 맞이하죠. 웹게임으로써는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양의 텍스트가 나옵니다.

 

 

 

다만 이렇게 공들인 묘사와 달리, 게임의 메인 스토리는 캐릭터 사이에 차이가 없어 유저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모든 캐릭터는 일부 인생 퀘스트를 제외하면 메인 스토리가 동일합니다. 거지든 전쟁고아든 모든 캐릭터는 의문의 남자에게 동일한 이유, 동일한 방법으로 노림을 받죠.

 

물론 캐릭터마다 스토리가 달라지는 것은 막대한 개발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현재 공개된 캐릭터만 4종, 이후 추가될 신규 캐릭터와 전직까지 생각한다면 스토리 분기는 몇 배로 늘어나겠죠. 하지만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캐릭터 모두 하나같이 동일한 이야르를 따라간다는 것은 모처럼 묘사한 캐릭터의 개성을 흐리는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기더군요.

 

캐릭터 사이의 세련되지 못한 대화도 스토리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하는 요소였습니다. 일러스트와 대화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돼서 그럴까요?, 게임의 대화는 상황을 직접 설명하거나 괄호로 캐릭터의 속마음을 표시하는 등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정보전달에 무게를 실은 느낌입니다. 진지한 퀘스트임에도 이러한 대화 때문에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처음 보는 NPC라지만, 첫 화면부터 이런 노골적인 설명이라니.(

 

 

■ 뼈대는 충실, 마무리가 아쉽다

 

<판타지로망스>는 수 백여 유닛이 선사하는 전략성과 인생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결합한 게임입니다. 최근 보기 힘든 SRPG라는 장르를 다양한 몬스터와 방대한 육성의 자유를 통해 제대로 구현해 냈죠. 다른 게임에선 보기 힘든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세한 세계 묘사는 고전 패키지게임의 향수를 느끼게 합니다.

 

다만 이러한 튼실한 뼈대와 달리 몇몇 미흡한 마무리는 플레이 내내 아쉬움을 남기더군요. 밸런스 면에서는 특정 타입의 몬스터가 소외돼 전략의 자유도를 제한했고, 스토리 묘사도 세련되지 못해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가 적지 않았죠. 최고 레벨이 게임의 끝은 아니지만, 빠른 콘텐츠 소모속도 또한 마니아들에겐 안타까움을 더하는 요소였습니다.

 

다소 쓴소리를 했지만 그렇다고 게임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정통 SRPG를 제대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판타지로망스>의 강점은 확실하죠. 뼈대가 튼튼한 만큼 못다한 마감만 마무리한다면 좋은 게임으로 남으리라 기대합니다. SRPG 마니아라면, 혹은 패키지게임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유저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 볼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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