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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이의 있음!” 유쾌한 법정 판타지, 역전재판HD

모바일게임 역전재판123 HD 한글판 체험기

김승현(다미롱) 2013-04-17 23:10:18

 

캡콤의 유명 법정 어드벤처 <역전재판> 시리즈의 한글판이 지난 12일 안드로이드 OS로 출시됐습니다. <역전재판123 HD>는 법정에서 검사와 증인, 그리고 변호사인 주인공이 펼치는 치열한 두뇌 싸움과 열혈 넘치는 연출이 특징입니다. 과연 HD 한글판으로 찾아온 <역전재판> 시리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환골탈태한 ‘나루호도’를 만나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환골탈태! HD 그래픽과 한글화

 

시리즈 최초의 타이틀인 <역전재판> 휴대용 게임기 GBA로 나왔었죠. 그 후 NDS, Wii, iOS 등으로 꾸준히 플랫폼을 확장하면서 그래픽을 발전시켰기 때문일까요? <역전재판123 HD> HD라는 이름에 걸맞게 환골탈태했습니다. 사운드는 과거에 대한 향수(?)로 가득하지만, 다시 태어난 그래픽만으로도 산뜻하게 느껴지더군요.

 

피처폰으로 발매됐던 <역전재판> 한글판(왼쪽)과 이번에 출시된 <역전재판123 HD>.

 

일신한 그래픽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한글화입니다. <역전재판123 HD>는 게임 내 텍스트는 물론 일러스트까지 100% 한글화되어 출시됐습니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게임을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이들에겐 희소식이죠. 사실 아무리 외국어에 능통한 유저라도 모국어처럼 외국어 콘텐츠를 즐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역전재판> 시리즈를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글판이 나온 것이 무엇보다도 고맙더군요.

 

다만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인 “이의있음(意義あり)!”잠깐!” “받아라!” 같은 음성은 일본어로 나와서 조금 아쉽더군요. 물론 원작의 팬이라면 시리즈의 상징(?)이 그대로 남아 있는 덕에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죠.

 

“이의 있음!”은 한글로만 볼 수 있다.

 

 

■ 글과 음악만으로도 긴장감 넘치는 법정 어드벤처

 

<역전재판123 HD>는 법정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변호사 ‘나루호도’가 되어 억울한 피고인을 위해 무죄를 증명해야죠.

 

게임은 증거를 찾아내는 ‘탐정’ 파트와 검사와 두뇌 싸움을 펼치는 ‘법정’ 파트의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탐정 파트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맵을 들쑤시며 증거를 찾는 정통 어드벤처의 룰을 따르죠. 과거 2D 어드벤처 게임에 익숙한 이라면 손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탐정 파트에서는 탐문과 조사를 통해 단서와 증거를 찾아야 한다.

 

검사와의 본격적인 배틀(?)이 시작되는 법정 파트는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입니다. 플레이어는 탐정 파트에서 찾아낸 단서를 바탕으로 법정에서 증인과 검사의 논리 속 허점을 찾아내 논박해야죠. 그렇다고 골치 아픈 논리게임을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동안 나온 증언과 증거를 숙지했다면 어렵지 않게 모순점을 찾아낼 수 있죠.

 

법정에서 재생되는 <역전재판> 시리즈 특유의 사운드는 이러한 과정을 긴박감 있게 묘사합니다. 증언에 이의를 제기할 때 나오는 “이의 있음!”이라는 멘트나 나루호도나 검사의 제스처에 따라 나오는 효과음, 그리고 국면이 전환될 때마다 바뀌는 BGM은 단순한(?) 논리 배틀을 긴박감 넘치는 투쟁으로 만들어줍니다.

 

 

특히 증언에서 모순을 찾아냈을 때의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인이의 있음!” 멘트와 책상 치는 효과음, 그리고 나루호도의 속사포 같은 반격, 거짓말하다 들킨 상대의 과장된 액션은 마치 대전게임과 같은 타격감(?)을 느끼게 해주더군요.

 

이외에도 차근차근 난이도를 올려 가는 에피소드와 각종 효과음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게임 구성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텍스트 중심 어드벤처에 액션게임 못지않은 긴장감을 심어주었습니다.

 

 

■ 심각한 법정 스릴러? 유쾌한 법정 판타지!

 

일반인들에게는 접하기 까다로운 ‘법’이라는 소재 때문일까요? 법과 법정을 소재로 한 대부분의 콘텐츠는 무겁고 심각한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죠.

 

그런데 법정 소재의 <역전재판123 HD>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뭔가 이상합니다. 억울한 피고인과 악독한 검사(?), 절망적인 증거 등 법정 스릴러의 조건은 충분하지만, 막상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법정 스릴러라는 단어보다는 법정 드라마, 아니 법정 판타지(!)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려 보입니다.

 

검사들이 판타지 코스튬 플레이(?)를 해서 법정 판타지라고 한 것은 아니다.

 

사실 세계관부터 수상쩍기 짝이 없습니다. 아무리 게임 전개를 위한 설정이라지만, ‘유죄’ 추정의 원칙이나,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영혼의 존재, 법정에서 얼토당토않은대결’을 제안하는 검사의 존재 등은 <역전재판123 HD>가 사실적인 법정물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죠.

 

이러한 인상을 받는 이유로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등장인물의 디자인 덕(?)도 큽니다. 법정 안에서도 쟁반을 들고 있는 벨보이나 사이비 영어를 구사하는 ‘블링블링한’() 기업주, 나중에 증인으로 나오는 앵무새 등은 어딘가 나사 하나는 빠진 듯한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나루호도의 매서운 추궁에 ‘극단적인’ 표정변화를 보이며 플레이어에게 웃음을 선사하죠. 등장인물의 극적인 변화 덕에 가끔 보이는 나루호도의 얼빠진 표정은 애교로 보일 정도입니다.

 

증언의 모순을 지적하면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격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유쾌한(?) 세계관이 게임의 긴장감을 해치진 않습니다. 어떤 인물이 나오든지 억울함과 위기는 엄연한 진실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역전재판123 HD>는 이런 개그 요소를 적절히 배치해 경직되기 쉬운 분위기를 적절하게 완화해줍니다. 실제로 법정 파트에 수시로 적지 않은 개그 요소가 등장했지만 게임의 분위기를 해친다는 느낌보다는 쉬어갈 곳이 생겼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들더군요. 특히나 스토리 연결성 때문에 에피소드 하나를 연속으로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적절한 개그 파트가 고마울 정도로요.

 

음… 법정에서 당당히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머리가 좋아도 문제? 일직선 스토리 전개의 한계

 

<역전재판123 HD>는 분기 없는 일직선 스토리를 제공하는 게임입니다. 전개는 정해져 있습니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이 전개를 따라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전부죠. 그렇기 때문일까요? 간혹 나루호도보다 플레이어의 머리가 좋기 때문에(?) 애를 먹는 일도 있더군요.

 

게임을 하다 보면 소위 ‘촉’이 올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이 사건의 열쇠다’ 싶은 증거를 알아냈을 때나, 별다른 추궁 없이도 증인의 증언에서 모순을 발견할 때죠. 문제는 이러한 것을 얻거나 지적하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특정 증거를 얻기 위해서는 ‘A공원에 들른 후 경찰서에 가서 B에게 이야기를 듣고 C에게 간다’는 식으로 행동을 순서대로 취해야죠. 만약 개발자가 정한 순서를 지키지 못하면 증거는 얻을 수 없고요.

 

때문에 이미 답을 알고 있음에도공략 순서’를 알지 못해 헤매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증언의 모순이 뻔히 보이는데도 스토리 전개를 이유로 나루호도가 눈치채지 못할 때는 답답하기 짝이 없죠.

 

물론 게임의 기본적인 구조나, 다수에게 타당하게 느껴지는 스토리 전개를 감안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잔뜩 게임에 몰입해 추리하던 입장에서는 갑자기 화면 밖으로 튕겨져 나온 느낌이 들어 아쉽더군요.

 

 

HD 한글판으로 돌아온 <역전재판123 HD>는 시리즈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일품인 타이틀이었습니다. 특히 법정에서 증인과 검사의 논리를 논박하는 재미는 다른 어드벤처 게임에서는 느끼기 힘든 <역전재판> 시리즈만의 경험이죠.

 

긴장감 넘치는 논리 배틀을 원하는 유저, 혹은 언어의 장벽이나 소박한(?) 그래픽으로 <역전재판> 시리즈가 꺼려졌던 유저라면 한번쯤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T스토어에서 ‘에피소드 1’을 무료로 다운로드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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