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왕자가 복수의 칼을 갈아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다'는 스토리 라인은 어디선가 한 번은 본 듯한 고전적인 콘셉트입니다. 만화나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장르에서 유사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죠.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첫 포커스 그룹 테스트(이하 FGT)를 실시한 <킹즈 온라인> 또한 이러한 스토리를 가진 게임입니다. 다만, <킹즈 온라인>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영지를 경영하고, 동시에 자기 자신의 성장 모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배경 스토리만 그럴듯한 것이 아니라, 게임의 시스템이 모두 이에 맞춰져 있습니다.
유저 모두가 왕이 되는 게임인 <킹즈 온라인>의 FGT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이 체험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MMORPG에 영지경영 게임을 더했다
게임을 시작하면 제국에 의해 공격받고 있는 유저의 왕국에 눈에 들어옵니다. 세계 통합을 앞세우며 세계 각국에 침략의 발톱을 내세운 비젠트 제국. 유저는 망국의 왕자(혹은 공주)가 되어 비젠트 제국을 무찌르고 자신의 왕국을 되찾아야 합니다.
왕과 왕국을 소재로 한 게임이라 그럴까요? <킹즈 온라인>은 MMORPG라는 틀 위에 영지경영을 더한 게임입니다. 유저는 레아 대륙을 탐험하며 비젠트 제국에 맞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자신의 왕국을 지키고, 나아가 제국을 물리쳐야 합니다.
게임에서도 두 가지 모드를 제공합니다. 모험 모드는 일반적인 타겟팅 MMORPG를, 왕국경영 모드는 영지경영 게임을 생각하면 편합니다.
인스턴트 존에서 실행되는 왕국경영 모드에서는 건물을 짓고 자원을 생산해서 자신의 왕국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왕국과 캐릭터가 성장하면 다른 왕국을 침략해 자원을 약탈할 수 있는 것도 영지경영 게임과 꼭 닮았죠.
왕국에 건물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왕국을 거니는 백성(NPC)가 늘어납니다. 유저가 왕국을 돌아다니면, NPC가 유저를 알아보는 등 소소한 디테일도 살아있습니다. 덕분에 왕국을 꾸밀수록 애착이 늘어나더군요.
왕국 간 전투는 MMORPG처럼 자신의 캐릭터를 직접 조종해 적 부대와 맞서야 합니다. 영지경영 게임의 전투가 시뮬레이션 요소라면, <킹즈 온라인>에서는 MMORPG의 전투를 넣은 셈입니다. 물론 왕국과 왕국의 전투인 만큼, 자신이 육성한 병사와 신하 NPC를 대동할 수 있습니다. 전투보다는 전쟁에 더 가까운 이미지입니다.
■ 왕과 국가는 일심동체. 연동되는 성장
<킹즈 온라인>은 MMORPG와 왕국경영이라는 2개의 모드가 있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장도 2개로 나뉩니다. 왕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판가름하는 '왕국레벨', 그리고 왕 자신이 얼마나 강한가를 알려주는 '캐릭터 레벨'이 바로 그것이죠.
하지만 두 개의 성장이 따로 분리된 것은 아닙니다. 캐릭터를 성장시키면 왕국성장에 도움을 주고, 반대로 왕국이 성장하면 캐릭터에게 추가적인 강점을 부여하죠. 물론 왕국성장이 좋아 왕국경영 콘텐츠만 즐긴다거나, 반대로 MMORPG 모드가 마음에 들어 캐릭터만 육성하는 것도 효율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가능은 합니다.
예를 들어 왕국의 건물 중 유저가 (설정 상) 거주하는 '대저택'을 '성'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왕국의 최대 인구수가 늘어나고, 캐릭터도 추가적인 스킬 슬롯이 제공됩니다. 액티브 스킬이든 패시브 스킬이든, 스킬을 사용하려면 슬롯에 등록해야 하는 <킹즈 온라인>에서는 상당한 메리트입니다.
왕국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10개의 기본 스킬 슬롯만 사용할 수 있다.
MMORPG 모드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카드'는 이러한 연동을 강화하는 요소입니다. <킹즈 온라인>에선 전투에서 사용하는 캐릭터의 스킬이나 대동할 수 있는 신하 NPC, 그리고 왕국경영 모드에서 사용하는 내정스킬 모두가 카드 형태로 존재합니다.
즉 높은 등급의 스킬 카드의 유무는 전투 효율에서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특히 <킹즈 온라인>은 캐릭터가 장비(?)할 수 있는 스킬 슬롯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한정된 스킬 슬롯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죠. 나중에 PvP 콘텐츠가 활성화된다면 TCG처럼 어떤 '덱'을 구성하느냐도 하나의 재미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앨범과 같은 수집 요소도 기대되고요.
이는 왕국경영 모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냥 중 얻을 수 있는 신하카드는 왕국 간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입니다. 건물의 건설시간이나 자원의 생산시간을 줄여주는 내정카드는 시간이 자원의 일부인 왕국경영에 이득을 선사하죠.
결과적으로 왕국과 자신의 캐릭터를 모두 균형 있게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아직 FGT 버전이라 그럴까요? 왕국과 캐릭터를 교차 성장시키는 게임 디자인과 달리, 게임에선 두 모드를 쉽게 오갈 수 없어 아쉬움이 들더군요.
게임 중 왕국경영 모드를 실행시키려면 '차원의 여행자'(일종의 웨이 포인트)를 통해 자신의 왕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여타 영지경영 게임들이 그렇듯 시간은 가장 중요한 자원입니다. 그런데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차원의 여행자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결국, MMORPG 모드 중 왕국경영 모드를 실행시키는 일은 점점 빈도가 줄어들더군요. MMORPG 모드에선 MMORPG에, 왕국경영 모드에선 왕국경영 모드에만 집중하다 보니 마치 두 개의 게임을 각각 즐기는 느낌입니다.
■ 아쉬운 성장의 즐거움, 짜릿한 득템의 즐거움
게임의 기본 시스템을 실험하는 FGT라 그럴까요? <킹즈 온라인>은 여러모로 참신한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MMORPG 본연의 재미인 성장에서는 조금 의아하게 생각되는 면도 있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킹즈 온라인>은 사냥 중 얻을 수 있는 카드를 통해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단순히 레벨업만으론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죠. 보통 레벨업을 하면 새로운 스킬을 제공해 강함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MMORPG와 확연히 다릅니다.
그래서일까요? MMORPG의 기본 재미라고 할 수 있는 성장의 재미는 생각보다 크게 체감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성장보다는 오히려 아이템 운이 더 와 닿으니까요. 열심히 레벨업을 해도 스킬 카드를 얻지 못하면 성장의 의미가 퇴색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새로운 스킬 카드를 얻는 '득템'의 즐거움은 컸습니다. 레벨업으로 얻을 수 있는 스킬이 없다 보니 싸구려 패시브 스킬이라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만 나온다면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죠. 사용할 수 있는 상위등급 액티브 스킬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요.
다만 FGT 빌드에서는 아쉽게도 상위등급 카드의 구현이 적어 아이템 파밍의 즐거움이 성장의 즐거움을 덮어버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성장과 아이템 파밍의 재미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기대됩니다.
<킹즈 온라인>은 영지경영과 MMORPG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MMORPG 시장에 선전포고를 한 작품입니다. 기존 MMORPG와는 다소 문법이 다르기에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쉽사리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체험해 본 입장에선 두 장르의 결합이 제법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MMORPG의 끊임없는 퀘스트도, 아직 PvP가 활성화되지 않아서인지 다소 느긋한 템포의 왕국경영 모드도 은근한 재미를 제공합니다.
물론 이제 첫 FGT를 끝낸 게임답게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왕국경영 모드와 MMORPG 모드의 자연스러운 융합과 MMORPG 본연이 가진 성장의 재미는 <킹즈 온라인>이 앞으로 다듬어야 할 숙제입니다.
FGT라 깊이 언급하지 않았던 시스템 안내나 단순한 게임 디자인도 이미 시장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다른 MMORPG에 비해선 부족하죠. FGT에선 감춰 두었던 게임의 최상위 콘텐츠도 유저들에게 각인시켜야 합니다.
모든 왕자가 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끊임없는 수련을 한 왕자만 왕세자가 되어 왕이 될 수 있죠. 이번 FGT를 바탕으로 다음 테스트에선 왕세자의 모습을 한 <킹즈 온라인>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