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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SF 전쟁을 하는 실감은 확실히 살렸다, 플래닛사이드 2

적응 과정만 거치면 화려하고 신선한 대규모 전쟁 즐길 수 있어

전승목(아퀼리페르) 2014-06-27 10:19:59
지난 18일, 대규모 전쟁을 구현한 1인칭 슈팅(FPS) 게임 <플래닛사이드 2>의 오픈 베타 테스트가 열렸습니다. 소규모 보병전뿐만 아니라, 기갑전과 공중전까지 구현한 게임이죠. 덤으로 일시적으로 생성한 소규모 전장이 아닌, 상시 열려있는 거대 대륙을 무대로 삼았고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플레이하기 전에는 “이 독특한 게임이 한국 시장에 정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할 때 적응하느라 애를 먹은 기억이 있어서요. 그래서 유저들이 적게 참여해서 제대로 된 경험을 못 할까 봐 걱정도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생각 외로 사람들이 꾸준히 접속해줬고, 대규모 전투도 제법 왕성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고요. 처음에는 FPS치고는 조금 지루한 게임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게임에서는 체험하기 힘든 대규모 전투의 웅장함, 실력 여하에 상관없이 속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거든요.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대규모 전쟁을 구현해 차별화를 꾀한 FPS


<플래닛사이드 2>는 2,000명 약간 웃도는 유저들을 3개의 세력으로 쪼개 대규모 전쟁을 구현한 게임입니다. 인원수에 걸맞게 드넓은 ‘대륙’을 전장으로 삼고 있고요. 

진행 양상도 전쟁과 가깝습니다. 대륙은 수많은 거점으로 쪼개져 있고, 유저들은 각자 공격하고 싶은 거점과 방어하고 싶은 거점으로 흩어져 싸우게 됩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전선이 생기기 마련이고, 각 세력들은 더 넓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선을 밀고 당기는 ‘땅따먹기’에 열중합니다. 

겸사겸사 주요 전선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유저들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싸우는 광경이 연출됩니다. 탱크를 탄 유저들이 전선을 밀어붙이는 동안 병력 수송용 차량을 탄 유저가 임시 부활 거점을 만들고, 그곳에서 보병들이 쏟아져 나와 거점으로 진입해 시가전을 펼치는 식이죠. 가끔은 비행기가 탱크를 인정사정없이 폭격하는 장면도 나타납니다. 


참여 인원 수가 좀 많습니다. 밀집지역에서 잘못 운전하면 교통사고(!)가 날 정도로요. 

이러한 <플래닛사이드 2>의 양상은 소규모 전투를 지향하는 FPS에서 보기 힘듭니다. 소규모 전투를 지향하는 FPS는 16~32인 전장을 무대로 삼고 보병 전투만을 다루니까요. 결과적으로 <플래닛사이드 2>가 특이하고 신선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겸사겸사 ‘영토’ 개념도 존재해서 더더욱 전쟁다운 싸움을 할 수 있고요. 어떤 영토를 점령하냐에 따라 적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어 전략적인 재미를 볼 수 있습니다. 적의 대형 거점을 점령하기 위해 주변의 소규모 거점부터 공략하고 증원군을 최대한 차단한다든지. 적으로부터 제공권을 빼앗기 위해 비행기 생산거점부터 장악한다든지 등등의 행동이 가능하니까요. 

한 마디로 굵직굵직한 차별점이 많은 게임입니다. 소규모 보병전에만 국한된 FPS에 질린 사람들에게는 아주 신선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겸사겸사 백여 명에서 수백 명이 어우러져 싸우는 ‘웅장한’ 상황까지 연출되니, 화려한 맛으로 플레이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입체적인 전략을 구사하든, 부담 없이 플레이하든 마음대로 즐길 수 있어


FPS치고는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워낙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게임인지라 자신이 서툴게 플레이해도 티가 안 납니다. 

최전방에 나서서 싸울 자신이 없어도 큰 지장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치료해주거나 부활시켜주는 메딕, 전차를 수리해주는 엔지니어 등 보조 병과로 플레이해도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죠.

오히려 보조 병과가 전투 병과보다 영토 확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전투 병과 20명이 죽을 때까지 싸우고 머나먼 부활지점에서 다시 전장으로 걸어오는 편보다, 전투 병과 14명이 싸우고 6명의 메딕이 바로 바로 부활시켜주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FPS를 못해도 엔지니어나 메딕 등 보조 병과 역할만 충실히 하면 승리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영토를 잃는다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물론 영토를 잃으면 어느 정보 불이익이 생기긴 하나, 영토를 잃는 만큼 자연히 지켜야 할 곳이 줄어들고, 한 세력의 전력이 한 데 모이기 마련입니다. 반면 상대는 영토를 많이 얻는 만큼 지켜야 할 곳도 많아져서 전력이 분산되기 일쑤고. 

그러니 특정 세력이 영토를 많이 잃었다고 해서 재기불능에 빠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유저가 영토를 잃었다고 해서 신경질을 낼 필요도 없고요. 적군에게 밀려 후퇴한 아군들과 합심해서 다시 진군하면 그만이니까요. 


영토는 넓고 싸울 기회는 많습니다. 한 번 졌다고 스트레스 받을 이유가 전혀 없어요.

물론 작정하고 싸우려 든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과 함께 팀을 이뤄 동시에 탱크를 생산하고 기갑 부대를 운영하거나, 다수의 유저가 탑승 가능한 비행기를 타고 폭격 임무를 수행하거나 공수부대를 투하하는 식으로. 

팀플레이 효험을 제대로 보려면 최소 4명 이상 모여야 하는지라, 제대로 된 싸움을 체험하기 은근 까다롭긴 합니다. 대신 팀플레이를 하는 보람은 확실합니다. 혼자서 플레이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화끈한 화력, 빵빵한 보급, 신속한 거점 장악력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전차 전진! 여러 유저가 탱크를 소환해 기갑 부대를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공중전을 하는 모습.


너무나도 방대한 규모 탓에 몰입감이 떨어질 수도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플래닛사이드 2>가 구현한 대규모 전쟁이 마음에 안 들 수가 있습니다. 너무 규모가 방대한 나머지 유저가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버립니다. 

이 때문에 초보자들이 고생하기 십상입니다. 어디로 가야 그럭저럭 재미있게 싸울 수 있는지 파악을 못 하는 건 기본이고, 쉽게 거점을 공략할 수 있는 곳을 내버려두고 총알이 빗발치는 곳으로 달려가고, 외딴 곳을 빙빙 돌다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를 총알에 비명횡사한다는 등, 별 고생을 다 합니다.

전투 규모에 걸맞게 교전거리가 비교적 길다는 점도 당황스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은 총을 맞추기 어려워서 샷감을 맛보기 어렵다고 불만을 보일 수 있고요. 


전황 파악하기가 까다롭고 적절한 교전거리를 잡기 어렵습니다. 익숙해지면 해결될 문제지만요.

이 문제들은 유저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월드맵을 펼쳐서 전황을 파악할 정도까지만 게임에 익숙해지면, 너무나도 방대한 규모로 전쟁이 벌어진다 해서 혼란을 느낄 여지가 없어집니다.

교전거리가 비교적 길다는 문제도 익숙해지면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영토 점령 막바지에는 교전거리가 아주 짧은 시가전이 주를 이룹니다. 본격적인 시가전이 시작될 때까지는 탱크를 타고 싸우고, 시가전이 개시되는 대로 총격전에 뛰어드는 식으로 플레이하면 됩니다. 

단, 이 정도로 게임에 적응하기까지는 약 하루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소규모 보병전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고요. 그래픽, 타격감 등 단기간 흥미를 붙잡을 요소가 뛰어난 게임은 아닌지라, 적응 기간이 좀 더 지루하게 느껴질 여지는 있습니다. 


그래픽, 타격감에서 오는 재미가 얕습니다. 적응할 때까지는 약간 지루해 할 수 있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싸우다 보니, 자신이 전황을 주도하는 재미를 쉽게 맛보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죠. 어쩌면 자기 활약과 상관없이 팀이 승리하고 패배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주역으로 활약하기 힘든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고 게임에 몰입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유저들은 소규모 보병전을 지향하는 FPS로 되돌아가기 쉽습니다. 자신의 활약으로 전황을 좌지우지하는 스릴을 쉽게 맛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플래닛사이드 2>를 재미 보기 어려운 게임으로 평가하겠죠. 

종종 나타나는 지루한 소모전이 흠, 재미있는 상황을 유저가 선별해야


<플래닛사이드 2>의 거점 점령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거점 주변의 필드에 병력 수송차량을 진군시켜 임시 부활지점을 설치 → 기갑 유닛, 비행기, 보병으로 거점 외곽 방어 뚫기 → 보병의 시가전 돌입 → 건물 안에 있는 콘솔을 점유해 제한 시간 동안 버티기 → 거점 점령 완료’ 순으로. 

이 과정이 어떻게 흘러가냐에 따라 <플래닛사이드 2>의 재미가 크게 달라집니다. 만약 기갑유닛, 비행유닛, 보병유닛이 잘 어우러져 싸우거나, 신선해보이는 전략이 나타난다면? 최고죠. 실감나고 화려한 SF 전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협력 플레이가 잘 되면 정말 재미있는 게임. 하지만 항상 그러리란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늘 게임이 재미있게 흘러가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수비 진영이 너무 잘 막거나, 아군이 안 뚫릴 법한 곳만 공략하는 경우가 벌어지곤 합니다. 혹은 아군이 대규모 거점에 탱크나 비행기를 찔끔찔끔 투입해서 단번에 점령할 역량을 잃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죠.

이때는 소모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데, 불행히도 <플래닛사이드 2>의 소모전은 그리 재미있지 않습니다. 소모전이 시작되면 십중팔구 비행기나 탱크가 파괴돼서 소환 불능 상태에 빠지고, 보병 위주의 싸움이 일어납니다. 이러면 <플래닛사이드 2>가 자랑하는 기갑∙비행∙보병 유닛이 어우러져 싸우는 전투를 체험하기 어렵죠.


그나마 안쪽에서 소모전이 일어나면 할 만한데...


바깥에서 소모전이 일어나면 게임이 꽤나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보병만으로도 거점은 장악할 수 있긴 한데 좀 지루합니다. 거점 외부는 탁 트여 있어서 원거리 사격을 맞고 죽기 십상이라, 필연적으로 죽어가면서 전진하게 됩니다. 은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죠. 

그나마 아군이 뒤따라와서 거점을 밀어붙이면 다행인데, 아군들이 저격으로 적 수를 줄이겠다고 스나이퍼 라이플을 들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집니다. 저격으로 적을 처치하는 속도보다 적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른데 무슨 수로 거점을 점령합니까.

불행 중 다행이라면 굳이 재미없는 전장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전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전장에서 이탈한다 해서 불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요. 유저 스스로 재미없는 상황을 솎아낼 정도로 게임에 익숙해진다면, 소모전이 지루하다는 단점으로 괴로워할 일은 없을 겁니다. 


적응하려 노력하면 그만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FPS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플래닛사이드 2>는 소규모 보병전을 지향하는 FPS와는 전혀 다른 재미를 강조한 게임입니다. 좁은 전장에서 경험 가능한 스릴을 포기한 대신, 다양한 병과가 합심하고 화려하고 성대한 전쟁을 펼치는 데에 집중했죠. 

물론 차별화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생겨난 것은 사실입니다. 유저가 대규모로 펼쳐지는 전투 흐름을 이해 못 해 적응을 못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 탱크나 비행기같이 화려하게 싸우는 유닛이 파괴된 뒤에는 지루한 소모전이 일어나기 쉽다는 문제도 있죠. 

하지만 이런 문제들 상당수는 유저가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전황이야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이해가 되기 마련이고, 지루한 소모전이 일어나겠다 싶으면 피하면 그만입니다. 다른 사람과 손발이 안 맞으면 아웃핏(클랜)을 통해 호흡을 맞출 친구를 찾으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메딕으로 시작해 게임을 파악하길 추천합니다.

여담이지만 <플래닛사이드 2>를 즐겨보고는 싶은데 도무지 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싶으면 ‘컴뱃 메딕’ 병과로 플레이하길 추천합니다. 집중적으로 육성하면 시가전의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재미가 생깁니다. “총알을 피하기는 해도 치료를 피하는 아군은 없다”는 한낮 기자의 말처럼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병과입니다.

평점은 10점 만점에 8점입니다. 얼핏 보면 낯설고 불친절하고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적응 여하에 따라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메인 콘텐츠인 대규모 전투가 신선했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호불호는 크게 갈리지만 차별성이 확실하고 고유의 재미가 있습니다. 8/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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