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톤엔터테인먼트가 본격적인 <다크에덴2> 알리기에 나섰습니다. 지난 10월초 전작 <다크에덴>의 팬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테스트를 시작했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과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직접 체험한 <다크에덴2>는 더도 덜도 아닌 딱 ‘전작을 3D로 깔끔하게 옮긴 MMORPG’였습니다. 여전히 마우스 클릭 위주의 단순한 플레이가 중심이었고, 여전히 주류에서는 한참 벗어난 칙칙한 그래픽을 선보였죠.
다만 <다크에덴>을 아는 유저라면 새로운 변화와 전작의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디스이즈게임에서 신작 <다크에덴2> 플레이를 해봤습니다. 개발이 40% 남짓한 초기버전인 만큼 완성도보다는 게임의 특징과 방향성에 설명을 집중했습니다. /(10년 간 피 좀 빨아봤던)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다크에덴2>의 테스트는 약 50명의 유저가 뱀파이어와 슬레이어로 나뉘어 시작됐습니다. <다크에덴2>는 전작 이후 10년만에 개발한 후속작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전작에는 없는 다양한 시스템을 추가했는데요. 일단 게임플레이가 퀘스트 위주로 바뀌었고, 능력치 분배 위주의 성장 대신 직업이 생겼습니다. 새로운 무기나 장비 등의 요소들을 무리 없이 도입하기 위해 게임의 세계관도 전작의 200년 후로 설정했죠.
능력치 투자나 스킬 숙련도에 따라 역할이 결정되던 캐릭터는 이제 ‘직업’이 생겼습니다. FGT 버전의 뱀파이어는 크로우나 카타르를 사용하는 블러드워커와 마법이 결합된 총기를 쓰는 다크아이, 아직은 선택할 수 없는 둠 등의 3개 직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작으로 따지면 ‘힘뱀(힘 위주의 뱀파이어)’, ‘덱(DEX)뱀’ ‘인(INT)뱀’ 정도의 느낌입니다.
슬레이어는 급접형 무기를 사용하는 어썰트와 총기류를 사용하는 체이서, 보조스킬을 전담하는 홀리오더로 나뉩니다. 소프톤에서는 전작의 자유로운 성장이 유저의 만족도를 높이기엔 좋지만 밸런스를 맞추기에는 너무나 까다롭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후속작인 <다크에덴2>는 뱀파이어와 슬레이어 모두 직업 시스템으로 변경했죠.
능력치를 투자하는 성장방식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직업에 따라 보다 다양한 스킬과 육성이 가능해진 것은 장점이지만, 전작의 자유로운 성장에 매력을 느낀 유저라면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스킬 역시 전작의 숙련도(슬레이어)나 능력치(뱀파이어) 중심에서 레벨 기반으로 바뀌었습니다.
뱀파이어의 블러드워커. 예쁜 여성 이미지와 별개로 탱커와 근접딜러 포지션입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뱀파이어의 둠. 지능 중심의 스킬을 사용합니다.
첫인상. 전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3D로 옮겼다
뱀파이어 블러드워커를 선택한 후 게임에 접속해보니 친숙한 화면이 반겨줍니다. <다크에덴2>는 전작의 기본구성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시점은 여전히 쿼터뷰고, 마우스 클릭 위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분위기는 여전히 우중충한 데다가 전작을 플레이한 유저라면 친숙한 아이언티쓰, 스팅 등의 몬스터가 등장합니다. 심지어 뱀파이어의 초반 퀘스트를 주는 NPC는 <다크에덴>의 상징과도 같던 브라키콜라스입니다.
3D 그래픽을 택했지만 시점과 분위기 때문에 한눈에 <다크에덴>의 후속작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광원이나 피가 튀는 연출, 밤과 낮에 따른 효과 등도 한층 발전했습니다. 밤이라도 모닥불이나 화재현장 같은 광원 부근에 있으면 주변이 조금 더 잘 보인다거나, 지형의 높이를 활용하는 등 그래픽의 발전을 게임의 재미로 연결시키려는 노력도 많이 보입니다.
낮과 밤의 이미지 차이. 시야도 한층 자연스럽게 어두워집니다.
반대로 화려함은 크게 떨어지죠. 낮은 둔덕을 넘어가는 오토바이가 덜컹하고 흔들리거나, 파괴된 전차의 부품에서 스파크가 튀는 등 자세히 보면 세심한 부분까지 많은 신경을 썼지만 시점의 한계상 쉽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캐릭터 역시 생성화면과 같은 그래픽이라는 걸 알려면 확대를 해야 할 정도죠. 오히려 화면을 확대하고 나면 의외로 무난한 그래픽에 놀라게 됩니다.
<다크에덴>을 아는 유저라면 익숙함을 느끼겠지만 단순히 ‘최신 MMORPG’를 기대하고 왔다면 당황하기 딱 좋은 방식의 그래픽입니다. 일단 ‘어두컴컴한 분위기의 쿼터뷰 시점 MMORPG’ 자체가 드문 시기니까요.
첫인상에서 그래픽이 좋다고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스킬 위주로 개편된 전투. PVP를 적극 고려한 스킬 배분
곧바로 퀘스트를 받고 몬스터와 전투를 진행해봤습니다. <다크에덴2>의 전투는 전작과 크게 달라졌습니다. 레벨 기반으로 스킬을 습득하게 되면서 자연히 ‘스킬 위주의 전투’를 펼치게 됐죠.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초반부터 후할 정도로 다양한 효과를 가진 스킬이 주어집니다. 고속 이동은 기본이고, 타겟팅한 적을 추적하며 베거나, 출혈 등의 상태이상에 부가효과를 주는 스킬도 있습니다.
이동 혹은 이동을 제어하는 스킬이 많은 것을 보면 대부분의 스킬이 애당초 PVP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킬의 습득방식은 평범하게 레벨에 따라 얻는 포인트로 배우게 됩니다. 갈림길을 몇 가지 준비해 놓은 것으로 봤을 때 이후 ‘스킬트리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킬은 눈에 띄게 화려해졌습니다. 타격감은 아직 손 볼 여지가 많습니다.
차니아조이에서 공개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액션은 대거 개편됐습니다. 개발과정인 만큼 스킬과 이펙트 타이밍 등이 다소 어긋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킬 연출은 나쁘지 않습니다. 최소한 허공을 가르는 공격이나 언제 맞았는지도 모르는 피격모션은 아예 사라졌습니다.
이동과 관련된 스킬이 많다 보니 전투도 시원시원합니다. 전작과 달리 적을 ‘타겟팅’ 할 수 있어서 지정된 적에게 스킬을 쏟아 붓고 곧바로 다음 적으로 향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주력으로 사용하는 스킬의 쿨타임이 5~10초 내외로 짧고 적의 체력도 적어서 적을 쓱쓱 몰아 담듯 정리하는 수준의 전투가 가능합니다.
연출에서는 뱀파이어는 노골적인 혈흔을 강조했는데요. 스킬마다 화면 여기저기 피를 흩뿌리거나 사방에서 피가 날리는 장면들을 볼 수 있었죠. 캐릭터의 움직임 연출이 쉽지 않던 전작의 한계를 의식했는데 과장될 정도의 움직임도 많이 눈에 띕니다.
의외로 좋은 그래픽.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쓴 점이 눈에 띕니다. 확대해서 보면 예상보다 괜찮다는 걸 알 수 있죠.
튜토리얼 이후 곧바로 시작되는 전쟁. 그리고 전쟁. 또 전쟁
이런 저런 퀘스트를 수행하고 두 번째 지역이 ‘로딘산’에 들어서니 곧바로 ‘교전지역’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크에덴2>는 전작의 PVP를 한층 심하게 강조했습니다. 튜토리얼의 역할을 하는 레벨 20 내외의 첫 지역을 클리어하면 곧바로 슬레이어와 뱀파이어가 같은 지역을 사용합니다.
거점이 되는 마을의 위치도 가깝고, 레벨 업 동선은 아예 작정하고 만나게 만들었습니다. 퀘스트 위주로 게임이 진행되다 보니 목표 몬스터가 겹치고, PVP는 그냥 생활처럼 따라옵니다. 대놓고 싸우라는 뜻이죠.
심지어 초반부터 지역별 거점이 마련돼있어서 지정된 시간에는 거점전도 진행됩니다. 물론 거점전이 아닐 때도 PVP는 가능하고요. FGT라 인원이 적고, 서로 옆자리에 앉아서 플레이 중이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실제 서비스에서는 PVP 비중이 PVE보다도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여타 PVP가 그렇듯 <다크에덴2>에서도 사소한 눈치싸움이 전투로 이어지고, 고레벨 유저가 참가하고, 대규모 전투로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이동을 제어하는 기술이 많고, 사망 패널티도 없어서 평소에는 퀘스트를 하다 PVP가 벌어지면 자연스럽게 참가하는 플레이가 반복됐습니다.
참고로 <다크에덴2>에서는 상대 진영 유저를 처치해도 경험치를 얻습니다. 전작에서는 전면전의 방해꾼(?)으로 등장했던 제3의 종족 아우스터즈는 NPC로만 등장할 예정이죠. 네. 대놓고 싸우라는 뜻이죠(2).
초반지역인 로딘산부터 양 진영의 마을이 맞붙어 있습니다. 조금만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서로 부딪히게 되죠.
더 확실해진 PVP의 재미, 이를 위해 희생된 독창성
독창성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일단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성장방식이 평범해졌고, 직업구분이나 퀘스트 위주의 진행도 다른 게임과 크게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그래픽이 많이 꼼꼼하고, 정말 심하게 분위기가 어둡다는 점만 빼면 3~4년 한창 쏟아졌던 중국의 쿼터뷰 MMORPG라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흡혈을 통해 추가 경험치를 얻는 뱀파이어의 레벨 업 방식이나, 변신을 통한 이동도 사라졌습니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오토바이(탈 것)를 타고, 레벨에 따라 스킬을 올리는 방식은 <다크에덴>의 ‘독특한 성장과 종족간 차이’를 좋아하던 유저에게는 많은 아쉬움을 남겨줄 듯합니다.
※업데이트(10월 16일): 소프톤엔터테인먼트의 확인 결과 <다크에덴2>에도 뱀파이어는 박쥐와 늑대 변신이 가능합니다. 다만 아직 개발이 덜 되었고, FGT에서는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오토바이를 투입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대신 시스템적으로는 매우 튼튼해졌습니다. 퀘스트를 통해서 진행동선을 깔끔하게 정리했고, 스킬 간의 연계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FGT에서 뱀파이어는 출혈효과를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전투의 효율이 달라졌죠.
초반부터 작정하고 PVP에 몰아 넣는 ‘평범하지 않은’ 동선 등을 감안하면 소프톤엔터테인먼트에서는 ‘PVP의 재미에 집중하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다소의 독창성은 희생하자’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슬레이어의 어썰트(왼쪽)와 홀리오더(오른쪽)의 일러스트. 직업마다 2종류의 무기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PVP를 위한 선택과 집중.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터놓고 말해서 전작 <다크에덴>은 ‘비주류게임’의 대명사입니다. 2005년 당시에도 흔치 않았던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도입했고, 세기말적인 그래픽에 진영간의 무제한 PK를 내세웠죠. 이후 PVP의 빈도를 줄이는 온라인게임들의 경향에 역행했고, 오히려 필드전투와 상대진영에 대한 무분별한 전투를 권장했습니다. 전면 PVP를 내세운 MMORPG 중 수 년 간 PVP를 ‘계속 내세우고 있는’ 게임은 몇 안 됩니다.
그만큼 <다크에덴>의 PVP가 매력적이라는 뜻인데요. <다크에덴2> 역시 PVP를 내세웠고, 그 대신 독창성을 희생했습니다. 무난한 성장과 진행을 택한 대신, 남은 여력을 요즘은 보기 드문 필드 PVP에 쏟아 부었다고나 할까요? 그만큼 PVP 하나만큼은 확실히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편의성과 익숙한 시스템이라는 장점도 얻었고요.
이런 <다크에덴2>의 선택과 집중이 PVP 중심의 MMORPG가 거의 사라진 요즘 어떤 결과를 보여줄 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전작을 꾸준히 플레이하던 FGT 참가자들에게는 호평을 받았지만 다른 유저들에게도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 지는 또 모르죠.
<다크에덴2>는 이번 FGT의 결과를 바탕으로 2015년 1분기 1차 CBT를 진행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