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라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물이 나게 경험한 한낮 기자와 MMORPG 초심자에 가까운 꼼신 기자가 각자의 시점에서 살펴 본 <트리 오브 세이비어> 체험기. 그 두 번째 주제는 ‘게임플레이’입니다.
새로운 시스템과 콘텐츠를 맛보기 급급했던 1일차와 달리 1~2차례의 전직을 마치고 나자 게임의 전반적인 구조가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요. 일반공격 위주의 전투부터 파티플레이와 반복사냥을 반강제하는 ‘올드한 콘텐츠’가 관건이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송예원 기자
①한낮과 꼼신의 ‘트리 오브 세이비어’ 체험기 – 첫인상
②한낮과 꼼신의 ‘트리 오브 세이비어’ 체험기 – 게임플레이
스킬 수만 수십 개? 전직을 해도 결국 ‘평타’의 향연
IMC게임즈는 키보드 조작을 선택한 이유로 마우스 조작보다 더 쉽고 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전투는 컨트롤에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기자도 소위 말하는 ‘발 컨트롤’에 속해있지만 전투에서 조작이 어렵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었죠. 레인저의 경우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킬 단축키를 누르고 방향으로 조준을 한 후 발사를 하는 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컨트롤이 어렵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전투가 기본 공격 즉, ‘평타’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각 클래스는 1랭크씩 올라갈 때 마다 총 4개의 스킬을 배울 수 있는데요. 위저드의 경우 전직 전까지 주어지는 공격 스킬은 ‘에너지 볼트’가 전부고, 나머지는 대상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스킬 혹은 방어 스킬입니다. 직업 특성상 평타 공격이 대부분이죠.
반면 아처는 공격스킬은 많지만, 스킬 사용까지 로딩시간이 길다 보니 솔로 플레이에서 몬스터가 떼로 몰려 나올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일반 공격을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스킬의 SP 소모가 워낙 크고 쿨타임도 길어서 평타가 효율이 훨씬 좋고요.
레인저로 전직을 해도 공격 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연사라든지 관통 등 성능 좋은 스킬들이 새로 추가됐음에도 보스전이 아니고서야 평타 공격이 효율적입니다. 특히 아처나 레인저와 같은 궁수의 경우 정지 자세에서 공격하는 다른 직업과 달리 ‘무빙샷’이 가능한데요. 무빙샷은 평타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성능 좋은 스킬 보다 자주 사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빡빡한 성장이 주는 ‘반복 사냥’의 지루함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래픽과 달리, 성장은 제법 힘겨웠습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는 캐릭터 전반적인 성장의 지표 ‘캐릭터 레벨’과 전직을 위한 ‘클래스 레벨’ 2개의 레벨이 존재합니다. 캐릭터 레벨의 경우 퀘스트 보상으로 주어지는 경험치 카드로 빠른 성장이 가능하지만 클래스 레벨은 오직 전투를 통해서만 올릴 수 있습니다. 결국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죠.
1차 CBT인 만큼 콘텐츠 밸런스에 대해서는 논하기 어렵지만, 퀘스트에 맞춰 성장해 나가도 몬스터 레벨이 딱 맞지는 않습니다. 후반으로 갈 수록 레벨 차이가 더 심해 지죠. 물론 반복 사냥을 의도하기라도 한 듯 일정 구간에서는 몬스터가 쏟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단순히 빠른 진행만 목표로 이를 지나치게 된다면 클래스 레벨이 낮아 전직도 어렵고, 몬스터와의 격차도 커져 전투도 버거워 집니다.
빠른 성장보다는 느긋하게 사냥하고 구석구석 숨겨진 콘텐츠를 즐기라는 개발사의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다만 평타 중심의 전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복 사냥을 얼마나 ‘즐겁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초반에야 ‘전직’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플레이에 임했지만요. 막상 전직 후에도 큰 차이 없는 ‘반복사냥’이 이어지다 보니 캐릭터 레벨 25-클래스 레벨 20을 넘어서니 점점 ‘지루하다’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파티에 의한, 파티를 위한 트리 오브 세이비어
후반으로 갈 수록 캐릭터와 몬스터의 격차는 많으면 10레벨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서브 퀘스트까지 빼놓지 않아도 말이죠. 따라서 1차 전직이 지난 일정 시점이 되면 플레이어들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반복 사냥을 통해 몬스터와 동일한 수준까지 성장하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파티원을 모집해 협동 플레이를 노리는 유저들이 등장하죠.
확실히 파티 플레이를 하면 ‘신세계’ 수준으로 게임이 달라집니다. 일단 유저들이 스킬을 사용할 시간이 생깁니다. 여느 MMORPG와 마찬가지로 전사는 선두에서 치고, 궁수는 뒤에서 딜을 넣어 주고, 마법사는 종종 힐을 채워 주는 등 각 직업에 따른 역할을 수행하면 되니까요. 꼭 보스전이 아니더라도 필드에서의 사냥도 당연히 수월해 집니다. 1,000마리의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퀘스트를 30분 만에 해냈거든요.
특히 캐릭터·몬스터의 속성과 상성을 보면 파티 플레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됩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상성은 단순히 “얼음속성으로 화염속성의 몬스터를 공격하면 대미지가 높다”수준이 아닙니다. 궁수의 기본 공격은 비행형 몬스터에게 추가 대미지를 입히고, 프리스트(성직자 2차 전직)는 아예 공격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프리스트는 파티 플레이 없이는 게임 진행이 불가능한 거죠.
넓은 필드에서 다른 유저들과 함께하는 MMOPG에서는 유저간의 인터렉션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모험일지 시스템을 통해 ‘경쟁’을 펼치고, 파티 시스템으로 ‘협동’을 유도하는 함으로써 유저들의 상호작용을 만들었습니다. 경쟁과 협동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입니다. 분명 호불호는 갈리겠지만요.
‘노가다’는 전투까지. 매끄러운 퀘스트 진행과 동선
앞선 첫인상 리뷰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방대한 콘텐츠를 내세우고 있음에도 ‘편의성’만큼은 다시 한 번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1차 CBT에서는 제한된 콘텐츠만 제공되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쏟아지는 퀘스의 동선이 참 간결합니다.
아래서 위로 좌에서 우로 가는 방식이죠. 혹여 되돌아가야 하더라도 백스페이스(←)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각 지역을 워프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왔다 갔다’하는 수고는 덜 수 있습니다. 길도 미로처럼 꼬여 있지 않고 한눈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어서 오픈된 길일이라면 헤맬 걱정도 없습니다.
다만 오픈 시에는 친절한 튜토리얼이 필요해 보입니다. 기본적인 시스템에서 헷갈리는 요소가 많았거든요. 예를 들어 스태미나의 경우 완전히 떨어져서 뛰지 못하기 전까지는 알아채기 쉽지 않습니다. 레벨업과 별도로 HP와 SP의 성장은 스테이터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모르는 유저도 많았고요. (동일 레벨 임에도 300~1000까지 차이 나는 체력) 컨트롤 버튼으로 공격 대상을 고정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지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하는 유저들도 있었으니 말이죠.
10년을 거슬려 되살린 MMORPG의 ‘아련한 추억’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플레이를 반복하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 입니다. ‘이거 굉장히 옛날 느낌인데?’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콘텐츠에는 최근의 MMORPG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올드함’이 가득합니다. 단순히 ‘낡다’라는 말을 쓰기에는 뭔가 부족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갖춘 ‘올드함’입니다.
퀘스트만 따라 진행하다 보면 몬스터와의 레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지는 만큼 ‘반복사냥’은 필수고, 상점에서 무기와 방어구를 사야 할 때도 있습니다. 진지하게 말하는데 MMORPG에서 상점제 일반장비를 사서 써 본 건 거의 5년만의 일입니다. 심지어 약하지도 않아요.
던전에서는 몬스터가 쏟아지다 보니 파티플레이가 반쯤 강요되고, 덕분에 사냥터마다 자리를 잡은 파티와 일자리(?)를 구하는 유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사냥터에서도 물약을 아끼기 위해 모닥불을 켜놓고 몬스터가 재생성될 때까지 오손도손 떠드는 풍경이 심심찮게 연출됐죠. 10년 이상 MMORPG를 즐겨 온 유저라면 ‘아련함’이 느껴질 정도의 추억입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반복과 파티강요
다만 요즘 게임이 이런 올드한 콘텐츠를 택하지 않은 이유는 ‘지루함’과 ‘진입장벽’ 때문인데요.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플레이도 결국 퀘스트가 끊기는 지점부터 ‘지루함’과 ‘진입장벽’이 크게 늘어납니다.
정신 없이 레벨을 올리다 보면 약 레벨 25 내외에 베넷 성당지하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당의 몬스터는 최소 레벨 35 이상. 여기에 몬스터가 좁은 지역에 몰려 있다 보니 결국 ‘파티사냥’과 ‘반복사냥’이 필수가 됩니다. 이후에도 퀘스트를 넘길 때마다 구간이 ‘고의적으로’ 비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보통 최고레벨까지) 자연스럽게 쭉쭉 진행되는 요즘 MMORPG의 플레이에 익숙한 유저로서는 당황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참고로 3일차 테스트부터는 이벤트를 통해 경험치를 2배 이상 뻥튀기 했는데요. 이벤트 이후에나 플레이어의 레벨과 몬스터의 레벨이 적당히 맞춰질 정도입니다. IMC게임즈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최고 레벨에만 맞춰진 전직
앞서 꼼신 기자가 일반공격 위주의 플레이를 지적했는데요. 이는 게임을 ‘최고레벨에 맞춰서’ 설계한 탓으로 보입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전직은 다른 게임과 다소 다릅니다. 소드맨의 예를 들면 1차 전직에서는 하이랜더, 펠타스타와 함께 소드맨(2서클)로도 전직할 수 있습니다. 첫 직업인 소드맨을 더욱 강화하는 건데요. 이렇게 서클을 올리고 특성을 투자하면 해당하는 모든 스킬이 1차 전직의 다른 직업에 맞춰 강해집니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이랜더로 1차 전직을 한 이후에는 다시 하이랜더(2서클)와 하플라이트, 바바리안 중 하나로 전직할 수 있죠. 간단히 말하면 전직때마다 각 직업을 최대 3차례까지 중복선택해서 강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1서클에서는 5포인트만 투자 가능했던 스킬도 서클 3에서는 15포인트가지 늘어납니다. IMC게임즈에서 괜히 10차 전직까지 가능하다는 게 아니죠.
참고로 1차 전직에서 소드맨이 아닌 하이랜더나 펠타스타를 선택했다면 2차 전직 이후에는 두 번 다시 소드맨을 선택(강화)할 수 없습니다. 결국 플레이어는 10번의 전직기회를 어떤 직업에 얼마만큼 배분할 지를 미리 정하고 육성하게 될 듯합니다. 이 역시 <라그나로크> 등의 옛날 게임들이 보여줬던 방식을 <트리 오브 세이비어>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셈이죠.
다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각 직업마다 서클을 어느 정도 올려야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 효율이 발휘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서 소드맨의 1차 스킬은 레벨 40이 넘어가면 일반공격과 큰 차이가 없을 만큼 효율이 나빠집니다. 그렇다고 소드맨만 3서클까지 선택하면 매번 그게 그거인 스킬로만 플레이해야 합니다.
캐릭터의 육성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초반 플레이가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실제로 저는 소드맨 -> 하이랜더 -> 하이랜더(2서클)의 전직을 탔는데요. 하이랜더(2서클) 정도가 되고 나면 슬슬 스킬을 활용한 전투가 시작됩니다. 레벨 50에 근접하고 나서의 이야기입니다.
득템의 묘미를 적절하게 살린 깨알 같은 제작과 아이템
아이템 구조는 신선합니다. 레벨이 같더라도 아이템 등급을 차별화함으로써 ‘득템의 재미’와 ‘유저 간 거래’를 살렸고, 제작서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장비는 레벨 1, 15, 45, 75로 딱딱 나뉘어 있는데요. 같은 레벨 15용 아이템이라도 능력이 크게는 2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랜덤옵션이 아니고 아예 이름과 능력치가 다른 방식이라서 경매장 등을 검색하기에도 편하죠. 이 역시 <라그나로크> 등에서 선보였던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아이템이 ‘제작서 방식’으로 숨겨져 있어서 몬스터를 처치하고 이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제작이나 강화 등에서 모루를 직접 내려쳐야 하는 ‘깨알 같은 연출’도 덤이죠. 굳이 복잡한 랜덤옵션이나 줄줄이 늘어지는 옵션이 아니더라도 유저에게 득템의 재미를 주는데 성공한 셈입니다.
아기자기한 추억을 되살리는 데는 성공
게임플레이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유저 간의 인터랙션’을 위한 요소도 게임 곳곳에서 가득 보입니다. 일단 체력 회복을 위한 모닥불이나 버프, 클레릭이 바닥에 설치하는(?) 힐 등은 파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연히 이를 바탕으로 유저들이 모이게 되죠. 버프를 나눠주는 친절한 유저나 감사인사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편의기능을 대도시에 몰아서 지속적으로 오가게 만들었고, 다른 유저의 강화 성공이나 실패를 눈으로 볼 수 있어서 (CBT 임에도 불구하고) 잡화상인 앞에는 언제나 유저가 바글바글합니다. 여기에 메신저 방식으로 만든 채팅은 개인간의 채팅방을 관리하거나 다른 유저를 초대하는 단톡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메시지를 읽은 유저 숫자도 채팅 옆에 표시됩니다.
머리와 몸으로 나뉜 코스튬 기능과 마을에서 지정된 시간마다 머리 장신구를 판매하는 경매가 열리는 등 꾸미기 요소도 충실합니다. 워낙 커뮤니티에 집중된 구조 덕분에 ‘채팅게임’이라는 칭찬인지 비판인지 모를 이야기를 들었던 <라그나로크>의 모습이 그대로 그래픽만 바꿔서 그려질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