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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토크&토크] ‘세련된 옷을 입은 노신사’ 같은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

안정빈(한낮) 2015-01-20 20:46:31

지난 한 주 게임업계를 들썩인 게임이죠.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18일 첫 테스트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반응은 여러 의미로 뜨겁습니다. ‘오랜만에 할 만한 게임이 나왔다’는 호평부터 ‘시대를 역행한 낡은 게임’, ‘김학규의 추억팔이’ 등등 악평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죠.

 

그럼 실제로 테스트를 진행한 두 기자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라크나로크>부터 <악튜러스>까지 소위 말하는 ‘김학규 게임의 추억’을 가진 한낮 기자와 추억을 떠나 MMORPG 자체를 거의 경험하지 못했던 꼼신 기자가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1차 CBT를 돌아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송예원 기자


①한낮과 꼼신의 ‘트리 오브 세이비어’ 체험기 – 첫인상

②한낮과 꼼신의 ‘트리 오브 세이비어’ 체험기 – 게임플레이

③한낮과 꼼신의 ‘트리 오브 세이비어’ 토크리뷰

 


 

 

총평

 

한낮: 결론부터 말해보자. 4일 내내 열심히 달렸는데, 어때?

 

꼼신: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게임? IMC게임즈의 빠른 패치도 한 몫을 거들었지만 일단 1일차와 2일차, 3일차의 소감이 너무 달라요. 1일차는 일단 ‘예쁘다’, ‘귀엽다’는 인상이 너무 좋아서 다른 게 안 보였는데 2일차부터는 밋밋한 전투 때문에 지루해졌다가, 3일차에는 파티플레이를 하니까 게임이 또 완전 달라지더라고요. 

 

한낮: 조건과 상황이 딱 맞아야 재미를 느꼈다는 거네. 그 중 가장 중요했던 조건이 파티플레이고.

 

꼼신: 네. 그런 셈이죠. 선배는요?

 

한낮: 할수록 깊게 파고드는 게임? 초반에는 전투와 퀘스트가 전부였는데, 어느 정도 조작과 진행방식이 손에 익고 나니까 모닥불과 제작 등 주변 가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 다시 전직을 2번 정도하고 나면 캐릭터의 방향성이 보이고, 아이템 파밍도 슬슬 본격적이 되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씩 보는 부분이 늘어난다고나 할까? 초반에는 물약값과 생존에 허덕이다가 어느 순간 파밍과 더 효율적으로 강해지는 방법 등에 신경 쓰고 있는 점이 재미있었어. 콘솔게임 비슷한 느낌이기도 했고.

 

뒤로 갈수록 게임에 여유가 생긴다.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계획도 짜게 되고 

 

꼼신: 하지만 그걸 느끼게 되는 시기가 너무 늦은 것 같아요. 초반에 뭔가 이런 게 나온다는 맛이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초심자 입장에서는 한참 플레이하다 보니 뭔가 놓치고 지나친 걸 알게 되는 느낌?

 

한낮: 파고들 요소는 많았는데, 정작 그것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거지?

 

꼼신: 네.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유저가 직접 만들어가는 재미를 강조했다는 점은 확실히 와 닿는데, 그걸 어떻게 하는 지를 제대로 안 알려줘요.

 

한낮: 근데 그 부분을 설명하는 건 사실 개발사 입장에서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2차 CBT부터는 개선되겠지.

 

꼼신: 제발 지루한 노가다 구간이 오기 전에 비장의 무기를 좀 보여줬으면(…) 일단 게임이 돌아가는 방식이나 캐릭터 성장을 위해 체크해야 할 요소들을 전부 알고 나니까 반복 사냥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었고, 퀘스트에도 더 집중되더라고요. 퀘스트가 빌 때는 내가 집중해야 할 제작 등에도 신경을 쓰게 되고요. 

 

다음에 모을 제작 재료를 찾거나 좋은 사냥터를 구하는 일 등등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전투


한낮: 전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직접 느껴본 전투는 어땠어?

 

꼼신: 혼자 하는 전투는 너무 밋밋했어요. 근데 파티로 하는 전투는 또 재미있었고요. 아예 솔로플레이를 하지 말라고 느껴질 정도였는데요. 예를 들면 궁수의 모든 스킬은 캐스팅 시간이 있어요. 그래서 몹이 3마리만 몰려도 제대로 스킬을 쓸 수가 없을 정도인데, 파티에 다른 직업이 1명만 들어와도 아예 플레이가 달라지더라고요.

 

한낮: 맞아. 확실히 파티의 역할분배는 제대로 해놓은 것 같아. 근거리와 원거리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잘 맞아 떨어지더라. 반면 솔로플레이는 생각보다 지루했어. 테스트 후반에는 스킬 쿨타임까지 대폭 줄여줬는데, 그래도 일반 공격만 반복하는 게 가장 강력했을 정도니까. 게임을 애초부터 파티플레이 위주로 짜놓은 느낌?

 

꼼신: 근데 유저들은 그렇게 생각하질 않으니까요. 당연히 솔로플레이부터 하게 되는데 계속 부족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죠. 예를 들어 프리스트는 공중에 떠 있는 몬스터를 아예 공격할 수 없어요. 한 번은 지나가던 유저가 ‘거기 잠깐 나 좀 보시게’하고 말을 걸길래 뭔가 했더니 퀘스트를 해야한다고 공중 몬스터 좀 잡아 달라더라고요.

 

한낮: 결국 솔로플레이에서도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게 만들거나, 파티플레이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네. 그럼 조작면에서는 어땠어?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파티플레이. 솔로플레이도 가능은 하지만 효율은 역시 파티플레이가 좋더라. 

 

꼼신: 조작은 확실히 어렵지 않았어요.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키보드 조작을 내세울 때 쉬운 조작을 위해서 넣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하다 보면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요. 익숙해지는 과정도 길지 않아요.  흔히 아는 <던전앤파이터>나 <클로저스> 등의 액션은 아니니까요.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시점을 고정한 채 몬스터를 공격한다’ 같은 고민도 없고요. 확실히 직관적이고 그만큼 재미도 있죠. 일단 저 같은 유저도 원하는 대로 컨트롤이 된다는 것부터가…

 

한낮: 나도 액션보다는 MMORPG에서 이런 조작이 가능하구나 하는 정도였어. 근데 일단 ‘후판정인 게임’을 액션처럼 보이게 만들려다 보니까 몬스터의 공격마다 유저가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넣어야 했고, 1:1로 진행되는 보스전에서는 거의 대미지를 받지 않고 이기는 상황이 계속됐지.

 

꼼신: 아, 맞아요. 저도 일반 몬스터가 더 어렵더라고요.

 

한낮: 일단 보스 몬스터와의 싸움은 1:1을 기준으로 진행되니까. 공격 이전에 피할 시간을 그렇게 넉넉히 주는데, 부하 몬스터를 소환하는 보스가 아니면 아예 맞을 일이 없지. 일단 보스전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은 불가피할 것 같아. 


꼼신: 그런 면에서 오히려 파티플레이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낮: 그냥 넘어가기에는 보스가 너무 자주 나오니까,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지. 일반 전투는 힘겹게 싸우다가 보스전이 시작되면 ‘이제 좀 쉬겠구나’하고 안심하는 것도 우습잖아. 강제로 액션을 집어 넣었으니까, 이제는 이걸 어떻게 처리할 지가 문제야. 단순히 숫자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 몬스터 잡느라 힘드셨죠? 자, 잠깐 쉬면서 보스 잡고 갈게요.

  


직업

 

꼼신: 직업에 따른 차이는 어때요? 사실 전직시스템은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 잘 이해가 안 가던데요. 

 

한낮: 개념부터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 내가 느낀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전직은 일종의 ‘선택지’였어. 다른 게임처럼 전직을 할 때마다 확 강해지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다른 직업으로 바꿀 찬스’를 주는 거지. 그리고 최고 레벨이 되고 나면 어떤 직업을 몇 번씩 선택했느냐에 따라 주력 스킬이 정해지는 식인 듯해.

 

예를 들어 소드맨을 선택해서 최고 레벨을 찍을 동안 10번의 전직을 한다면 그 중 3번은 바바리안에, 3번은 하이랜더에, 2번은 하플라이트에, 마지막 2번은 로델레로에 투자를 하는 식일 듯해. 3서클 스킬 혹은 해당 직업의 주력 스킬을 원한다면 그만큼 투자를 하고, 아니면 가볍게 거쳐가는 느낌?

 

꼼신: 확실히 전직을 하더라도 강해지는 건 ‘레벨’ 때문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한낮: 전직하자마자 일반 공격이 몇 배로 뻥튀기 되는 바바리안도 있긴 하지만 그건 버그에 가까운 밸런스였으니까. 일단 ‘최고레벨에 맞춰서 어떤 캐릭터가 될 지’를 미리 고민하고 키우는 옛날 MMORPG 같은 느낌을 더 많이 받았어. 능력치도 그렇고. 예를 들어서 <라그나로크>만 해도 최적의 효율을 위해서 전직시점은 물론 능력치를 찍는 순서까지 미리 짜놔야 했거든. 같은 소드맨이라도 능력치와 전직에 따라 몇 번씩 키우기도 하고.

 

꼼신: 여러 캐릭터를 키우라는 의도가 보이는데, 확실히 제한된 콘텐츠를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개발사로는 매력적일 것 같아요. 한정된 콘텐츠지만 그것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다만 이를 위해서는 반복이 얼마나 재미있느냐가 문제인 듯해요. 그래서 유저 간의 커뮤니티를 더 소중하게 한 듯하고요. 반복되는 콘텐츠랑 달리 커뮤니티는 언제든 재미가 있으니까요.

 

직업별 전직 트리를 괜히 미리 볼 수 있게 만들어 준 게 아니었다.

  


낡은 시스템의 부활

 

꼼신: 계속 ‘옛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시스템으로 봤을 때는 어떤 것 같아요? 선배는 정말 옛날 MMORPG 방식으로 보이나요?

 

한낮: 사실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 대한 평은 1일차부터 확실히 굳혔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해. ‘세련된 요즘 옷을 입은 노신사’. 속은 나이가 들었고, 고집도 있고, 사고방식도 옛날이야. 근데 옷은 요즘 유행에 맞춰 입었고, 때깔도 좋고, 요즘 콘텐츠를 자기 사고에 맞춰서 이해할 줄도 알지. 어떤 시점에서 보면 되게 독특하고 고풍스러움과 세련됨을 동시에 가진 ‘있어 보이는 사람’인데 반대로 보면 그냥 고집투성이 노인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거고.

 

꼼신: 타깃유저를 어디다 두느냐도 중요한 것 같은데, 저는 <라그나로크>도 <악튜러스>도 안 해봤어요. 제가 MMORPG를 할 때는 이미 빠른 성장과 정해진 길을 따라 가는 퀘스트, 소모적인 콘텐츠가 주로 나오던 시기니까 <트리 오브 세이비어>같은 구조를 해 본 적이 없죠. 그런데 이게 낡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신선하다는 느낌이에요. 

 

한낮: 소위 말하는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에는 공감하기 어렵다는 거네?

 

꼼신: 복고 열풍은 2가지 방향으로 온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그 시대를 즐겼던 사람의 향수를 건드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즐기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토토가’를 보는 90년대 이후의 사람들처럼요.

 

그 느낌을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서 받았어요.  아이템 제작을 하고, 파밍도 해야 하고, 내가 보는 게임에서는 대부분 최고 레벨 이후에만 즐기는 콘텐츠였는데 이 게임은 초반부터 자연스럽게 그걸 하는 재미를 주더라고요. 그럼 이 게임을 단순한 추억팔이로만 볼 수는 없겠죠.

 


오래된 시스템 같지만 찬찬히 뜯어 보면 요즘 추세에 맞춰 많은 부분을 고쳤다. 별로 보여주는 등급이라든가, 포텐셜을 통한 아이템 강화나 제작 한계라든가.

 

한낮: 사실 게임 내용도 옛날 방식이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더 많아. 

 

꼼신: 네. 기존 게임에서는 아이템 제작만해도 훨씬 복잡하게 갖췄거든요. 근데 저는 <도탑전기>가 떠올랐어요. 아이템을 어디서 얻어야 할 지 가르쳐 주니까 어렵지도 않고, 인터페이스는 유치원생이 봐도 알 수 있는 수준이고요. 능력치도 복잡하게 뭐가 붙고 하는 것도 없죠. 대중성이 없다는 아니고 그냥 취향에 안 맞는다 정도였던 듯해요. 물론 저도 억지로 반복사냥을 요구하는 건 확실히 싫었어요.

 

한낮: 나도 비슷해. 대중성 언급이 우습다는 생각이 드는 게, 지금의 퀘스트 시스템은 사실 유저가 재미를 느끼라고 만들기보다는 어느 순간 일상화가 된 거거든. 솔직히 퀘스트를 대체할 수단을 못 찾았거나 다른 의미로 목적성을 주지 못하니까 그렇게 만드는 건데, 지금은 이게 대중성이라고 우기는 상황이야. 

 

만약 퀘스트를 통해서 쉴 틈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는 방식이나 WASD를 이용한 캐릭터 이동 등을 ‘대중성’이라고 부를 거면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중국산 MMORPG는 매우 대중적인 게임이겠지. 그냥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생각이야.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할 거면 차라리 ‘고리타분하다’가 맞겠지.

 

꼼신: 저도 그냥 트렌드일뿐이지 그게 대중성이랑은 다른 말이라고 생각해요. 간단히 <리니지>나 <아이온> 등만 봐도 과거의 시스템을 다시 도입한 올드서버가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트리 오브 세이비어>도 복고풍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내세운 거고요. 다만 이미 퀘스트에 의존하는 진행방식에 익숙해진 유저들을 어떻게 할 지는 IMC게임즈가 고민할 문제죠. 지금 방식이 좋은 유저도 분명 많을 테니까요.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유저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 정도. 여전히 배워야 할 건 많고,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정보도 많다.

 

 

커뮤니티와 반복사냥


꼼신: 근데 퀘스트가 끊기는 구간은 아무리 봐도 IMC게임즈가 일부러 넣은 것 같은데, 선배는 이런 반복사냥이 재미있어요?

 

한낮: 노. 전혀. NEVER. 나는 이 부분이 옛날 방식을 잘못 갖고 온 대표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퀘스트를 꼭 이어가지 않더라도 목적성을 줄 필요는 있는데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는 그게 없었어. 아이템 구간대에 맞춘 파밍지역을 넣어서 아이템을 얻는다거나, 스킬이나 전직 등을 하면서 좀 자연스럽게 지나갈 수 있는 구간을 만든다거나. 

 

사실 이건 옛날 게임들도 고민했던 부분이거든. 그게 없이 퀘스트로 잘 진행하다가 갑자기 ‘퀘스트로는 레벨이 부족하니 사냥을 해서 레벨을 올리세요’하고 나오니 반감이 더 커지는 거지.

 

꼼신: 경험치 이벤트 전을 기준으로 반복사냥 구간도 너무 길어요. 퀘스트가 딱딱 떨어지지는 않더라도 레벨을 1~2개 올리고 나면 다음 지역으로 딱 넘어갈 수 있을 수준이면 충분히 재미가 있을 텐데, 퀘스트만 하다 보니 몬스터랑 레벨 10 차이가 나는 건 좀… 그냥 이번은 밸런스 테스트였다고 믿고 싶어요.

 

한낮: 경험치는 2배 이벤트를 했을 때 정도가 딱 좋았어. 퀘스트가 멈추고 다음 지역을 가려면 레벨 1~2개를 올릴 동안 파티도 하게 되고, 부족한 아이템 재료 파밍도 하게 되고.

 

반복사냥 그 자체를 즐기는 유저가 얼마나 될 지는 의문이다. 

 

꼼신: 사실 레벨 노가다 자체가 재미 없지는 않았어요. <마비노기>에서 봤던 모닥불 시스템이 있으니까 같이 쉬면서 나온 아이템 공유하고, 자연스러운 수다를 통해 커뮤니티도 유도하고. 퀘스트에 빠듯하게 매이지도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유저가 모르는 사람과 파티를 만들고 삼삼오오 모여서 놀게 됐거든요.

 

MMORPG에서 신규 유저의 진입장벽 중 하나가 초반부터 게임을 한 유저가 아니면 이미 숱한 최고레벨 유저들 사이에서 커뮤니티를 경험하기가 어렵다는 거잖아요. 사실 저도 많이 경험해 본 일이에요. 그렇다고 여성유저라는 걸 이용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한낮: 내 옆에서 그럼 때렸을 거야.

 

꼼신: 네… 아무튼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유도했다는 것 자체는 재미있다 없다를 떠나서 신선했어요.

 

한낮: 반복사냥 구간도 그래서 넣었다고 생각해. 만약 퀘스트만 따라가서 끝나는 게임이면 혼자하는 게 더 편할 거야. 퀘스트 진행상황을 맞추기도 어렵고. 근데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서는 퀘스트를 다 깨도 어차피 레벨이 부족하니까 그 경험치를 메우기 위해 자연스럽게 파티가 되지. 

 

퀘스트는 혼자 깨도 충분한 만큼 파티플레이에서는 일정 레벨이 될 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누구랑이든 파티플레이를 할 수 있어. 오히려 퀘스트에 쫓기지 않는 그 여유에서 커뮤니티가 나온다고 생각해. 노가다 사냥이 여유를 만들어주는 아이러니함?

 

꼼신: 다만 그걸 유저가 이해하게 만드는 게 문제 아닐까 싶어요.

 

한낮: 너도 이틀 만에 깨달았는데 뭘…

 

꼼신: (노려보며) 채팅창에 대한 시도도 좋았어요. 모바일 메신저를 차용한 김에 개인적으로는 채팅에서 쓸 수 있는 스티콘도 팔았으면 좋겠어요. 아예 스티콘 패키지를 내놓는 것도 괜찮은 부분유료화 같던데. 여성 유저 노리면 이것도 잘 먹힐 걸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사냥 중의 수다타임. 

 

한낮: 꾸미기는?

 

꼼신: 아직은 별 게 없었지만 게임에서 보면 캐릭터가 눈을 깜빡이고, 달리면 숨을 헐떡이고, 활을 당길 때는 얼굴을 찡그려요. 이런 디테일이 들어가 있다 보니까 내가 원하는 옷을 입히는 재미는 확실하게 있을 듯해요. 경매 같은 것도 깨알 같고. 커뮤니티에 관련된 부분들이 너무 잘돼있다 보니 MMORPG가 진짜 MMORPG 같았어요. 확실히 모든 유저가 한 세계에 있는 느낌이 들게 만들어요.

 

한낮: 강화 시스템만 해도 그래. 다른 유저가 하는 강화가 눈에 보이니까. 계속 보게 되거든. 실패가 뜨니까 모두 기뻐(?)하고.

 

꼼신: 내가 무슨 행동을 하면 다른 유저가 나를 쳐다보잖아요. 유저가 무언가 행동을 하면 확실히 다른 유저에게 보여주게 된다는 느낌이 좋아요. 이모션도 그렇고. 채팅도 그렇고. 일종의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과시욕을 확실히 자극할 수 있어요. 여성유저들도 충분히 좋아할 요소라고 보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PK가 꼭 없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행복한 세상인데 필드에 나가는 순간 XXX하고 XXXX해서 죽어버린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니까요.

 

한낮: 분위기가 완전 깰 걸, <라그나로크>처럼 아예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방법일듯해.

 


강화나 제작도 다른 유저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진다. 깨알 같은 부분까지 커뮤니티가 일어날 가능성을 만들어뒀다.

 

 

김학규의 이름이 없는 TOS?


한낮: 그럼 마지막 질문. 일단 반복사냥과 솔로플레이 말고는 거의 다 칭찬이었는데, <라그나로크>나 김학규의 이름이 아니더라도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재미있는 게임일까?

 

꼼신: 네. 저부터가 추억이 없으니까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어요.  사실 저는 이 게임을 비교할 대상도 없고요. 근데 재미있었어요. 문제점은 참 많은데 그래도 재미있다고 느낀 건 문제점이 고쳐졌으면 하는 방향이 확실히 보였으니까요. ‘아, 여기가 문제네. 때려치자’가 아니라요.

 

게다가 IMC게임즈도 빠른 패치로 문제를 수정하는 걸 수 차례 보여줬고요. 내부적으로 이미 여러 방향을 감안했고, 이번 CBT를 통해 유저들이 뭘 원하는 지 테스트하려 했던 것 같아요.

 

한낮: 나도 굉장히 긍정적인 게, <라그나로크>에서 가져왔다고 해봐야 커뮤니티와 그래픽, 손맛 정도인데 이건 사실 <라그나로크>만의 추억은 아니거든. <라그나로크>였으면 일단 직업 시스템부터 더 단순했어야 하고, 사냥은 퀘스트 없이 갔어야지. 그냥 지금까지 해 온 그래픽들에서 찾은 장점과 자기가 할 수 있는 장점들을 갖고 온 거라 생각해.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즐기는데 <라그나로크>나 비슷한 시대의 MMORPG 기억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거지. 추억으로 약간의 보정을 얻는다면 모를까.

 

꼼신: 김학규 대표가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처음 발표할 때 ‘내가 아니면 이런 게임은 아무도 안 만들 것 같아서 만들었다’고 했는데, 이제야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리고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음악인데 좀 안 어울리는 부분도 있지만 퀄리티 하나는 뛰어났죠.

 

한낮: 크게 공감해. 어떤 것들을 빼더라도 일단 지금 온라인게임 중에 가장 ‘유니크한 게임’ 중 하나일테니까. 그래픽만으로도 그런데, 게임 내용까지 기존의 트렌드를 완전히 무시했지. 결국 이번에 많은 논란을 낳은 전투와 성장밸런스를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일 듯 하네. 

 


이 정도 연출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도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장점. 퀘스트만 따라가면 싱글플레이 RPG의 느낌을 받는다.
 

 

각종 감정표현도 확실하다. 
  


경매장에서는 20분마다 머리 장식 아이템이 자동으로 등록된다. 인플레이션 방지와 꾸미기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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