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매직 더 개더링 온라인 게임이 드디어 나왔다.
지난 1993년 위저즈오브더코스트(Wizards of the Coast)가 선보인 <매직 더 개더링>(Magic: The Gathering)은 ‘트레이딩 카드 게임’(Trading Card Game) 이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확립한 개척자로 손꼽힌다. 동시에 25년을 넘어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 장르의 정점으로 손꼽히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매직 더 개더링>은 여러 차례 PC나 콘솔,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되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등장했던 대부분의 <매직 더 개더링> 게임들은 하나 같이 게임의 룰을 ‘너무 단순화시키거나’, ‘플랫폼 고려 없이 이식하거나’ 등의 문제로 인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매직 더 개더링’ 특유의 손맛과 전략의 맛을 온라인으로 즐기고 싶었던 유저들은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원작자인 위저즈오브더코스트가 직접 개발을 주도한 <매직 더 개더링: 아레나>(이하 아레나)는 그래서 더욱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즐기는 <매직 더 개더링>의 게임 룰을 그대로 옮겨왔고, 카드들도 현재 환경에서 즐기는 카드들을 그대로 옮겨와서 오프라인 특유의 전략의 맛과 손맛을 살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PC 온라인 게임 다운’ 비주얼과 편의 시스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아직 종합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적어도 지금까지 등장한 <매직 더 개더링> 온라인 게임으로서는 가장 ‘매직 다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너의 상대는 ‘벽’이 아니라 ‘사람’이다.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은 온라인 카드 게임들과 <아레나>의 가장 큰 차별점을 꼽자면 역시나, 플레이어와 플레이어가 주문카드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면서 ‘타이밍 싸움’을 벌일 수 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보통 <매직 더 개더링>의 룰을 온라인에 맞춰 단순화 한 카드 게임들은 상대방의 턴에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그저 상대방이 어떠한 생물을 소환하는지, 어떠한 주문을 사용하는지 멍하니 바라보면서 그 숨겨진 수를 읽는 것이 고작일 뿐.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경우 상대방의 턴에는 ‘웹페이지를 켜고 뉴스를 읽어도’ 딱히 게임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다.
반면 <아레나>는 언제 어느 타이밍에서나 쓸 수 있는 ‘순간 마법’의 존재로 인해 서로 상대방의 턴에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다. 가령 상대방이 공격력 1짜리 약한 생물로 공격을 선언했다고 가정해보자. 플레이어는 공격을 무효화하는 순간 마법카드를 사용해서 이를 저지할 수 있으며, 아까운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이정도는 맞지” 라고 공격을 허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공격을 허용하니 상대방이 순간 마법을 사용해서 공격력 1짜리 생물의 공격력을 ‘5’로 끌어 올린다면?
이런 식이다 보니 <아레나>, 아니 <매직 더 개더링>은 상대방의 턴이라고 해도 끊임없이 플레이어와 플레이어 간의 심리전과 타이밍 싸움 & 수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그렇기에 게임을 하는 중간에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도 없고 ‘벽’이 아닌 ‘사람’과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다.
하나의 카드라고 해도 이를 활용하는 방법이 상황에 따라, 플레이어 성향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그렇기에 다른 PC나 모바일 카드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략이나 블러핑은 물론, 소위 ‘함정카드’ 방식의 플레이도 가능하다. 이는 분명 기존의 온라인 카드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재미라고 할 수 있다.
# ‘룰’에 대한 적응은 어렵지만, 초보자 편의는 갖췄다.
이렇다 보니 <아레나>는 다른 카드 게임에 비하면 여러 시스템을 배우기 꽤나 까다로운 구조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실제로 배워야 할 것도 방대하다.
게임이 튜토리얼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튜토리얼은 여러 시스템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초보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일단 깨져가며’ 배워야 하는 구간이 긴 편이다.
그리고 언제 어느 때나 사용할 수 있는 순간 마법을 들고 있다면, 플레이어에게 정말 ‘귀찮을 정도’로 꼬치꼬치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확인을 받는다.
일례로 <매직 더 개더링>의 순간 마법들은 어지간한 경우를 빼면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대상을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공격력을 버프 하는’ 순간 마법을 상대방의 크리처에게 걸어줄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상대방의 크리처가 공격할 때도 플레이어에게 ‘해당 카드를 사용하겠습니까?’라고 집요하게 묻는다는 식이다. 그래서 초보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모든 행위가 굉장히 귀찮고 짜증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경우는 옵션을 통해 ‘자동으로 스킵(Skip) 되는’ 옵션 정도는 플레이어가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아무래도 게임의 ‘룰’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초반 적응이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룰과 관련되어 ‘배우는’ 부분을 제외하면 <아레나>의 초보 편의 시스템은 비교적 충실하게 갖춰진 편이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계정 ‘숙련’ 시스템과, 초보자들에게 지급하는 각종 덱을 꼽을 수 있다. 이 게임은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에게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덱 5개를 준다. 보통 다른 카드 게임에서 기본 덱은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약한 반면, <아레나>는 각 덱의 파워도 적당한 데다가 각 색깔 별 덱의 특성도 (초보자들이 배우기 쉽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게임을 즐기고, 재미를 느끼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여기에 조금만 게임을 진행해도 초반에만 10가지가 넘는 덱과 카드를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굳이 자신만의 덱을 짜지 않더라도 이런 덱을 굴려보며 충분히 <매직 더 개더링>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아레나>는 엄연히 ‘착한 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는 과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하루에 4번만 승리하면 일일 퀘스트 등을 통해 ‘기본적인’ 보상은 모두 챙길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 팩을 뽑을 수 있는 골드 및 실제 팩을 충분히 뽑을 수 있다.
카드 제작 시스템은 팩을 뽑다 보면 얻을 수 있는 ‘와일드 카드’로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교환할 수 있는 방식인데, 그 난이도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게임을 즐긴다면 어지간한 자신이 원하는 카드 및 덱을 쉽게 맞출 수 있다. 이러한 부분 또한 초보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좋은 면모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한글, 그 놈의 한글…
결론부터 말해서 <아레나>는 ‘매직 더 개더링’ 자체의 룰과 학습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을 뿐, 플레이어가 어느 정도 노력한다면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더라도” <매직 더 개더링>의 재미와 매력을 맛볼 수 있는 게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순수하게 ‘게임’ 그 자체만 놓고 봤을 때의 이야기고, 한국 유저에게는 사실 한가지 장벽이 더 존재한다. 바로 ‘언어’ 문제다.
<매직 더 개더링>은 30년이 넘는 역사에서도 추측할 수 있지만, 관련 자료와 유저들의 커뮤니티가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그렇기에 관련 도움말이나 덱 리스트, 초보자 가이드 등도 ‘전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데, 문제는 ‘한글로 된 자료’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나마 한국의 오프라인 <매직 더 개더링> 유저들이 중심이 되어 형성된 커뮤니티는 어느 정도 있고, 이러한 커뮤니티에서 <아레나> 관련 자료들도 찾아볼 수 있지만 정작 게임과 연동된 다양한 커뮤니티 중에는 한글로 된 커뮤니티를 제대로 찾아볼 수가 없다. 커뮤니티만 그러면 모르겠는데 심지어 공지사항조차도 제대로 한글로 번역된 공지가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 밖에도 <아레나>는 정작 ‘매직 더 개더링’을 게임으로 옮긴 것은 잘했으면서, 이를 제외한 ‘카드 게임’이 갖춰야 할 여러 요소들 중에는 나사 빠진 부분이 많이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e스포츠를 표방하는 게임임에도 ‘관전’ 시스템을 구현하지 않았다는 점이나, 친구 시스템도 여로모로 부실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제 게임이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이러한 부분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면서 보다 전 세계 게이머들로부터 ‘매직 더 개더링’의 재미와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