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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칼럼

목표는 ‘삼위일체’ 해설자! 클템 이현우를 만나다

지금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홍석훈(작은달) 2014-03-02 12:16:36



 

요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에 대세로 떠오른 해설자가 있다. 지난해 롤챔스 서머 2013까지 CJ엔투스에서 프로 선수로 활동하다 은퇴를 선언하고 해설자로 전향한 클템 이현우 해설이다. 개인 방송에서 ‘젠부샤스!를 외치던 그가 이렇게 빠르게 온게임넷의 인기 해설자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현우 해설은 오대식대장군 라이즈 등 맛깔나는 멘트를 날리며 팬들의 공감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제8회 e스포츠 대상에서 인기상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등장할 때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방송에서 어떤 재미를 선사해줄지 기대되는 요즘 대세 이현우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디스이즈게임 작은달, 찬별


 

필자가 <롤>을 시작한 건 2010년 시즌1 때였다. 당시 북미 서버에는 유명한 한국 유저가 많았는데 현재 프로게이머로 활동 중인 라일락 전호진 선수와 클템 이현우 해설도 이 중 하나였다. 이현우 해설은 북미 랭크 2위에 기록될 정도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당시 최상위 랭커였던 전 CLG 프로게이머 핫샷지지(HotshotGG), 빅팟(bigfatlp) 등과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때는 관전기능도 없던 시절이라 특정 플레이어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동영상을 구하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서 알아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원래 탑 유저였던 필자는 정글 플레이를 잘하고 싶어서 이현우 해설의 게임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훗날 이 사람은 프로게이머로 데뷔해 스카너, 쉔, 아무무 등 초식 정글러 고수로 자리매김하며 이름을 날렸다.

 

이때도 필자가 이현우 해설의 경기를 보며 많은 배움을 얻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의 경기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에도 묵묵히 속으로 응원을 해왔다. 그런데 그가 어느 날 정글을 버리고 해설자로 전향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글이 재미없다고 탑을 간다고 한다.

 

초창기 <롤> 유저들에게 정글의 아버지는 세인트비셔스(Saintvicious)였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이현우 해설이 내 정글의 아버지였다. 해설자로 성공한 것은 정말 축하할 일이지만, 그가 정글을 버린 이유를 묻고 싶었다. 결국, 당찬 인터뷰 요청에 쿨한 응답을 얻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지 않은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해맑은 모습을 보여준 이현우 해설.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전 CJ 프로게이머였다가 지금은 게임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클템 이현우입니다.

 


 

강민 해설과 듀오를 한다던데 사실인가요?

 

강민 형님은 존경하는 분입니다. 제 선수 시절부터 친했어요. 해설자로 오신 지 꽤 됐는데 마음은 아직도 프로게이머예요. 깜짝 놀랄 정도로요. 프로보다 더 많이 플레이하는 해설자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런데 요즘 너무 힘들어해요. ‘나는 여기가 한계인가보다왜 못 올라가지?란 말을 하시거든요. <롤> 랭크 점수 말이에요. 사실 혼자서 안 하고 듀오로 올리면 금방 가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어떤 게이머한테 말해도 같이 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도 끝까지 혼자 하는 거죠. 게이머의 자존심이랄까? (웃음)

 

 

 

강민 해설은 왜 못 올라갈까요? 

 

<롤>은 본인이 캐리해야 올라가는 게임입니다. 어느 티어나 마찬가지예요. 아주 간단하죠. 강민 형님이 ‘내가 2인분은 하는데 3인분은 못하겠다고 하시는데, 1인분도 못할 때가 많아요. <롤>이 1인분 하기 쉬운 게임도 아니지만 어떤 게임은 또 1인분만 해서 이기는 게임도 있거든요.

 

저도 다이아에서 더 못 올라가는 게 팀을 캐리하지 못해서예요. 형님이랑 정말 친해서 필터링 없이 말해요. “캐리하면 올라갈 수 있어! 못해서 못 올라가는 거야!

 

 

 

요즘 솔로 랭크 성적이 어떤가요? 

 

최근 탑 라인에 많이 가요. 정글은 재미가 없더라고요. 레넥톤, 쉬바나를 즐기는데 어떻게 아이디가 알려져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랭크에서 공격당할 때가 많아요. 부모님 안부를 묻거나, 그 매서운 공격들 있잖아요. 전 저항도 못 하고 가만히 있는 게 끝이죠. 죄송하다는 채팅도 못 해요.


그래서 프로게이머들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랑 다르게 아마추어랑 프로가 섞여서 게임하는 구조라 비교도 많이 당하고요. 게다가 <롤>은 누구나 상대에게 지적할 수 있는 게임이에요. 0/10/0 스코어의 유저라도 할 말은 있죠. 덕분에 싸움이 끊이질 않고요. (웃음)

 

선수들 나이도 어린 편이라 일방적으로 비교당하고 공격당하면 기분이 어떻겠어요? 제가 대회에서 지고 게임을 했을 때도 그랬고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성적이 안 좋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랭크 게임은 정말... 지옥입니다.

 

 

 

초식 정글의 대명사, 시즌 1~2 정글의 아버지 클템이 탑에 간다는 이야기는 사실이었다. 이현우 해설은 최근 정글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재미가 없다는 이유다. 탑에서 게임을 즐긴다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팀원들의 공격이 아주 매섭다고.

 

그래서 프로게이머들의 심정이 이해 간다고 한다. 나이도 어린 선수들이 반격도 못 하는 상태에서 당하기만 해야 하니 분한 마음이 얼마나 클지 알 수 있다는 것. 자신도 랭크 게임에서 이렇게 공격당하는데 선수들의 모습이 정말 안타깝다고 한다. 

  

 

 


이현우 해설은 롤챔스를 캐리하고 있다!
  

 

 

최근 해설자로 데뷔한 복한규, 정노철 해설이 사실상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데 이현우 해설은 시행착오가 적으셨어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전 솔직히 지금도 제가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까 기분 좋아서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데뷔할 때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기존 온게임넷 해설진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경기 VOD 보고 말하는 박자나 치고 들어가는 시간, 단어 선택 등을 눈여겨봤죠.

 

용어 준비도 많이 했어요. 잠도 잘 안 잤죠. 해설할 때 긴장을 많이 해서 엄청 떨어요. 오프닝 할 때는 심장이 쿵쿵 뛰고요. 아직도 적응이 잘 안 돼요. 이 긴장을 즐기려고 노력 중입니다. (웃음) 제가 에너지 드링크를 좋아해서 중계 때 5~6개씩 먹는데 다들 놀라더라고요.

 

징크스가 있는데 중요한 일이 있으면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해요. 다른 해설자들이 쉬는 시간에 간식 먹을 때도 전 가만히 있어요. 처음엔 스태프들도 챙겨주다가 요즘은 ‘넌 안 먹지? 이러면서 넘어가요. (웃음) 아무것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니까 경기가 딱 끝나면 죽을 거 같아요. 졸리고 배고프고 모든 피로가 몰려와요. 이때 자는 잠과 먹을거리가 정말 꿀 같아요. 제 몸한테 주는 휴식이니까요.

 

 


‘오대식 같은 차진 드립의 비결이 궁금해요.

 

제가 재미있게 사는 걸 좋아해요. 유머 있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그래서 드립적인 요소에 대해서 연구라면 연구를 많이 하는데 책도 많이 읽고, 개그 프로그램도 다 챙겨보고요. 그런데 ‘써먹어야지라고 생각해서 준비하면 재미가 없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몇 개 했다가 망한 사례가 몇 번 있고요. (웃음)

 

대표적으로 라이즈 쟁반짜장, 염색이 있죠.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때 너무 웃겨서 써먹었는데 진짜 재미없더라고요. 깔끔하고 재미있는 드립은 ‘어? 이거 괜찮네라면서 무의식에 넣으면 제때 딱 나오더군요. <롤>도 챔피언이 중요한 게 아니라 파일럿이 중요한 것처럼 드립도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밖으로 포장해서 꺼낼지가 중요한 거 같아요.

 

 

 

‘오대식 같은 차진 표현은 꾸준한 준비를 통해 탄생할 수 있었다. 관련 도서와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재밌다고 생각되는 건 잊지 않고 머릿속에 담았다. 작위적인 드립은 망하기도 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준비 끝에 성공한 사례들이 탄생했다.

 

이렇게 준비하는 그라면 앞으로도 웃음 폭탄을 기대할 만한 것 같다. 예상치 못한 그의 발언이 롤 챔스의 재미 중 하나라는 걸 부정할 팬이 이제 없을 것이다.

 

 


드립이 터지면 전용준 캐스터가 크게 웃던데 당황스럽지 않은가요? 

  

옆에서 웃음이 터지면 ‘아 이거 됐다. 터졌다 생각이 먼저 들어요. 가장 빠르고 냉정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거든요. 만약 정적이 흐르거나 조용히 넘어가면 망한 거죠. (웃음)

 

 


개인 방송이 해설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나요? 

 

만류귀종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모든 건 어차피 하나로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제가 지금 말을 하는 직업이고, 말을 하는 모든 자리가 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인터뷰도 저한테 도움이 될 거예요. 인터뷰할 때 말, 방송할 때 말, 개인방송 때 말, 친구들하고의 말 모두 다르니까요. 이런 게 다 모여서 지금의 제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8회 e스포츠 대상에서 인기상을 받은 이현우 해설.

 


최근 인기상도 받고 대세로 떠오르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솔직히 선수 시절보다 더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소통이 잘되고 있구나. 잘 이어가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재미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고민이에요. 다수를 만족하게 해야 할지, 소수를 만족하게 해야 할지 문제거든요. 소수를 무시할 수도 없고요.

 

이것 때문에 중계진이 세 명이라고 생각해요. 둘 다 분석이면 너무 재미없고, 둘 다 재미면 그것만큼 가벼운 게 없겠죠. 그래서 한 명이 분석하면 옆에서 재미있게 받아주고 가운데서 중심을 잡고요. 제가 편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옆에서 든든히 저를 챙겨주시는 두 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감사합니다.

 

 

 

선수 시절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CJ 시절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기가 있나요?

 

좋은 성적을 냈던 게 더 기억에 남긴 하겠지만, 모든 경기가 다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지나온 모든 과정이 소중하고 도움이 됐어요. 그때 했던 말도 다 생각나고 아직도 모든 게 생생합니다.

 

 

 

현역 시절 오더에 대해서 팬들이 전자두뇌, 마이크로 오더 등 평이 좋았어요.

 

제가 게이머를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성향이기도 합니다. 제가 어떤 게임을 해도 손이 기가 막힌 사람이 아니었어요. 상위는 돼도 최상위로는 못 올라갔죠. 문턱을 손 때문에 넘을 수가 없더군요. (웃음) <롤>로 따지면 플래티넘과 다이아에 걸친 단계라고 보면 되겠네요.

 

라이엇이 ‘이지 투 런, 하드 투 마스터라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롤>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접근해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가 되고 팀 게임 단계에서는 소통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대화가 없으면 팀을 뭉치게 할 수 없어요.

 

다행히 제가 맏형이고 애들이 따라줘서 오더가 잘 됐다고 생각해요. 제가 잘못된 판단을 해도 팀이 뭉치면 중간은 가거든요. 사실 100% 오더도 아니었어요. 팀의 허브 같은 역할이었죠. 대화의 중심. (웃음)

 

  

 

선수 시절에 팀원들을 어머니처럼 챙겨주는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힘들지 않았나요?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도전이었어요. 군대를 제대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인데 저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하고 부대끼면서 지내니 ‘하루가 참 고단하구나란 생각도 들었죠. 아주머니가 계셨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어요. 의지 반 타의 반이었죠. (웃음)

 

제가 또 정상적인 성격은 아니라서요. 몸이 편하면 너무 불편해요. 긴장이 풀리는 것 같고 남들한테 뒤처지는 것 같고요. 잠도 적게 자고 싶고 많이 자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고. 더 깨어있고 싶었어요. 그래서 힘든 생활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요.

 

 

 


선수 시절 팀원들을 챙겼던 이야기에 즐거워했던 이현우 해설.

 

 

팀원들을 챙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 제 꿈이 교사나 상담사였어요. 어릴 때 말을 못 하는 게 트라우마였거든요. 말을 더듬고 너무 못해서... 지금도 완치가 안 됐어요. 이걸로 너무 많이 놀림 받아서 저 자신에게 혁명을 시도했어요. 매일 토론 프로그램 챙겨보기, 무슨 이야기든 하기, 발표하기, 쓸데없는 주제로도 토론하기 등 엄청나게 많이 했죠.


이러면서 말하는 직업, 상담사나 교사를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제 직업도 이게 연결된 게 아닐까요? 예전 꿈 때문인지 몰라도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사회성 있게 바꿔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군대도 제대했고 사회경험도 있으니까 도와주고 싶었던 거죠.

 

항상 예의범절이라든가, 기본적 상식 같은 걸 알려주고, 정말 재미있고 보람찬 시간이었어요. 요즘 홍민기(매드라이프) 선수를 보면 그래서 기분이 좋아요. 원래는 하루에 한마디 할 정도로 내성적이었는데, 친해지고 말도 많이 걸고 하니까 점점 밝아지더라고요.

 

친해지기 힘들어서 처음에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웃음) 그런 걸로 화제를 돌리고 최대한 말을 걸었죠. 동생들을 도와주면서 얻은 것도 많아요. 이 행동 전부가 말하는 능력을 업시키는 요소라고 생각하니까요.

 


어떤 선수랑 제일 친했나요? 

 

제 입장에선 다 똑같은 동생들이었어요. 제가 형들한테 참 잘하는데 동생들하고는 살갑게 못 지내거든요. 그런데 CJ 동생들한테는 애정을 많이 쏟았어요. 제가 군대를 갔다 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것도 있고, 형 동생 간의 도리는 지켜야 한다고 많이 말해줬죠.

 

특히 예의범절에 주의해야 한다고 많이 이야기했어요. 이걸로 많이 혼내기도 했고요. 저는 잘못하면 감독 형한테 혼났습니다. (웃음) 가장 애증이 있었던 선수는 민성이(빠른별)였어요. 민성이랑 정말 많이 싸우고 걔가 대들기도 했고요.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군대를 갓 제대하고 MIG에 입단한 이현우는 맏형으로서 팀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린 동생들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예의범절’을 우선으로 가르치기 시작했고 혼내기도 했다. 

 

자신은 감독에게 혼났다고 한다. 이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MIG에서 CJ로 이어지는 동안 소속 선수들의 구설수가 거의 없었다. 창단 초기부터 노력한 그의 힘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을 혹사하면서 성장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토론, 발표 등을 하며 말하기 실력을 키웠다. 잠을 많이 자면 밀릴 것 같다는 생각에 잠도 포기했다. 덕분에 힘들었던 숙소 생활이 좋았다고 한다. 결국 선생님이 되고 싶던 이현우는 프로게이머를 지나 해설자가 됐다.

 

 

 

프로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언제 들었나요? 

 

처음부터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 되는 일 세 개가 있다고 하는데, 게임을 좋아하긴 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거든요. 막상 시작하니까 결과가 어떻든 너무 재밌더라고요. 맨날 연습도 하고 부대끼면서 지낼 수 있었던 원동력도 그런 이유 때문일 거예요. 그만두는 순간에도 충동적인 게 아니어서 후회 없었어요. 

 

 

 

1세대 게이머로 전향은 최초였는데 어떻게 결정하게 됐나요? 

 

이유를 뽑으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낸다는 말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거 같아요. 충동적인 은퇴도 아니었고 처음 프로게이머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성적을 내고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식의 계획이 있었어요.

 

 

 


계획적인 사람이라는 이야기에 표정이 진지해졌다.

 

 

계획이요?

 

제가 원래 모든 일에 계획을 세워서 움직이는 사람이거든요. 나름대로 순탄한 삶이었는데 프로게이머 자체가 정말 충동적인 결정이었어요. 당연히 계획에 없었고요. 처음에 건웅이로부터 제의가 왔을 때 부모님, 형들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봤죠.

 

중학생 때부터 모든 걸 혼자 하는 편이었어요. 제 나름대로 일탈도 했었고요. 사실 제 일탈이라는 게 밤새 PC방에 있던 정도였지만요. 그런데 부모님은 항상 절 믿어주셨어요. ‘널 믿는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말해주셨어요. 사실 프로를 결정할 때 부모님이 반대하셨으면 걱정이 많았을 텐데, 믿어주셔서 프로게이머를 시작할 수 있었죠.

 

 


팀을 나오면서 오더로서, 맏형으로서 뒤를 맡길 선수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셨나요? 

 

상면이(샤이 선수)한테 많은 짐을 맡긴 거 같아서 미안해요. ‘이제 네가 맏형이고 중심 역할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은근히 감정적인 애라서 걱정이 돼요.

 

다행히 민기가 있어서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상면이가 불이면 민기는 물이거든요. 둘이 잘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원년 멤버도 둘밖에 없기도 하고요.

 

 

 

민기 선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요즘 민기 선수에 대한 평가가 많이 떨어지고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프로란 정말 현실적이고 냉정할 수밖에 없는 세계 같아요. 그냥 여기가 성적을 내야 하는 곳이고, 그걸 못해서 들려오는 피드백과 질타는 어쩔 수 없죠. 솔직히 현재는 바뀌기 어려운 흐름이에요. 선수 입장에서는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플레이에 집중하는 게 좋겠죠.

 

그만큼 재평가도 빨리 이뤄지는 곳이라 한 번만 잘하면 돼요. 만약에 롤드컵 결승전에서 블리츠로 민기가 캐리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역시 세계 최강 서포터!라는 이야기 나오겠죠. (웃음)

 

 

 

한 번만 잘하면 된다!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가 주춤하는 이유가 급변하는 메타 때문일까요? 

 

민기 선수를 떠나서 팀이 성적을 내려면 모든 라이너가 자기 역할을 다 하고, 그걸 바탕으로 시너지를 내야 합니다. 성적이 안 좋다는 건 라이너들이 제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예요. 예를 들어서 SKT에 페이커 이상혁 선수만 있었으면 이렇게 강팀이 되지 못했겠죠. 모든 선수가 잘 받쳐주고 잘하고 있는 거예요.

 

<롤>은 정직한 게임이거든요. 지는 팀은 라인전의 문제거나 한타의 문제가 쌓이고 쌓여서 무너지는 거예요. 실력이 부족하면 티가 날 수밖에 없어요.

 

 

 

결국은 연습이 답이겠네요. 

 

‘운칠기삼이라고 하죠? 연습 안 하는 팀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 비슷한데 상승할 시기를 잡는 게 다를 뿐이죠. 어떤 팀원과 만날지 모르니 운도 작용하고요. 이런 게 겹쳐졌을 때 팀마다 기회가 온다고 생각하는데 잡는 팀과 못 잡는 팀이 차이가 나는 거죠.

 

기회가 왔는데 성적을 못 내면 그 타이밍이 지나서 오랫동안 저조한 성적을 내겠죠. SKT는 기회가 왔을 때 잡았고 이후에 주어진 것도 모두 잡았어요. 진인사대천명이죠. (웃음)

 

 

 

팬들은 티어 점수와 랭킹으로 아마추어와 프로를 비교하고는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프로 중에 솔로 랭크에서 못했던 선수는 아무도 없어요. 1위 출신도 있고, 아마추어 때부터 날렸던 사람들이 지금 프로에 있는 거예요. 지금 상위 랭커 중에 프로에 도전했다가 떨어진 사람도 많고요. 저부터도 선수 시절엔 2위도 해봤습니다. (웃음)


또, 프로 게이머에게 랭크 게임은 ‘바람 쐬기 같은 거예요. 일반 랭크 유저가 멘탈이 무너지면 쉬러 노멀 게임에 가죠? 프로들은 연습 후에 피로를 풀러 랭크 게임으로 갑니다. 그렇다고 대충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연습은 모든 신경을 다 쏟아야 해서 피곤하지만 랭크 게임은 그 정도는 아니라 마음이 편한 거죠.

 

물론 랭킹을 위해서 열심히 하는 선수도 있지만, 대회 전략도 있고 연습처럼 할 순 없죠. 평소에 궁금했던 전략도 시도해보고요. 채광진(피글렛) 선수의 ‘프로에게 랭크란 연습의 장이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프로랑 아마추어를 같은 위치에 놓고 비교하는 거 자체가 실례라고 생각해요.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거든요. 아마추어도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당연히 있겠지만, 프로는 올인한 사람들입니다. 위에 말한 것처럼 프로에게 랭크 게임은 휴식처 같은 곳이고 주 무대는 스크림이죠.

 

팀마다 다르겠지만 스크림 비중이 솔로 랭크보다 낮은 곳은 절대 없어요. 팀 단위 훈련이 훨씬 중요하다는 뜻이죠. 솔로 랭크 횟수가 줄어드니 랭킹도 당연히 떨어지고요. 이런 상황에서 전 프로, 또는 준프로, 아마추어와 현 프로를 비교하면 선수들이 힘들 수밖에 없겠죠. 전 이런 얘기 자체가 무섭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인가요?


아마추어는 아직 ‘열어보지 않은 상자 같은 느낌이죠. 열어서 제2의 페이커가 나올 수도 있고 평범한 사람이 나올 수도 있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마음가짐 자체가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입니다. 프로는 정말 올인한 사람들입니다. 

 

 

 


프로 시절을 거쳤던 이현우 해설이 말하는 프로와 아마의 큰 차이는 마음가짐.
 

 

 

메타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한국, 유럽, 북미로 메타가 나뉘는데 어디가 강하다고 생각하세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선수들이 다 그런 거 같은데,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그냥 잘해요. 개개인이 정말 그냥 잘한다고 보시면 돼요. 그게 최대 장점이고 곧 메타죠. 유럽 쪽 선수들은 굉장히 창의적이라 새로운 챔피언 발굴도 잘하는 편이에요. 이게 장점이죠.

 

북미는 이렇다 할 장점이 없다고 봐요. 이것저것 짬뽕된 상태죠. 흔히 북미잼이라고 하는데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메타가 수입되기도 하고 수출되기도 하는데 왜 한국 메타는 고정됐다는 인식이 강할까요?

 

<롤>이 정답이 없는 게임은 맞지만, 범용성 좋은 픽은 있어요. 흔히 망해도 1인분은 한다는 챔피언들이죠. 이런 부류는 누가 해도 강하고, 잘하면 더 강해요.


근데 특이한 픽은 못하면 안 좋고, 잘해도 거기서 거기죠. 여기부터 두 부류의 기회비용 차이가 엄청나요. 망해도 1인분 하는 챔프가 있는데 굳이 망하면 죽도 밥도 안 되는 픽을 할 이유가 없는 거죠.


리신, 엘리스는 못해도 중간은 가요. 잘 다루면 더 좋고요. 아무무는 못하면 안 좋고 잘해도 비슷하죠. 또, 결정적인 이유가 있는데 해외 선수들은 우리랑 마인드가 달라요.

 

해외는 대회를 제외하고 선수들이 수입을 얻을 기회가 많거든요. 방송도 있고 기타 여러 가지요. 그래서 ‘내가 이걸 우승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적은 편이에요. 이런 상황이니까 이런저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거고요.

 

제가 많은 해외 선수들하고 말해봤지만 ‘목숨 걸고 한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그들에게 대회는 이름을 알리고 홍보하는 장일 뿐이죠. 이에 비해서 한국 선수들은 ‘여기에 올인! 이란 성향이 강하죠. 그래서 롤드컵도 우승할 수 있었고요. 아시아권 자체가 다 이런 성향이 강하다고 봐요.

 

 

 

그런데 이번 예선전은 메타와 반대로 특이한 챔프가 많이 나왔어요. 이현우 해설이 좋아하는 챔프가 나오기도 했는데 어땠나요? 

 

경기 전에 GGoole 선수한테 물어보니까, 한다고 해서 예상은 했는데 진짜 나와서 재미있었어요. 이런 연구나 픽 정말 좋아해요. 제가 이런 점에서 한국에 안 맞는 이단아였죠.

 

남들이 안 하는 쉔, 녹턴, 아무무 정글을 많이 했으니까요. 이게 단순히 재미있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장점을 찾아서 팀에 융화시켜서 승리로 가면 정말 짜릿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트런들 서포터도 정말 좋았어요. 기가 막히던데요? 롤 판에 있어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고 봐요.

 

 

 


롤챔스 예선에 등장해 큰 이슈를 몰고 온 트런들 서포터.

 

 

 

중요한 경기에서 특이 픽 때문에 진 적도 있는데 후회하지 않으세요?


특이 픽을 했던 걸 후회하지 않아요. 지금도 아무무 정말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무도 초반에 강해요. 위에서 망하면 1인분도 못한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궁극기만 잘 들어가면 1인분 충분히 해요.

 

문제는 비주류로 패배했을 때 오는 피드백이죠. 이기면 엄청난 결과가 기다리지만 그건 주류픽을 해도 비슷하거든요. 지면? 상상하기도 싫죠. 선수들도 감당하기 힘들 거예요. 바람이 있다면 언젠가 롤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아무무 같은 비주류 챔프가 활약했으면 좋겠네요.

 

 

 


최근에 스카너가 리워크됐는데 어떠세요?

 

많이 부족해요. 버프가 더 된다는데 아직 범용성 있게 쓰긴 힘들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스카너 쓸 바에 아무무를 쓸 거예요. 아무무도 안 쓰는 마당에 스카너가 좋아진다고 그렇게 쓸 거 같진 않아요. 대시 스킬 없는 정글러는 사장되는 추세라서요.

 

 

 

그럼 요즘 정글러 동향이 어떤가요? 

 

쓰기 나름인 거 같아요. 정령석 패치 전까지는 육식이 최고였던 게 맞아요. 리신, 앨리스 투탑 체제, 그 아래 몇 챔프. 지금은 마나 코스트 챔프도 부담 없이 정글이 가능해지면서 오공, 판테온 등이 쓰이고 있죠. 물론, 두 챔프도 초반에 강한 챔피언이긴 해요.

 

그.래.도 아무무 정말 괜찮아요. 뭐가 나와도 이상하진 않은 상황이지만요. 또 새로운 정글 챔프 등장 배경에 양 팀의 리신, 엘리스 밴 구도도 있어요.


제가 쉔 정글 쓸 때도 당시에 어떤 정글러랑 얘기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팀이랑 맞춰서 극대화되면 정말 좋은 챔피언이지만 쉬운 게 아니었거든요. 아무무도 팀이 받쳐줄 수 있으면 멋진 챔피언인데, 라이너 부담이 너무 크죠.

 

특히 요즘 같이 라인전이 중요해진 메타에 부담을 줄 수는 없으니까요. 리신, 앨리스는 망할 일도 적고, 편하고요. 아쉬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무무 정말 좋습니다!

 

 

 

아무무가 그렇게 좋은가요? 

 

아직 저한테 선수로서 남은 욕심이 있다면 아무무를 대세 챔프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거에요. 결승전에서 캐리하면 대세로 떠오르겠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정 챔피언이 검증되기 전까지 절대 사용하지 않아요. 우리나라의 약점이라면 약점이죠. 메타 수입은 잘하는데 창작이 없는 점도 그렇고요.

 

 

 

초록이슬 유저 팬아트 중

 

 

 

선수 클템은 아무무로 대변되는 사람이었다. 좋은 정글러가 많은데도 아무무를 사용했다. 아무무 외에 비주류인 노틸러스, 스카너, 쉔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그의 아무무 사랑은 멈출 줄 몰랐다. 아직 남은 선수로서 욕심이 있다면 아무무의 부활이라고 하니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되지만... 20분 동안 이어질 줄은 몰랐다. 필자가 정신을 차렸을 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아무무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시즌이 변할 때마다 게임이 달라지는데 해설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죠. 밸런스를 조절할 때 선수들 초청해서 많이 물어보거든요. <롤> 같이 챔피언이 많은 AOS 게임에서 패치가 늦으면 그만한 지옥도 없을 거예요. 매일 같은 조합, 같은 챔프, 같은 아이템이 나올 테니까요. 그래서 밸런스를 100% 맞추기도 힘들겠죠.

 

계속 수정될 수밖에 없어요. 전 세계의 피드백이 다 달라서 우리나라 의견이 반영되는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실력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한 선수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IM 전호진(라일락) 선수요. 북미 시절부터 인연이 있기도 하고요. 그 선수가 아직 어려서 계속 하는 건 맞지만, 너무 오랫동안 힘들어하는 거 같아요. 아직 비상하지 못했죠. 꼭 라일락 선수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1세대 게이머들이 다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이현우 해설은 전호진
(라일락) 선수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방송에 외치던 ‘아, 마지막 88리신 포킹되면 안 돼요!의 주인공이 정말 한 명 남았어요. 

 

관형이(삼성 하트)랑 대학교 동문이에요. 요즘 정말 잘하는 거 같아요. 확실히 나이가 좀 있으면 정글러나 서포터가 잘 맞는 거 같아요. 피지컬 보다는 맵리딩, 운영, 수 싸움이라 손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 리신 코스프레 같은 충격적인 관문 준비하고 있나요?

 

이번 롤드컵 때 한 번 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좀 쇼킹하게 운동을 열심히 해서 상의 탈의 리신 어떨까요? (웃음) 1절만 하라고, 2절 코스프레 했다가 안 좋을 수도 있어서 생각이 많습니다. 기회가 오면 좋긴하겠지만, 전처럼 좋은 기회가 온다면 하겠죠?

 

 

 

그의 흑(?)역사 

 

 

 

레이디스 리그 대리 논란이 있었는데 경기를 지켜보면서 어땠나요? 

 

많은 분이 착각하시는데 솔랭과 팀랭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는 거랑 경기장에서 하는 거랑 너무 다릅니다. 두 번째로 팀 랭크와 솔로 랭크가 너무 달라요. 골드 5명이 열심히 연습하면 다이아 티어 5명이 막 모인 팀을 이길 수 있을 정도예요.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대리 수준이라고 느껴지진 않을 겁니다. 대회장에서 본인 실력 50%만 나와도 잘하는 겁니다. 팀 연습이 부족했겠죠. 팀 게임이기 때문에 다이아1 유저가 무조건 그 실력이 다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랭킹, 티어와 경기장에서 선수 실력을 동일하게 생각하는데, 만약에 챌린저 1 ~ 5위가 팀을 짜서 나오면 우승할 수 있을까요? 전 16강에 올라가기도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예선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요. 솔로 랭크와 다르게 5:5 게임은 팀 훈련, 의사소통이 정말 중요합니다. 동일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외모 편중한 해설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어요. 동의하시나요?

 

경기, 대회마다 여러 가지 특수성이 있고, 어떤 식으로든 모두를 100% 만족하게 할만한 해설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밸런스를 가지려고 노력은 많이 했거든요. 정말 괜찮은 게임이 나오면 게임에 집중했고요. 어떤 해설을 봐도 게임 이야기가 떨어지면 드립을 치잖아요.

 

그런 느낌에서 외모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여성 선수들이니까 더 그랬겠죠. 전 지금 해설에서 가장 잡고 싶은 게 재미입니다.

 

너무 가볍지 않느냐는 얘기도 듣지만, 그게 제 색인 거 같아요. 마음 같아선 재미 외 다른 부분도 다 잘하고 싶지만... 쉽지 않네요. (웃음)
 

 

 

레이디스리그는 여러 가지 이야기로 화제였다.

 

 

 

요즘 선수 생명이 짧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초창기라서 그런 것 같아요. <스타크래프트>랑 비교하는 게 안 맞을 수도 있고요, 어떤 게임이든 정확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연히 은퇴나 다른 부분이 빠를 거라고 생각해요. 성적을 못 냈을 때 선수를 유지해줄 만한 장치도 없고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니고요. 초기라 어쩔 수 없죠. 판 자체가 작아요.


<스타크래프트>가 전무후무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등장하기 힘들겠죠. 10년을 보내고 판이 커지고 억대 연봉이 등장하고 몇만 명이 결승을 보러 가고요. 새로운 직업도 생겼죠.

 

이런 상대와 지금의 <롤>을 비교하는 거 자체가 맞지 않다고 봐요. 생명이 짧다는 것도 스타 프로게이머들의 생명과 비교한 건데, 앞으로 나올 e스포츠 관련 게임이 <롤>처럼 될 수도 있어요.


현재 선수들은 안정적이면서 좋은 대우를 받는 시스템이 아니니까 이쯤에서 그만하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죠. 모두가 다 같이 만들어 가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팬과 선수, 관계자 모두가요.

 

 

 

이현우가 생각하는 선수 생명의 시기는 ‘판단하기 이르다’였다. 비교 대상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10년을 넘게 인기를 끈 <스타크래프트>와 이제 막 시작한 <롤>은 어린아이와 어른의 차이라고 한다.  

 

앞으로 어떤 게임이 e스포츠에 등장할지 모르지만 전 게임이 너무 강력했을 뿐 지금<롤>의 모습이 표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식스맨 제도 때문에 선수 생명이 짧아졌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아요. 식스맨 제도가 없을 때는 ‘선수를 바꾸지 않아서 팀 성적이 그 모양이다라는 식의 의견이 있었고, 식스맨 있으니까 이것 때문에 팀 성적이 이 모양이다라는 말이 나왔죠. 결국, 식스맨 체제로 결과가 좋진 않아서 생긴 문제 같기도 해요. 어렵네요.

 


 

CJ에서 ‘저희 현우 형이 정말 필요해요. 돌아와 주세요라며 코치직을 권한다면? 

 

저는 안 그럴 거라고 믿어요. 상면이가 잘할 거예요. 리빌딩도 잘 된 거 같고요. 이제는 정말 애들이 열심히 해야겠죠. 비상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 건 있는 거 같아요.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과거 성적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해요. ‘우리가 4강 팀인데 이런 생각이 아니라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8강, 4강, 결승 한 계단씩 올라갔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어떤 해설자가 되고 싶으세요? 

 

엄재경 해설님이요. 지금은 선수 출신으로 맡아야 할 역할, 의무, 선수의 시각, 선수의 관점 같은 게 중요한데 제가 가고 싶은 방향은 엄재경 해설님 같은 거예요. 포장하고 스토리를 만들고 재미있게 하고요. 꼭 게임 내용이 아니라 외적으로 여러 이야기도 만들고요.


어떻게 보면 제 진짜 욕심은 엄재경 해설님 뿐 아니라 저만의 스타일, 드립, 재미죠. 여기에 분석과 해석을 더한 완전체가 되고 싶어요. 전용준 캐스터의 시청자 공감’도 합치고요. 드립과 재미와 분위기, 삼위일체죠. (웃음) 지금 하나만 해도 부족한데 다 잡으려고 하니까 어렵네요. 솔직히 잘 될지 모르겠어요. 아직 이런 해설자가 없었잖아요.

 

 

 


이현우 해설의 사인은 이벤트 상품으로 곧 등장합니다.



 

사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나누기 전 필자는 이현우 해설이 마냥 유쾌하고 개구쟁이 같은 모습일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필자가 만난 이현우 해설은 재미를 쫓는 개구쟁이가 아니었다. 나이에 비해 성숙한, 진지한, 이렇게 성공할만한 어른이었다.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고, 전 소속팀에 대한 애정도 깊었다. 

 

세 마리 토끼를 잡아서 ‘삼위일체를 완성하고 싶다는 이현우 해설. 그런 그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먼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팬으로서, 그가 프로게이머 시절 정글을 돌았던 시절에 그를 응원했듯이 해설자로의 행보를 다시 응원해야겠다.

 

 

 

요즘 사람 같지 않은, 그래서 너무 인상 깊었던 이현우 해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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