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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카페 운영은 본업, 퇴마는 부업? 마녀와 악마의 이야기 '아포가토'

카드로 캐릭터를 소환해 싸우는 역 타워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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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3-01-30 12:04:29

바야흐로 대카페의 시대다. 어느 골목에나 카페가 있고, 어떤 약속에도 커피는 빠지지 않는다. 추운 날씨까지 겹치니 "커피를 맛있게 하기 위해, 신은 겨울을 만들었나 보다"라는​ 일본 스타벅스의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커피가 우리를 가까워지게 할 순 있어도, 누군가를 치료할 수도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과 커피로 가까워지는 마녀 '아포가토'의 이야기가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낮에는 카페를 운영해 돈을 벌고, 밤에는 저주에 걸린 영혼들을 구하러 떠나는 게임 <아포가토>의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봤다.

 

 

장르: 역 타워 디펜스, 싱글 플레이 RPG

개발사: 비펀 스튜디오

배급사: 스파이럴 업 게임즈

플랫폼: PC(Steam)

출시일, 가격: 2023년 내 출시 예정, 미정

언어: 한국어 미지원(영어, 일본어, 중국어 간체, 중국어 번체 지원)

 

 

# 카드캡터 체리가 생각나는 전투

 

<아포가토>는 카드로 캐릭터를 소환해 전투를 이어가는 역(reverse) 타워 디펜스 게임이다. 카드로 캐릭터를 소환할 때는 펜타라는 별무늬 동전이 소모되는데, 펜타는 전투 맵에서 아이템으로 얻거나, 특정 적을 쓰러트리거나, 특정 캐릭터가 공격할 때만 얻을 수 있다. 

 

소환된 캐릭터는 격자 맵을 자동으로 움직이고, 플레이어는 교차로의 화살표 방향을 바꿔 이동 경로를 조정한다. 열쇠를 가진 캐릭터를 먼저 쓰러트려야 다음 구간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맵도 있다. 게임 시작 때 고를 수 있는 게임 난이도로 이지, 노말, 하드 모드가 있는데 노말 모드 기준으로도 전투는 쉽지 않은 편이다. 반자동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플레이어는 맵과 카드 텍스트를 오가면서 전략을 짜야 한다.

 

카드를 드래그해서 소환할 위치에 놓는다. 소환에는 펜타가 소모된다.

 

펜타는 별무늬 동전이 머리 위에 있는 적을 잡거나, 맵에서 획득하거나, 캐릭터의 특수 능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
 
타로카드처럼 생긴 카드의 디자인이나 힘(Strength), 세계(The World), 기병(The Chariot) 등 일반 명사를 카드 이름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애니메이션 <카드캡터 체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아포가토> 쪽이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전략에 집중한 전투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소환되는 캐릭터들은 공격, 방어, 체력 회복, 펜타 수급 등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펜타가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카드를 먼저 낼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먼저 공격할 타깃을 지정할 수도 있다. 클리어 제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우회하는 전술도 사용된다. 일부 적은 공격하기 전에 패턴을 미리 보여주기 때문에, 적절히 회피해야 한다. 그늘진 방향으로 이어진 숨겨진 길도 있는데, 스토리 진행에 중요한 '기억의 조각'이나 아이템 등이 있다. 

 

배치만 잘 하면 쉽게 승리할 것 같지만, 직접 플레이해보면 이동경로, 배치 순서, 회피 및 타깃 지정 등 생각보다 챙겨야 할 요소가 많아 전투 내내 손이 바쁘다. 한번 사망한 캐릭터는 코스트가 늘어난 채로 패에 돌아오기 때문에 다시 소환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캐릭터가 끝까지 생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클리어를 목표로 집중하다 보면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전투에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타로카드처럼 생긴 카드 디자인. 카드마다 특성이 뚜렷하고 전투 전후에 카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소환할 수 있는 카드도 늘어나고, 적도 많아져서 점점 어려워진다.

페이즈를 거듭하며 여러 차례 공격해오는 악랄한 난이도의 보스

 

 

# 독특한 설정과 흡인력 있는 스토리

 

주인공 '아포가토'가 대악마(archdemon) '메피스타'와 팀을 맺어 퇴마를 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첫 전투는 자신을 괴롭혔던 아이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아오이'를 구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포가토가 고생 끝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도 아오이는 거절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첫 번째 보스전에 패배하면서 아포가토의 의식은 흐려진다.

 

해당 전투에 지면 시간이 되돌려지는 연출이 나오고, 아포가토와 메피스타가 카페를 열기 하루 전부터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건물주인 '닥터 데이브'에게 월세를 내고 빈털터리가 된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카페 운영에 더 집중하는데, 매일 찾아오는 손님들과 대화하며 이 마을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나가게 된다.

 

주인공인 마녀 아포가토(좌)와 악마 메피스타(우). 아오이를 구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복수를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아오이. 아포가토가 구해주려 해도 거절한다.

첫 보스전이 끝난 후 카페 창업 하루 전으로 아포가토와 메피스타의 이야기는 돌아간다.

 

카페에 찾아오는 첫 번째 손님은 '나탈리'라는 작가다. 과거엔 기자였지만 이제는 블로거, 고스트라이터로 일하는 그녀는 이 마을에 저주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진 두 학생이 있었다는 도시괴담을 들려준다. 마을엔 실제로 악마의 저주를 받은 인물들이 곳곳에 있어서 위치 비전(Witch Vision)을 사용해 고통받는 영혼을 찾아내는 사이드 퀘스트로 이어진다.

  

또한 아포가토의 옛 친구인 마녀 '세라'도 카페에 찾아온다. 한 도시엔 한 명의 마녀만 있어야 하는 룰이 있기 때문에, 아포가토에게 본인의 도시에서 나가달라는 요청을 하러 온 것이다. 아포가토는 월세를 갚아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조용히 카페만 운영할 테니 이해해달라고 세라에게 부탁한다. 세라는 마을에 악마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있으니 그들을 처리하면 마을에 머무를 수 있게 해주겠다며 의뢰를 맡긴다.

 

도시괴담을 좋아하는 기자 출신의 나탈리. 혼수상태에 빠진 학생들의 이야기를 해준다.

위치 비전(Witch Vision)을 사용하면 악마에게 사로잡힌 영혼을 볼 수 있다. 메피스타도 악마라서 붉게 보인다.

아포가토의 옛 친구인 마녀 세라. 아포가토에게 퇴마를 의뢰한다.

 

피해자처럼 등장하던 아오이는 '아나'와 '베티'라는 친구들을 카페에 데려온다. 하지만 어째선지 따돌림당했다던 아오이가 이번엔 친구들을 괴롭히는 분위기로 보인다. 세라가 부탁한 퇴마, 나탈리가 언급한 혼수상태의 두 학생은 아오이가 전학 온 이후의 이야기들과 이어진다. 아포가토는 저주의 흔적들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듣거나, 물건을 찾아내 아오이가 겪었던 일들의 진실을 파헤친다.  

 

카페로 손님들이 찾아와 자신의 고민을 말하고 주인인 아포가토에게 해답을 구하거나 또는 여러 부탁을 하는 모습은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과 닮았다. 한편 아오이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과거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부분은 추리, 수사물을 떠올리게 한다. 악마를 쫓는 마녀 아포가토는 왜 대악마 메피스타와 함께 일하고 있을까?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로 이어질까?  

 

모든 퍼즐은 아오이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아포가토와 메피스타는 학교에도 잠입하고

병원에 있는 혼수상태의 학생들도 만나러 간다.

여러 차례의 전투 끝에 찢어진 사진을 모아 기억의 조각을 찾은 두 사람. 이야기는 어디로 이어질까?

 

 

# 중독성 있는 말투, 괴상한 커피

 

한국어 지원이 안 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나누는 대화 안에서 캐릭터들의 말투가 살아있었다.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말습관이 있어서, 특정 말투를 반복하는데 이게 꽤나 중독성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아포가토는 "내 머리는 빨간색이 아니라... 마젠타색이라고요!"를 매번 외친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머리색에 대한 질문을 받기 때문에, 나중엔 아포가토 본인이 먼저 선수를 친다. "제 머리는 빨간색이 아니라 마젠타색이고요, 염색한 거 아니고 태어날 때부터 이 색깔이었고요, 이름은 아포가토예요!"

 

아포가토를 만나는 캐릭터는 모두 머리색에 대해 물어본다. 작가 나탈리와의 만남에서도

소심한 음대생 린제이와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파트너 메피스타는 자신이 대악마라는 것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버스 한 번 타면 차멀미에 끙끙 앓고, 불 꺼진 카페에선 스위치도 제대로 못 찾는 허당이다. 설거지를 맡기고 나가는 아포가토에게 "지옥엔 설거지 마법 주문 같은 건 없다고!"라고 화를 내는 귀여운 캐릭터다.

 

월세를 받아 간 닥터 데이브는 말끝마다 예쁜이(beatiful), 아가씨(lady)를 붙인다. 표정이나 말의 내용은 느끼하지 않은데, 말투 하나로 캐릭터의 색채가 짙어졌다.

 

아포가토가 설거지를 떠넘기고 나가버렸을 때 메피스타의 반응. 메피스타는 귀여운 허당 캐릭터다.

예쁜이, 아가씨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닥터 데이브

 

소심함을 극복하겠다고 찾아온 음대생 린제이는 자신을 알바생으로 써달라고 애원한다. 손님들을 대하면서 사회성을 회복해 차후 자신의 음악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고 한다. 특유의 우물쭈물 망설이는 모습을 반복되는 말줄임표나 대화 도중에 겁을 먹고 도망가는 모습 등으로 보여준다.

 

세라는 까칠한 성격이지만, 오래된 친구답게 아포가토를 유일하게 '아피'(affie)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친밀한 사이다. 퇴마나 조사를 부탁할 때도 "난 널 이 마을에서 쫓아낼 권리가 있거든?" 같은 대사로 콧대를 세운다. 하지만 까칠한 말투와는 달리 월세를 낸 후 빈털터리인 아포가토에게 착수금까지 지급하는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들의 조합도 재미를 유발했지만, 말도 안 되는 커피 레시피도 실소를 터트린다. '플레임 스트라이크'라는 커피는 에스프레소에 고추기름과 얼음을 넣어 완성한다. 주인공 아포가토는 전부터 커피에 소질이 있었다는 설정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 괴상한 플레임 스트라이크를 내밀어도 아오이를 비롯한 손님들은 맛있게 마시는 모습이 나온다. 일부 캐릭터는 "늘 마시던 걸로 부탁해" 같은 주문을 하기 때문에 취향을 외워둬야 한다.

 

세라는 까칠하게 굴지만 아포가토에게 휴대폰으로도 계속 연락한다.
 
에스프레소에 고추기름과 얼음을 넣어 만든 플레임 스트라이크. 왜 맛있게 마시는 거지?

 

아오이는 카페에 와서 자꾸 콜라를 찾는다. 커피의 미래는 콜라 커피라는 그녀

 

 

# 그래서 이 게임 재미 있나?

 

스팀 페이지의 설명처럼 전략적인 전투와 카페 운영의 재미를 기대하고 왔다면, 의외로 플레이타임의 6할 이상은 캐릭터 사이의 대화와 스토리 전달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하지만 스토리가 다음 전투의 목표와 방향성을 잡아주는 매력적인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긴 대화도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전투는 전략적인 재미와 긴장감을 확실히 갖추고 있었다. 깔끔한 카드 디자인과 독특한 시스템은 어려운 난이도에도 다음 도전을 이어갈 원동력이 되어줬다. 카페 운영 또한 손님의 특성을 커피를 주문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흥미를 유발했다. 스토리와 세계관을 즐기는 유저에겐 망설임 없이 이 게임을 추천한다. 재미가 반감되긴 하겠지만 스토리 스킵 기능도 있으니, 전투만 즐기는 플레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비펀 스튜디오(Befun Studio)에서 개발하고 스파이럴 업 게임즈(Spiral Up Games)에서 배급하는 <아포가토>는 2월 28일까지 데모 플레이를 지원하며, 정식 버전은 2023년 내 출시 예정이다. 커피와 퇴마를 매개로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마녀 아포가토와 악마 메피스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게임의 출시를 천천히 기다려보는 것도 좋겠다.

 

아포가토와 메피스타가 따라간 아오이의 기억은 학교 옥상 사진이었다.

아오이는 복수의 마음을 버리고 악마에게 팔아넘긴 영혼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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