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선보이는 신작 <LLL>, 단연 이번 지스타 2023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LLL>은 AAA급 오픈월드 슈팅 게임을 지향하는 게임으로 <리니지 2>, <블레이드 & 소울> 개발을 이끌었던 배재현 부사장의 씨드(Seed)가 개발 중이다. 그간 MMORPG로 일가를 이룬 엔씨소프트로서는 도전적인 장르의 게임이라 이를 만하다. 엔씨소프트는 MMO와 슈팅 게임을 결합해 다른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30분 분량으로 마련된 지스타 체험 빌드에서는 서울, 정확히는 삼성역 사거리 일원을 배경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에이전트의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다. 서울을 '오크시티'로 만들어버린 '오크'들을 무찌르며 지하주차장의 성화를 활성하고, 시스템을 해킹하며, 블록체인 암호를 풀어 방주를 공격하려는 오크들을 저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게임쇼 빌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LLL>은 달라진 엔씨소프트를 의미하는 '성화'가 될 만하다.
이번 지스타에서 <LLL>은 PC로 시연된다. TPS 경험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자연스럽게 앉고(c), 뛰고(L shift), 쏠 수 있다(좌클릭).
낙하 대미지가 없는 <LLL>의 첫인상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폭넓은 기동성이었는데, 플레이어는 더블 점프를 하거나 전진(w)을 연타해 대시를 할 수도 있었다. 대단히 다양한 무브먼트를 지원하지만, '과열' 요소가 있어 게이지가 차면 일반적인 이동밖에는 할 수 없다. 따라서 무한정으로 더블 점프를 날리며 허공을 답보하는 플레이는 불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좋은 파츠를 장착해 과열이 빠르게 식는 버프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지스타에 다양한 플레이 이력의 게이머들이 자연스럽게 게임의 핵심 요소를 둘러보고 갈 수 있게끔 몇 가지 장치를 두었다. 플레이어의 적인 '오크'들이 플레이어를 때려도 계속해서 자동 힐이 들어가기 때문에 거의 무적 모드로 폐허가 된 SF 강남 세계를 구경할 수 있다. 오픈월드 형태로 구성된 서울의 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독특한 경험이다.
<LLL>의 오픈월드에는 코엑스, 현대산업개발 사옥, 봉은사, 세븐 스타 럭 카지노을 오마주한 건물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으며, 뒷골목의 주택가까지 꽤 높은 구현도로 세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30분 동안 맵을 돌아다니며 여러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오크들의 침공에 의해 군데군데 파괴된 모습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과거 엔씨소프트는 <LLL>의 세계 구현을 위해 3D 배경을 꼼꼼하게 스캔했다고 전한 바 있다.
엔씽(NCing)에서 한 차례 공개된 적 있던 지하철 공간과, 탈것은 지스타에서 체험할 수 없었다. 여담이지만 넥슨의 생존게임 <낙원>도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훗날 둘을 비교하는 것도 꽤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이 강북이라면, 엔씨는 강남이다.
슈팅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건플레이에서는 '하이퍼 슈팅 게임'와 밀리터리 타입으로 대표되는 리얼리티 슈팅 사이의 접점을 찾으려 노력한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시간 관계상 총기류의 모델명은 확인하지 못했는데) 저격총에는 탄도학이 구현되어 거리 계산이 필요했으며, 특정 범위가 넘어가면 샷건은 아예 쓸모가 없었다. 반동 역시 꽤 엄밀하게 구현되어 있었기 때문에, 소총을 들고 '우다다다' 돌격하는 플레이 또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보다는 은폐와 엄폐, 후술할 택티컬 기어(Tactical Gear)를 조합해서 거리를 둔 싸움을 펼치는 편이 이로웠다.
필드에서 파밍되는 탄의 종류가 'mm' 별로 달랐던 것으로 보아서 총마다 맞는 탄이 다르게 설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스타 빌드에서는 굳이 수급에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 만큼 꽤 넉넉한 탄을 제공하고 있다. 또 몇몇 오크와 대형 몬스터 '파워로더'는 장갑을 착용하거나 방패를 들고 있어서 특정 부위를 피하거나, 장갑을 깨야만 제압이 가능하다. 대미지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UI 상에서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장갑이 부서지는 것과 몬스터의 반응을 보면서 플레이해야 한다.
Q와 Tab을 눌러 사용되는 택티컬 기어는 특수 스킬에 해당한다. 에너지 실드로 방패를 만들거나 직사로켓을 발사하거나 적을 얼려버리는 스킬을 상황에 맞춰서 사용할 수 있다. MMO를 지향하는 <LLL>의 세계에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존재하는데 지스타 빌드에서 다른 플레이어는 경쟁이 아닌 협력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함께 오크를 무찌르고, 다른 플레이어를 위해 방벽을 쳐서 지켜주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또한, 플레이 초반 캐릭터 생성 과정에서는 <LLL>에 복수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있고, 수트의 타입도 여러가지인 것이 확인된다. 군중 제어기를 가진 '펠릭스', 범용성을 갖춘 '카이우스', 방어형의 '아스클라스', 빠른 속도의 '제레온' 등의 수트가 준비됐으며, 플레이어는 그 중 원하는 수트를 골라 전장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30분 분량의 빌드에는 '이디스'라는 여성 캐릭터가 잠자던 요원 '토르센'을 소환하고, 신참 요원 '루셀'과 함께 오크로부터 미사일 관련 설계 도면을 탈취하기 위해 서울로 텔레포트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크에 맞서 지하주차장과 컨테이너 사이에서 바삐 몇 가지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금세 시연 시간이 종료된다. 시연 빌드이기 때문에 보라색 벽으로 어떤 구간 너머서는 가지 못하게 막혀있었다.
맵에는 플레이어들의 미션 진척에 따라서 오크들이 생성됐으며, 루트슈터처럼 파츠를 모으고 장착하면서 강해지는 오크에 대응할 수 있었다.
<LLL>의 이야기는 단순히 혼자서 게임을 하는 것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게이머들이 월드에서 행하는 행동들이 더해지는데 게임에서 파란색으로 나타나는 이벤트는 월드 전체에 울리는 이벤트로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월드에 속한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엔씨소프트의 설명에 따르면, <LLL>은 '대체 역사' 설정으로 플레이어는 특정한 사건에 의해 뒤틀린 역사를 만나게 된다. 게임의 공간적 배경으로는 ‘파괴된 서울’, ‘10세기 비잔티움’, ‘23세기 미래’가 등장한다.
MMORPG라는 장르로 무수히 많은 드라마를 써온 엔씨소프트, 이번에는 어떤 MMO 슈터로 어떤 드라마를 만들 것인가? 게임의 완성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단서는 대략적으로나마 지스타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