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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리뷰] 준수하지만 흡인력이 부족한 성장 '창세기전 모바일'

성장, 전략 경험은 괜찮았지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4-01-10 18:30:15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는 진정 <창세기전>다운 게 무엇인지에 대해 반문하게 만들었다. 플레이어들은 어떤 기대감으로 이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게임은 어떤 답을 내줬을까.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가 드디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회색의 잔영>이 데모 버전의 혹평을 딛고 일어나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재미를 보여줬던 것처럼, <아수라 프로젝트> 또한 지난 CBT 이후 플레이 경험 전반을 보완했다. BM을 개선하며 뽑기 확률이 높아져서 CBT 때는 얻지 못했던 전설 캐릭터도 무과금으로 여럿 뽑았고, 최적화 등 환경이 보완된 것을 체감했다. 


그러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창세기전>은 모바일게임에 잘 어울리는 IP인가? 개발사 미어캣게임즈는 이번 <아수라 프로젝트>를 시리즈 기존 팬이 아닌 유저도 빠져들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들었을까? ​향후 업데이트 과정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출시 초기 플레이 경험은 전략과 성장의 '재미'는 있는데 게임에 몰입할 '매력'이 부족한 미묘한 모습을 보여줬다.


게임 출시 시점 또한 마찬가지다. 오리지널 스토리가 일부 있긴 하지만, 메인 스토리 텍스트는 <회색의 잔영>과 같기 때문에, 두 게임이 서로 손해를 보는 측면도 있다. (기자는 최근 2달 사이, '영광의 홀' 탈환 등 동일한 도입부 스토리만 5~6회 이상 봤다.) 그래서 <회색의 잔영>을 한 유저라면 <아수라 프로젝트>'도' 해야 하는지, <회색의 잔영>을 안 해본 유저라면 <아수라 프로젝트>'만' 해도 괜찮은지 궁금할 것이다. 


<회색의 잔영>에서 재미의 상승 변곡점에 해당했던, 라시드가 빙룡을 만나는 장면 이후까지 <아수라 프로젝트>를 플레이하며 느낀 바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가 1월 9일 정식 출시됐다.


# 확보한 첫 번째 '재미': 전략적인 전투


일단 '편하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영역이지만 <회색의 잔영>을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아수라 프로젝트>의 전투 경험이 훨씬 간소하고 편리하다고 느낄 것이다. 격자 타일 위에서의 턴제 전투라는 SRPG의 특징은 공유하고 있지만, <아수라 프로젝트>는 적을 터치하기만 해도 공격을 하거나, 자동으로 다음 아군 캐릭터의 행동 선택 순서로 넘어가주는 등 '편의성'이 돋보였다. 


<회색의 잔영>에서는 각 캐릭터의 행동 종료 시점에 서있는 '방향'을 지정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선택으로 주어진 반면, <아수라 프로젝트>에서는 '방향' 선택이 없다. 하지만 그 덕분에 더 빠른 전투 진행을 맛볼 수 있다. <회색의 잔영>에서는 방향 선택 및 공격 범위에 따른 '협공'이 강조됐다면, <아수라 프로젝트>에서는 협공 외에도 확률적인 추가 공격이 존재했다.


출시 전부터 눈길을 끌었던 카툰 렌더링 그래픽은 전투 연출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냈다. <회색의 잔영>과 달리, <아수라 프로젝트>에서는 일반 공격 및 스킬 공격을 하면 적과 1대1로 합을 주고 받는 전투 연출이 동반된다. 스킬 연출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보는 맛도 있다. 그리고 일부 전설 캐릭터만 사용할 수 있는, <창세기전>의 아이덴티티 '초필살기'는 별도의 컷씬 연출로 화려함을 더했다.


다만, 이 전투 연출이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단일 타깃을 대상으로 한 공격 및 스킬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별도 연출이 없는 범위 공격 스킬들이 상대적으로 빈약해보였기 때문이다. 실전성 또한 눈에 보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들이 서로 1~2개 타일의 간격을 둔 채, 각개 전투로 덤벼오기 때문에, 어중간한 범위 공격은 효율성이 높지 않았다. <회색의 잔영>에서 범위 공격 스킬이 '만능'에 가까웠던 것과는 상반되는 설계다.


SRPG답게 격자 타일 위에서 펼쳐지는 턴제 전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투 연출은 준수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약한 힐러 캐릭터의 일반 공격 연출이 이 정도다.

별도 연출이 없는 범위 공격이 오히려 심심해보인다는 게 단점인데,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전에서도 범위 공격만 고르지 않게 하는 까다로운 전투 디자인을 보여줬다.
적과 장애물 배치가 공격 범위에서 절묘하게 어긋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편의성의 연장선에서 <아수라 프로젝트>에는 자동 전투와 소탕과 같은 기능이 있다. 다만, 게임의 전반적인 난이도는 절대 낮지 않아서, 아군 캐릭터 레벨과 적의 레벨이 동일하다면 수동 전투로 꼼꼼하게 전략을 짜야 승리할 수 있다. 단순히 적을 전멸시키는 것 외에도, 몇 턴을 버티거나, 특정 타일 영역 및 캐릭터를 수호하고, 목표 지점까지 아군이 도달하는 등 승리 조건도 ​다양해서 머리를 잘 써야 한다.


또한 스토리 모드 3~4장부터 전투가 까다로워지는데, 아군 '힐러' 캐릭터와 필드 위의 '특수 타일'을 적극 활용해야 아군 사망을 막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공격력, 방어력을 올려주거나,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특수 타일이 있는데, 힐러 캐릭터의 회복 범위 밖에 있거나, 단일 캐릭터로 싸워야 하는 이벤트 전투 등에서는 타일 효과 없이 이기는 게 불가능하다. 일반 전투에서도 힐러 활용을 못하면 무조건 사망하는 구조다.


캐릭터의 특성 및 패시브 스킬이 주는 영향력도 큰 편이다. '일지매' 캐릭터는 전투에서 적을 처치하면 2턴 동안 '분신술' 효과를 얻는데, 적이 공격할 때 분신이 대신 맞아주며 캐릭터는 인접한 빈 타일로 이동한다. 전설 캐릭터인 '칼스'는 전투 중 한 번 사망 위기에서 주변 적들에게 피해를 주며 35% 체력으로 부활하는 패시브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전투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이런 특성들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장비가 가진 영향력도 크다. 전설 캐릭터의 전설 등급 전용 무기가 아니더라도, 영웅 등급의 방어구 세트 효과 중에서도 '전투(턴) 종료 후 체력이 50% 이하일 때, 최대 체력의 10%만큼 회복'처럼 실전성이 높은 것도 있었다. 레벨 업, 장비 강화 같은 기본적인 스탯 성장 외에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플레이어가 유리하게 설계된 게임이다.  


단순 수치 변화 외에도, 캐릭터의 특징이 반영된 패시브 스킬도 있었다. 전투에서의 영향력도 크다.
일지매의 패시브 스킬에는 적의 공격을 대신 맞아주는 분신술 효과가 있다.


전설 캐릭터 칼스의 패시브에는 '부활'이라는 강력한 특성이 있다.

장비 세트 효과도 영향력이 크다.(턴이 끝날 때마다 10% 회복은 작은 양이 아니다.) 
설계가 촘촘해서 텍스트를 꼼꼼히 읽는 사람이 유리한 게임이다.

# 확보한 두 번째 '재미': 익숙한 성장 문법

앞서 프리뷰 기사에서 자세히 소개했던 것처럼, <아수라 프로젝트>는 다양한 구성으로 콘텐츠를 분리 배치했다. 메인 스토리는 챕터 및 스테이지 단위의 간략한 연출과 전투로 진행된다. 동일한 월드맵에서 조금 더 어려운 난이도의 '미션' 스테이지로 들어가면 사이드 스토리를 즐길 수 있으며, 캐릭터 클래스 성장을 위한 랭크업 재료와 전직을 위한 전직 재료를 획득할 수 있다.


각종 재화 및 재료를 수급할 수 있는 서브 콘텐츠는 8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시즌제로 진행되는 비동기 PVP 콘텐츠 '격투대회'를 제외하면 모두 PVE 전투 기반 콘텐츠다. 얼마나 많은 적을 쓰러트리는지, 얼마나 잘 방어하는지, 적이 도망치기 전에 죽이기도 해야 하는 등 보상을 얻는 조건이 서브 콘텐츠마다 조금씩 다른데, 유독 난이도가 높았던 '마장기전'을 제외하면 전투 경험은 전체적으로 비슷했다.


요일마다 보상이 두 배가 되는 세부 항목도 있고, 이미 클리어한 단계의 보상으로 '소탕'도 할 수 있어 콘텐츠 설계는 일반적인 모바일게임의 문법을 따른 것이 눈에 띈다. 공통적인 입장 재료 중 하나인 '빵'(행동력)이 다소 부족했던 것을 제외하면, 재화 수급 및 사용의 밸런스도 잘 맞는 편이었다.


서브 콘텐츠만 8가지나 된다. 각각 획득할 수 있는 재화가 다르다.


다른 콘텐츠는 일반적인 스토리 모드에서의 전투와 비슷했으나, 마장기전은 유독 높은 난이도를 보여줬다. 
같은 19레벨이지만 아군 칼스의 체력은 1,137이고 적군 마장기 야누스의 체력은 16,692다.

<아수라 프로젝트>에는 재화 종류가 많다.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개별 콘텐츠 및 성장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타이밍에 대한 교통정리는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각성 및 강화 재료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데, 마찬가지로 필요할 때 개별적으로 수급하면 되는 구조다.

프리뷰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빵'이 부족한 순간이 있었다. 다행히 충전 가격은 비싸지 않은 편이다.

# 놓친 첫 번째 '매력': 스토리텔링 및 몰입감

서문에서 언급했듯 기자는 <아수라 프로젝트>에서 '재미'는 느꼈지만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먼저 출시된 <회색의 잔영> 리뷰에도 '스토리텔링' 즉 연출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했는데, 오히려 <회색의 잔영>의 연출이 훨씬 낫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아수라 프로젝트> 스토리 연출의 9할 이상은 쿼터뷰 시점에서 캐릭터들이 나누는 대화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CBT 때보다 캐릭터 이동 모션이 약간 빨라졌는데, 캐릭터들이 뛰거나 걷는 모습이 다소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빨라서 '병정 놀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올린이 출정을 하거나, 라시드가 빙룡을 만나는 등 중요한 순간에는 별도의 컷씬이 있었지만 매우 드물었다.


<창세기전>의 스토리는 다소 뻔하긴 해도, '감정'의 고저차가 크고 서사에 '반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아수라 프로젝트>에는 캐릭터의 표정을 보여줄 수 있는 흔한 클로즈업 연출이 부족해, <회색의 잔영>과 거의 동일한 텍스트와 풀 더빙 연출을 가지고 있음에도 감정적으로 몰입하기 어려웠다


또한 하나의 챕터가 10~14개 가량의 스테이지로 분할되어 있어, 스토리를 소화하는 흐름이 계속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 <아수라 프로젝트>는 성장 경험을 촘촘하게 분할해 설계해뒀는데, 이로 인해 몰입감이 깨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스토리 4장 5스테이지의 적이 19레벨이라서 막혔다면, 미션, 서브 콘텐츠 등을 깨며 레벨 업을 하고 다시 와야 하는 구조인데, 그 사이에 스토리에 대한 기억이 희석되는 식이었다.


대부분의 연출은 이렇게 쿼터뷰 시점에서 대화를 지켜보는 방식이었다.

캘리퍼와의 대치 장면. 카메라 워크가 바뀌는 경우가 제한적으로 등장했는데 이것도 '병정 놀이'처럼 느껴지는 때가 많았다.


G.S와 로카르노 대치 장면. 클로즈업이 되어도 표정을 보기엔 역부족이었다.

도입부의 이올린 출정이나, 라시드가 빙룡을 만났을 때 나온 연출처럼 성의를 표시한 부분이 더 많았어야 한다.
<회색의 잔영>과 직접 비교하는 것에는 콘솔과 모바일이라는 체급 차이를 고려해 줄 수 있지만,
요즘은 연출 좋은 모바일게임도 많은 게 현실이다.

# 놓친 두 번째 '매력': 뽑고 싶은 캐릭터

캐릭터를 뽑기로 얻는 게임에서 캐릭터의 매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듯이 인간들의 전쟁, 신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창세기전> 스토리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대부분 진지한 남자 캐릭터다. 이들이 원작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었는지, 얼마나 강력한지 아는 기존 팬이라면 "베라딘은 뽑아봐야지", "난 원래도 칼스를 좋아했어"와 같은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신규 팬들은 어떨까? '매력'을 느낄까?


밸런스를 위한 일종의 너프도 마찬가지였다. 원작에서 압도적인 힘을 보여줬던 캐릭터들이 이번 <아수라 프로젝트>에서는 강력하긴 하지만 압도적이진 않은 수준으로 조정되었고, 초필살기 또한 범위 및 위력의 측면에서 원작보다 다소 활용도가 낮아졌다. 특정 캐릭터의 초필살기가 좋아서 뽑고 싶을 사람을 고려하고, 전투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초필살기의 위상이 조금 더 높아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캐릭터 하나를 성장시키는 데 꽤 많은 재화와 시간이 들어가는 것도 장벽이었다. 5명으로 구성된 하나의 고정 스쿼드를 성장시키는 것만으로도 재화가 빠듯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뽑아도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 유저도 있을 것이다.


여러 캐릭터를 산발적으로 키우는 것을 장려하지 않는 디자인은, 스토리 모드에서도 눈치챌 수 있다. <회색의 잔영>에서는​​ 사망 또는 실종으로 하차하는 캐릭터의 착용 장비를 돌려주면서 캐릭터 목록에서 제외했던 반면, <아수라 프로젝트>에서는 개별 캐릭터 서사에 상황 설명만 추가될 뿐 계속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우던 캐릭터를 원활히 활용하라는 배려이기도 하지만, 서사와는 배치된다.


아직은 '흑태자'가 등장하지 않은 상황인데, 픽업 캐릭터로 가장 강력한 흑태자가 등장한 이후 또한 문제다. 그 때는 기존 팬들조차 다른 캐릭터를 더 뽑을 원동력을 잃을 수 있다. 오리지널 프리퀄 스토리 '네메시스'와 신규 캐릭터도 차후 등장한다고 하니, 그 때는 '매력'이 어떻게 보강될지 지켜봐야겠다.


<아수라 프로젝트>는 캐릭터, 장비 픽업 뽑기도 존재하는 뽑기 기반의 SRPG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듯이 <창세기전>의 서사는 진지하고 처절한 편이며, 남자 캐릭터들이 더 많다.


CBT 이후로 뽑기 확률이 상향되어
무과금으로도 여러 전설 캐릭터를 뽑을 수 있었다.

원작에서의 캐릭터 위상을 모르는 신규 유저들에게도 이 캐릭터들이 어필이 될지는 미지수다.


칼스의 초필살기 아수라파천무. 범위는 넓지만 위력이 원작처럼 '압도적'이진 않았다.


▲ 위력과는 별개로 초필살기 연출은 준수한 편이다. 론칭 이후 플레이한 <아수라 프로젝트>에서는 

<창세기전> IP의 강점인 '스토리'보다는 '전투'에 힘을 더 실어줬다는 느낌을 내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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