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28일, <아이온>의 4.5 업데이트가 라이브 서버에 적용된다.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신규 직업 기갑성 외에도 새로운 어비스 랭크 산정 시스템인 ’명예 포인트’(이하 GP)가 처음으로 도입된다.
GP는 공성전이나 전장 등 PvP 콘텐츠를 통헤 얻을 수 있다. 획득한 명예 포인트는 1성장교 이상 랭크 산정에 사용되며, 계급에 따라 매일 일정량씩 보유 중인 포인트가 차감된다.
어비스 랭크의 산정 기준이 바뀌자 가장 먼저 우려를 표한 것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장교 이상, 특히 총사령관과 사령관, 대장군 등의 고 랭크 유저다. 5성장교부터 총사령관 까지의 계급은 일일 GP 차감량이 높아, 매일같이 그에 준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어비스 계급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이에 각 서버의 총사령관과 사령관 계급 유저들은 한 곳에 모여 GP 업데이트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이들에게 당면한 문제는 과도하게 높은 GP 차감량으로 인해 하루라도 게임을 쉬면 어비스 계급이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와, 그렇게 어비스 계급이 내려갈 경우 현재 착용하고 있는 어비스 아이템이 사용 불가로 바뀐다는 점이다.
디스이즈게임에서는 회의를 주관한 트리니엘 서버 마족 총사령관 ‘솜콩’ 유저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회의에는 19개 서버에서 총사령관, 사령관, 대장군, 장군 등 총 27명이 참여했으며, 솜콩 유저는 이들을 대표해 인터뷰에 응했다. 당장 28일로 다가온 4.5 업데이트에 대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GP 시스템은 찬성, 하지만 과도한 GP 차감량은 조절 필요”
랭커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GP 차감량이다. 매일 일정량의 GP가 차감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그만큼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5성장교 이상 계급의 GP 차감량이 과도하게 많다는 것이다.
현재 공개된 시스템에 따르면 1성장교에서 4성장교 까지는 하루에 차감되는 GP가 17~102 안쪽이다. 5성장교에서 사령관까지는 300~358 안쪽, 총사령관은 하루에 498씩 GP가 차감된다.
▲ 계급별 차감 GP. 랭크가 높아질수록 많이 떨어진다.
반면에, GP 획득처는 매우 한정돼 있다. 카탈람 공성전은 성공 시 100~300, 어비스 삼중도 공성전은 성공 시 100~200을 얻는다. 카탈라마이즈 공략 시 50점, 요르문간드 진격로와 격전지 카마르는 최대 50점, 철벽의 결전장은 승리 시 150점을 얻는다. 가장 획득 점수가 높은 영광의 투기장도 최대 보상이 300점이다.
또한, 공성전과 투기장, 전장에서 얻는 점수는 고정 수치가 아니라 승패/공적에 따라 좌우되는 수치다. 공성에 실패하거나 전장에서 팀이 패배할 경우엔 절반 정도의 점수밖에 얻지 못한다.
4성장교 이하 저랭크에 있는 유저라면 투기장이나 전장 1~2개만 플레이해도 GP 차감량을 메우고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지만, 고랭크 유저는 매일 접속해 모든 공성전과 투기장, 전장, 던전을 플레이해야만 겨우겨우 차감량을 회복하는 수준인 것이다.
▲ 4.5 업데이트 후 GP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 승패 여부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회의 참여하신 분들만 해도 현재 총사령관~대장군 랭커 중에는 젊은 사람보다 연세가 있으신 분이 많아요. 당연히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분들도 많고요. 시간상으로 보면 전장이나 공성전은 아예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거만 빠져도 하루에 얻는 GP보다 차감량이 더 많아지는 거죠.”
솜콩 유저는 그렇게 설명하며, ‘같은 콘텐츠를 동일하게 즐겨도 고랭커는 무조건 따라잡히게 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GP 시스템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고랭커의 GP 차감량에는 어느 정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분명 랭커 중에는 게임을 접거나 잠수만 하는 유저도 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랭크에 진입해 열심히 플레이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 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도 모두 찬성합니다. 단지, 상위 랭크에서 플레이하는 유저는 차감되는 GP를 그날그날 회복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힘들어요.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가장 큰 문제는 지금 당장 착용할 아이템이 사라지는 것”
‘좀 더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어비스 랭크 시스템에 대해서는 그들도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위 랭커가 모여 회의까지 진행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대장군/총사령관 전용 ‘어비스 아이템’이다.
현재 특정 계급 전용 어비스 아이템은 해당 계급이 유지돼야만 착용 및 사용할 수 있다. 요구 계급 밑으로 떨어진다면 해당 아이템은 착용이 해제되고, 요구 조건을 맞출 때까지 착용할 수 없게 된다.
▲ 대장군/총사령관 이상만 사용 가능한 아이템. 계급이 내려가면 사용할 수 없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대장군 전용 아이템과 총사령관 전용 아이템이다. 기존에 해당 아이템을 구매했던 대장군 이상 랭커들은 기존의 랭크 산정을 기준으로 장기적인 랭크 유지가 가능했기에 각 아이템을 구매해 강화 및 마석, 복합마석 세팅을 끝낸 상태다.
아이템 강화와 복합작에 소모되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랭커 중에는 여유분 없이 전재산을 투자해 아이템 세팅을 마친 유저도 많다. 그런데, GP 시스템 업데이트 후 어비스 랭크가 유동적으로 바뀌게 된다면 랭크에서 밀려나는 순간 해당 아이템도 착용 불가가 돼버린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AP 보유량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당분간은 추월당할 염려가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AP와 GP의 숫자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이 또한 안심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저희 서버(트리니엘)를 예로 들면 총사령관과 사령관 사이의 AP가 약 1,800만 정도 차이가 납니다. 대장군과 장군 사이의 AP는 100만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요. 다른 서버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입니다.”
▲ 트리니엘 서버 마족의 어비스 순위창.
“현재는 AP라서 천만 단위의 점수가 표시되는데, 이게 GP로 바뀌는 순간 1만 단위의 점수가 됩니다. 그리고 하루 차감량은 300~500 단위고요. AP로 친다면 10만 단위의 점수가 매일같이 차감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는 그렇게 설명하며 위에서 언급된 계급별 GP 차감량을 함께 예로 들었다. 하위 랭커는 하루에 몇 백점씩 GP를 모으며 치고 올라오는데, 상위 랭커는 힘겹게 GP 차감량을 메우거나 아예 떨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1만 단위의 GP에서 몇 백점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특히 대장군과 장군 계급은 순위 변동이 더욱 치열해 진다. 기존에도 100만 단위로 AP 차이가 있었는데, GP로 바뀌면 순식간에 격차가 좁혀지기 때문. 이 과정에서 대장군 전용 아이템을 사용 중이던 유저는 가장 먼저 ‘착용 중인 아이템을 잃게 되는’ 것이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어비스 계급이 유동적으로 바뀌는 시스템에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 랭커가 사용하던 아이템이예요. 한두푼도 아니고 전재산을 쏟아부으신 분들도 있는데, 이런 분들은 일이 있어서 하루만 게임을 쉬어도 착용 중인 아이템을 못쓰게 되는 위험에 노출되는 거예요. 게임에 접속해도 랭크 유지가 쉬운 것도 아니고요.”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씩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상위 랭크에 진입하고, 그 보상인 랭커용 아이템에 거금을 쏟아서 강화와 복합작을 모두 끝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템이 단 몇일 게임을 쉬었다고 사용 불가가 된다면 어떨까요? 그게 저희가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 직장인 입장에서 하루도 빠짐 없이 공성전과 전장을 모두 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또한, 그는 ‘랭크가 내려가면 다시 추월하는 것도 무리’라고 덧붙였다. 대장군~총사령관 전용 아이템밖에 없는 상황에서 해당 아이템이 벗겨지면, 다시 랭크를 올리는 데 사용할 대체 장비 아이템이 없다는 것이다. 빈손에서 새로운 무기를 얻고 다시 거금을 들여 강화를 하거나, 아예 게임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그들은 ‘기존 어비스 랭크 시스템에 맞춰 총사령관/대장군 아이템을 구매한 유저에게는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어비스 랭크가 GP 기준으로 쉽게 바뀌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자신들도 금방 사용 불가가 될 랭커용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강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차라리 랭커용 아이템이 대여 아이템처럼 강화나 마석 장착이 불가능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이미 강화랑 복합작으로 비용은 그만큼 들어갔고, N샵에서 강화 보조제도 많이 구입했죠. 그런 상태에서 아이템이 무용지물이 되는 겁니다.”
▲ 차라리 강화 비용이 들지 않는 임시 아이템이었다면 충격도 덜했을 것이다.
■ “원하는 것은 단기적인 보상보다 시스템적인 개선”
회의에 참여했던 랭커들의 의견을 요약하면 ‘상위 랭커의 GP 차감량 감소’와 ‘사용 불가가 되는 랭커용 아이템에 대한 보상’으로 압축할 수 있다.
특히 후자는 당장 상위 랭커들에게 직면한 문제다. 일일 GP 차감량을 매일같이 회복하지 않으면 착용 중인 아이템이 벗겨지는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업데이트가 되면 사령관 세트 처럼 저랭크용 아이템으로 바꾸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상위 랭커들이 오히려 다른 어비스 아이템을 맞추기 힘들다며 한숨지었다.
“대장군이나 총사령관 계급이 되면 AP에 민감해져서 공성전에 나서기 쉽지 않아요. 공성 필드에 나가는 순간 ‘일점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현재 고랭커들은 오히려 저랭커에 비해 훈장도 부족한 편입니다. 어비스 아이템이 아니면 아예 인던용 무기나 혈투셋밖에 남지 않고요.”
“그나마 공성에서 덜 죽으려면 수호신장 변신이 필요한데, 이건 패치를 통해 소모되는 씨앗 갯수가 10배로 뛰었습니다. 총사령관은 수호신장 변신 한 번에 AP가 5만씩 들어가요. 이렇게 되면 누가 변신을 하겠나요.”
▲ 정작 상위 랭커가 되면 AP 관리 때문에 공훈 훈장 등을 모으는 플레이가 어려워 진다.
솜콩 유저는 ‘현재 상위 랭커에게 1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착용 중인 아이템에 대한 보상’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랭크만 내려가면 다시 랭크를 올리기 위해 엎치락 뒷치락 할 수 있지만, 가진 장비가 랭커용 아이템 뿐인 상황에서는 한 번 랭크가 내려가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이다.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어떠어떠한 아이템을 달라는 것도, 상위 랭커 자리에 계속 있게 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착용 중인 대장군/총사령관용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거나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원합니다. 그리고 상위 랭커의 GP 차감량 역시 장기적으로 볼 때 확실한 개선이 필요하고요. 어비스 랭커 역시 똑같은 유저입니다. 일방적인 박탈보다, 좀 더 합리적인 개선책을 요구합니다.”
▲ 단기적인 아이템 보상보다 개발팀과 유저간의 소통, 시스템 개선을 요구한 솜콩 유저.
그는 인터뷰를 통해 GP 시스템의 개선과 현재 어비스 랭커에 대한 보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어비스 랭크 진입의 장벽을 낮춘 업데이트를 환영하지만, 이를 위해 기존 랭커를 ‘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아이온> 정식 서비스 이후, 어비스 랭킹 산정 시스템이 바뀌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유저들은 기존 시스템에 맞춰 AP를 유지했고, 기존 시스템에서 랭크 유지가 가능했기에 랭커 전용 아이템을 구매해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랭크 산정 시스템이 크게 바뀐다. 어비스 순위가 기존보다 빠르게 교체되는 탓에 랭커 전용 아이템의 수명도 기존과 달라진다. 기존에는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던 아이템도 이제는 급격한 순위 변화에 따라 금새 사용 불가가 될 위험이 있다.
분명 각 종족의 전투에 기여한 유저가 그만큼 혜택을 받고, 보다 많은 유저에게 장교 랭크 진입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GP는 가치 있는 업데이트다. 하지만, 그 뒷편에서 불편을 겪는 유저의 목소리 또한 경시해서는 안된다.
보다 유저들과 소통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것. 큰 변화를 맞이하기에 앞서 작은 부분부터 해결할 수 있는 개발사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