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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하루] 게임개발자와 코스프레어의 데이트 방법?

haru 2006-11-21 13:05:56

인터넷의 장난으로 두번이나 길게 쓴 글을 날려먹고 엄청난 인내심으로 글을 쓰는 H양. 내가 생각해도 자랑스럽다. ㅠㅠ

 

 

수많은 연인들은 사귄지 한 달이 넘으면 비슷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데이트를 할 때 뭘 해야 하는걸까."

 

매번 영화나 쇼핑, 수다를 떠는 것도 이젠 지루하고..

여행을 계속 갈 수도 없는 노릇이며 야구장이나 스포츠센터도 지루하다.

대체 어떠한 새로운 걸 해야할 지 참 난감할 때가 많다.

 

이런 보통의 연인들에 비해, 성향이 비슷하다는 건 축복이었다.

게임 개발자와 코스프레어.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두 사람.

보통의 연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데이트 방법에 두 사람이 동시에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하는 다른 여러가지 데이트 방법이 더해지게 된다.

심지어는 메이드까페도 같이 갈 수 있구나!! 후후훗.....

 

 

 

 

게임 개발자는 정말 바쁘다.

 

아니. 정말 빈 말이 아니라 정말정말정말정말!!!!!!! 바쁘다.

결혼하고 난 후에는 그 바쁨을 더 실감할 수 있다...

오죽하면 주말에도 일을 한다고 나가서 나와 놀아주지 않고 있는가...

(덕분에 나는 키보드를 벗삼아 사과를 깎아먹으며 미친 듯이 두드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연애 시절동안에도 평일에는 만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주말커플...

나도 학교 일이나 코스프레 일이나 개인적인 일로 바빴기에 딱 맞았지만...

가끔은 교문 밖에서 기다리는 다른 친구의 애인을 볼 때 부럽기도 하더라..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오히려 더 우리에게 좋았던 것 같다.

자기 할 일 하면서 주말에 충실히 만나는 것. 그게 오랜 관계 유지의 원천이었던 듯.

 

아무튼 그렇게 주말에 만나게 되면 우리는 같이 할 것이 참 많았다.

 

 

 

먼저 코스프레 행사도 같이 갈 수 있었다.

 

 

 

코스프레 사진사이기도 했던 그. 그리고 코스프레어인 나. 정말 완벽하지 않는가!!

 

보통 코스프레 행사는 공휴일이나 주말에 열리게 된다.

그래서 코스프레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애인으로 갖고 있는 사람은 주말마다 힘겹게 애인의 따가운 눈총을 물리치며 나오게 된다.. 애인을 데리고 오는 것도 한두번이지, 그 엄청난 동인정신에 애인이 질려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게 되기 때문...

심지어 다른 사람의 사진을 찍고, 다른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힌다는 걸 그 상대방이 볼 때,

 절대 고운 눈초리로 볼 수 없음은 당연한 것.........

이에 비해 우리는 늘 함께 같이 갈 수 있었다.

 

심지어는 동인지 행사에서 부스를 같이 내서 코스프레 사진과 코스프레 사진을 이용한 팬시를 팔아 짭짤하진 않지만 제법 괜찮은 수익을 내기도 했었지....

그 때야 코스프레가 쑥쑥 발전할 때였으니 괜찮았지만..

아마 요즘은 수익을 내기 힘들 것이다..

 

 

 

오락실에도 같이 가고 게임쇼도 같이 갈 수 있었다.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Y군이지만... 정작 난 사실 온라인게임을 그닥 하지 않는다....

(온라인보다는 콘솔..) 아마 이 것까지 같았으면 우리 둘이 길드를 이뤄 매일 온라인에서 만났을지도 모르지만...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것만은 같지 않았다.

하지만 둘이 데이트를 할 때 오락실을 같이 갈 수도 있었다!

주로 밖에 나가 있다가 같이 하게 되는게 아케이드 게임이라 오락실에 갈 수 있었다.

오락실에 가게 되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주로 했고.. (생각해보면 파라파라가 소개되던 초기에 엄청나게 했던 듯...) Y군은 철권이나 버츄얼파이터나 그 외 이것저것을 했다.

 

게임쇼에서도 나 역시 한동안 부스걸로 일한 적이 많았기에..Y군이 놀러오면 이것저것 같이 보며 늘씬한 부스걸언니들에 환호하기도 하고(...나는 미학을 사랑한다)

 

서점에 가서 만화책 쇼핑을 즐겨 하는 것도 물론이요...

 

어둠의 경로로 일드나 미드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다운로드받아

하루종일 보는 것도 물론이요...

 

 

 

 

하지만.......

하지만!!!!!!!!!!!

 

이렇게 비슷한 취미들을 갖고 있는 것에도 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더라...

 

어느날부터인가 Y군은 함께 행사장 가기를 싫어했다.

원래 항상 같이 붙어다니며 나는 사진을 찍히고, Y군은 사진을 찍고 돌아다녔는데..

 

어느새부터인가, Y군은 나의 짐돌이가 되어 있었다...

 

흔히 행사장에 가게 되면 코스프레어들의 짐이 큰 문제가 된다.

 

예전에는 물품보관소를 따로 두거나 외부인이 그다지 많지 않아 도난사고가 적었는데..

점차적으로 코스프레어들에 대한 배려가 적어지고 물품 보관소 설치가 불가능해지고 (사람들의 수가 많아진 데에도 원인이 있으리라) 외부인들이 많이 유입됨에 따라 도난사고가 발생하게 되어 예전처럼 짐을 한 곳에 두고 다닐 수가 없게 되었다.

 

실제로, 일본의 코믹마켓과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너무 너무 너무 !!! 많아서 물품보관소가 따로 없다...

짐을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본 코스프레어들은 캐리어를 끌고 다닌다. 

개인의 짐은 각자 개인의 책임. 조금만 잘못 놔두어도 짐들이 사람들 다니는데 방해가 되어 진행 도우미들이 도우미 부스 쪽으로 치워버리기도 하는데... 

사진 찍히기에 정신팔려 한참 있다 옆을 보면 어느새 내 짐이 사라져 있더라...

또한 도난 사고도 잦기 마찬가지.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짐을 챙겨 들고 다니게 되는 건 Y군이 해 줘야 했다...

 

게다가 언제부턴가 다른 사람들이 나의 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실에 불쾌해하게 되는 Y군.

조금이라도 노출이 있는 옷을 입으면 안절부절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찍으러 다니지도 않았다.

 

정말 그 마음은 이해한다=_=...

 

여자친구가 그렇게 옷을 입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찍는 걸 좋아하는 애인이 어디있겠는가.

그래서 나도 마음껏 코스프레하기도 불편하고 Y군도 마음이 불편하고..

결국은 행사장에 같이 오게 되는게 점차 뜸해지더니..

최근에는 행사장 끝날 시간에 맞춰서 오게 되었다.

 

 

 

 

그리고 오락실!!!!!!

 

파라파라의 격렬한 유행이 끝난 후.. 언제부터인가 나는 오락실에 가기 싫어지게 되었다.

 

Y군은..

오락을 하게 되면 심하게 몰두하게 된다.....

 

게다가 못하는 편이 아니라 돈 100원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게임에 지기 싫어하는 나는 고수들에게 눌려 몇번 버티다 결국은 지기 일쑤고..

(나는 특히 대전게임에서 막타 권법을 자랑한다...=_=) 

자존심도 상하고 상처입은 나는 게임에 몰두해버린 Y군에게 밀려나 부뚜막 신세가 되다보니

점차 오락실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게 되었다.

 

정신을 오락기에 빼앗긴 채 옆에 있는 여자친구는 잊어버리는 모습을 보면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ㅠ0ㅠ

 

그나마 데이트 게임으로 제격인 팝픈뮤직이나 Easy to DJ와 같은 게임이 아니면

 난 정말 오락실에서 찬밥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성향이 비슷하다보니 결혼 후에도 함께 하는 것이 많은 우리들.

 

역시 너무 똑같을 순 없더라도 적당히 비슷하며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가장 좋은 커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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