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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베트남] 게임회사가 오토를 돌려준다

베트남 Vinagame 브라이언 펠즈 인터뷰

임상훈(시몬) 2007-05-24 22:27:05

지난 해 말부터 정부가 게임 플레이 시간에 대해 제재를 시작했다. 특정 게임을 하루 3시간 이상 하면, 경험치와 아이템의 증가량이 평소의 50% 수준으로 줄어든다. 5시간이 지나면 경험치와 아이템 등을 아예 획득할 수 없다.”

 

정부의 입김이 절대적인 베트남이므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에 대한 대응이 더 놀랍고 황당했으니까요.

 

이 규제 때문에 우리 게임 유저들이, 세 시간이나 다섯 시간 이후 다른 게임을 한다. 이런 유저 이탈을 막기 위해, 5시간 플레이 이후 유저가 별도의 돈을 내면, 회사에서 캐릭터를 대신 돌려준다. (오토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유저가 직접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므로, 평소의 경험치/아이템 증가량이 그대로 적용된다.”

 

베트남 마이너 게임업체의 꼼수가 아닙니다. 베트남에서 제일 잘 나가는 게임회사(Vinagame)의 전략입니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긴 유일한 나라입니다. 또한 한국 게임이 1등을 못해본 유일한 동남아 국가이기도 하죠. 미국은 베트남에게 졌지만, 한국 게임은 베트남이 아닌 중국 게임에게 1등 자리를 내줬습니다.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중국 킹소프트의 <Swordsman Online>(검협정연). 20056월 베트남에서 최초로 오픈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게임으로 이후 줄곧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Swordsman Online>의 선전은 한국과 대만의 <리니지>, 중국의 <미르의 전설 2>, 태국 등 동남아시아의 <라그나로크>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 고전인 <마케팅 불변의 법칙>(알 리스 지음) 22가지 마케팅 법칙 중 으뜸인 더 좋은 것보다는 맨 처음이 낫다카테고리(the law of leadership)에 적용되는 물건인 거죠. (최근 <Swordsman Online> 1위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게임은 <오디션>입니다. 같은 책의 두 번째 법칙인 ‘the law of the category’에 해당하는군요.)

 

사실 <Swordsman Online>보다 먼저 잘 나간 게임이 있었습니다. 웹젠의 <>는 정식 서비스 전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게임이었죠. 정식 서버가 아닌 사설 서버를 통해서였지만요. 이런 열기를 보고 베트남 유수의 기업들은 <> 정식 판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때 작은 벤처였던 Vinagame은 베트남 최대의 IT업체인 FPT 텔레콤에게 졌죠. 대신 중국 쪽으로 눈을 돌려, <Swordsman Online>의 판권을 확보했고, 그 뒤 최초로 오픈베타와 상용화를 시행한 거죠.

 

<Swordsman Online>에 나오는 아이템을 들고 있는 Vinagame의 CEO 브라이언 펠즈. Vinagame의 타이틀 중 <First Myth>(킹 소프트)가 <Swordsman Online>에 이어 가장 호응이 좋다고 합니다.  

 

<> 2005년 베트남에서 오픈베타 테스트를 시작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지만, 높은 기대만큼 큰 반응을 이끌지는 못했습니다. 낮은 사양이나 쉬운 플레이의 성공 요건은 충족했지만, 프리(Free, Private, Pirate) 서버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대신 해킹이나 프리서버에 대한 방어막이 상대적으로 철저했던 <Swordsman Online>이 선두를 치고 나간 거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자료를 보니, 동시접속자 수가 12만 명이나 되더군요.)

 

Vinagame CEO Bryan Pelz'해킹에 대한 한국 회사들의 낮은 관심'을 아쉬워했습니다.

 

“<> <Swordsman Online>은 모두 베트남 게이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둘 다 쉬운 게임이고 사양도 낮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한국 게임들은 해킹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실명인증 같은 절차가 없이 선불카드를 쓰므로, 해킹의 위협이 크다. 따라서 중국 게임들은 해킹에 대해 철저히 대처한다. 반면 주민번호 등으로 실명인증을 하는 한국에서는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베트남에서도 실명 인증절차가 없다. 이런 부분에 잘 대비한 게 중국 게임 <Swordsman Online><>보다 더 앞으로 나간 큰 이유 중 하나다. 요즘도 이런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 중국 게임과 달리 많은 한국 게임은 별도로 보안시스템을 추가 구입해야 한다.”

 

이 외에도 그는 문화적 요인을 한국 게임이 중국 게임에 밀렸던 주요 이유로 꼽았습니다. 소재의 측면에서는 무협 풍의 중국 게임들이 베트남 유저들에게 친숙하고, 플레이 스타일의 측면에서는 오토 프로그램을 활용한 빠른 레벨업이나 PK 선호 등이 중국과 베트남 유저들의 공통점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제가 호치민시티 인터넷 카페에서 봤던 상당수의 <Swordsman Online> 유저들은 오토프로그램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글 머리에 언급된 Vinagame의 회사지원 오토프로그램도 한국 게임업체나 게이머들의 정서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것이고요.

 

이왕 나온 김에, 좋은 소리 안 나올 것 알면서도, '한국과 중국 게임업체들의 차이'에 대해 더 물어봤습니다.

 

한국 게임업체들은 계약 요금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몇몇 게임업체들은 초기 계약금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함께 게임을 성공시키려는 노력보다 '치고 빠지려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반면 큰 업체들은 만나기도 힘들다. 기술을 전수하기보다 모든 것을 직접 하려고 하고, 많은 부분을 간섭하고, 한국의 승인을 받으라는 식의 접근방법을 보일 때가 있다.”

 

물론 이런 목소리는 베트남 게임업체의 입장입니다. 한국 업체 입장에서는 당한 경험이 있다면 당연히 보안에 신경을 쓸 수 있습니다. 주력 시장이 아니므로 큰 관심을 안 기울이는 것도 크게 탓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결과, 중국 게임이 1등을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서는 중국 개발사의 영향력과 위상이 높다고 하더군요.

 

 

화제를 바꿔 '베트남 게임시장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작년과 재작년 행사장에서 두 차례 만난 Pelz CEO 3D MMORPG의 붐업을 예상했습니다. 한국에서 <리니지> 이후 <리니지2>가 떴듯이, 베트남에서도 <Swordsman Online> 이후 무협풍의 3D 게임이 뜰 것이라고 판단했던 거죠. 하지만 이번 만남에서는 그의 생각은 바뀌어 있었습니다.

 

인터넷 카페 컴퓨터의 사양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 1시간 평균 이용요금이 3,000 Dong( 174) 정도 하므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쉽지 않다. 그래서 3D 게임이 성공하려면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계속 <Swordsman Online>이 선두에 있을 것으로 본다. 이에 비해 캐주얼 게임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 귀여운 스타일의 <오디션>이 여성 유저들을 모았고, 그래서 시장이 더욱 커졌다.”

 

넥슨의 <비엔비>3월 말 런칭한 그는 향후 캐주얼게임 포털을 런칭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무래도 <오디션>의 영향이 큰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디션> 덕분에 유저층이 확대됐으므로, 이 유저층을 끌어들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겠죠.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한국 게임업체에 아쉬운 점을 물어봤더니, 이렇게 외치더군요.

 

“High price, high spec!" (너무 비싸고, 사양이 높다!)


맑파람님에 의해 연재에서 이동되었습니다. (2008/02/18 11: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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