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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베트남] 포토스케치- 호치민 시내를 거닐며

임상훈(시몬) 2007-06-08 16:24:30

호치민시티는 샌프란시스코와 파리, 이스탄불과 함께 시몬이 동경했던 도시입니다. 도시가 이름을 딴 호 아저씨를 존경하는 까닭도 있고, 뮤지컬 <미스 사이공>과 영화 <굿모닝 베트남> 탓도 있습니다. 거기에 2003년 가을, 신문사 시절 유일한 휴가를 보낸 인연도 빼놓을 순 없겠죠. 턱없이 낮았던 물가와 새벽에 뒷골목을 혼자 돌아다녀도 아무 문제 없었던 안전함. 세상 때를 덜 묻은 순박했던 사람들. 아열대의 느긋함과 스콜 뒤의 개운함이 공존했던 거리.

 

그래서 다시 베트남을 가면서도 굉장히 부풀었습니다. 4년 전 배낭여행을 갔던 호텔을 다시 찾았고, 4년 전 그랬듯 정처 없이 호치민 시내를 그냥 걸어다녔습니다. 많이 바뀌었더군요. 게임과 관련된 내용도 있지만, 개인적 감상이 꽤 섞여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시몬

 

 

로빈 윌리엄스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굿모닝 베트남>(왼쪽). 꽤 오래 전에 봤지만 공군 라디오 DJ 로빈 윌리엄스가 프로그램 시작하며 외치던 굿~~ 모오~~~베트남과 구성지게(?) 울려퍼진 <What a wonderful world>의 사운드는 기억에서 지워내기 쉽지 않군요. 못 보신 분이라면 강추. <미스 사이공>은 <레미제라블>과 함께 시몬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입니다. 20시간 가까이 비행기 타고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이 물건을 보러 곧장 브로드웨이에 갔던 적이 있죠. 과유불급. 결국 졸았습니다. T_T 

 

 

4년 전 호텔 앞에는 소박한 쌀국수집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대형 쇼핑센터가 떡 서있었습니다. 나름 상전벽해. 그곳에 마스크를 사러갔죠. 그리고 이런 장면도 보게 됐습니다. 4년 전에도 김남주와 장동건의 포스터가 호치민을 장악했던 기억이 나더군요. TV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방송했는데, 제목을 잘...

 

 

같은 쇼핑센터의 2층에 오락실이 있었습니다. 오락실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나라 노래가 나오더군요. 자동반사적으로 고개가 돌려지고, 이런 장면이 있었습니다. <펌프잇업>은 그렇다치더라도, <고래고래>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락실 게임기는 일본의 중고품이 우리나라로 오고, 그게 한물 가면 동남아로 건너가는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경우는 일본은 생략한 채 우리나라 기계가 동남아로 흘러온 것으로 보이는데, 한류 음악(이정현은 베트남에서 난리죠.)의 덕도 조금 있지 않았나 추측해봤습니다. 

 

 

개방형(?) PC방 입구. 쇼핑센터를 나와 조금 걷다 보니, 이런 가게가 나오더군요. 좌석 20개를 갖춘 전형적인 호치민 PC방의 모습입니다. 주말 오전이어서 그런지 초등학생들이 많이 있더군요.

 

 

오락실 입구에는 이런 포스터들이 많이 붙어있었습니다. 바로 전 이미지에서는 입구 왼쪽에 <오디션>이 있었고, 여기선 <구룡쟁패>와 <비엔비>를 발견할 수 있죠. 그 외에 눈에 띄는 포스터는 <First Myth>인데, 오른쪽 사이드는 Vinagame이 장악하고 있군요.

 

 

20개의 좌석 중 10개 넘는 좌석에서 <오디션>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이 또래의 아이들이 앉아 있었죠. 주말 오전이라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베트남에 불고 있는 <오디션> 열풍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광경이었습니다. 리듬에 맞춰 거의 같은 타이밍으로 키보드를 탁탁 치는 모습이 참 귀여웠습니다.

 

 

비어 있는 PC의 바탕화면을 봤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우리나라와 달리 '야후'의 위력이 굉장히 강합니다. 포털로서의 입지가 확실하죠. 일본도 그렇고요. 바탕화면의 야후 메신저가 이런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줍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는 <실크로드>도 보이지만, 그보다는 'Vo Lam Truyen'과 'Phong Than'의 포스가 두드러집니다. 특히 같은 이미지가 세 개나 있는 아이콘은 베트남에서 계속 1등이라는 <Swordsman Online>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같은 개발사/유통사(킹소프트/Vinagame)의 <First Myth)입니다. 'Auto'가 눈에 띄었는데, 이 PC방에서 <Swordsman Online>을 하던 3명의 유저는 모두 오토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Swordsman Online>동시접속자의 50% 이상이 오토라고 하던 베트남 게임업체 관계자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시내 중심가에 한국 사람이 만든 고급백화점 '다이아몬드 플라자'를 찾아갔습니다. 호치민 시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 중 하나죠. 4년 전에도 왔었고요. 거의 모든 층이 김남주 사진으로 도배가 돼있던 그때 한 매장에서 젤리 군것질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매장이 없더군요. 대신 명품 브랜드 매장이 가득했습니다. 베트남 현지인만큼이나 외국인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었고요. 그중 우리나라 분들이 가장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 투어에서 가장 많은 한국인을 스쳤던 곳입니다. 5층에는 이런 오락 시설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같은 오락기지만, 호텔 앞의 쇼핑센터 2층에서 봤던 그림과 많이 다르더군요. 베트남 오렌지족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호치민시티. 자전거와 씨클로가 지나던 거리를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메우고 있었습니다. 쌀국수집이 있던 자리엔 맥도널드와 KFC가 들어섰고, 호치민 동상 주변에 솟은 고층빌딩 1층의 일리와 글로리아진스에는 앉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외국인들이 늘었는데, 그 중 한국인들이 참 많다고 하더군요. 태국에 있는 한국 사람이 약 3만 명인데, 호치민 시티에만 5만 명 가량 된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 원인인지 결과인지 정확히 짚을 수는 없지만, 주식과 부동산이 폭등했습니다.

 

이 아경은 힐튼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바라본 호치민시티입니다. 사이공강에 배를 띄워놓고, 쌀국수와 세븐업을 마시는 일은 불가능해졌습니다. 대신 보드카토닉을 거푸 마셨습니다.


맑파람님에 의해 연재에서 이동되었습니다. (2008/02/18 11: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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