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 라피넬리입니다. 이번 5주년 특집 유저 인터뷰에는 따뜻한 분을 모셨습니다.
5년이라는 세월 동안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디스이즈게임을 사랑해 주신 분, 꿀벙이 님입니다. 마치 아버지가 아이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처럼, 그렇게 TIG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셨답니다.
그럼 한 가정의 따뜻한 아빠, 꿀벙이 님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1. 저의 닉네임은 '꿀벙이'입니다. 대학교 1학년, 숫기가 없던 촌놈에게 선배가 붙여 준 별명이랍니다. 지금 모습도 그 때에 비해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네요. ^^; 인터뷰는 처음인데, 서면 인터뷰라 다행입니다. 순발력이 없어서 대면 인터뷰였다면 무슨 얘기를 했을지 모르겠네요.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을 듯...
2. 지금은 '미국에서 외화벌이' 중이고요.
재작년에 박사공부를 마치고 현재 미국 CDC 산하 어느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열심히 벌면 외환위기 극복과 방지에 도움이 될까요?^^;
3. 집에서는 주로 '먹고, 자고, 애 봐'요. 요새 주당 60시간 정도 일하는 것 같네요. 집에 와서는 먹고, 자고, 와이프가 회사 가는 날은 제가 애를 봅니다.
4. 성격은 '수동적인' 것 같아요.
나서거나 자신감 있는 모험가형은 전혀 아니고 조심스럽게 사는 타입입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현재를 사랑하고 현재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특히 아들 지헌이에게 '지금' 잘하고 싶습니다.
아들 지헌이는 생후 1일 때도 귀여웠지만 대화가 가능한 지금이 백배 좋습니다.^^
5. 특기는 '프로그래밍'이랍니다.
특기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닌데, 제가 하고 있는 연구 중 몇 가지에서 모델을 프로그래밍해서 돌리기도 합니다. 제 분야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이력서에 꼭 쓰는 편이죠.
6. 취미는 '게임'이고요. 주로 스토리가 좋은 싱글플레이 장르의 게임을 좋아해요. 기억에 남는 게임이라면 <듄2> <디아블로2> <마비노기> 등을 꼽겠네요. 특히 <마비노기>에는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 처남과 같이 게임을 즐겼을 때 나오 피규어를 생일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처럼 아직도 책장에 있습니다. 세월이 지난 만큼 먼지가 좀 앉아있기는 하죠. 이사 때도 각별히 신경 써서 모셔온 피규어랍니다. 지금은 처남도 저도 모두 아이 아빠가 되어 더 이상 <마비노기>를 하지 못 합니다. 둘 모두 성인병을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죠. 하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될 것 같아요.
7. 친구들은 게임 '안해'요.
다들 시몬 반장 정도의 나이가 되다 보니, 먹고 살기 바빠서... 아, 한국에서 교수 하는 친구 하나는 대학원생들 하고 가끔 <카트라이더>를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벌써 몇 년 전이니 지금까지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8. 컴퓨터는 '항상' 쓰는 편이네요.
논문도 컴퓨터로 쓰고, 실험기기도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고, 모델링도 컴퓨터로 하니까요.
컴퓨터에서 게임을 마지막으로 시도한 건 얼마 전 <마비노기: 영웅전> 그랜드 오픈 때였는데 해외 유저는 차단되어 결국 못 했네요.
9. 컴퓨터가 안 될 때는 'TV에서 뉴스'를 봐요.
버뜨... 보통 인터넷이 안 되는 경우에는 케이블 TV도 같이 안 되더군요. 제가 사는 곳이 좀 시골이라 갈 곳이 없어요. 읽다 만 책들도 몇 권 있어서 시간이 문제이지 할 일은 많아요. ^^;
10. 내 글에 악플이 달리면 '신경 안 써'요.
제가 한참 글을 쓸 때도 제 의견은 본문에서 모두 피력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본문을 이해 못 해서 달리는 악플은 제 글솜씨의 한계라고 생각했고, 리플에 대한 리플은 최소화 하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다른 분들 글을 읽고 대오각성하여 제 정치적 소견이 바뀔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글을 써서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려고 들지 않습니다.
11. 게시판에서 낚이면 '게시물 조회수'를 봐요. 다른 사람들도 낚였으면 안도? (하지만 낚인 사람이 적다면 슬퍼지겠지요...)
12. 가끔씩 TIG에서 '아이들이 커가는 소리'를 들어요.
원래는 학교에서 활발히 작동해야 하는 기능인데요.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인터넷에서라도 자기 생각이라는 걸 정립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TIG의 앞에 가는 똥차 유저랍니다. 이제는 게임도 못 하면서(가까운 장래에도 할 가능성이 안 보여요) 왕년에 잠시 반짝 했다는 이유로 왕알에 금까지 가 있습니다. 하지만 유저 랭킹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신규 유저들이 추월해 가야 하는 똥차일 뿐이지요. ㅋㅋ
13. TIG는 5년 전에는 '작았어'요.
김학규 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이런 인터뷰는 얼마든지 한다고 해서 처음 오게 되었구요. 이용자 풀이 적었던 만큼 활발한 유저들이 쉽게 튈 수 있는 환경이었죠.
14. TIG의 5년 뒤는 '글쎄'요.
현재 게임회사들의 절반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불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게임이 적은 돈으로 오래 놀 수 있는 아이템이긴 한데... -_-a
일본은 90년대 이후 장기불황 속에서도 게임산업이 선전했지만 한국 게임산업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TIG는 잘 살아남겠지요.^^
15. 마지막으로 유저분들 '건강'하세요.
건강해야 게임도 할 수 있고, 건강해야 게임도 재미있고, 건강해야 게임을 할 돈도 벌 수 있고, 마지막으로 건강해야 게임을 좋아하는 이성친구 만날 확률이 높아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