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데, E3는 그게 힘듭니다.
행사 시간에는 구경하랴, 취재하랴, 인터뷰하랴, 게임하랴, 줄 서랴, 밥을 먹기 힘들죠. 행사장 내의 음식은 퍽퍽한 그저그런 류가 대부분이고, 행사장 밖으로 나가면 괜찮은 (비싼) 식당들이 있지만, 대부분 줄을 길게 서야 합니다. 그래서 TIG 출장 기자들은 점심을 굶기 일쑤죠.
대신, 저녁을 든든히 먹게 됩니다. 이 글은 행사장 밖에서 TIG 출장팀이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숙소의 컵라면은 제외됐고, 제가 없을 때 시켜 먹었던 기름기 줄줄 흘렀지만, 맛있었다는 '핏자' 이야기도 '패쓰'했습니다. 각 음식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므로 혹시라도 참조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simon :)
1. 처음 만난 음식 ★★☆
인터넷이 빵빵하다는 음마교주의 말만 믿고 예약했던 K타운의 숙소. 거기서 얻은 교훈. 음마교주의 이야기는 믿을 게 못 됨. (이에 대한 그의 변명, "5~6년 전에는 그랬어요.")
비행기에서 밥을 두 번 먹었건만, 배가 고팠던 출장팀. 그 곳에서 걸어서 1~2분 거리인 K타운에서 가장 큰 쇼핑몰, 갤러리아백화점로 감. 맨 위층(이래봐야 3층)의 푸드코트에서 한낮이 고른 음식. 코리아타운표 음식의 포스가 묻어남. 이름은 기억나지 않으나, 먹을 만했음. 나머지 고른 음식들은 그럭저럭 또는 으악이어서 사진 찍지도 않음.
여기서 얻은 교훈. 현지인의 검증을 거친 음식을 시킬 것.
E3 첫날 저녁, 급한 기사들을 넘기고, 또 넘기느냐 늦은 시간. LA의 왠만한 식당은 10시 전에 문을 닫는다는 소리에 덜컥. 한 곳은 마감 임박해서 포기. 주린 배를 안고 간 곳은 숙소 호텔 바로 맞은 편의 ‘만나 Korean BBQ’. 채식주의자를 제외한 모두의 로망, 무한리필.
그래서 근접사진 한 장 더. 돼지고기를 못 먹는 시몬 때문에, (육안으로도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불판 위에는 쇠고기 3종 세트가 3등분해 올라옴. 두 판을 시켜 먹으니 배가 부름. 가격 대비, 양에는 대만족. 퀼리티에는 다소 아쉬움.
4. 호돌이 분식 ★★★★
E3 이튿날 저녁. 전날 고기 포식으로 다른 것이 먹고 싶었던 시몬. 주위 수소문 뒤 LA에서 가장 유명한 분식집인 호돌이 분식 파악. 1인분의 라볶기가 한국의 두 배 규모. 맛도 괜찮았음. 북어국을 시켰는데, 이것은 그것도 거의 3인분.
명불허전. ▲음식재료가 저렴한 점 ▲LA로 넘어온 분들이 옛날 요리 스타일을 유지하는 점 ▲세계에서 가장 큰 한인타운 내의 경쟁 등이 까닭이 아닐까 사료됨.
E3 공식일정을 마치고, 출장팀 기자들은 무려 베버리힐즈로 쇼핑 간 사이, 시몬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핫도그집을 찾아감. 작년에도 이 곳을 지나가면서 줄이 왜 이렇게 길게 서있나 궁금했음. 직접 check it up!1939년부터 할리우드 스타들이 자주 찾는다는 핑크스(Pink’s).
정말 별의별 핫도그가 있음. 플래닛할리우드 핫도그도 있고, 투데이쇼 핫도그도 있고, 아름다운 미국 핫도그도 있고, 반지의 제왕 핫도그도 있고. 바깥에서 보이는 긴 줄 외에도 안에서도 줄을 섬. 쭉 구경하고 가다가 마지막에 주문하는 시스템.
이 곳에서 핫도그를 사먹었다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진. 이런 게 벽 세 면을 차지. 톰 행크스, 덴젤 워싱터, 브루스 윌리스, 데미 무어, 래리 킹, 퀀시 존슨 등의 얼굴 발견.
가장 기본 메뉴인 칠리 핫도그와 함께 시킨 반지의 제왕 핫도그. 스파이시한 양념이 칠해진 튀김 양파가 저렇게 나란히 있었음. 맛은 있었으나 줄을 그렇게 설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의문. 그렇지만, 미국에서 먹은 핫도그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됨. 빵 안에 소시지 있고, 케찹과 머스타드 소스가 두 줄로 칠해진 게 보통 미국 핫도그였음. 그것에 비하면 엄청엄청 맛있었음.
LA 출장을 마무리하는 저녁. 베버리힐즈를 헤매던 3인과 팜트리 빌딩의 S바에서 모임. 한국에서는 먹을 수 없는 칵테일 '보드카 레드불'을 마심. 프리미엄 보드카인 프랑스산 '그레이구스'에 (국내 수입이 안 되는) 미국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을 섞어 마시는 칵테일. 본인 스타일에 맞는 칵테일에 필 받은 깨쓰통.
이 곳에서 얻은 교훈. 칵테일 두 잔보다, 그레이구스 한 병이 서비스 받기 좋음.
귀국길. 공항의 비즈니스 라운지 부페에서 음식을 모은 뒤, 본연의 거만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깨쓰통. 컵라면은 있으나, 김치가 없어 별 한 개 반 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