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연재

[팩맨(1980)]채워지지 않는 조각

미술로 보는 게임 역사 '픽셀 온 캔버스' (05)

디스이즈게임(디스이즈게임) 2011-12-19 14:17:52

지난 11월에 열린 한국게임컨퍼런스(KGC)에서는 게임을 소재로 한 미술 전시회인 '픽셀 온 캔버스'(Pixel on Canvas)가 열렸습니다. '미술로 보는 게임의 역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이 전시회는 젊은 회화작가들이 모여 게임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 30종을 선보였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게임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매체간의 접목에 의의를 두고 이번 전시 작품들을 연재물로 제작해 하나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 연재에는 '픽셀 온 캔버스'의 행사 기획을 맡은 게임평론가 이상우 씨(중앙대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과정)가 작품 설명을 맡았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가족들도 이러한 예술 작품 관람을 통해 심신의 안정에서 되찾고 짐승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영혼의 인간으로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섯번째 작품은 <팩맨>입니다. 디스이즈게임도 사이트를 구축할 당시, <팩맨>과 유사한 이미지를 로고로 제작하는 방법에 논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조각 떼어진 피자의 모습인 <팩맨>은 그만큼 매력적인데요. <팩맨>은 회화적으로 어떻게 표현됐을까요?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주


“Pac-Man", Acrylic on canvas, 72.7x60.6cm, 2011  [원문보기]

 

미궁(迷宮)은 빠져나가기 어려운 공간이다. 허나 아무리 복잡한 미궁이라 하더라도 헤매는 사람을 위한 출구는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마저 없다면 미궁은 외부와 단절된 창고에 불과하다.

 

게임 <팩맨>은 출구 없는 미궁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다. 팩맨은 갑자기 화면 가운데에서 나타나고, 모든 점을 먹어치우면 새로운(하지만 동일한) 스테이지로 이동한다. 화면 좌우가 뚫려 있지만 이것은 출구가 아니다. 탈출하는 순간 팩맨은 다시 반대 방향에서 등장한다. 물리적으로는 열린 공간이지만 개념적으로는 닫힌 공간이다.

 

팩맨 게임의 긴장감은 이러한 출구없는 미궁의 고립감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 고립감을 즐거운 경험으로 바꾸는 것은 팩맨의 역동적인 움직임이다. 시작하기 무섭게 팩맨은 앞만 보며 전진한다. 플레이어는 팩맨을 능동적으로 조작하지 않는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녀석을 가까스로 통제하는 게 고작이다.

 

우리가 아무 표정 없는 노란색 도형에서 생명력을 느끼는 이유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돌출행동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플레이어에게 팩맨은 살아 있는 존재다.

 

 

이미현 작가는 <팩맨>의 배경 스테이지를 그린 다음, 여러 캐릭터들을 콜라주 방식으로 붙여 넣어서 작품을 완성시켰다. 팩맨 개발자의 인터뷰를 보면 당시 여직원들이 피자를 먹는 모습을 보고 캐릭터를 개발했다고 한다.

 

피자 가게에서 튀어나오는 팩맨과 다양한 피자가게 소품들을 보면, 아마도 이러한 에피소드를 작가 나름의 스토리로 변형시킨 것 같다. 작품 자체에서 특별한 점은 없다. 오히려 게임 이미지와 동일하게 구성한 것이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콜라주’라는 ‘붙여서 고착시키는’ 기법은 게임의 형식, 특히 팩맨의 생명력과 절묘하게 부딪친다. 어쨌거나 팩맨은 멈추지 않고 늘 움직여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는 한 팩맨의 정지된 모습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팩맨과 함께 스코어 역시 게임이 발매된 시점인 ‘1980’에서 멈춰 있다.

 

그림 속 모든 캐릭터는 정지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수많은 팩맨들이 금방이라도 앞을 향해 튀어나갈 것 같다. 그것은 <팩맨> 게임의 경험이 감상자의 시선 속에 녹아 있는 탓이리라. 아무런 회화적 장치 없이도 이 그림에서는 심리적인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것은 소재의 힘이자, 기억의 개입이다.

 

미궁을 탈출하기 위해 화면 속 점을 먹어치우는 팩맨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팩맨이 허기진 입 속에 채워 넣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빠져나간 조각이 아닐까? 당신은 어떤 조각을 찾아서 오늘도 출구 없는 미궁을 헤매고 있는가?

 


팩맨 (Pac-Man)

 

- 발매시기: 1980년

- 플랫폼: 아케이드

- 제작: 남코

 

게임에서 특정 캐릭터가 큰 인기를 얻은 것은 <팩맨>이 최초였다. 개발자에 따르면 피자를 한 조각 떼어 먹었을 때 나타난 이미지에서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당시 팩맨은 물론 적으로 등장하는 유령까지 다양한 캐릭터 상품으로 제작되었다.

 

게임의 목표는 유령을 피하면서 미로 안의 모든 먹이를 먹어치우는 것이며, 파워볼을 먹으면 일정 시간 동안 유령을 잡아먹을 수 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앞만 보고 움직이는 팩맨, 숨 가쁘게 쫓고 쫓기는 역학관계, 미로의 좌우가 연결된 점이 흥미롭다.

 

 

 

 

 

[작가] 이미현 Lee, My-hyeon [email protected]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미술원 서양화 석사과정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미술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0

libreria martelli (피렌체, 이탈리아)

단체전

 

2011

기획 프로젝트 전시 예정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Christmas art System (교보문고 광화문점, 서울)
“자유공간 10월전”(줌갤러리, 서울)

 

2010

제1회 피렌체 국립미술원 동문전 (이탈리아 한국 대사관)

 


[필자] 이상우 [email protected]

 

 게임평론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게임문화연구회에서 활동 중이며, 2011년 ‘Pixel on Canvas - 미술로 보는 게임의 역사’ 전시회를 총괄 기획하였다.

 

 

<script type="text/javascript">// function ViewPic(filename, obj)
{
window.open('viewimage.php?name=' + filename, '', 'directories=no,location=no,menubar=no,resizable=yes,scrollbars=yes,status=no,titlebar=no,toolbar=no,width=400,height=400');
}
function pic_resize()
{
for(i=1;i<3;i++)
{
if ( eval('document.pic_' + i)) {
if ( eval('document.pic_' + i + '.width > 530') )
{
eval('document.pic_' + i + '.width = 530') ;
}
}
}
}
window.onload = pic_resize;

// ]]></script><script type="text/javascript">// function ViewPic(filename, obj)
{
window.open('viewimage.php?name=' + filename, '', 'directories=no,location=no,menubar=no,resizable=yes,scrollbars=yes,status=no,titlebar=no,toolbar=no,width=400,height=400');
}
function pic_resize()
{
for(i=1;i<5;i++)
{
if ( eval('document.pic_' + i)) {
if ( eval('document.pic_' + i + '.width > 530') )
{
eval('document.pic_' + i + '.width = 530') ;
}
}
}
}
window.onload = pic_resize;

// ]]></script>
  • [어드벤처(1976)]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 [스페이스 인베이더(1978)] 기억의 외계(外界)

  • [팩맨(1980)]채워지지 않는 조각

  • [플라이트 시뮬레이터(1980)] 추락하는 꿈에는 날개가 없다

  • [울티마(1980)] 역할 놀이, 그 불편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