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연재

[슈퍼마리오(1985)] 게임기의 무덤 위를 달리다

미술로 보는 게임 역사 ‘픽셀 온 캔버스’ (11)

디스이즈게임(디스이즈게임) 2012-04-05 09:36:35

작년 11월에 열린 한국게임컨퍼런스(KGC)에서는 게임을 소재로 한 미술 전시회인 ‘픽셀 온 캔버스(Pixel on Canvas)’가 열렸습니다. ‘미술로 보는 게임의 역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이 전시회는 젊은 회화작가들이 모여 게임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 30종을 선보였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게임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매체간의 접목에 의의를 두고 이번 전시 작품들을 연재물로 제작해 하나씩 소개하고자 합니다. 작품 설명은 ‘픽셀 온 캔버스’의 행사 기획을 맡은 게임평론가 이상우 씨(중앙대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과정)가 맡았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Mario&Console”, Ultrachrome ink printed on canvas, 60×60cm, 2011.

※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행성은 둥글다. 허나 그림을 그릴 때 아이들은 별을 둥글게 묘사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별이란 5개의 뾰족한 모서리를 가진 도형이다, 아니 그런 도형이어야만 한다.

 

이 형상은 인류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길을 떠나던 시절부터 학습된 것이리라. 별을 가장 별답게 만드는 것, 그것은 별을 구성하는 물질이 아니라 별이 뿜어내는 빛이다. 우리는 수십만 광년 거리에서 달려오는 빛의 여정을 아주 간단하게 한붓그리기 기호로 전환시킨다. 생각해보면 참 별일이다.

 

김일동의 <Mario&Console>은 앞서 소개했던 <The first dream>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판화 작품이다. 검은 배경 한 가운데 그려진 알록달록한 행성은 지극히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별 모양’을 갖추고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별 볼 일 없는 별이다. 그런데 여기에 두 개의 타원형 구멍만 뚫어놓으면 별은 새 생명을 얻는다.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형상에서 슈퍼마리오의 ‘파워스타’를 떠올릴 것이다. 좌우의 두 모서리는 손이 되고, 아래의 두 모서리는 발이 된다. 금방이라도 각 모서리가 꿈틀거리며 그림을 바라보는 이에게 손짓할 것만 같다. 안녕? 안녕! 안녕…….

 

이 파워스타의 외곽 라인을 따라서 마리오의 실루엣들이 신나게 뛰어다닌다. 원래 원작 게임에서는 마리오가 더 크게 묘사된다. 파워스타는 마리오를 일정 시간 동안 무적으로 만들어주는 아이템에 불과하다.

 

그런데 작가는 아이템에 불과했던 파워스타에 진짜 별의 속성을 부여했다. 그래서 작품에서는 별이 훨씬 크게 묘사되어 있다. 커다란 파워스타 주위를 마리오가 마치 위성처럼 맴도는 모습이 흥미롭다. 하지만 파워스타는 크기만 커졌을 뿐 여전히 뾰족한 별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 그림이 한 편의 동화가 될 수 있는 이유는 형상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별의 속성을 부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상상력은 형상과 속성의 불일치에서 출발한다.

 

작품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이 별을 구성하는 물질이 조금 특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패미콤, 슈퍼패미콤, 닌텐도64, 게임큐브……. 파워스타 지면에 깔린 토양은 과거 닌텐도에서 발매했던 다양한 콘솔 게임기들이다.

 

작은 게임기들은 마치 아이팟 광고의 일러스트처럼 저마다 화려한 색상으로 개성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든 기계는 하나만 그려서 복제된 것들이다. 물론 디지털 판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작가는 하나의 게임기를 디자인한 다음, 그것을 무한 복제하고 재배치하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냈다. 즉, 이 게임기들은 그 자체로 복제물이면서, 현실세계에서 대량생산된 상품임을 드러낸다.

 

그림에 표현된 모든 게임기는 과거의 게임기다. (아무리 찾아봐도 닌텐도 Wii는 보이지 않는다) 산업적으로는 이미 죽어버린 게임기다. 그렇게 보면 이 귀여운 파워스타 행성은 자기 수명을 다한 닌텐도 게임기들의 무덤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코끼리가 죽을 때 자신들의 무덤으로 걸어가듯이 수명이 다한 게임기들은 모두 이 별을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마리오가 그 무덤을 지키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과거의 수많은 닌텐도 게임기 속에 마리오는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하지만 한편으로 늘 같은 모습으로 존재했다.

 

그림 속 실루엣 역시 하나의 마리오가 아니라 역사 속에 존재했던 수많은 마리오의 분신들일 것이다. 자신이 살아왔던 디지털 잔해를 딛고 마리오는 달린다. 그리고 그는 이 행성을 돌고 돌아 다시 자신이 출발했던 시작 지점으로 돌아온다.

 

먼 훗날 새로운 게임기가 이 별 어딘가에 묻힐 것이다. 하지만 마리오는 또 다른 형상으로 우리의 기억 위를 경쾌하게 내달릴 것이 분명하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Super Mario Bros.)

 


발매시기: 1985년
플랫폼: 패미콤
제작: 닌텐도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교과서이자 닌텐도를 80년대 비디오 게임 산업의 제왕으로 만들어준 일등공신. 플레이어는 가속 버튼과 점프 버튼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쿠퍼에게 잡혀간 피치 공주를 구출해야 한다.

 

부드러운 화면 스크롤과 다양한 레벨 디자인은 플레이어에게 넓은 세계를 모험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파이프를 통해 공간을 이동하고, 게임 속에 숨겨진 요소를 찾아내는 점도 흥미롭다. 이 게임을 통해 마리오는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캐릭터 아이콘이 되었다.


 

 

※ 본 작품은 2011년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에서 주관한 ‘Pixel on Canvas - 미술로 보는 게임의 역사에 전시되었던 순수 창작물입니다.

 

[작가] 김일동 Kim, Il-dong [email protected]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판화 석사과정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동양화 전공

 

개인전

 

2011

달려! 코인맨 요.이.땅 (산토리니, 서울 홍대)

 

2009

김일동 팝아트전2 (SEARCH 갤러리, 서울 신사동)
김일동 팝아트전 (갤러리 영, 서울 삼청동)

 

단체전

 

2011

영아티스트 특별전 (동신대학교 문화 박물관)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후원 아티스트 (프린지페스티벌, 홍대)
캐릭터 미술과 만나다 전 (서울 시립미술관)
달려~! 코인맨 릴레이 전 (아모레 퍼시픽 본사, 서울 용산)
세대공감전 (현대 예술관 미술관, 울산)
한국미술 반짝이는 별들  (AKR Space, 서울 종로 소격동)
한국 현대미술 연구소 창립 초대전 (SC제일은행 갤러리, 서울 인사동)
츄팝스타전 (산토리니, 서울)

 

2010

그림한점 부탁해~ 자선경매전 (청담동 갤러리 원, 서울)
현대미술의 흐름전 (김해 문화의 전당 - 윤슬미술관)
신나는 미술관전 Wow~! Funny pop (경남도립미술관, 창원)
아티스트 반짝쇼 (구로아트벨리, 서울)
2인전 - Visual Language (아트스페이스H, 서울 종로)
36.5도씨의 감성 전 (인사아트 프라자, 서울 인사동)

 

2009

우리들의 응모론 전 - 단국대학교 동양화과전 (Root, 서울 서교동)
UNLIMITED (지구촌 갤러리, 서울 청담동)
AUTUMN COLLECTION (지구촌 갤러리, 서울 청담동) 
B&S Showroom 전 (갤러리 각, 서울 인사동)
영아티스트 발굴전 (갤러리 각, 서울 인사동) 

 


[필자] 이상우 [email protected]

 

게임평론가. 중앙대학교 산업교육원 게임학과 교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게임문화연구회에서 활동 중이며, 2011 ‘Pixel on Canvas - 미술로 보는 게임의 역사전시회를 총괄 기획하였다.

 

  • [킹스 퀘스트(1984)] 바느질로 이어붙인 게임공간

  • [테트리스(1985)] 물질에서 생명으로

  • [슈퍼마리오(1985)] 게임기의 무덤 위를 달리다

  • [드래곤퀘스트(1986)]슬라임의 구심력과 원심력

  • [젤다의 전설(1986)]시간이 만든 스크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