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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언리쉬드] (영상) ‘신사들의 게임, 원래는 SRPG였다’

언리쉬드 개발비화 ① 가챠를 지르다가 직접 개발하기로 결심하다

버징가 2013-10-01 16:08:30

[새 연재, 개발비화] 우리가 즐기는 게임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숱한 사연이 있게 마련입니다. 상상도 못할 이유로 개발이 시작됐다거나, 개발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화가 나오게 되죠.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 준비한 새로운 연재물입니다.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여러 게임들의 개발 ‘비화’, 말 그대로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 보시죠.

 


첫 번째 주인공은 모바일 TCG의 홍수 속에서 ‘가챠(뽑기)는 없다’는 돌직구 승부수로 화제를 모은 <언리쉬드>의 개발사 유스티스의 정회민 대표입니다. 이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부터 소규모 개발사로서 개발 중에 부딪힌 난관, 원래 SRPG로 기획됐던 이미지와 영상, 출시 후의 뒷이야기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언리쉬드>의 개발비화를 들어 보시죠. /정리: 디스이즈게임 주재상 기자


 


 

 

■ 끝내 품에 안기지 않은 여동생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시절까지 <매직더개더링>을 즐겨 했다. 당시 가격으로 4,000 원을 웃돌 정도로 비쌌던 부스터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퍼부을 만큼 굉장히 좋아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미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국내에선 흥행에 실패한 데다 지방에 살아서 상대를 구하기 어려웠지만, 정말 재미있게 했었다.

 

이후 나온 TCG에는 딱히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굳이 꼽자면 <유희왕> 정도? 하지만 이 게임은 나에겐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리고 지난해(2012), <확산성 밀리언아서>(이하 확밀아)가 등장했다. 남자들 마음은 다 똑같지. 나도 처음엔 예쁜 카드 일러스트에 반해 “하악 하악 니무에쨩!”을 외치며 재미있게 즐겼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게임성보다는 운영에 치중된 게임이더라.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임을 계속해도 스펙만 올라가는구나. 게임의 수명이 과연 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전략을 짜서 일발 역전을 노린다거나, 전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판타지마스터즈> 스타일이 더 좋았다.

 

태초에 <유희왕>이 있기 전, <매직더개더링>이 있었더라.

그러던 어느 날, 심심해서 ‘가챠(뽑기)에 돈을 지르다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여동생을 노렸었는데,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문득 ‘내가 직접 TCG를 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소셜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뛰어나다고 보지만, 가챠가 게임 콘텐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TCG로서의 완성도가 다소 아쉬운 <확밀아>와 다른, 정말 TCG다운 TCG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그런데 이 없다 보니 생각보다 쉽진 않더라.(웃음) 뭐든 돈이 문제다.

 

우리가 <언리쉬드>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정 대표가 이 화면을 못봤기 때문일지도?


■ <언리쉬드>의 모태가 된 게임, 숨겨진 명작 <그란나이츠 히스토리> 

 

게임의 초안은 지난해 6월에 잡았었다. 사실 그때는 TCG가 아닌 필드에 칸도 그려져 있고, 전투 애니메이션도 있는 SRPG였다. 이는 요즘 <드래곤즈 크라운>으로 유명한 바닐라웨어의 PSP용 게임 <그란나이츠 히스토리>을 접해 보고 영감을 얻어 기획한 것이었는데, 1개월 후에 기획안을 버렸다. 소규모 개발사인 우리 회사에서 내부 개발할 수 있는 수준의 기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란나이츠 히스토리>는 SRPG와 소셜 요소가 결합된 게임이다. 전투는 좌우로 편이 나뉘어 있고, 턴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언리쉬드>의 전투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간다. 이렇게 솔로 플레이로 육성한 기사를 전장에 내보내서 다른 유저와 PvP를 즐기고. 이를 통해 전리품을 획득하는 것이 큰 줄기인 게임이다.

 

2011년, PSP 황혼기에 출시됐던 <그란나이츠 히스토리>.


이 게임이 포터블이 아니라 모바일로 출시됐다면 게임계의 판도가 달라졌을 것이다. 정말 재미있게 잘 만든 게임인데, 플랫폼을 잘못 선택해서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들었다. 모바일로 만들어 성공시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해서 내가 모바일로 만들려고 했는데,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임이 아니더라.(웃음)

 

소셜 요소도 뛰어나고 솔로 플레이도 정말 재미있다. 전투가 지나치게 하드하지 않고 오히려 단순한 편인데도 전략성이 살아 있고, 육성하는 재미도 있다. PSP가 있다면 꼭 한 번 즐겨보길 바란다. 정말 재미있다.

 

<그란나이츠 히스토리>의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는 프로모션 영상.


이후 TCG로 방향을 튼 <언리쉬드>의 기획 청사진은 ‘심한 유료 결제 유도 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 같은 파고들기 요소에 아이템이 드롭되든, 드롭되지 않든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전투. 그리고 TCG의 전략성을 결합하고 싶었다.

 

예를 들자면, <몬스터 헌터>에서 ‘리오레오스’라는 몬스터 하나를 잡는 데 20~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고 나서도 아이템이 드롭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전투 자체가 워낙 재미있으니까 유저들은 이 과정을 ‘노가다’로 여기지 않고 즐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플레이 타임도 늘어나게 된다.

 

이것을 <언리쉬드>에 녹여낸 것이 바로 레이드 시스템이다. 직접 짠 전략으로 대미지를 최대 얼마까지 뽑아낼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볼 수 있다. 이른바 전략을 실험할 수 있는 장소랄까? 물론 카드 드롭률은 좀 짜다. ‘안될안( 사람은 된다)’이라고 하지 아마? 하하하. 이렇게 게임 진행은 <몬스터 헌터>, 전투는 TCG!라고 메커니즘을 딱 못 박아놓으니 기획이 술술 풀리더라.

 

2편에서 계속…

 

과거 SRPG로 제작되던 <언리쉬드>의 모습

 

[새 창에서 영상보기]

 

어디서 많이 보던 아가씨의 스프라이트 이미지.


역시 전투 배경 화면도 어디서 많이 보던 곳이다. 바닥의 말판이 눈에 띈다.


초창기 SRPG 버전 <언리쉬드>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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