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8일은 슬픈 날이다.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 광기 어린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무참히 무너졌다. 1,700여 년을 지켜왔던 인류의 문화유산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비극은 아프카니스칸 바미안 지방에서 벌어졌다.
바미안에는 암벽에 새겨진 두 개의 석불이 있었다. 높이는 각각 52.5m와 34.5m. 세상에서 가장 높았다. 2∼5세기경 쿠샨 불교 왕조 때 만들어졌다. 그 주변에는 750개의 석굴이 파여있었다. 이 지역에 불교가 흥했던 6, 7세기에는 바위 속에서 울리는 신비스러운 설교를 듣기 위해 중국과 인도의 신도들이 모여 들었다. 그 중엔 <서유기>의 삼장법사(현장 스님)도 있었다. <왕오천축국전>으로 유명한 신라의 혜초도 다녀갔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산이었다.
2001년 3월 1일, 이슬람 근본주의 탈레반의 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는 몰상식한 명령을 내렸다. 불상이 우상에 해당한다며, 모든 불상을 파괴하라고 했다. 1주일 뒤 탈레반은 로켓 폭탄으로 불상을 무너뜨렸다. 유네스코의 간청과 이슬람 국가들의 만류도 그들을 막지 못했다. 세계 미술관들이 돈을 주고 사겠다고 했지만, 광신주의를 막을 수는 없었다.
불상 주변엔 테니스 공 크기의 돌멩이들만 무수히 뒹굴고 있다. 근본주의적 종교세력의 광신주의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왔다. 바미안 석불은 가장 최근의, 가장 두드러진 악행으로 기록된다.
총칼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자신만이 옳다는 근본주의적 종교관은 위험하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모습이 잊을 만하면 튀어나온다. 일부 종교단체가 중동이나 특정 학교에 가서 벌이는 무례한 짓은 부끄럽고, 역겹다. 지하철에서 구걸하듯 종교를 파는 것도 나는 싫었다.
최근 게임계의 이슈에 그런 맹목적 믿음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여 무척 걱정된다. 1,700년 동안 우뚝 서있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애석불도 무너진 건 한 순간이었다. 종교적 편협성은 그만큼 위험하고, 위험하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던 한국 게임이 그런 편협성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몬
- 2001년 3월 8일 탈레반 바미안 석불 파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