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오늘, 1994년 4월 2일 <파이널 판타지 6>가 일본에서 발매됐다.
<파이널 판타지 6>는 FF 시리즈 역사에서 두 가지 큰 의미를 지녔다. <파이털 판타지> 시리즈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가정용 닌텐도 기기와 이별했다. 스퀘어는 이 작품을 끝으로 2D의 <파이널 판타지>와 헤어졌다.
<파이널 판타지 6>는 2D로 나온 FF 시리즈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매 당시 높은 가격(1만 1,400엔) 때문에 비판도 있었지만, 게임 플레이 이후 비판은 사라졌다. 슈퍼패미콤 판은 약 255만 개 팔렸다. <파이널 판타지 6>는 명작 반열에 올랐다.
FF 시리즈 전체를 놓고도,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인 '오페라 장면'(Opera Scene)도 <파이널 판타지 6>에 등장했다. 이 씬은 '파이널 판타지 오케스트라' 등의 공연에 빠지지 않고 연주된다. 슈퍼패미콤이라는 하드웨어 한계에도 수많은 게이머에게 감동의 눈물을 안겨줬다. 감상해보시길.
5편까지 판타지가 중심이었던 FF는 7편부터 마법이 사라진 미래 기계문명의 세계관으로 바뀌었다. 스팀펑크 느낌이 났던 <파이널 판타지 6>는 그 터닝포인트 역할을 충실히 했다.
<파이널 판타지>는 7편부터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 발매됐다. 스퀘어와 닌텐도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 개발 중인 RPG도 닌텐도 64 버전을 중지하고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전환했다. 일본 RPG의 다른 한 축인 <드래곤 퀘스트>는 여전히 닌텐도와 관계를 유지했다. 신작들을 계속 닌텐도 플랫폼에서 발매했다.
<드래곤 퀘스트> 만으로는 부족했다. 닌텐도는 <파이널 판타지> 라인업을 넘기면서 플레이스테이션에게 가정용 게임기의 제왕 자리까지 뺏기게 됐다.
스퀘어는 <파이널 판타지 6> 이후에도 시리즈가 승승장구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영화 <파이널 판타지>(2001년)가 실패했다.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역시 위험하다. 2001년 기준 1억 달러 이상 까먹었다.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덕분에 닌텐도와 관계가 다시 개선됐다.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 어드밴스> <쵸코보 랜드> 등이 게임보이 어드밴스용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후 에닉스에 합병되면서 2006년엔 게임보이 어드밴스 버전의 <파이널 판타지 6>가 발매됐다. 회사와 회사의 관계는 참 알 수가 없는 듯하다.
일본에서 <파이널 판타지 6>가 나오자마자 팩을 구해 국내에서 플레이한 마니아도 있었다. 팬 번역이 있었지만, 언어의 한계 등으로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이 플레이할 수 없었다.
최근 최초로 <파이널 판타지 6>가 정식으로 한글화됐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 덕분이다. 20년이 지나 iOS와 안드로이드용으로 한글로 <파이널 판타지 6>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참 묘한 기분이 든다. 20년 전 게임을 개선 없이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옮겨놓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20년 전의 감동을 다시 한 번 그대로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하다.
- 1994년 4월 2일, <파이널 판타지 6> 일본 발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