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4월 4일 강변 테크노마트가 개장했다. IT 기기의 중심은 용산 전자상가가 차지해 왔었다. 강남 국제전자센터에 이어 서울 동북권에도 전자의 거점이 확장됐다. 영어단어가 하나씩 늘어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었다. 4월 4일 개관식에는 산업자원부 장관이 참여했다.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테크노마트의 개관과 함께 CJ(당시 제일제당)의 멀티플렉스 극장 1호점인 CGV 11이 문을 열었다. 지금이야 커다란 상가 시설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있는 게 일반적이지만, 테크노마트에 들어간 CGV 11은 CGV의 첫 멀티플렉스였다. 10층 영화관과 함께 9층의 하늘공원과 식당가, 1층의 게임센터 등은 저렴한 데이트를 원하는 커플에게 인기를 모았다. 9층 파파이스는 한때 서울 시내에 남은 마지막 파파이스 가게이기도 했다.
용산보다 약간 비쌌지만, 테크노마트의 접근성은 매력적이었다. 서울 시민은 용산에 가서 최신 문물을 접하기 쉬웠지만,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었다. 테크노마트의 위치는 강변 동서울 터미널 옆이었다. 이 터미널을 이용하는 지방 학생들은 시간을 내서 꼭 테크노마트에 들리고는 했다.
지금은 새로운 상가 건물들이 생기면서 비어있는 점포가 많지만, 테크노마트의 과거 위상은 대단했다. IMF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꽉찬 점포와 다양한 문화 시설이 들어차 있었다. 게이머들은 7층, 8층 컴퓨터, 사무기기 전문점들을 즐겨 찾았다. 게임 소프트웨어점과 당시 유행하던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 가게들이 특히 인기였다.
점포 뿐만이 아니었다. 테크노마트 1층과 CGV가 있던 10층의 오락실은 많은 청소년들의 놀이터였다. 1층 오락실 DMZ는 규모가 엄청 컸다. <DDR>과 <펌프잇업>이 유행하던 시절이라 각종 댄스 게임기가 많았으며, 일본 최신 오락기들이 들어와 있기도 했다. 오락실이 넓었기 때문에 체감형 게임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 규모가 1,200평이었다. 아직 다른 오락실에 퍼지지 않은 신기한 국내 게임기들이 인컴테스트를 목적으로 들어와 있기도 했다. 테크노마트 옆에 붙어있는 고층 벤처타운에 입주해있던 게임회사들 덕분이리라 추정된다. 아쉽게도 지금은 없어지고, 10층에만 오락실이 남아있다.
테크노마트 옆에 붙어있는 고층건물은 실제로는 매장이 아니라 사무동이었다. 당시에는 200개의 벤처기업이 입주해있었다. 단일 벤처 빌딩으로는 최고였다. 정보산업, 전자상거래 같은 IT에 특화된 벤처 위주로 입주해 있었다. 사무실에서 컴퓨터가 고장나면 매장에서 바로 부품을 수급할 수 있었다. 30층부터 35층까지는 게임종합지원센터가 있었다. 마리텔레콤, 막고야, 아담소프트 등 당시 이름을 날리던 게임사들이 들어가 있었다. 2001년에는 게임아카데미가 들어오기도 했다. 작은 회사에서 일했던 게임 개발자 중에는 강변 테크노마트 사무동을 거쳐간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까 싶다.
강변 테크노마트를 건설한 프라임산업은 강변의 성공에 힘입어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건설도 시작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역시 서울 서쪽에서 입지를 차지했다.
강변 테크노마트는 IMF 위기를 이겨내고 완공한 드라마를 가진 건물이다. 문화, 산업, 시장 등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런 건물도 10년 만에 위기가 왔다. 2011년에 원인 모를 진동이 발생했다.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 전자상가들이 불황을 겪기 시작하며 위기가 찾아왔지만 2011년 7월 5일의 흔들림은 그 수준이 달랐다. 지진이 일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 3일 동안 모든 사람이 강제 퇴거한 후 원인을 분석했다. 12층 피트니스센터의 집단 뜀뛰기에 따른 공진현상으로 추정됐다.
공진 자체는 대형 건물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지금은 공진을 줄이는 장치도 설치해 안전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3일 간의 업무 정지와 함께 생긴 소비자의 불안감은 매장에게 큰 타격이 됐다. 테크노마트의 불황은 공진보다 더 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온라인 마켓의 확대였다. IT 붐이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
테크노마트의 주인인 프라임그룹도 부동산 사업을 확장하다 위기를 맞았다. 2011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올해 1월에는 회장의 빌라가 경매에 나오기도 했다. 98년 IT 붐과 함께 각종 문화를 선도한 강변 테크노마트가 그 영광을 되찾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기억해주면 좋지 않을까.
- 1998년 4월 4일, 서울 강남 테크노마트 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