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8일 대기업 CJ가 게임사업에 뛰어들었다. CJ의 계열사 CJ엔터테인먼트는 이날 플레너스를 인수했다. 플레너스는 넷마블을 품고 있던 회사였다.
CJ엔터테인먼트는 원래 영화산업을 주력으로 했다. 합병을 통해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됐다. CJ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영화, 미디어 역량을 인터넷에서도 활용하기를 원했다. 당대의 관심은 이 한 마디로 요약됐다. "과연 영화사업과 온라인 게임사업이 얼마만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까?"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CJ 이전과 이후에 게임에 뛰어든 대기업도 꽤 있었다. 별 성과를 보지 못했다. CJ는 달랐다. 넷마블을 통해 꽤 성과를 이뤘다. 이후 매각을 통해 돈도 많이 벌게 된다.
CJ에 인수된 플레너스가 처음부터 게임회사는 아니었다. 원래는 로커스홀딩스란 이름의 지주회사였다. 여러 회사를 인수한 뒤 사명을 바꿨다. 2000년부터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를 시작으로, 영화배급사 시네마서비스, 음반제작사 예전미디어, 게임개발사 손노리를 인수했다. 가장 큰 딜은 역시 넷마블의 인수였다. 넷마블의 방준혁 사장은 인수와 함께 플레너스의 공동대표가 됐다. 플레너스는 영화 회사 등과 함께 넷마블과 손노리를 가지고 있는 종합엔터테인먼트 업체가 됐다. 그런 회사를 CJ와 CJ엔터테인먼트가 인수했다.
방준혁 사장은 플레너스를 CJ에 매각하면서 큰 돈을 손에 넣었다.
CJ에 인수된 플레너스는 2004년 6월 사명을 CJ인터넷으로 바꿨다. 플레너스의 영화 제작과 배급 쪽은 게임만큼 잘 되진 않았다. 싸이더스는 플레너스에서 독립했다. 남아있던 시네마서비스와 영화관 프리머스는 CJ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다.
손노리 개발자 일부는 CJ의 플레너스 인수 후 나와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엔트리브다. 엔트리브에서 개발한 <트릭스터>는 CJ의 넷마블에서 서비스했다.
플레너스의 사장이었던 방준혁은 2006년 넷마블을 떠났지만 지금은 컴백했다. CJ E&M에서 고문을 맡으며 실질적으로 게임 부문을 이끌었다. 2011년 방준혁 고문이 넷마블로 돌아오면서 CJ인터넷 대표였던 남궁훈은 넷마블을 떠나 위메이드에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 지금은 게임인재단의 이사장으로 게임업계를 위해 일하고 있다.
CJ인터넷은 2000년대 후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새로운 게임들이 실패했다. 하지만, 모바일로 체제전환을 잘 해냈다. 지금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얼마 전 방준혁 고문은 10년 만에 다시 넷마블을 품에 안았다. CJ게임즈에 중국 텐센트의 투자를 이끌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CJ E&M에 있던 넷마블 부문을 인수했다. 세 군데 자회사의 주식과 경영권도 확보했다. CJ도 이 매각을 통해서 3,500억 원을 벌었다. CJ게임즈의 지분도 여전히 35.86%를 가지고 있다. 현금과 지분을 합치면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넷마블 지분 18%를 샀을 때 800억 원을 썼다.
CJ의 전신인 제일제당은 53년에 삼성의 계열사로 시작했다. 설탕을 만들던 회사가 IT와 엔터테인먼트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그보다 더 재밌는 일은 넷마블이다. 플레너스와 CJ인터넷, CJ E&M 등을 거쳐, CJ게임즈로 돌아와 다시 방준혁 고문의 품에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