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나라>가 1996년 4월 천리안에서 개국했다. 최근에는 4월 5일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발표됐지만, 얼마 전까지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12일을 생일로 이야기했다. 찾아보니, 5일이 더 맞는 것 같다. 아쉽게도 좌충우돌은 오늘에 맞춰 이 글을 준비했다. 양해 바란다.
<바람의나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MMORPG다. 'MMORPG'라는 용어는 리차드 개리엇이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울티마 온라인>을 세계 최초의 MMORPG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리차드 개리엇이 용어를 만들었고, 서구에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첫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바람의나라>는 <울티마 온라인>보다 1년 이상 앞선다. 대중적으로도 성공했다.
MMORPG라는 개념에 대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1991년 미국의 PC통신인 AOL에서 서비스된 <네버윈터 나이츠>를 최초의 그래픽 MMORPG로 본다. 도트 그래픽이 <바람의나라>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메르디안 59>를 최초의 3D MMORPG로 보는 경우도 있다. <메르디안 59>의 상용화 시점은 1996년 9월이다. <바람의나라>보다 5달 늦다.
말들이 분분한 '최초' 이슈를 빼고, '가장 오랫동안 상용화 서비스 중인 MMORPG'는 <바람의나라>가 확실하게 맞다. 2011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바람의나라>는 어쩌면 '한글과 컴퓨터'(이하 한컴)에서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됐다면 한국 온라인게임의 역사는 송두리째 달라졌을 것이다. 송재경은 카이스트 박사과정을 접고, 한컴에 입사했다. 이희상과 함께 한 달 동안 그래픽으로 구현되는 MUD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회사에 온라인게임 개발을 제안했다. 한컴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온라인게임의 수익성이 확인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때마침 IBM 코리아가 한컴에 온라인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두 회사 사이에 투자 규모 및 수익 배분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투자규모는 작았지만, 수익의 50%를 IBM 코리아가 가져가는 그림이었다. 송재경은 한컴과 IBM 코리아 사이의 계약 조건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컴이 온라인게임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 홀대한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나왔다. 프로토타입을 공동 제작했던 이희상은 훗날 엔씨에서 다시 만났다. <리니지>를 함께 만들고 운영했다.
한컴을 나온 송재경은 대학 동기 김정주를 만났다. 넥슨이 만들어졌다. IBM 코리아는 넥슨이 설립되기 전부터 그들을 찾아왔다. 한컴 대신 넥슨의 MMORPG 제작을 지원하게 됐다.
넥슨이 만들어진 1994년 12월부터 첫 게임의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렸다. 초기에는 큰 수익을 거두기도 어려웠다. 그 사이 넥슨은 대기업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전산화 작업을 하며 버텼다. 현대자동차 등의 초기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송재경은 게임 개발에 전념했고, 김정주는 뒷바라지에 힘썼다. 나중에 네오위즈를 창업한 나성균 등이 홈페이지 제작 등에서 큰 역할을 했다.
<바람의나라>는 2014년 기준 누적회원 2,000만 명, 최고 동시접속자 13만 명을 기록했다. 작년 7월 엔엑스씨(NXC)는 넥슨컴퓨터박물관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바람의나라> 복원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재는 볼 수 없는 <바람의나라>의 초창기 서비스 버전이 구현될 예정이다. 무척 반가웠다.
올해 상반기에 나온다고 발표했다. 얼른 그 버전을 보고 싶다. sim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