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5월 28일 나중에 엄청나게 크게 되는 미국 게임회사가 태어났다. 이름도 꽤 근사했다. '일렉트로닉 아츠'(전자적인 예술).
우리가 EA라고 부르는 이 회사는 게임마니아 트립 호킨스가 28살 때 설립했다. 호킨스는 원래 애플에서 마케팅 및 전략 담당 이사였다. 스티브 잡스에게 게임 분야에 더 투자하자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퇴사 후 직접 게임회사를 만들었다. 10년쯤 지난 뒤 이 게임마니아는 직접 비디오게임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3DO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EA을 퇴사했다.
설립 초기 EA는 PC게임 퍼블리싱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회사였다. 1983년에 발매한 <핀볼 제작 세트>는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훌륭한 장난감이었다. EA는 이 게임의 유명세 덕분에 인재를 뽑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아래는 2000년까지 유지됐던 EA의 첫 회사 로고)
EA는 80년대 후반부터 직접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자체 개발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EA는 90년대 초부터 게임 개발사 투자와 인수에 나서기 시작했다. 액티비전에서 일하다 84년 영업 부문 부사장으로 EA에 들어와 CEO가 된 래리 프로브스트의 역할이 컸다.
EA가 인수한 게임회사는 참 많고도 많다. 덕분에 'Eat All'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토해낸 것도 꽤 된다. 오리진, 웨스트우드, 불프로그, 로그 엔터테인먼트, 파피루스, 판데믹 스튜디오, 미씩, J2M 등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맥시스, 다이스, 바이오웨어, 크라이테리온, 팝캡, 칠링고 등의 향후 운명도 궁금해진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할 게 꽤 많다. 나중을 위해 여기서 끊겠다.
개발사 인수 못지 않게 EA는 유명 프랜차이즈 확보에 열을 올렸다. 88년 <조던 VS 버드, 일 대 일>로 높은 판매고를 올렸던 경험을 그들은 잊지 못했다. 1998년 말 국제축구연맹(FIFA)과 2006년까지 FIFA를 비롯한 유로컵 로고 및 대회, 선수 일체와 관련된 독점권한을 행사하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과도 게임 판권 일체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 새미 소소와 마이크 피아자 등 야구 선수, 포뮬러 1과 나스카, 미국 풋볼리그, 프로축구리그 등 대회 IP도 확보했다. 타이거 우즈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스포츠 프랜차이즈는 매년 꾸준히 타이틀을 재생산하고 있다. 스포츠 외에도 EA는 돈 되는 IP 확보에 열성적이었다. 2000년에는 <해리포터> 서적과 영화 관련 판권을 전부 확보했다. <슈퍼맨>도 샀고, 마블코믹스 IP와 영화 <반지의 제왕> <대부>의 판권도 거머줬다.
이런 전략은 성공했다. 현재 EA는 미국을 대표하는 100대 IT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유명 게임 라인업을 30개 이상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게임 배급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늘도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좋은 스튜디오를 인수한 뒤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악명도 높다. 너무 비대해져서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 대한 적응이 늦다는 비판도 따른다. EA는 2012년과 2013년, 미국 소비자매체 '더 컨슈머리스트'가 진행한 '최악의 기업' 투표에서 2년 연속 1등을 차지하며 '황금똥'(Golden poo)를 품에 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