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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11월 3일 - YBM시사닷컴, 게임사업 철수 발표

이후 2014-11-03 11:58:25

2004년 11월 3일, YBM시사닷컴이 게임사업에서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YBM시사닷컴은 어학으로 무척 유명한 회사다. 2000년대 초 비디오게임을 하지 않은 게이머라면 "외국어 교육회사가 무슨 게임이야"라고 의아해할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세상에 이런 일이!'겠지만, YBM시사닷컴은 한때 게임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매우 각광받으며, 게임 유통업체로 돋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YBM시사닷컴은 2001년부터 다양한 현지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와 MSN 웹사이트 등을 성공적으로 한글화해냈다.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국 현지화 파트너로 자리를 굳혔다. 그 성과는 2001년 <던전시즈> <주타이쿤> 등의 한글화로 이어졌다. 게임은 꽤 성공했다. YBM시사닷컴은 게임퍼블리싱 사업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사내에 TFT가 꾸려졌다.

 

소니, MS 등이 신규 콘솔 및 타이틀을 앞세우고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던 때였다. YBM시사닷컴도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있었다. 수익모델 확장이 필요했다. YBM시사닷컴은 확실히 검증된 현지화 능력이 있었다. 책과 음반을 통해 쌓은 마케팅 역량 및 유통망도 빵빵했다. 해외게임을 한글화해 유통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장점만 돋보였다.

 

 

 

2002년 소니코리아가 플레이스테이션2 국내 정식발매를 결정했다. YBM시사닷컴은 정식으로 소니코리아와 게임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마침내 게임사업이 뛰어들었다. 

 

 

첫 게임은 프롬소프트웨어의 <아머드코어 3>였다. 한글화 된 콘텐츠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YBM시사닷컴은 외국어는 문화까지 파고 있는 회사였다. 더빙에는 유명 성우 35명이 참가했다. <아머드코어 3>는 호평을 받았다. 잘 팔렸다. 출시 3개월 만에 3만 5,000장을 판매했다.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한일 대회가 열릴 정도였다. 게임업계에 화제가 됐다. 게이머들은 환영했다.

 


 

분위기는 좋았다. 다음 라인업은 <길티기어 이그젝스 샤프리로디드>였다. <아머드코어 3>보다 더 신경써 작업됐다. N.E.X.T는 40곡의 OST를 직접 연주했다. 신해철은 '테스타먼트' 캐릭터의 성우로도 참여했다. OST는 인기가 좋았다. 일본으로 역수출됐다. 당시 작업에 참여했던 신해철은 소감은 아래와 같다. (YBM 시사닷컴 공식 블로그 발췌)

 

 

<사쿠라대전> <무라쿠모> <오토기> <쿠노이치> 등 여러 타이틀이 그 뒤를 이어 나왔다. YBM시사닷컴의 초반 성공과 함께 여러 회사들이 앞다퉈 한글화에 뛰어들었다. 플레이스테이션2에서 현지화된 타이틀이 꽤 많이 쏟아져 나왔다.

 

붐이었다. 착각이었다. 잠시였다. 불법복제가 발목을 잡았다. 활발한 중고시장은 양날의 칼이었다. 인기있는 밀리언셀러들은 손익분기점을 맞추었다. 수익을 못 거두는 게임이 훨씬 더 많았다. YBM시사닷컴은 적자가 계속 쌓였다.

 

플레이스테션2가 국내 100만 대가 보급되었던 때였다. 불법복제와 중고거래로 소프트웨어 시장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코스닥에 등록한 YBM시사닷컴은 압박을 느꼈다. 불법복제 시장에서 전망은 없었다. 게임사업 철수가 결정됐다.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큰 결정이었다. '평생동안 뜯어내서 게임을 공짜로 해야겠다'던 신해철의 바람도 무산됐다.

 

게임퍼블리싱 사업에 들어온 지 2년 3월만의 일이었다. YBM시사닷컴은 2년 3개월 전, "2005년까지 국내 게임 개발사에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개발과 유통을 총괄하는 진정한 게임 퍼블리셔가 되겠다는 의지였다. 불.법.복.제.가 그 의지를 꺾었다. 피해는 우리 모두가 고스란히 겪고 있다.

 

얼마 전 '마왕' 신해철은 하늘나라로 떠났다. 게임 속 그의 목소리(아래)를 다시 듣고 싶어졌다. 그가 떠나지 않았더라도, 요즘 시장 상황에서 그런 시도를 재현하기 어려울 듯하다. 

 

  

 

 

최근 플레이스테이션4가 국내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비디오게임 시장이 플레이스테이션2와 YBM시사닷컴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부터 YBM시사닷컴은 10년 전 비디오게임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blog.ybmsisa.com/archives/2270)에 풀어놓기 시작했다. 플레이스테이션4의 판매를 보고 '우리도 게임사업하면 안될까요?'라는 사원의 질문에 팀장이 '이미 해봤어. 안될 꺼야'라고 대답하는 모습이 씁쓸하다. 블로그에 게이머들의 반응이 좋다면 다시 한번 YBM시사닷컴의 멋진 로컬라이징을 볼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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