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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법] 주차장 지붕 사건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땡땡땡 2015-07-06 13:17:40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지난 연재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5장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들을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이번 연재와 다음 연재에서는 5장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것입니다. 법령의 내용을 함께 살펴보고 싶으신 분들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URL의 짧은 주소를 이용해서 법령을 따로 웹브라우저창에 띄워 두고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바로가기 //goo.gl/SwQe0D

 

2011년 초, 우리나라에서 모바일게임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절의 일입니다. 어떤 개발자가 스스로 만든 게임을 앱스토어에 등록해 판매하기 위해 게임등급심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입주해 있는 오피스텔의 주차장 지붕이 불법건축물에 해당해 게임제작업자 등록을 하지 못했던 거죠. 개발자는 심의를 위해 게임을 등록하는 과정에서의 불편함에 대해서도 성토했습니다.

 

당시에 이 사건은 SNS를 통해 퍼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절차의 복잡성에 대해 인정하지만, 당시의 현행법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여 줄 것과 앞으로 개선을 하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표시했습니다. 해당 글을 올렸던 개발자는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 패널로 참석해 발언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게임사를 설립하려면 입주 사무실 건물 주차장부터 살펴야 한다는 농담이 유행하기도 했었고요. 

 

  

저도 당시에 이 사건이 화제가 되자 관련 법령을 들여다 봤는데, 그 개발자가 오피스텔 주차장 때문에 받지 못했던 것이 바로 게임산업법 제5장 제1절 제25조에 있는 ‘게임제작업 등의 등록’에 관한 규정에서 ‘게임제작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가 하게 되어 있는 ‘게임제작업 등록’이었습니다.

 

게임제작업 등록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게임산업법 제5장의 구조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게임산업법 제5장은 다시 3개 절로 나뉘는데요, 제1절(제25조 ~ 제31조, 7개 조문)은 ‘영업의 신고•등록•운영’, 제2절(제32조 ~ 제34조, 3개 조문)은 ‘게임물의 유통 및 표시’, 제3절(제35조 ~ 제38조, 4개 조문)은 ‘등록취소 등 행정조치’라는 제목으로 돼 있습니다. 

 

게임산업법의 7개 장 중 다시 세부적으로 절을 나누어 구분하고 있는 장은 제5장뿐이니 이 장에서 다루는 내용이 꽤 광범위할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죠.

 

여기서 제3절은 마치 우리가 게임산업법 제7장이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벌칙규정임을 논의했던 것처럼, 이 절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해 등록하지 않고 게임을 제작하거나 게임을 제공했을 때 영업장을 폐쇄하고 불법 게임물을 수거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근거규정들을 담고 있습니다.

  

▶1번 조합: 게임산업의 기반을 조성하는 내용을 규정하여 게임산업의 진흥을 이루는 것 [위에서 (1), (a) 조합]

 

▶2번 조합: 게임산업의 기반을 조성하는 내용을 규정하여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는 것 [위에서 (1), (b) 조합]

 

▶3번 조합: 게임물의 이용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게임산업의 진흥을 이루는 것 [위에서 (2), (a) 조합]

 

▶4번 조합: 게임물의 이용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는 것 [위에서 (2), (b) 조합]

 

지난 연재에서 말씀 드린 게임산업법 제1조의 법문에서 파생되는 분류에 따르면, 제5장에는 ‘2, 3, 4번 조합’을 모두 아우르는 내용들이 들어 있습니다. 게임산업과 관련해 다양한 종류의 영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가 받아야 하는 ‘등록, 허가, 게임물 관련사업자의 준수사항’ 등은 게임산업의 기반을 조성하는 내용을 규정해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는 것(2번 조합)과 관련이 있습니다. 결국 게임물 관련사업자는 필연적으로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이용자에게 게임물을 제공하게 되니, 3번과 4번 조합에 해당하는 내용도 여기에는 들어있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제32조에 있는 오토프로그램의 제작, 판매 등에 대해 금지하는 규정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제32조가 들어 있는 제2절의 내용들은 다음 연재에서 오토프로그램에 대해 논하면서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1절의 내용 중 등록 및 허가에 관한 사항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게임제작업이나 게임배급업을 영위하려면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할 것(제25조 제1항), 일반게임제공업을 영위하려면 허가를 받아 영업할 것(제26조 제1항), 청소년게임제공업 또는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을 영위하려면 등록할 것(제26조 제2항),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을 영위하려면 등록할 것(제26조 제3항) 등입니다.

 


 

‘게임제작업’, ‘게임배급업’ 이런 것들이 법적인 용어라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게임제작업은 쉽게 말해 게임 개발사를 말하고, 게임배급업은 패키지게임 유통사나 온라인•모바일게임 퍼블리셔를 말합니다. 일반게임제공업은 오락실을 생각하시면 되는데, 성인용 게임과 청소년용 게임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오락실을 말하고, 청소년게임제공업은 청소년용 게임만을 제공하는 오락실입니다.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은 PC방,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은 PC방이나 오락실에 식당 등 다른 영업장이 함께 딸려 있는 경우를 상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그리고 ‘등록’이란 일정한 요건만 갖추어 서류를 접수하면 행정관청이 그 신청을 수리하여 주는 것으로, 원래 신고만 하면 금지하지 않을 만한 성격의 행위를 업무실태 파악이나 관리, 대항요건 부여, 질서유지 등 목적에 따라 신고를 수리하여 등록을 받는 것입니다. 반면 ‘허가’는 사회질서유지를 위한 목적상 원래 금지된 행위에 대해 요건을 갖추어 신청하면 행정관청이 이를 심사하여 금지를 해제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한 다음 승인을 내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위에서의 ‘일반게임제공업’ 즉, 성인용 게임을 제공할 수 있는 오락실은 게임산업법이 정하는 다른 업종과는 달리 허가제이므로, 좀 더 승인을 받기가 어렵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영업을 하는 자들을 모두 ‘게임물 관련사업자’라고 하는데. 게임산업법 제28조는 이들에게 준수사항을 명시하고 있고, 그 내용은 주로 음란물 제공 금지와 사행성 조장 방지에 대한 것, 청소년 보호에 대한 준수사항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처음의 일화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에 화제가 됐던 이 개발자는 자신이 제작한 게임물의 심의를 신청하려고 필요한 서류를 갖추는 과정에서 게임제작업 등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게임산업법 제25조 제1항은 게임제작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는 문화체육관광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하도록 하고 있는데, 게임제작업자 등록증(일반 사업자등록증이 아니라)이 당시 등급심의의 접수 서류로 필요했던 것이고, 그래서 게임제작업 등록을 하려고 했던 것이었죠.

 

사실 법조문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관련된 문화체육관광부령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5조(지금 법제처 사이트를 같이 보고 계신다면 게임산업법 제25조 제1항에서 링크된 ‘문화체육관광부령’을 클릭해서 시행규칙을 보시기 바랍니다)를 보면 게임제작업등록을 신청할 때에는 영업소의 임대차계약서 사본(임차한 경우에 한함), 제작시설 및 장비 명세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내면 이 게임제작업자의 사업장이 어디인지가 파악되는 것이고, 이 사업장이 위치한 건물 자체에 불법적 요소(주차장 지붕 불법설치)가 있었기 때문에 등록이 거부되었던 것이죠.

 

당시에는 SNS를 통해 이 사건이 전파되면서 주로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을 개발하거나 즐기는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무척 황당한 상황으로 이해됐지만, 생각을 조금 바꾸어보면 등록이 거부된 것이 기존 게임산업법의 시각에서는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관련기사: 게임 관련 법은 아직도 오락실 안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닐까

 

제가 제2회 연재에서 게임 관련 법은 아직도 오락실 안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죠. ‘게임 = 오락실, 유기장’으로 생각하는 과거의 시각을 이 사건에 대입해 본다면, 등록을 하지 않고 게임을 만드는 불법 아케이드 제작 사업장은 분명 제대로 되지 않은 건물이나 시설에서 영업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등록 신고된 소재지 건물에 불법 요소가 있다면 문제가 있는 사업장일 가능성이 많으니 행정관청 입장에서는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 타당하겠지요.

 

나아가 불법시설물이 설치된 건물에서 영업하는 오락실이라면 사람이 많이 모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 시설 때문에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등록을 거부하는 것도 타당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반드시 담당 공무원이나 행정관청의 태도만을 문제 삼을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의 문제는 이 분이 불법 아케이드 게임을 제작하는 분도 아니었고, 그저 스스로 게임을 제작하고 개발하여 앱스토어에서 판매를 해 보려는 독립개발자로서,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며 게임을 만들었는데, 이와 같은 모바일게임의 제작이 가능해진 시대와 현실을 당시의 법이 게임을 보는 시각에서는 미처 따라가지 못하였던 데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문제는 게임산업법의 처벌 규정을 보면 더 피부에 와 닿습니다. 게임산업법 제45조는 제25조를 위반한 무등록 게임제작업 영업행위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을 정해 처벌하고 있습니다. 등록하지 않고 <바다이야기>류의 불법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물을 제작하는 행위를 엄벌하는 것은 타당하겠습니다만, <플라피 버드>같은 스마트폰 게임을 업으로 제작하는 것을 처벌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런 점은 여전히 게임산업법이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의 변화를 쫓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지금도 아케이드 게임과 오락실이 있고, 불법 아케이드 게임 도박장이 어딘가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면 단속하고 처벌해야 합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틈틈이 게임을 개발해서 앱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독립개발자가 같은 처벌규정을 적용 받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죠.

 

가끔은 이미 작품을 내어 놓은 게임개발사가 게임제작업 등록이 필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서비스를 위해서 부랴부랴 게임제작업을 등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현실 때문에 등록을 받는 담당 군청, 시청, 구청(여기서의 ‘구’는 특별시, 광역시에서의 기초자치단체인 ‘구’를 말합니다)에서는 창업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게임개발사가 게임제작업 등록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재량을 가지고 등록을 받고 사안에 따라 형사고발까지 하지는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일단 법 적용을 엄격하게 한다면, 단순히 취미로 게임을 개발하고 앱스토어에 올리는 개발자들도 무등록 상태에서는 처벌을 받는 수 있는 영역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과징금이나 과태료를 받고 마는 문제가 아니라, 멋모르고 게임개발 해서 앱스토어에 올렸다가 정말 흔히 말하는 ‘전과’가 생길 수 있는 겁니다.

 

 

 

결론은, 게임산업법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현실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변화하겠지만, 플랫폼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고, 아케이드나 콘솔, 온라인이냐 모바일이냐에 따라 그 개발과정과 산업의 구조까지도 판이하게 다른 게임산업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담기에는 아직까지는 부족한 면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차장 지붕으로 인한 게임개발업 등록 거부 사례는 그런 점이 문제가 되어서 외부로 알려진 것이 한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법의 개정은 현실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 보다 느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게임산업법이 여전히 ‘게임 = 오락실, 유기장’의 시각을 벗지 못한다면 현실과 법의 괴리에서 오는 현상은 다른 사건의 형태로 또 나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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