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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법] ‘예술로서의 게임’이 갖는 법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땡땡땡 2015-07-20 12:04:08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지난 연재와 더불어 우리는 여러 차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았습니다(제1회, 제2회, 제4회, 제12회, 제13회, 제14회… 많이도 다뤘네요). 게임산업법에 대한 논의를 마치기 전에 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를 한 번 같이 살펴볼까요. 게임산업법 제2조는 게임산업법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용어의 정의를 담고 있는 조문이라서 앞으로 게임산업법을 살펴보시려면 제2조 각 호의 정의들을 자주 찾아보게 될 것입니다.

 

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는 [‘게임물’이라 함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를 말한다]며, ‘게임’이 아닌 ‘게임물’의 정의를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게임물’이란 ‘게임’이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적 장치를 통해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게 된, 즉 게임이 일종의 매체에 기록된 형태를 의미합니다. 위 정의에서 ‘게임’의 정의를 순수하게 추출해 본다면, 아마도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이라 하겠습니다. 

 

  

즉, 우리 법에서 ‘게임’이란 일종의 영상물을 의미합니다. 이런 정의를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을 서구에서 ‘비디오 게임’(Video Game)이라고 부르는 것이라든가, 기본적으로 시각적 창작물로서 게임을 상상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게임’(game)이라는 단어는 서구적인 관점에서는 <카르카손>, <할리갈리> 같은 보드게임이나 어린 시절 동네에서 즐기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 달구지>같은 놀이를 모두 포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컴퓨터나 콘솔, 아케이드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전자오락’을 지칭하는 말로 ‘비디오 게임’에 한정해 많이 쓰이긴 합니다. 이런 점은 아마 TIG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면, ‘영상’으로서의 게임은 ‘예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잘 만들어진 게임을 볼 때 “와, 이 ‘작품’ 이거 완전 ‘예술’이네” 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게임산업이 기술 기반 산업이면서도 콘텐츠 산업이라는 점에서 게임은 단순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예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본 ‘게임과 법’ 칼럼의 지난 연재 중 ‘상품으로서의 게임과 서비스로서의 게임’을 다루었던 연재에서의 댓글 중에는 게임을 ‘작품’으로 보는 관점에서 더 나아가 ‘예술’로서의 게임에 대해 더 논의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 의견을 처음 보았을 때는 예술은 법적으로 규제할 만한 부분이 많지 않은 영역의 문제라서 다룰 것이 그리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게임 또한 기본적으로 즐기는 행위라는 점에서 규제의 문제와는 친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그래픽으로 관심을 받았던 <위쳐3: 와일드 헌터>

  

게임이 예술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법적인 논의라기보다는 인문학이나 철학적인 논의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물론 게임은 예술이라는 견해에 동감하는 쪽입니다만, 분명 게임은 상업예술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업예술인 영화의 발전 과정을 보면, 게임이라고 해서 특별히 달리 취급할 이유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게임이 그 자체로 예술의 영역으로 평가된다면, 법적으로는 무엇이 달라질까요? 이 문제는 헌법적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0조에서부터 제39조까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다룹니다. 여기서의 권리를 국민 개개인이 국민으로서 갖게 되는 기본적인 권리로 ‘기본권’이라고 합니다.

 

이 중 대한민국 헌법 제2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저작가 발명가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헌법의 전문에는 ‘(전략) ~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 (후략)’이라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여 ‘문화국가의 원리’ 우리나라의 이념 중 하나로 선포하고 있습니다.

 

TIG독자 여러분 중에서는 ‘이게 무슨 소리냐,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헌법이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기본권과 그렇지 않은 기본권, 단순히 법이 보장하는 권리의 차이는 큽니다.

 

 

예를 들어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있을 경우 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해 그 기본권을 형해화하는 경우나 지나치게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법률의 효력이 무력화되거나 무효로 선언될 수 있는 강력한 보장을 받게 되는데, 헌법이 명시한 기본권은 달리 해석을 통하지 않고서도 바로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법적인 구제수단에 있어서도 헌법소원을 통한 구제를 받을 수 있느냐 아니냐의 실질적인 차이를 가져옵니다. 깨알 같은 글씨로 도배된 두꺼운 헌법이론 책들에서도 수백 페이지에 걸쳐 논의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는 ‘예술의 자유의 내용으로서는 일반적으로 예술창작의 자유, 예술표현의 자유, 예술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을 들고 있다’고 설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깐 게임이 ‘예술의 자유’로 보호받는 경우에는 ‘예술표현의 자유’에 따른 보호를 받게 됩니다. ‘예술표현의 자유’란 창작한 예술품을 일반대중에게 전시 공연 보급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합니다.

 

그런데 ‘예술표현의 자유’에 따른 보호를 받는다는 것은 곧,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원리를 이루는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자유’를 통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표현의 자유는 헌법 기본권에서 아주 특별한 위상을 갖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통한 보호를 받습니다. 미국에서는 ‘freedom of speech’라고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즉 쉽게 말해,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사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보장돼야 건전한 민주주의가 존립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는 사전에 그 내용에 따라 표현을 할 수 없게 하는 사전제한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사후에도 내용에 따라 제한을 하는 행위는 엄격히 통제돼야 합니다. 특히 언론과 출판에 대해서는 헌법 제21조 제2항이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강력하게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게임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게임은 언론이나 출판이 아니라고 생각해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영화나 음반의 경우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헌법재판소를 통해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을 통해 사전검열제도를 폐지한 사례가 많았는데요, 바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전검열금지를 주장해 위헌결정을 받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993년 당시 영화법의 심의규정이었던 제12조 등에 대한 위헌제청사건에서 ‘영화도 의사표현의 한 수단이므로 영화의 제작 및 상영은 다른 의사표현수단과 마찬가지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음은 물론, 영화는 학문적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예술표현의 수단이 되기도 하므로 그 제작 및 상영은 학문·예술의 자유에 의하여도 보장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우리 헌법이 제21조 제2항에 의해 언론 출판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는 것을 두고 ‘비록 헌법 제37조 제2항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언론·출판에 대하여는 검열을 수단으로 한 제한만은 법률로써도 허용되지 아니 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사실 1993년이나 영화까지 그리 멀리 갈 것도 없는 것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주장은 강제적 셧다운제 헌법소원으로 유명한 ‘청소년보호법 제23조의3 등 위헌확인’ 사건에서 인터넷게임 제공자였던 13개 게임사들이 주장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다만 강제적 셧다운제 사건에서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의 문제가 아니어서 이를 살펴보지 않겠다고 했었죠.

 

 

헌법에서 금지돼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4가지 사항에 해당해야 합니다. ①하나는 표현의 ’내용’에 대한 검열일 것, ②‘사전’ 검열일 것, ③표현물에 사전제출의무를 부과하고 허가를 받지 아니한 표현물을 표현하는 것을 ‘금지’시키거나 심사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강제’ 수단이 있을 것, ④‘행정기관’에 의한 검열일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강제적 셧다운제 사건에서 게임사들의 주장에 대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던 이유는 이것이 ‘게임의 내용’에 대한 규제나 금지가 아니라 게임의 내용을 제공할 수 있도록 두고 제공시간의 일부를 제한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비추어 보면, 게임이 예술이냐 아니냐의 논의와는 별개로, 어쨌든 법적으로 게임이 ‘표현의 자유’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음은 확실하다 하겠습니다. 다만 게임을 규제하는 법적 규제수단들이 표현의 자유의 보호와 관련된 법이론을 인용하기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을 뿐이죠. 

 

  

애초에 ‘예술로서의 게임’에 대해 문의하셨던 TIG 독자 분께 충분한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헌법의 문화국가원리를 계승해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은 ‘문화예술’의 정의에 게임은 포함하고 있지 않긴 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법체계상 이미 별도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두고 있기 때문이긴 할 것입니다. 설마, 게임은 ‘문화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겠지요?

 

생소한 헌법이론을 설명하느라 TIG 독자 여러분께서 지루하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이 예술이냐 아니냐에 대해 법은 명확한 답을 주진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게임이 예술인지 아닌지 여부와는 별개로 게임은 영상물로서 표현의 자유에 의한 보호를 받습니다. 

 

다만 게임의 산업적인 측면에서 비추어 볼 때 이것이 법적인 분쟁이 되어 판단의 대상이 된 적은 없었습니다. 오늘 살짝 살펴본 강제적 셧다운제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연재에서 한 번 깊이 있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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