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이야기] 내 맘대로 정리한 인도 이력서의 다섯 가지 특징 - 채용기 이력서편 ☜ 이전편 보기
인사담당자는 인터뷰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내게 "웰컴 투 인디아"라고 말했다.
1주일간 겪었던 인터뷰 에피소드를 짤막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나: "오전 10시에 인터뷰 있죠? 벌써 기대되네요."
인사담당자: "사람이란 게 와봐야 아는 거죠. 전화해볼게요."
나: "오전 10시가 됐는데 사람이 아직 안 왔어요. 어떻게 된 일이죠?"
인사담당자: "전화할 때 온다고 했어요. 인도는 교통편이 안 좋으니깐 늦을 수 있어요."
나: "오전 10시 30분이 됐는데 안 왔네요. 그냥 재껴야 겠어요. 면접 때 늦는 사람을 어떻게 믿어요."
#2
나: "오후 2시 인터뷰는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에요."
인사담당자: "국서방이 기대를 하니, 이번에는 꼭 왔으면 좋겠어요."
(딩동~ 누군가가 사무실 초인종을 눌렀다)
나: "드디어 왔나 보네요. 생각보다 10분 일찍 왔네."
인사담당자: "회의실에 가 있으세요. 사람 데리고 갈게요."
나: (지원자를 보며) "반가워요. (인사담당자를 보며) 근데 2시 인터뷰는 여자 아니었나요?"
인사담당자: "왜 남자가 있지? 아. 10시 인터뷰 지원자가 지금 온 거네요."
(2시 지원자는 끝내 오지 않았다.)
#3
인사담당자: "오늘 인터뷰는 오전 11시 하나, 오후 3시 두 개에요."
나: "오전 인터뷰 하나는 알겠는데, 오후 인터뷰 두 개는 뭐에요?"
인사담당자: "대행사가 오후 3시 인터뷰를 저렇게 잡아놨어요. 누가 오는지는 봐야 아는 거죠."
나: "대행사가 참 무모하네."
(결국 오후 인터뷰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
#4
인사담당자: "대행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30분 후에 인터뷰 있답니다."
나: "30분 뒤에? 그럼 우리가 확인하기 전에 대행사에서 지원자를 이리로 보냈다고요?"
인사담당자: "대행사가 왜 이렇게 일하지?" (대행사에 전화한다) "인터뷰하기 싫으면 돌려보내래요."
나: "아니죠. 지원자가 와 주신 것만 해도 고맙죠. 근데 이력서는 어딨죠?"
#5
인사담당자: "인터뷰할 때 상대방에 대한 생각이 표정에 다 드러나요."
나: "인도 영어가 적응이 안 돼서요. 아니다 싶으면 듣기를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인사담당자: "듣기를 포기할 때의 표정이 해맑아 보여요. 인도 영어가 잘 안 들리죠?"
나: "인도건, 미국이건 다 잘 안 들리죠. 그래도 민폐 끼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사담당자 :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어서 영어 발음이 매우 독특한 사람들이 많아요."
나 : "그래서 저는 눈을 쳐다봅니다. 오랜 채용 경험으로 눈빛을 보면 쏘울이 느껴져요."
#6
인사담당자: "게임 개발한 사람이 지원서를 냈어요. 화상회의 하고싶대요"
나: "어? 그냥 인터뷰 시간 잡아주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
인사담당자: "이 사람이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요. 인터뷰 때문에 오긴 힘들다고 하네요."
나: "멀어봤자지. 왜 사람이 이렇게 성의가 없는 거죠?"
인사담당자: "델리에 있대요. 여기에서 2,000km 떨어져 있어요. 자동차로 30시간 정도?"
나: "원격 인터뷰는 뭐로 하죠? 스카이프면 될까요? 눈빛을 봐야 하는데 어떡하지?"
#7
개발실장: "오전 10시에 웹 UX 디자이너를 뽑는데 같이 들어가실래요?"
나: "아, 시간 확인해보고 괜찮으면 들어가겠습니다."
개발실장: "혹시 질문할 게 있으면 미리 준비해주세요."
인사담당자: "국서방은 질문지는 주는데 질문을 거의 안 해요. 말을 안 하고 눈만 쳐다봐요."
개발실장: "저도 면접자들이 가늠이 안 돼서 면접 전에 퀴즈 냈었어요."
나: "아하! 그렇게 하면 많이 참여해요? 잘 풀어 오나요? 아... 그래서 지원자가 뜸한 거구나."
#8
인사담당자: (지원자를 보며) "반갑습니다. 프로그래머인데 어떤 걸 주로 다룰 줄 아나요?"
지원자: "저는 이런, 저런, 요런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압니다."
인사담당자: "아. 그렇군요. 그럼 게임은 해본 적 있으세요?"
지원자: "저는 그런 습관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라고 쓰고 "난 몸과 정신에 해로운 게임 따위는 하진 않아" 라고 읽는다.)
(출처: m.blog.naver.com/queen7165/220207593387)
#9
나: "무슨 게임을 해보셨나요?"
지원자: "<캔디크러쉬사가>와 <트래픽라이더>를 해봤습니다."
나: "그래요? <캔디크러쉬사가>는 몇 레벨까지 해봤었죠?"
지원자: "20레벨까지 해봤습니다. 휴대폰 용량이 모자라서 지웠습니다."
나: "게임 못했다는 말을 그렇게 둘러대는 거 아니에요? 그 말을 어떻게 믿죠?"
지원자: "아니에요. 용량이 부족한 거에요. 지금 제 휴대폰의 유일한 게임은 <트래픽라이더>밖에 없어요."
나: "그럼, <트래픽라이더>라도 해보세요."
지원자: "잠시만 기다리세요"
(액정이 산산조각난 휴대폰을 꺼내더니 게임을 실행시킨다. 능숙 능란하게 게임을 조작한다.)
지원자: "저 게임을 좋아해요. 거짓말 아니에요."
(이 지원자는 결국 퍼니즌에 채용됐다.)
#10
나: "<카운터스트라이크>로 여러 대회에서 꾸준히 수상했었네요."
지원자: "네, 하루에 8시간씩 꾸준히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나: "우와. 대단하세요. 그럼. FPS의 경우, 얼마나 오랫동안 플레이하면 맵이나 무기 밸런스를 확인할 수 있죠?"
지원자: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인사담당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상생이나 공략 등을 파악하는데 얼마나 소요되는지 궁금해서요."
지원자: "FPS는 별거 없어요. 잘 피해서 조준해서 적을 맞추면 되죠. 뭐가 더 필요해요?"
나: "조작을 잘하니, 공략 따윈 필요 없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