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게임예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업계 금손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작품과 함께 작품의 목적과 작업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유저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지망생들에게는 참고가 될 자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소위 ‘오타쿠’ 취향의 게임들은 다른 일반적인 게임들에 비해 ‘2차 창작’이 활발합니다. 아무래도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유저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좋다고 할까요? 실제로 인기 있는 오타쿠 취향의 게임들은 커뮤니티만 가봐도 소위 ‘짤방’이라고 불리는 간단한 자투리 이미지부터 프로 뺨을 후려치는 고퀄리티 팬아트, 스토리가 있는 만화나 소설 등 다양한 2차 창작이 활발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디얍 작가는 단순히 ‘인기 있는 2차 창작 작가’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최근 <라스트오리진>의 ‘공식’ 만화 작가로 데뷰가 결정되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2차 창작을 하는 모든 아마추어 작가들의 꿈을 이룬 것이죠. 디스이즈게임은 디얍 작가로부터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아마추어가 ‘공식’ 만화가가 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 그림을 배운 적도 없는 순수 ‘아마추어’, 게임에 빠지고 2차 창작에 나서다
“<영원한 7일의 도시>라는 게임으로 소위 ‘오타쿠’ 계열 게임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이런 게임에 푹 빠졌고, 게임 정보를 찾으려고 커뮤니티를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2차 창작을 접했죠. 그리고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시작이었어요. 그전까지는 정말 특별한 것도 없고, 그림에 대해 뭔가 배우거나 뜻을 품은 적도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이후 디얍 작가는 태블릿을 구매해 약 1년 동안 틈틈이, 그리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그림을 사람들이 좋아해 줄지, 재미있게 봐줄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본격적으로 그가 자신이 그린 팬아트를 외부에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에서 서비스하는 <에픽세븐>에 푹 빠지면서부터였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한 팬아트만 그릴 생각이었지만, 이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의 배경 스토리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있는 '만화'를 그렸다고 합니다.
“이전에도 <쿠키런>이나 <마이홈> 같은 게임을 즐겨 하긴 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영원한 7일의 도시>나 <에픽세븐> 같은 오타쿠 취향의 캐릭터 수집형 게임들은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개성 강하고, 배경 설정도 재미있으니까 새로운 세계를 보는 것 같았달까요? 푹 빠졌습니다. 게임 외에도 이 캐릭터는 어떠한 배경이나 과거가 있을까, 그리고 제가 보고 느낀 캐릭터의 인상대로 성격을 부여해서 여러 가지를 상상하는 게 정말 즐거웠습니다. 즐겁게 그림을 그렸어요”
# 예상치 못했던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 그리고 이모티콘
“처음 올린 만화가 추천 수를 100개 넘게 받았고, 덧글도 많이 달렸어요. 지금까지 이러한 관심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정말 신기하고 행복했습니다. 몇몇 분들은 제 만화를 이용해서 커뮤니티에 쓰이는 ‘이모티콘’을 직접 제작도 해주셨는데요. 그걸 또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사용해주더라고요. 너무 신기했고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디얍 작가가 커뮤니티에서 유명인이 된 것은 바로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의 개성 강한 그림체가 덧글 등에서 이모티콘으로 사용하기에 좋기 때문인지 <에픽세븐>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다른 게임의 커뮤니티에서도 디얍 작가의 그림체를 흉내 낸 이모티콘이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디얍 작가의 그림체는 동화풍에 ‘찐빵’ 같은 통통한 볼이 개성 강하고 귀여워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디얍 작가는 본인 스스로가 동화풍의 귀여운 그림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반영하려다 보니 지금과 같은 그림체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전에 혼자서 그림을 그려보니까 제가 봐도 크게 개성도 없고 특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고민했는데, 한 번 시도해본 것이 <에픽세븐>의 ‘라비’를 그리면서 찐빵 같은 뺨을 그려본 것입니다. 이게 정말 반응이 좋아서… ‘귀엽다’, ‘볼 꼬집고 싶다’ 같은 덧글이 많이 달리더라고요. 그래서 이 부분을 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개성적으로 잘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 아마추어를 넘어 공식 만화가로 데뷰… 그리고 또 다른 게임회사의 정직원으로
이후 디얍 작가는 <에픽세븐>과 관련된 만화를 계속 그리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에픽세븐>의 운영과 관련해서 벌어진 사건사고를 풍자한 소위 ‘육개장 만화’의 경우, <에픽세븐>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 및 커뮤니티 유저들한테도 이름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만화 이후 그에게 외주의뢰가 들어오기도 했다는데요.
‘육개장 만화’ 이후 디얍 작가는 <에픽세븐> 뿐만 아니라 스마트조이에서 개발한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게임 <라스트오리진>을 플레이하기 시작하면서, 이 게임에 대한 만화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8월 정도였을 거예요. 사실 이전에도 스마트조이와는 메일을 몇 번 주고받았는데, 제가 창작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 있다면 공식 만화가로 함께 일을 해보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맨 처음에 그림을 그렸을 때는 이렇게 데뷰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여러 의미로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디얍 작가는 10월 2일부터 <라스트오리진> 공식 만화를 격주 단위로 연재합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일상을 귀엽게 표현하면서,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인터넷에 유행하는 밈(Meme)을 만화로 표현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또한 실제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입장으로서 플레이어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과 게임에 대한 팁도 함께 그려 넣을 생각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라스트 오리진>은 이제 2~3개월 정도 게임을 한 것 같은데, 정말 개성 강한 캐릭터들도 다양하고, 배경 설정도 탄탄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좋은 것 같아요. <라스트오리진> 게임을 하면서 그리고 싶었던 소재가 많은데,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전부 그려보고 싶습니다. 많은 기대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최근 디얍 작가는 어떤 의미로는 ‘인생의 전환점’으로 볼 수 있는 순간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라스트오리진>의 공식 만화는 어디까지나 ‘외주’로서 연재를 하는 것인데 반해, 최근 또 다른 게임회사로부터 ‘정직원’ 제의를 받고, 이를 수락한 것입니다.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지금까지 제 그림을 재미있게 봐주셨던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에픽세븐>이나 <라스트오리진>에서 제 그림을 보고 좋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더욱더 실력을 쌓아서, 더 많은 귀여운 캐릭터들과 재미있는 만화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