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신문 조선일보가 또 해냈다. 이 꼴을 보시라!
8일 자 조선일보 조간 A12에 실린 ["내가 썰었어"… 칼로 베는 ‘살인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
8일 조간에 실린 ["내가 썰었어"… 칼로 베는 ‘살인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화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근 흉기를 이용한 ‘묻지 마 살인’과 살인 협박이 잇따르는 가운데 칼을 이용한 살인 게임과 실제 범죄 간의 연관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단다.
기자들은 4일 신촌의 PC방에 찾아가 "고등학생 5명이 팀을 이뤄 상대편을 칼로 난자하고 총으로 사살하는 게임을" 하는 모습을 걱정스러운 양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인기 게임 상위 10개 중 4개가 '총·칼 게임'이며, 주 이용자는 중·고등학생과 20대 초반 남성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본인이 직접 칼을 휘두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라는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까지 실었다.
사실 기자는 "쿨타임(시전 시간)이 됐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려 했다. 조선일보가 어떤 매체인가? "부모는 일터로… 성적은 바닥으로… 게임속으로 도망가는 아이들"이라며 2012년에 신년 특집으로 게임 중독을 무겁게 보도한 곳 아닌가? 왕따 폭력에도, 육상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30대가 강도를 할 때도, 김 군이 ISIS에 가입했을 때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때도 조선일보는 게임 탓을 해왔다.
역사와 전통의 조선일보 게임 탓
하지만 시민이 매일 불안에 떠는 이 시국에 1등 신문이 '게임 탓' 카드를 꺼내 들었으니,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죄는 게임 등 디지털 매체의 영향부터 고립, 우울 등 여러 요인이 중첩돼 폭발하는 것"이라는
이해국 교수 같은 이들에게 다시 마이크를 쥐여 줄 수 없을 일이다. 중독 세력이 다시 나타나게 둘 것인가? 시계를 2000년대 중후반으로 되돌릴 것인가?
조선일보는 8일 기사의 근거로 2001년과 2013년에 발간된 논문을 인용했다.
2023년 강산이 2번이나 변했다. 이들이 22년 전인 2001년에 나온 대한가정학회 논문을 인용한 저의는 무엇인가? 최근에 나온 논문에서는 '살인 게임'의 논리를 더할 근거를 댈 수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심지어 2001년 논문은 게임 자체보다 남성 청소년의 중독적 행위에 대해서 연구한 논문이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언급한 가장 최근의 논문은 10년 전의 것이다. 인용된 중앙대학교병원 논문은 게임이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것에 대해서 연구한 것으로, 게임과 공격성의 상관관계에 대해 반론과 한계를 고루 싣고 있다.
국내 최고의 매체라는 곳의 기자가 세 사람이나 붙어서 '게임 탓' 프레임을 짜려고 20년 전 논문까지 캐오고 있으니 애석함을 금할 길이 없다. 더구나 최근 들어 게임과 폭력성에 대한 연구는 그 '메타'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 5월, 스탠포드 대학 브레인스톰 연구소는 무려 82개의 의학 연구 논문을 종합한 결과, 게임과 '폭력' 사이의 인과 관계는 찾지 못했다고 결정지었다. 또 지난 30년간 FBI 연간 집계 범죄 보고서와 폭력적인 게임(GTA)의 판매를 대조한 결과, 게임 때문에 실제 폭력이 증가했다는 근거를 얻지 못했다.
스탠포드 대학 브레인스톰 연구소
[관련기사]
스탠포드가 82개 의학논문 검토 후 증명한 '게임과 폭력성'의 인과 관계는? (바로가기)
그러므로 조선일보의 '게임 탓'은 이미 지나간 떡밥이다.
"칼로 상대방을 살해하면 이기는 한 온라인 게임 장면"이라고 등장한 자료 사진은 2005년에 출시된 <서든어택>이다. <서든어택> 칼전은 꽤 재밌고, 기자도 가끔 PC방에서 친구들이랑 한다. 그러나 <서든어택> 칼전의 영향을 받아 길거리에 난동을 피운 친구는 주변에 없다. 심지어 <서든어택> 클랜 활동을 열심히 했던 한 친구는, 클랜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살고 있다.
"요즘은 그래픽 기술이 발달해 게임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고 생생해졌다"는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은 참에 가깝겠지만, 이것이 게임 문화를 '살인'에 빗대게끔 발화한 것은 전혀 아니라고 믿는다. "칼을 이용한 살인 게임과 실제 범죄 간의 연관성"이란 그 어느 곳에서도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주장이다.
끝으로 오늘의 리빙포인트.
한국산 신문지는 기름 흡수에 효과가 좋으며, 습기를 제거하거나, 유리창을 닦을 때 쓸 수 있다. 또 반려동물의 배변 패드로 손색이 없다. 동남아시아의 야시장에서는 길거리 간식 포장지로 한국산 신문지가 즐겨 쓰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한국 신문지가 1kg에 500원 선에 거래 중이다. 한국에서도 쿠팡에서 조선일보 과일호를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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