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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코드 이슈로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세력은 의사"

문화연대 긴급토론회, "WHO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패널 토론

현남일(깨쓰통) 2019-05-03 22:14:26

5월 3일,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에서 진행된 ‘세계보건기구(WHO)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는 윤태진 연세대학교 교수,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발제에 이어서 총 7명의 패널이 토론을 진행해 이번 이슈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밝혔다.

 

토론은 박근서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과 과장, ‘믹스라이스’ 양철모 작가, 온상민 e스포츠 해설위원, 위정현 (가칭)질병코드도입저지공대위 대표 겸 한국게임학회장,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 이혜영 문화 연구자가 참여했다. 디스이즈게임은 패널 토론의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봤다. 

 

①​ 문화연대 긴급토론회, "WHO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 ②​ [패널토론] "게임 질병코드 이슈로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세력은 의사"​ 

  


# 게임에 대한 탄압, 만화 때와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박근서 대구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번 이슈를 비롯해 게임의 유해성을 지적하며 규제를 주장하는 일련의 사태가 과거에 있었던 만화에 대한 사회적 탄압과 닮은 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만화는 지난 1990년대 말, 선정성이나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 등을 이유로 각종 규제 움직임과 함께 유명 작가들에 대한 무리한 수사가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국민 만화가’ 반열에 올랐던 허영만 작가, 이현세 작가마저 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하지만 당시 만화와 지금의 게임은 분명 다른 점도 존재한다. 당시 만화는 어디까지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 프레임으로 공격받았다. 하지만 현재 게임은 문화적인 측면을 떠나 ‘게임의 존재 자체가 질병이다’ 라는 의학 프레임에 갇혀서 공격받고 있다. 박근서 교수는 “게임은 문화이고, 문화는 어디까지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풀어야 하는데, 난데없이 의학에 대한 담론이 오고 가고 있다. 이는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근서 교수는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의미 있는 논의가 불가능하다. 만약 게임이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게임이 문제가 있고’, ‘어떠한 게임이 나쁘며’, ‘올바르게 게임을 문화로서 향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모든 것이 ‘게임 중독’, ‘질병코드’ 문제로 덮이고 있다. 부디 문화는 문화의 관점에서 생산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근서 대구 가톨릭대학교 교수

# 청소년층 게임 과몰입의 원인은 ‘학업 스트레스’

 

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과 과장은 정부 및 업계가 최근 몇 년간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사업을 여러 건 추진했다며,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대중의 시선을 돌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WHO의 ‘게임 질병코드 분류’ 이슈를 보면 이러한 활동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승범 과장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 콘텐츠진흥원이 약 5년에 걸쳐서 게임 이용자 패널을 연구했다며, 이는 세계에서 유일한 게이머 대상 장기 추적 연구이기에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연구 결과 청소년층의 게임 과몰입 주요 원인은 ‘학업 스트레스’ 였던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관련기사] 아동·청소년이 게임에 과몰입하는 주요 원인은 "학업 스트레스"

 

박승범 과장은 “게임 중독이나 과몰입에 대한 의학적, 과학적 근거는 그 어디에서도 검증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를 질병코드로 분류하는 것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과 과장

# 게임업계가 하나로 통일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믹스라이스’ 양철모 작가는 WHO가 본격적으로 게임을 질병코드로 분류를 추진하기 전부터 업계가 대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리고 막상 질병코드 등재가 코앞에 다가와서야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업계의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양철모 작가는 “지금 자식을 키우는 입장으로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많이 언급하는 이슈 중에 하나가 바로 ‘게임’이다.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는 어찌 보면 부모와 자식 간에 수평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하나의 놀이 문화다. 하지만 만약 ‘질병’으로 분류되기 시작한다면 이러한 일상은 모두 파괴될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게임업계 및 학회가 통일된 목소리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믹스라이스’ 양철모 작가

 

# 방어논리도 게임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각종 e스포츠 중계 및 해설로 맹활약하고 있는 온상민 해설위원은 “게임업계 종사자로서, 이런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갑갑함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WHO의 게임 질병코드 등재를 반대하고 있는 것에 감사함을 밝히며, 다만 반대하는 쪽에서도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대해 잘 이해하고 방어논리를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이라고 해도 장르 별로 특징이 천차만별인 작품들이 수두룩하며, 이용자 또한 성향이 가지각색이다. 이러한 게임의 특성을 좀 더 반영해서 방어논리를 짜야 설득력 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온상민 해설위원은 “게임은 만만한 문화가 아니다. 프로 게이머를 하고 싶다면 체계적인 연습을 해야 하고, 그 안에서도 자신에게 어떤 포지션이 맞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또 게임을 통해서 사회성을 배울 수도 있다. 이러한 게임에 대해 보다 더 긍정적인 대화나 토론이 오고 가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온상민 해설위원

# 질병코드 이슈로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세력은 의사들

 

위정현 (가칭)질병코드도입저지공대위 대표 겸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업계가 통일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양철모 작가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최근, 이번 이슈에 대해 업계가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대위를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공대위는 약 40여 개의 단체가 힘을 합치기로 한 상태로 조만간 60개 이상으로 그 수가 늘어날 것 같다며 이후의 활동에 많은 지지를 부탁한다 밝혔다.

 

위정현 대표는 현실적으로 5월 말 개최 예정인 ICD-11(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에서 게임이 질병코드로 등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도 게임을 질병코드로 등재하려는 의학계의 공격이 집요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만약 게임이 질병코드로 등재되면 경제적으로 가장 큰 이득을 얻는 것은 의사들이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만약 WHO가 게임을 질병코드로 정식 등재하면, 당장 국내 의학계에서는 손인춘 의원이 시도했다가 무산된 ‘게임 중독 방지를 위한 기금의 조성에 대한 법안. 내지는 그와 유사한 각종 중독세 관련 법안을 내려고 할 것이다. 이에 과연 우리 게임 업계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를 밝혔다.

 

위정현 대표는 “지금까지 업계에서는 게임의 ‘산업적 가치’를 내세워서 각종 규제 움직임에 반대해왔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청소년 보호’ 논리를 내세우는 규제 찬성파 측 공세를 막을 수 없다. 앞으로는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가 가져야 할 창작과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미디어의 자유를 들어 새로운 프레임을 짜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위정현 (가칭)질병코드도입저지공대위 대표 겸 한국게임학회장

# 게임은 대중문화로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아직까지 세상은 게임을 단순히 저급한 ‘놀이문화’, 심지어 이번 이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질병’ 이라고 까지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게임은 점점 우리 생활에 밀접한 대중문화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디어에서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는가 하면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 시범종목으로 채택되고, 또 각종 문화 공간에서 아케이드 게임기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렇기에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게임을 ‘대중 문화’로서 인식하고 학회나 업계는 물론이고 이용자들 또한 자신이 향유하는 게임에 대해 진지한 담론이 오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종임 집행위원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은 언론의 영향도 컸다며, 언론이 게임의 본질을 이해하고 보다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근 게임과 관련된 언론 기사를 보면 ‘사행성’에 대한 보도가 많다. 하지만 게임은 사행성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이슈가 있다. 이러한 점을 언론이 적극 반영하면 좋을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

# 모두가 게임을 당당하게 즐겼으면 좋겠다

 

자신을 10살 아이를 둔 학부모라고 소개한 이혜영 문화 연구자는 한국 사회가 ‘게임을 즐기는’ 행위 자체를 당당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혜영 문화 연구자는 어린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대부분이 게임을 즐기는 것에 있어서 ‘핑계’를 댄다. 가령 ‘이 게임은 집중력을 길러줘서’, ‘이 게임은 이런 이유가 있어서’… 같은 식으로 굳이 당위성을 찾는다는 식이다”고 말했다.

 

이혜영 문화 연구자는 어린아이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모두가 노력해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말 게임을 좋아하면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이 아닌가? 이번 이슈도 그렇고 결국 한국 사회가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놀이 문화’로서 제대로 인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혜영 문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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