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5일, 세계보건총회를 통해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공식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해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여전히 우려 목소리가 나오며 찬반여론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모든 개정 논의는 마무리됐으며 28일 전체 회의 보고를 앞둔 상황. 이제 시선은 WHO에서 국내 주무부처와 업계의 대응으로 옮겨졌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지난 5월 20일 개최를 시작으로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는 WHO 세계보건총회. 이번 총회는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코드 분류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기 때문에 정식 일정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WHO는 총회 기간인 지난 25일, '게임 이용 장애'를 공식 질병으로 분류한 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게임 이용 장애는 ICD-11에 코드 '6C51'로 등록됐으며, 유예 기간을 거쳐 2022년 1월 정식 적용될 예정이다. WHO가 정의한 게임 이용 장애는 다음과 같다.
6C51 게임 이용 장애
게임 이용 장애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 게임행동의 패턴으로 특징할 수 있다.
1)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시작, 빈도, 강도, 지속 시간, 종료, 상황)
2) 게임을 일상이나 다른 삶의 관심사보다 더 중요시할 정도로 우선 순위를 높이 둠
3)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는 것.
이러한 행동 패턴은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또는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러한 게임 행동 양식이 최소 12개월 동안 분명하게 나타나는 경우.
이번 결정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세계보건총회 기간이 아직 남아있고, 총회 중 연구 결과가 다른 반증에 의해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는 점과 절차가 28일 전체 회의 보고만 남겨둔 상황이라는 점 등으로 볼때 WHO 결정이 뒤집히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업계는 물론 국가 차원 대응 역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공식 질병으로 인정하면서 각국은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 배정을 논의하는 등 실질적 조치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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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D-11이 승인되면서 게임 이용 장애는 유예 기간 후인 2022년 1월부터 공식 질병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공식 질병 적용 대상은 194개의 WHO 회원국. 각국은 게임 이용 장애 대처를 위한 방안 마련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며,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만, 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했다 하더라도 이는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각국 적용시 세부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한국은 ICD-11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한국 질병 분류 코드'(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KCD)라는 독자 기준을 따르고 있다.
KCD는 통계청이 관리하는 내용으로 1952년 제정된 '한국사인상해 및 질병분류'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7번의 개정을 거쳤다. KCD는 5년에 한 번씩 개정되며, 오는 2020년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ICD-11이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 1월부터 공식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 적용을 위한 논의는 2025년에 발표할 개정판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즉, ICD-11 내용이 KCD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공식 적용은 2025년 개정판 발표 이후인 2026년부터인 셈이다.
다만, KCD가 개정되면서 WHO 발표 내용을 세분화해 국내 실정에 맞춰 추가한 사례는 있지만 특정 질병 코드가 적용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게임 이용 장애가 제외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물론 게임 이용 장애의 경우 기존과 다른 큰 사안이기에, 통계청도 자체 검토를 진행하면서 추이를 살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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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보건복지부는 게임 이용 장애 공식 질병 인정에 찬성하며, 6월 중 게임 이용 장애 국내 현황 및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추진할 입장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빠른 국내 적용을 밝히기도 했다.
협의체에는 보건복지부는 물론 시민 단체, 의료 전문가, 게임업계 인사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본래 문체부도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문체부 측은 보건복지부가 중립적이라 판단하지 않아 불참할 예정이다.
KDC를 관리하고 있는 통계청은 현재 게임 이용 장애가 KCD에 들어가는 게 적합한지 자체 연구 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디스이즈게임과 통화에서 "이 문제의 경우 1~2년 검토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연구를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체 검토가 끝나는데로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한 개정안 작성에 들어갈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통계청은 ICD-11 검토 내용이 방대해 'KCD 5년 개정 기간'을 맞추겠다고 확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통계청은 "이전에는 질병에 관한 코드와 이름만 등재됐다면 이번에는 검토할 사안이 더 많다. 질병코드 등재에 관해 이렇게 부처 간 의견이 큰 경우가 없었고 이슈화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자체 검토를 진행하면서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