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둔 정치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대중의 호의와 관심이다. 그렇다면 정치인이 '욕' 먹기 좋은 행동을 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이 판교 게임 단지 1km도 안 되는 곳에 "게임중독은 질병!"이라는 현수막을 걸어 논란이다. 관련기사: "게임중독은 질병!" 자한당 윤종필 의원 '현수막' 논란
윤종필 의원이 현수막을 건 곳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송현초교사거리'. 이 곳은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이 모인 판교 테크노벨리와 1km도 안 떨어진 곳이다. 참고로 윤종필 의원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기 때문에 따로 '지역구'도 없는 사람. 이런 사람이 게임 업계 한복판에 이런 현수막을 걸자 (가뜩이나 WHO의 결정에 반대하는) 업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그렇다면 윤 의원은 자기 지역구도 아닌 곳, 게임 업체들이 모인 곳 가까이에 왜 이런 현수막을 건 것일까?
디스이즈게임이 제보 받은 사진을 편집한 이미지. (확대 및 좌우반전) 원본 1차 출처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 도발적 행보? 업계 압박? 꾸준히 게임을 부정적으로 봤던 윤종필 의원
게임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추정하는 이유는 게임계에 전하는 윤종필 의원의 도발적인, 선언적인 메시지라는 것이다. 윤종필 의원이 그간 게임과 관련해 보여준 행보에 기반한 추측이다.
윤종필 의원은 2018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당시 "게임 중독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주장한 인물이다. 또한 같은 해 있었던 국정감사에선 보건복지부에 (WHO에서 이를 확정하지 않은 시기였음에도) "게임 이용 장애와 관련해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최근 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자 환영 기자회견을 열곤 "업계에서는 시장 위축을 우려해 WHO 결정에 반발하고 있지만, 게임 중독으로 고통 받는 유저와 그 가족들을 외면하는 것은 게임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게임 업계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 때 윤 의원은 기자회견장에서 "최근 한 아버지가 게임에 방해된다며 아들을 학대해 죽인 사건이 있다"라고 언급해, 명확한 인과 관계 파악 없이 게임을 비판해 논란이 됐다.
마지막으로 윤종필 의원은 과거 간호장교로 복무하고 대한간호협회 감사로 일하는 등 의학계와 많은 연을 맺어왔고,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속해 있기도 하다. 이처럼 윤 의원은 그간 지속적으로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고, 또 질병 코드 분류에는 찬성해 왔다.
그런 이력이 있는 만큼 윤 의원의 이번 행동은 이번 이슈(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분류)와 관련해 본인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어필하고, 도발적인 행위로 업계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 학부모 어필과 여당 견제? 게임사 모여 있는 분당갑의 복잡미묘한 지리적 위치
일각에서는 윤종필 의원이 분당구의 지리적 위치, 그리고 자신과 당(자유한국당)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를 뒀다는 추측도 있다.
윤종필 의원이 현수막을 설치한 송현초교사거리는 정치적으로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는 장소다. 정치적으로는 게임업계 출신 정치인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의 지역구(분당갑)다. 지리적으로는 게임업계가 모인 판교 테크노벨리 인근이지만, 현수막이 걸린 거리는 근처 아파트와 학교가 많아 (판교라는 이미지와 달리) 어린 자녀가 있는 학부모들의 비중이 더 큰 지역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지역은 윤종필 의원이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 "게임중독은 질병!"이라는 현수막을 거는 것은 크게 2가지 이득을 만든다.
첫 번째는 학부모층의 지지다. 윤 의원이 현수막을 설치한 곳은 학부모 비중이 큰 아파트 단지의 한복판이다. 지역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며, 현수막에 담긴 내용 또한 학부모들이 공감하기 쉬운 내용이다. 윤 의원 입장에선 학부모들에게 어필하게 좋은 곳에,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을 건 셈이다.
두 번째는 상대 정당 견제다. 앞서 얘기했듯 판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의 지역구다. 이런 곳에서 "게임 중독은 질병!"이란 현수막을 거는 것은 김병관 의원과 그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이는 국회의원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정치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참고로 윤 의원이 담당하고 있는 '당협위원장'이란 직책은 특정 지역구에 출마하기 전, 출마자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종종 주어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윤 의원의 분당갑 출마까지 검토하고 있다면, 이번 두 이득이 서로 시너지를 만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