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5주년 기념 심포지움이 열렸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 후 근 일주일만에 열린 행사라 평소에 비해 의미심장한 분위기였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의 짧은 축사 이후 3개의 발제가 진행됐다. 각 발제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장을 맡고 있는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그리고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의 도영임 교수가 맡았다.
한덕현 교수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의 5년간의 성과"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게임과몰입힐링센터장으로서 우선 문제적 행동과 증상을 가지고 병원에 방문한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환자의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고 그 중에 게임의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다.
한 교수는 이 과정에서 센터에 축적된 내원자들의 통계, 즉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면서, 이 데이터가 게임 이용 장애의 진단 기준을 세우는 데 있어 힌트가 되고 그 기준에 반영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게임과몰입힐링센터에서는 약 17,000건의 상담이 이루어졌고, 진료 건수는 약 6,000건이었다. 성비로 보면 남자가 98%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연령대는 10대(41%), 20대 초반(28%), 20대 중반(24%), 30대 이상(7%) 순으로 많아 10~20대가 대부분이었다.
이중 88.5%의 내원자가 우울증, ADHD, 아스퍼거 장애 등 다양한 공존질환을 겪고 있었으며, 가족환경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63.3%, 학교환경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68.2%, 무직 등 직업 문제를 겪는 경우가 82.4%였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위 문제가 해결되면 게임과몰입도 함께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덕현 교수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가 "자료만 가지고 상상으로 탁상공론하는 그룹이 아니라, 실제 몸으로 뛰면서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고 강조하며 근거 없이 상상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일부 게임과몰입 관련 연구를 비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한 교수는 "실질적 의과학적 증거와 검증을 토대로 건전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불쾌하고 힘든 것들을 몰아내는 게임 문화 조성에 앞장서겠다"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김경일 교수는 "게임과몰입이란 무엇인가? 몰입+몰입≠과몰입"이라는 제목으로 심리학적 관점에서 한국인의 특수성과 관계주의, 그리고 게임과몰입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선 모든 것을 관계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특성과 게임과몰입 현상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게임과몰입은 관계적 문제로부터 출발한 수많은 결과의 하나에 불과하므로 상관관계에 기만되지 않고 문제를 탐구하는 과학적 자세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도영임 교수는 "게임과몰입 힐링센터의 역할과 방향성"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도 교수는 게임 문화가 계속해서 변화해왔음을 강조했다. 게임은 <댓 드래곤 캔서>처럼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도 볼 수 있고, 학습의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으며,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 표현 양식으로서도 기능한다.
그러나 게임을 보는 방식은 지식과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부정적 측면의 스펙트럼에 치우쳐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체론적 관점에서 게임 문화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하는데, 게임과몰입힐링센터가 전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방대한 실증적 데이터를 가진 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심포지움은 게임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후원했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 조현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등 기관 관련자들을 비롯해 게임과몰입힐링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신건강 전문의등 다양한 인사가 얼굴을 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