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업계를 이끌고 있는 대형 게임사의 선배님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3일, 서울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열린 ‘굿인터넷 클럽’ 2019년 4차 행사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대형 게임사의 선배님들이란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과 같이 업계를 선도하는 대형 게임사의 대표자들을 말한다. 최근 WHO의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시도와 같이 ‘게임’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과 규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대형 게임사들의 대표자들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관 의원은 “저 역시 업계 CEO 출신으로,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는 ‘모난 돌이 정 맞지 않을까’ 두려워서 적극적으로 이런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마 지금 업계 선배님들 또한 비슷한 생각이실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하지만 지금 WHO 이슈와 관련해서 흘러가는 것을 보면 공격자는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데 반해 방어자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격자의 의도만 100%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업계 선배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었으면 한다. 또 현업에 있는 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도와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격동하는 게임시장, 봄날은 오는가’ 라는 주제로 펼쳐진 이날 행사는 최근 WHO가 ‘게임 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한 것을 두고,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 연구소 소장,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의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등 패널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김병관 의원은 “이번 게임 질병코드와 관련된 여러 논의들을 보면서 비관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추진한 측에서는 처음에는 ‘디지털 콘텐츠나 인터넷의 과대사용’을 지적하다가 2014년부터 갑자기 그 중에서 가장 만만한 ‘게임’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론이 가능할까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병관 의원은 “스포츠, 낚시, 쇼핑 등 사람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있지만, 유독 게임에 몰입하는 것을 두고 ‘중독’ 이라며 질병코드로 지정하는 것이 정상일까? 결국 게임은 문화가 아닌, 나쁜 것이라는 낙인 효과가 있다 보니까 이러한 공격이 계속 들어오고 결국 질병 코드로 이어진 것 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게임업계 소속된 모두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에 업계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관 의원은 이대로 게임이용장애가 하나의 ‘질병’으로 국가와 사회에서 인정 받으면, 그 다음에는 게임을 넘어서 인터넷이나 동영상 콘텐츠 등, 소위 ‘뉴미디어’ 전반에 걸쳐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그는 “게임의 과다 이용이나 과몰입으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조사해보면 게임 뿐만 아니라 가정, 주변 환경 등 여러 환경적 요인이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질병’으로 확정된다면 더이상 사회적인 고민이나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의료계’의 문제로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관 의원은 마지막으로 “새로운 문화 콘텐츠가 나오면 기존의 왜곡된 편견이 덧씌워져 공격당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만화가 이러한 편견으로 인해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게임은 그보다도 더 집요하고 빠른 속도로 공격당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이는 게임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2017년 1월에 게임을 ‘문화 예술’의 분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앞으로도 개정안의 통과를 비롯해 게임업계가 고통을 겪고 있는 각종 규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