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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설존

전문가 영역 vs 관련 근거 부족, 게임 과몰입 질병코드 'KBS 열린토론' 말말말

"질병코드는 전문가 영역" vs "관련 근거 부족, 엘리트의 횡포 될 수 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19-05-21 22:18:18

오늘(21일) 저녁, KBS 1라디오 '열린토론'에서 'WHO 게임중독 질병 지정…여러분의 의견은?'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지금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게임 과몰입의 질병 코드 분류 여부를 결정하는 세계보건총회가 열리고 있죠.

 

질병 지정 찬성에​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 조근호 과장과 이형초 감사와 기쁨 심리상담센터장이, 반대에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박승범 ​과장과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이 나섰습니다. 사회는 정준희 중앙대 교수가 맡았으며 청취자 의견 등을 포함해 총 1시간 10분가량 진행됐습니다.

 

과연 토론에서는 무슨 말이 오갔을까요? 토론자들의 핵심 발언을 정리했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읽는데 도움이 되도록 같은 사람이 (해당 토론의) 다른 부분에서 말했지만, 맥락은 연결되는 부분은 한 파트로 묶었습니다.

 


 

KBS1라디오 유튜브 캡쳐

 

# "장애는 질환일 뿐 '장해'와 다르다" vs "용어가 불러올 파급 효과 주목해야"

 

먼저 양측은 '게임중독'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의견을 달리했습니다. 찬성 측은 '게임중독'(Gaming Disorder)은 WHO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며, '장애(Disorder)'는 질병의 일종으로 '장해'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반대 측은 '게임중독​'이라는 단어에는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선입견이 담겨있다며 가치중립적이면서도 법정 용어로 사용 중인 '게임과몰입'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조근호 과장 (찬성): 보건복지부는 WHO의 게이밍 디스오더(Gaming Disorder)라는 영어 명칭에 따라 게임 사용/이용 장애라고 부르고 있다. 사용'장애'는 중독이라는 용어를 대체해서 국제적으로 쓰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과몰입, 과의존이라는 용어가 적절할지 의문이 있다. 중독적 성향 못지 않게 소비 패턴도 중요하기 떄문에 이용 장애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요즘은 알콜도 알콜중독보단 알콜 이용 장애라고 부르는 편이다.

 

박승범 과장 (반대): 용어에 대한 통일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과몰입이라 부르고자 하는 이유는 '중독'과 '장애'에는 나쁜 선입견이 들어있기 때문에 이를 순화하기 위함이다. 게임산업법 등에도 법정 용어이며 가치 중립적인 게임과몰입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문체부는 국어 정책을 담당하기도 한다. 넘칠 과(過)는 부정적 용어에만 쓰인다는 반론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과찬이다'라는 말에는 긍정적 뉘앙스가 있지 않은가?

 

이영초 소장 (찬성): 20년 동안 청소년들을 상담해오면서 사용자들에게 문제적 행동이 발견되는 것을 봤다. 문체부에서 현상을 설명할 때는 과몰입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병리적·심리적으로는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이 옳다고 봤다. 그마저도 세계적으로는 중독(Addiction)에서 의존(Dependency)으로, 의존에서 장애(Disorder)로 바꾸어 보고 있는 편이다.

 

이장주 소장 (반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힘든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선의로 중독이라는 표현을 써도 (게임중독, 장애 등의) 용어가 부정적인 효과를 빚을 수 있다. 게임과몰입의 원인이 게임 그 자체인지, 아니면 외부적인 요인이 게임과몰입을 불러오는지도 증명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 조근호 과장

 

# "질병코드의 등재 문제는 전문가 영역" vs "관련 근거 부족, 엘리트의 횡포 될 수 있다"


게임과몰입이 질병으로 분류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해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찬성 입장은 '질병코드화를 하고 관련해서 조치를 해야 더 확실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반대 입장은 '질병코드화를 하기엔 현재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라고 반론했습니다. 질병코드 등재 문제 역시 찬성 측은 WHO 의학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본 반면, 반대 측은 게임 업계와 행정 운영 주체, 소비자의 폭넓은 합의가 우선시되어야한다고 봤습니다.

 

조근호 과장 (찬성): 질병코드 자체가 반대측 생각만큼 심각한 게 아니다. 유병률을 따지고 분석하고 검증하기 위한 용도로 질병코드를 등록하는 것이다. 의학계에서 일종의 약속이고, 언어다. WHO는 관련해서 지침을 주는 것뿐이다. 때문에 따라서 이에 대한 등재 문제는 전문가가 나서는 게 맞다.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18,000여 명의 코호트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니 각국에서 0.3%에서 1%의 게임으로 인한 디스오더가 있었다. 심각도는 낮지만, 충분히 질병으로 볼 수 있는 값이다.


박승범 과장 (반대): 진단과 치료행위는 당연 의료인의 몫이다. 하지만 질병코드 문제는 소수 엘리트의 횡포가 될 수 있다. WHO의 결정이라고 해서 우리 사회가 무작정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본다. 여러 사회 구성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게임을 많이 하면 도파민이 많이 분출되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다. 게임의 중독적 사용이 보상 회로에 영향을 미쳐서 그렇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양의 문제가 아닌가? 게임을 이용했을 때 나오는 도파민은 도박에 비해 지극히 낮다. 낚시를 해도 똑같이 도파민이 발생하는데 아무도 낚시를 중독으로, 질병으로 규정하자고 하지 않지 않은가?


조근호 과장 (찬성):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적 진단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학계의 합의는 중독의 대표 특질은 중독 물질의 함량이 아니라 반복성에 있다. 가령 흡연은 도파민 분출 강도가 매우 낮다. 하지만 이게 반복적으로 쌓여 1갑 분량이 되면 엄청나게 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조사 결과 중고등학생의 17~18%가 하루에 4시간 이상 게임을 한다고 한다. 게임으로 인해 나오는 도파민이 저강도라고 해도 계속 노출된다면 사용자에게 취약한 부분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박승범 과장 (반대): 그 문제가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에 과잉의료의 우려가 있다. 의료인 권한의 고유 영역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질병코드로 해서 보건행정적으로 적용했을 때, 법적인 우회를 간접적으로 우회해서 규제하는 것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 학파의 영향을 받아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했던 로렌스 레식도 이런 지점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박승범 ​과장

 

# "20년 가까이 문제시된 게 게임" vs "심각하고 응급한 문제와 게임 등치하는 건 본말전도"


찬성 측은 2000년대 초반에도 지금도 게임의 중독성이 사용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반대 측은 게임보다 심각하고 응급한 문제가 산적해있는데 이를 게임과 등치시키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영초 소장 (찬성): 20년 동안 상담한 결과,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뿐만 아니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통계를 봐도 인터넷, 게임 사용으로 인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를 통해 게임을 질병코드화하기에 충분한 데이터가 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이장주 소장 (반대): 국립정신건강센터 성인이용자 진단을 봤더니 인터넷 게임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의 퍼센테이지가 0.1%다. 게임보다 심각한 다른 문제가 산적해있는데 왜 게임을 콕 찝어서 문제시하는지 의문이 든다. 아울러 청소년 물질 남용 기록도 마찬가지다.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청소년의 본드, 가스, 부탄가스 사용 문제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 맥락을 연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문제를 게임과 등치시키는 것 또한 본말전도로 볼 수 있다.


이형초 감사와 기쁨 심리상담센터장

 

# "질병코드 등록은 찬성하지만, 건전한 게임 문화 조성하는 데 협조할 용의 있다"

양측은 토론에서 어떤 합의점을 도출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게임 자체가 본드, 가스, 부탄가스 흡입처럼 사회악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는 데에는 동의했습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의 조근호 과장은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는 데 협조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조근호 과장 (찬성): 나도 게임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좋은 게임도 얼마든지 많다. 그리고 우리가 훌륭한 게임을 많이 개발했으면 좋겠다. 게임에 대한 폐해 없이 모두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WHO의 질병코드 등록은 찬성하지만,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는 데 협조할 용의가 있다. 음주도 건전 음주 문화가 있듯이 말이다. 게임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박승범 과장 (반대): 게임산업의 시장 규모는 다양한 영향의 집합체다. 문체부 입장에서 게임에 대해 가장 중요한 정책 방향은 게임의 가치를 제고하고,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각종 규제의 합리화와 중소기업 지원, 한국 게임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등이다. 질병코드 등록 이전에 우리가 우리의 정책 방향을 제대로 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게임이 정말 사용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조사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자주 만나서 논의했으면 좋겠다.

 

이영초 소장 (찬성): 확률형아이템이라던지 사용자를 반복적으로 그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부분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확률형아이템같은 것들이 아동·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윤리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기를 바란다.

 

이장주 소장 (반대): 세계인이 방탄소년단 IP를 활용한 게임 <BTS 월드>를 기다리고 있다. 게임의 문화적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다. 또 아동·청소년이 게임에 과몰입하게 되는 원인은 학업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5년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교육환경 생활 환경을 보면 애들이 학원 갔다 밤늦게 집에 들어오면 할 게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런 지점에서도 생각을 해주셨으면 한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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