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가 10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최근 불거진 여러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최근 불거진 여러 논란들이 이용자와의 소통 부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유저들과의 간담회 개최 및 상시 소통 채널 마련 등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 이용자 소통강화 방안”도 발표했다.
게임위 김관철 위원장은 “게임위는 이용자들을 보호해왔다고 자부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통해 많은 반성을 했다. 게임에 대한 시각은 계속해서 바뀌어 가고 있는데, 이용자들과 코드를 맞추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빠르게 이용자와의 간담회도 개최하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 라고 인사말을 통해 밝혔다.
인사말 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 김관철 위원장
# 게임 이용자와의 상시 소통 채널 구축
게임위는 게임 이용자들과의 직접 소통을 추진하고, 게임위 홈페이지에 게임 이용자들이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코너를 신설한다. 특히 올해 안에 ‘게임 이용자 소통 간담회’를 개최해서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한다.
단 아직 구체적인 간담회 방법이나 주제, 시기 등은 ‘연내’를 제외하면 미정으로 자세한 일정 등은 추후 공개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에 게임사들을 대상으로만 진행했던 소통 네트워크를 연내 인터넷 방송 운영자,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 그룹까지 확대한다. 또 연령 등급별 구체적인 사례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제작한 ‘영상’ 사례를 홈페이지게 개시해서 이용자들의 궁금증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투명하지 못하다’고 지적 받은 심의 과정에 대해서는,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먼저 과거에 신청이 있는 경우에만 공개했던 등급 분류, 직권등급재분류, 분과위원회 회의록을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우선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자세한 회의록 공개방식, 시기, 절차 등의 세부 방안은 연내에 관련 규정을 개정해서 마무리한다. 또 직권등급재분류 과정에서 이의 신청이 있을 경우 “외부 게임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적 개선도 추진한다.
이 밖에도 게임위는 직권등급재분류 절차에 참여하는 분과위원회 위원을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하고, 게임 전문지 기자단, 혹은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모의등급분류 체험 프로그램’을 연 2회 개최한다고도 밝혔다. 모의등급 체험 프로그램은 2023년 4월부터 반기 별로 1회씩 개최된다.
# 블루 아카이브, 이의 제기하면 의견 수렴 절차 진행하겠다
게임위는 최근 논란이 일었던 <블루 아카이브> 및 <바다신 2>에 대해서도 위원회의 입장을 밝혔다.
먼저 <블루 아카이브>는 ‘자체등급 분류 사업자’에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넣은 등급분류 신청에서는 ‘성적행위’, ‘외설적/성적인 주제 또는 표현’, ‘노출 또는 자극적인 의상에 관한 내용’이 없다고 신고해서 15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게임위는 사후 모니터링을 해본 결과 해당 게임에 여성 캐릭터의 주요 부위에 대한 신체적 노출과 성행위를 암시하는 음성 등이 표현되어 있다고 확인되었고. 이에 따라 등급분류 규정에 따라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게임위는 만약 게임 제작사가 이의 신청을 할 경우,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다 이야기>와의 유사성이 문제된 <바다신 2>의 경우에는, 등급분류 단계에서 제출한 게임이 구조상 ‘우연’이 아닌 ‘실력’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기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여러 가지 게임의 형태가 현행 게임산업법을 준수했기 때문에, 그저 “바다이야기와 유사하다”, “불법 개변조를 통해 사행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염려 만으로는 등급 분류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것. [관련기사 보러가기]
다만 게임위는 만약 해당 게임물이 사행적으로 유통될 경우, 현장단속 등을 통해 불법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게임위는 최근 문제가 되었던 게임물 사후 감사 시스템에 대한 비위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국회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 곤란하다”며 별도의 해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게임위 관계자는 “향후 진행될 수사기관들의 조사에는 성실하게 임할 것” 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간담회 말미에 진행된 주요 질의 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Q. 게임 전문가 그룹과의 소통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게임위가 말하는 게임 전문가의 기준은? 그리고 회의록을 공개한다고 하는데, 위원들 사이의 대화까지 상세하게 기록이 되는지 궁금하다.
A. 예전에는 게임 전문가라고 하면 교수님들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최근에는 유튜버도 있고,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는 분들도 많다. 그런 분들을 최대한 많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서, 또 절차를 밟아서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 ‘게임 전문가’ 라고 하면 특정 업체와 이익 관계가 있을 수 있어서 사실 지금까지는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는 어떤 식으로도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하겠다.
회의록 공개의 경우에는 과거에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내용을 축약해서 작성하고 있었는데, 이를 가능한 상세하게 풀어서 담을 수 있도록 하겠다. 최소한 “어떤 의원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다 나오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현재 의원이 9명이 있는데 몇몇 분들은 정보 공개를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게 어려움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민원인이 먼저 정보 공개를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겠다.
Q. 최근 한국게임학회가 굉장히 강경한 비판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그리고 여러 사업을 벌이면 예산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계획은?
A. 학회 및 학회장의 의견을 존중한다. 우리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그런 채찍질을 받아야 하고, 학회의 의견 중 귀담아들을 수 있는 것은 적극 받고 정책에 반영하겠다.
예산의 경우에는 128억 원 정도의 예산을 배정받은 상황이다. 현재 게임위는 여러 교육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또 언제나 고질적으로 전체 게임 대비 사후관리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주무부처에 전달을 하고 있다. 세금은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데, 오늘 언급한 부분들은 예산을 선 순위로 편성해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확대해야 하거나 더 예산이 필요하다 싶으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
Q. <블루 아카이브>는 15세 이용가로 정상적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다가, 6개월이 지나서야 민원이 들어와서 등급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6개월이라는 시차가 발생한 이유는? 그리고 최근 국가기록원이 회의록 관리가 부실하다며 사실상 경고를 보냈는데, 이는 그간 회의록 작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닌지?
A. 먼저 <블루 아카이브>의 이즈미 일러스트(문어 일러스트)의 경우, 최초에는 게임위를 거치지 않고 자체 등급 분류를 통해서 등급을 받다 보니 자료 제출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자체 등급 분류를 받는 게임들은 게임위 쪽에서 아무런 자료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왔을 때 집중적으로 모니터링을 한다.
문제의 이즈미 일러스트는 3월에 출시했고, 당시에는 특별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다. 위원회 쪽에서도 해당 캐릭터가 ‘친밀도’를 올려야 볼 수 있는 일러스트라서 바로 모니터링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나중에(8월경) 민원이 접수되며 해당 일러스트의 존재가 확인되어서 이와 같은 시차가 발생되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일각에서는 게임위가 미리 알고 있었는데 조치를 늦게 취했다고 말하는 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가 기록원에서의 지적 내용은 위원회에서 개최되는 여러 회의들에 대한 회의록이 불성실하게 기록되고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게임위에서는 여러 회의들이 개최되는데 앞으로 성실하게 작성할 것이며 이에 대해서는 국가 기록원에 계속해서 소명하겠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회의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유저들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겠다.
Q.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게임위의 기준이 일관적이지 않다. 자의적으로 해석이 많이 된다는 비판이 있는데 인정하시는지 궁금하다.
A. 게임위는 게임물등급위원회 시절부터 10년이 넘게 등급분류 업무를 진행했고, 지금은 99% 이상의 게임들이 우리의 등급 기준에 부합해서 분류가 잘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극소수의 ‘등급 경계선’에 있는 게임들이고, 이런 게임들의 심의에 대해서는 게이머들의 눈높이와 사회적 눈높이, 시선 사이에 갭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좁혀 나가기 위해서 앞으로 계속해서 노력하도록 하겠다.
Q. <블루 아카이브>의 경우 개발사가 이의제기를 하면 절차를 밟겠다고 했는데, 이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의제기를 해도 실제 수정 없이 등급이 수정된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의 제기 자체에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A. 게임위의 등급분류나 직권 재분류 시스템은 어떤 특정 게임을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대다수의 게임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시스템이다. 다만 앞에서도 말했듯 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등급 기준에 좀 더 변화를 줄 필요성은 있다. 이 부분은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 이용자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계속 변화하겠다.
그리고 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게임 사업자들과도 소통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주로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나 BM관련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등급 분류에 대한 각각의 요소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의견을 모아주지 않고 있다.
업체에서도 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모아주었으면 하고, 우리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게임사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이용자와의 소통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게임사, 개별 사업자들과의 소통도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다.
Q. <바다신 2>가 능력형 게임이라고 했는데, 사실상 온라인 P2E 게임과 무엇이 다른지 설명을 해주었으면 한다.
A. <바다신 2>는 법적으로 경품 지급이 가능한, 능력에 따라 경품을 가져갈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인 반면. 온라인 P2E게임은 암호화폐와 연결이 되어 있고, 게임산업법 상에 ‘경품’으로 볼 수 없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오프라인 게임물과 P2E 게임은 전혀 플랫폼이 다르다.
참고로 <바다신 2> 같은 경우에는 검토 보고서를 보면 정말 영악하게 만든 게임이라고 본다. 게임위는 4~50건의 소송을 하는 데 대부분이 아케이드 게임이다. 아케이드 게임 쪽에서는 계속해서 등급분류를 ‘피해가는 길’을 만들기 위해 재판을 걸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후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Q. 게임위 등급분류 위원이 현재 9명인데, 상당수가 내년 초에 임기가 만료된다. 차후 위원들을 선임할 때 게임 쪽 경력을 많이 볼 것인지 궁금하다.
A. 게임위는 위원을 추천하는 9개의 추천단체가 있다. 사회적 합의기구라고 보면 되는데, 전문기구로 가야 하는 변화의 시기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부처와 논의해서 내년 3월에는 좀 더 게임 경력을 위주로 해서 많이 올 수 있도록 부처의 의견을 전달하겠다.
Q. 게임의 선정성, 폭력성 등에 대해 간접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영상을 함께 들며 설명하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무릎에 몇 센티미터’ 같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것인가?
A. 살색이 70% 이상이면 청소년 불가. 이런 식으로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IARC 등 해외의 기준이 있고, 저희 직권 재분류 사례를 보면 무수한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제시해서 어떤 이유로 이런 등급이 결정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아주 디테일할 수는 없지만 조금 더 게이머들이나 게임사가 예측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겠다.
명확한 기준으로 설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무릎 위 몇 cm’같은 식으로 하면 이거야 말로 일제시대로 돌아갔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렇기에 충분히 더 고민할 수 있도록 하겠다.
Q. 스팀에서 최근 많은 게임들이 게임위의 요청에 의해 한국에서의 서비스를 중지(지역 제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A. 게임위가 서비스 중단을 요청한 게임들은 포르노 수준의 게임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것들이 무분별하게 한국 유저들에게 서비스되고 있었기 때문에 게임위는 여기에 서비스 중단 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스팀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들 중 등급분류를 받지 않는 게임들은 발견하는 데로 등급 분류에 대한 안내를 하고,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이를 수용한다. 최근에 지역 제한을 한 게임들은 국내에 유통될 수 없는 수준의 음란물이라고 보면 된다.
Q, 이용자 간담회를 진행한다고 했는데, 사실상 간담회가 아니라 ‘강연회’, ‘일방적인 발표’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구체적으로 이용자 간담회는 어떤 식으로 준비하고 있는가?
A. 실제로 그 부분이 우리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유저들을 초청하면 어떤 유저들을 초청할까, 어떤 대표성을 가진 유저들을 초청할까. 그리고 우리가 가진 고민을 어떻게 공유할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있으며 아직은 정확히 정해진 것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준비가 되는대로 다시 한번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