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에서 4년 만에 장작에 불이 붙었다. 이 캠프파이어는 <마비노기 모바일>이라고 부른다.
넥슨과 데브캣은 17일부터 20일까지 지스타 제1전시장에서 <마비노기 모바일>의 시연을 펼친다. 4년 전 넥슨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게임을 선보인 적 있다. 당시 게임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가로뷰, 세로뷰 동시 지원이 편하다", "카툰 랜더링이 깔끔하다"라며 호평을 받았다. 김동건 디렉터 또한 당시 인터뷰에서 "기대에 부응하는 게임을 만들어 더 깊은 추억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게임의 개발은 최초의 예상보다 늦어졌고, 넥슨은 이번 지스타에서 다시 <마비노기 모바일>을 전시한다. <마비노기>가 추구했던 직업 제한없는 높은 자유도와 반턴제 방식의 독특한 전투, 개성있는 커스터마이징,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는 어떻게 옮겨졌을까? 2018년 빌드와 2022년 빌드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나타날까?
그리고 무엇보다 지스타에서 다시 불붙은 캠프파이어는 십여년 전 그 온기를 우리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우선 이번 <마비노기 모바일>의 지스타 빌드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그리고 기억과 당시 기사 등에 의존해 기자가 기억하는 4년 전 지스타 빌드와 간략한 비교를 해볼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정식 출시 버전의 게임과 오늘날의 게임쇼 빌드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지스타 전용으로 마련된 <마비노기 모바일> 플레이 세션은 약 30분 분량으로 구성됐다. 해당 빌드에서는 총 4종의 클래스 중 하나를 골라 게임을 할 수 있는데 전사, 궁수, 마법사, 힐러가 그것이다. 나머지 2종의 클래스는 흑백 처리되어 선택할 수 없었다. 기자는 넷 중에 마법사(리메들라드)를 골라 게임에 입장했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고르고 나면, '공간의 틈'이라는 트레일러 공간에 입장해 터치스크린 위 가상 패드를 통해 이동하고 무기를 줍고 간단한 스킬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내 맵에 등장하는 어둠의 방랑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이 게임이 <마비노기> 전통의 가위바위보 전투가 아닌 모바일 MMO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쿨타임 완료 후 스킬 난사' 쪽으로 설계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어서 보스몹 '어둠의 추적자'가 등장하는데 파이어볼과 라이트닝 같은 익숙한 스킬을 사용하면서 장판을 피하는 등의 패턴 대응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가상패드를 끌면서 이동을 할 때 손가락이 채팅 입력창과 붙어있어 자꾸 채팅창이 드러나 불편하게 작동했다. 가상패드는 말 그대로 '가상'의 패드이므로 다른 곳을 잡고 이동해도 충분히 작동하므로 기자의 플레이 미숙일 수 있다.
2018년 버전의 <마비노기 모바일>까지만 해도 가위바위보 기믹은 살아있었다. 원작의 요소를 과감히 내려놓고 모바일게임에서 익숙한 방식을 차용한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게임을 해본 플레이어들에게 맡기려 한다. 넥슨코리아 이정헌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서 "모바일에서 느낄 수 있는 호쾌한 타격감과 전투의 재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중략) 한 번 잘못해도 전투에서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구조다"라고 설명한 적 있다.
간단한 튜토리얼을 완료한 뒤, 플레이어는 티르 코네일 마을이 한 눈에 들여다 보이는 어느 모닥불에서 깨어난다. 정신을 잃어버린 플레이어를 구한 것은 다름 아닌 나오. 나오와의 대화에서는 플레이어가 대사를 선택할 수 있는데, 지스타 빌드에서는 게임 내내 선택할 대사가 많지 않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발전되는 대화 선택분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꽃을 주워다 나오에게 선물하거나 마을의 전경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2018년 빌드를 체험해본 유저라면, 바로 이 지점에서 데브캣의 카툰 랜더링 기술이 훨씬 더 말끔해졌으며 4년 전 빌드에 비해 그 수준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원작의 분위기는 그대로 계승했다. <마비노기>의 팬이라면 새로워진 에린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넥슨 부스의 줄을 설 만하다.
2018년 빌드에서도 플레이어는 티르 코네일이 한 눈에 들여다보이는 공간에서 깨어나는데 이때 플레이어를 안내하는 NPC는 나오가 아닌 로나였다. 2018년 버전에서는 그 자리에서 고양이 밥을 준 뒤 말을 타고 티르 코네일로 입장하는데, 2022년 버전에서는 고양이 밥을 주는 장면은 사라졌다. 데브캣의 '어디까지가 생활형 콘텐츠인가'에 관한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말을 타고 들어온 티르 코네일은 <마비노기> 유저들이 생각하던 그것 '그 자체'라고 이를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플레이어는 마을 광장은 물론 여관, 식료품점 등 곳곳을 느긋하게 돌아다니며 <마비노기>의 감성을 흠뻑 만끽할 수 있다. 케이틴의 모습은 2018년 버전처럼 여전히 푸근한데, 그때 여성 캐릭터로 나왔던 던컨은 이번에는 남성 노년 캐릭터로 나온다.
그 다음엔 수탉 몰래 계란을 훔쳐 샌드위치를 만들거나 메이븐 사제를 구해주고 체력 포션과 행동 불능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전통의 아이템' 피닉스의 깃털을 받는 등의 소소한 퀘스트를 수행하게 된다. 이어서 알비 던전이라는 곳에 입장해 어렵지 않게 스킬을 눌러가며 전투를 수행하면 지스타 빌드는 마무리된다. 여기서는 오토매틱 사냥을 지원한다.
이번 <마비노기 모바일>에는 2018년 빌드에는 없던 각종 스킬 랭크가 등장한다. 요리하고 목공하고 양의 털의 깎는 여러 행동들은 랭크화되어 게임 UI에 등장한다. 이 랭크가 판타지 라이프를 즐길 때 원작과 유사한 방향으로 작동할지, 그렇지 않을지는 이번 지스타 빌드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부분유료화 BM을 채택한 게임이다. 이번 빌드에서는 유료상점을 열어볼 수 없다.
대신 캐릭터의 레벨업 단계에서 모종의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캐릭터의 레벨이 오르면 각종 스탯이 오르고 동시에 택일할 수 있는 '레벨업 보너스'라는 게 부여된다. 성장을 하면서 '레어' 티어의 보너스 카드에는 파란색으로 장식이 되어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이 레벨업 보너스를 초기화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것이 판매 가능한 것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다시 지스타에서 그 불씨를 살렸다. 오랜 기간 공들여 만드는 MMORPG라고 부를 수 있다. 조건이 이러하니 특별히 게임의 상업적 성과에도 관심이 가는데, 그 BM은 유저와 장기적으로 공존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