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하나뿐인 실험 게임 페스티벌 '아웃 오브 인덱스'(Out Of Index, OOI)가 오프라인으로 다시 개최되었습니다. 22년 OOI 행사는 12월 3일 영등포구 문래동 '올댓마인드'에서 열렸습니다.
OOI는 '시장성과 대중성보다는 창작자의 생각과 실험에 초점을 둔 게임 페스티벌'을 모토로 합니다. 올해로 8회 차를 맞이한 OOI 2022는 한국의 네버더리스 스튜디오(Nevertheless Studio)의 <리로더>를 비롯한 10개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선정되었습니다. 행사장에서 전 세계 인디 게임 창작자들과 관람객이 함께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온 게임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함께 만나보시죠.
이 연재는 OOI와 디스이즈게임의 기사 제휴에 의해 제공되는 것입니다. / 편집자 주
<호스타일 유저 인터페이스>는 일반적인 퍼즐 액션 게임으로 보이지만, 게임을 플레이 하기 위해 누르는 키 조합들이 윈도우즈 운영체제의 단축키들과 겹쳐지면서 게임을 꺼버리거나, 모니터 화면을 회전시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괴롭힙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세요. 이 모든 문제를 일으킨 것은 플레이어인 여러분 자신입니다.
Q. OOI: 윈도우 단축키를 기본적인 컨트롤 방식으로 사용하는 게임을 디자인 하셨는데, 혹시 윈도우 단축키를 사용하면서 받은 어떤 ‘적대적’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이 아이디어를 도출하게 된 특정한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타이틀 일러스트에 키보드를 모니터에 던지는 듯한 이미지가 있는데, 이 장면이 게임을 구상한 아이디어와 관계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A. 가장 최초의 아이디어는 화면을 회전시키는 윈도우 핫키를 실수로 눌렀던 경험, 그리고 실수로 이전 설정의 버튼들을 누르는 행동들에서 참고했다.
어떤 특정한 키 조합의 존재가 본질적으로 사용자에게 적대적이지는 않지만, 이 행위 자체가 플레이어에게 잠재적인 혼란함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고, 타이틀 일러스트를 그래서 그렇게 그렸던 거다.
Q. 퍼즐이라는 장르를 윈도우 단축키로 구현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보통의 퍼즐게임은 플레이어가 머리를 써서 문제를 해결하게끔 하고, 조작 자체는 매우 심플한데, <호스타일 유저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다 보면, 어렵다는 느낌과 함께 불편하다는 감정이 든다. 퍼즐은 심플하고 쉬운데도 말이다. 의도한 부분인지 궁금하고, 의도했다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알려달라.
A. 처음에는 그냥 윈도우 단축키를 사용하는 게임을 만드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결국은 그냥 퍼즐 게임으로 발전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기본적으로는 문제가 주어지고, 그걸 해결하는 전통적인 퍼즐 게임의 형태를 띄고는 있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키 입력의 순서를 정하는 것 같은 것도 여러분이 알아내고 풀어내야 할 퍼즐이다.
사실 MMO 게임들 하면서 온갖 핫 키들을 눌러본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 게임의 컨트롤 스킴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되게 어렵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플레이 테스트 후에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서 요구하는 컨트롤 방법을 사용하는데 익숙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게 게임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주 복잡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동시에 아주 복잡한 퍼즐을 제시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지점이 코어 게임 플레이 루프에서 사람들이 복잡한 퍼즐에 집중하는 대신 키 입력에 집중하게 만들어서 누군가의 경험을 좋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Q. 게임 안에 두 가지 타입의 텍스트가 있다. 손글씨, 그리고 시스템 폰트 텍스트. 저희 주 언어가 영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시스템 폰트 텍스트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 손글자에 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는데도 말이다. 글자를 섞어 쓴 것도 의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적대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였는지? 그리고 게임 내 숨겨진 다른 심리적인 트릭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일관성 없는 폰트가 다양하게 있으면 플레이어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폰트를 여러개 쓴게 게임 자체를 망가뜨리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보통 UI 디자인은 대부분 통일감을 위해 비슷한 것들로 만드는데, 이 게임에선 게임 플레이에 관계된 것 외에 다른 콘텐츠들을 좀 넣고 싶었다. 가끔 이 텍스트들이 유저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게임의 많은 부분은 플레이어가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
Q. 사실 <HUI>를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경험은 게임이 아닌 다른 소프트웨어에서 일어난다면 결코 즐겁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그렇지만 <HUI>는 게임이라는 맥락 하에 있는 소프트웨어고,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에서 일어나는 해프닝들을 즐긴다. 이렇게 즐겁지 않은 경험을 즐거움으로 만드는 과정에서의 게임 디자인 경험 같은 것을 공유해주실 수 있는지?
A. 제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건, 저 스스로 플레이어들이 플레이 중 절망을 느끼는 계기가 무엇인지 발견한 것이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이 나를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조작을 하면서 ‘내가 실수로 실패한 것’에서 절망을 느꼈다.
이게 클리어에 대한 갈망을 만들고, 나아가 플레이어들이 도전 그 자체에 재미를 느끼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이어가기 위해서 새로운 콤보와 키를 익히고, 이게 또 게임의 재미를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수를 통해서 무엇이 틀렸는지, 어떤 버튼 콤보를 누르면 안되는지 알아가니까 말이다.
[인터뷰어: 이경혁, 박수진, 박다흰, 이연우 / 번역: 루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