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진부한 표현입니만,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잘 어울렸던 2022년이 지나갑니다. 게임 업계도 '소용돌이' 같은 이슈를 여럿 만났습니다.
대형 게임사들의 '새로운 시도'는 실제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서브컬처 게임은 더이상 '서브'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에서의 무게감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유저들은 여러 차례 직접 거리로 나가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고, 2022년을 뜨겁게 달궜던 가상자산 위믹스는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사라졌습니다.
2022년은 '세기의 빅딜'로 시작해 다시 열리는 중국 시장으로 끝난 것으로 요약됩니다. 지난 1년 동안 게임 업계를 관통한 이슈 10가지를 모아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김승준 기자
1. '세기의 빅딜', MS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발표
2. 넥슨 창업자 김정주 이사 작고
3. 눕지 않고 일어나는 유저들... 직접 행동에 나서다
4. 서브컬처 게임의 초강세... 이제 '서브'가 아니라 '메인'?
5. "게임방송 어디서 하지?" 트위치 720p 화질 제한
6. 다시 열린 오프라인 게임쇼... 더 뜨거운 열기로 돌아오다
7. 바야흐로 '중꺾마' 열풍! 롤드컵 넘어 큰 감동
8. 호언장담에도 '꺾여버린' 그래프... 위믹스 거래중단
9. 스팀에서, 게임스컴에서... 대형 게임사들의 새로운 시도, 드디어 열매 맺다!
10. 로아&제2의 나라... 만리장성 넘다! 외자판호 받은 K-게임 7종
※ 시기와 관련성을 고려해 순서를 정했습니다.
1월 18일(한국 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식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밝힌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합병 소식은 말 그대로 역대급 뉴스였습니다.
687억 달러(약 87조 원)로 진행된 계약은 게임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의 인수였으며, 이후 많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테이크투 징가 인수 127억 달러(약 16조 원), 텐센트 슈퍼셀 인수 102억 달러(약 13조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다른 계약들이 '스몰 딜'로 보일 정도입니다.
Xbox 게임패스에 블리자드의 <콜 오브 듀티>, <디아블로>, <오버워치> 등 전설적인 라인업들이 올라갈 것이라던 전망은 점차 현실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에 경쟁사인 소니가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독점 행위"라고 날을 세우며 공방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계약 완료는 2023년 6월 말로 예상되고, 그때까지 독점 여부에 대한 당국의 판단을 거쳐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경쟁 저해 혐의로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소송을 제기했고, 양사는 개별 성명문을 내며 정면 반박했습니다.
FTC 위원장으로는 '반독점의 매파'라고 불리는 리나 칸이 앉아있어, 이 '세기의 딜'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이 사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넥슨의 창업주였던 김정주 NXC 이사가 2월 27일, 향년 54세로 별세했습니다. NXC는 3월 1일 "김 이사가 2월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밝혔습니다.
3월 1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사랑하던 친구가 떠났다. 살면서 못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 같이 인생길 걸어온 나의 벗. 사랑했다. 이젠 편하거라 부디."라는 애도의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후 업계 인사들은 고인을 추모하는 게시물을 여럿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슨의 동일인을 부인인 유정현 감사로 변경하였습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2022년 6월 국내 출시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며 서브컬처 게임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사건·사고를 겪기도 했죠. 일본 서버와 한국 서버의 재화 지급 차이, 불확실한 일정 및 이벤트 공지, 일부 시스템 누락 및 번역 문제 등을 이유로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즈에 책임을 묻는 유저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4.5였던 평점이 1.2까지 하락한 평점 시위에 이어, 카카오게임즈 본사 앞으로 직접 나선 마차 시위도 진행됐습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사과문이 나왔지만, 민심을 가라앉히기 어려웠고, 유저들은 서울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카카오게임즈는 유저 의견의 상당 부분을 반영했고, 소장 접수 48일 만에 소송대표단은 "게임의 정상화라는 목적을 대부분 달성했다"며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2021년 트럭 시위에 이어 '행동으로 보여준 유저들의 목소리'였습니다.
또한, 이상헌 의원실에서 10월 29일 진행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국민감사청구 연대 서명도 유저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 측면에서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이 의원실은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에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서명을 조직했고, 이날 5,489명의 게이머가 운집해 뜻을 모았습니다.
이후 감사원은 게임위 감사를 결정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외에도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 또한 엄청난 글로벌 성적을 거두며 서브컬처 게임의 강세를 증명했습니다. 11월 4일 출시된 <니케>는 국내 개발사 시프트업이 개발하고 텐센트의 해외 퍼블리싱 브랜드 레벨 인티피트가 글로벌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니케>는 출시 한 달 만에 1억 달러(약 1,26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구글 매출 11월 11일 집계 기준 한국과 일본에서 1위, 북미 3위를, 11월 5일 기준 일본, 대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했습니다. 국산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으로서는 최근 출시된 모든 국산 모바일 신작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성적입니다.
특히 11월 12일과 13일에 있었던 <니케> 오프라인 행사에도 이틀간 1,000명이 넘는 유저가 몰리는 등 서브컬처 게임의 인기를 증명했습니다. 시프트업은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11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중동 지역 진출 본격화에 나섭니다.
2022년 9월, 트위치 코리아는 '한국 서버에 한정해 720p 화질 제한을 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이후 11월에는 VOD 서비스 또한 제한될 것임을 공지하면서 "트위치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스트리머와 유튜버들이 해당 사안을 시청자들과 공유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트위치 화질 제한 및 VOD 서비스 제한의 이유로 망 사용료를 꼽기도 합니다. 2022년 9월 8일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발의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CP(콘텐츠 제공 업체)보다는 SK브로드밴드와 같은 ISP(인터넷 서비스 공급자)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 연출되자, OTT와 통신사 사이의 망 사용료 문제도 함께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방송 서비스 외에도 게임 서비스 또한 서버 트래픽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망 사용료 법안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위드 코로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오프라인 게임 행사들이 다시 열기를 띄었습니다.
플레이엑스포(5월),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9월), 지스타(11월), 아웃오브인덱스(12월), 버닝비버(12월) 등 다수의 국내 게임 행사들이 개발사와 유저를 한 곳에 모았습니다. 지스타의 경우 코로나로 축소된 규모를 회복한 수준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으며, 나흘간 약 18만 4천명의 관람객이 온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지스타 조직위원회는 체험 중심의 행사를 조직하며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특히 올해 지스타에서는 넥슨, 넷마블, 네오위즈, 플린트, 레벨인피니트가 '체험 가능한' 게임을 여럿 출품했죠. BTS를 탄생시킨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부산까지 직접 찾아외 하이브의 신작 <별이 되어라 2>의 퍼블리싱을 발표한 것도 화제였습니다.
가장 최근에 열린 행사인 버닝비버는 스마일게이트에서 올해 처음 개최한 인디게임 행사로 다양한 인디 개발사들과 유저들이 게임과 이벤트를 즐겼습니다.
올 한 해를 관통한 단어를 꼽으라면 그중 하나는 단연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2022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팀 주장 데트프(김혁규) 선수가 바로 중꺾마의 주인공입니다.
데프트 선수는 "패배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라고 말한 뒤 팀원들과 하나가 되어 강팀들을 차례로 꺾고 우승컵을 거머쥐었습니다. 말 그대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경기로 새로운 역사를 쓴 2022년 롤드컵이었습니다.
'중꺾마'는 2022년을 강타하는 단어가 되어 게임계 바깥에서도 왕왕 쓰이고 있습니다. 2023년 힘든 시기가 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리 모두 '중꺾마'로 잘 버텨냈으면 좋겠습니다.
'블록체인 게임의 기축통화'를 꿈꾸며 탄생했던 위메이드의 위믹스는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2022년 12월 8일 이후로 사고팔 수 없게 됐습니다. 거래소들의 협의체인 닥사(DAXA)가 "유통량이 위반됐고,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으며, 소명 자료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위믹스의 거래를 중단시켰기 때문입니다.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이에 대해 "닥사의 가이드라인이 부족"했고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며 "위믹스에만 과도한 잣대를 적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위메이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기각됐습니다. 위믹스의 가격이 요동치면서, 위메이드의 주가도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의 위기가 앞으로 어떤 국면으로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이 10월 27일 스팀 얼리 액세스로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는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11월 2일 기준 전체 인기 순위 4위, 11월 7일 기준 국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간 자사 포털에서 라이브게임을 운영하기는 잘 해왔지만, 전 세계 게이머들이 모이는 스팀에서는 최초로 받아든 성적표입니다.
2023년 출시 예정인 네오위즈의 소울라이크 <P의 거짓>도 게임스컴 어워드에서 3관왕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가장 기대되는 PS게임',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상', '최고의 롤플레잉 게임상'의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국제 게임 어워드에서 국산 게임이 수상한 전례가 드물 뿐만 아니라 콘솔 싱글 게임으로서는 최초입니다.
대형 게임사들이 스팀, 콘솔 등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하고, MMORPG 위주의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르를 다양화하는 시도를 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지만, 국제 무대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것은 새로운 걸음입니다.
2017년 한국 문화 콘텐츠 규제 이후 가장 많은 한국 게임이 중국에 신규 서비스 라이선스를 받았습니다. 12월 10일 승인된 외자판호(외국게임 라이선스) 명단은 7개의 게임이 판호의 벽을 넘은 소식을 전했습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M>, 넷마블 <A3>, <제2의 나라>, <샵타이탄>,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엔픽셀 <그랑사가>가 그 주인공입니다.
<검은사막 모바일>이 이름을 올렸던 2021년 6월 외자판호 발표 이후 1년 반 만에 이뤄진 발표이며, 게임 44개가 판호를 새로 받은 가운데, 한국 게임이 15.9%를 차지했습니다. 다시 열리는 초대형 시장에 국내 게임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