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e스포츠 팬들에게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여성 유저로 챌린저 티어를 달성하는 등 뛰어난 실력의 스트리머 '순당무' 전수진이 리브 샌드박스에 프로 선수로 입단한 것.
리브 샌드박스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그녀의 소환사명은 ‘DangMoo’(당무)를 사용할 예정이며, LCK 통합 로스터에 등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무'는 기존 선수들과 함께 모든 훈련에 동일하게 참여할 예정이며, LCK 아카데미 시리즈 무대를 시작으로 LCK 챌린저스 리그 데뷔를 목표로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당무' 전수진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녀는 왜 리브 샌드박스를 선택했을까?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녀의 각오는 짧지만 단단했다./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30일 리브 샌드박스 사옥에서 만난 '당무' 전수진 선수
Q. 디스이즈게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프로게이머로 도전하게 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가?
A. '당무' 전수진: 가장 큰 계기는 챌린저 티어를 달성한 것이다. 지금까지 <롤>을 플레이하면서 최종 목표가 챌린저였다. 이를 달성하고 나니 조금 더 욕심이 생겼다. 프로라는 벽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Q. 프로 대회를 자주 챙겨보는 편이었나?
A. 많이 챙겨 봤다. LCK는 매번 봤고, 챌린저스 코리아와 같은 2부 리그나 LPL 같은 해외 리그 역시 시간이 나면 시청했다.
Q. 혹시 이전에도 솔로 랭크를 할 때 프로 제의가 왔었는지 궁금하다.
A. 작년에 비밀 계정을 했을 때 한 번 있었다. RNG 스카우터 분이 채팅을 통해 팀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중국인인지도 물어봤는데 아니라고 하니 '알았다'라고 하고 가셨다.
Q. 리브 샌드박스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A. 팀이 저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처음 테스트를 보러 왔을 때도 배려를 많이 해주셨고, 스크림을 구경해 봐도 되는 지 물어보니 흔쾌히 구경시켜 주셨다. 솔로 랭크 방송 같은 것도 연습 이후 남는 시간에 해도 괜찮다고 해주셨다.
그리고 제가 해외 대회에 아시아 대표로 나가는 것도 있는데, 그것 또한 배려해서 1주일 정도 출국해야 한다고 하니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여기서 많이 감동을 받았다.
'2022 Girl Gamer'에 한국 대표로 출전 예정인 '당무' 순당무 (출처:GirlGamer)
Q.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특히 오빠(스트리머 '과로사')가 많은 걱정을 했을 것 같은데.
A. 처음에는 프로게이머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응원도 있었지만 말리시는 분도 계셨다. 방송에서는 '프로가 쉽게 보이냐'는 의견도 있었고, '수익도 줄게 될 텐데 꼭 해야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도 제가 고집이 강해서 한 번 마음을 먹고 나니 꼭 해보고 싶었다. 굽히지 않았다.
오빠에게는 사실, 계약을 하고 나서야 이야기했다. 그러니 "너가? 진짜 어떻게? 말도 안 돼!" 이렇게 놀라다가, 결국에는 "그래, 잘 해 봐라. 너는 독기가 세다. 잘 할 것 같다"라며 응원해줬다.
Q. "LCK 최초의 여성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각오가 궁금하다.
A. 짧게 이야기하겠다. "잘 하겠습니다!"
Q. 프로게이머 준비를 위해 스트리머 활동은 당분간 중단하는 것인지.
A. 당연하다. 프로게이머이기 때문에 방송인처럼 방송 활동은 하지 않고, 오로지 게임에만 집중하고 남는 시간에만 (솔로 랭크 방송을) 킬 것 같다. 구단과 이야기를 나눴는데,개인 계정으로 방송해도 된다고 들었다.
Q. 숙소 생활을 하게 되는 건가?
A. 맞다. 구단에서 1인 숙소를 배정해 주셨다.
Q. 프로게이머의 전성기 연령이 점차 빨라지고 있고, 본인의 나이는 현재 전성기에 근접한 상황이다. 팀내 1군인 "카엘" 김진홍과 CL팀 동료 "플랜비" 홍준석은 본인보다 나이가 어리다. 카엘은 이미 1군에서 증명된 서포터로서의 입지도 갖고 있다. 프로게이머 '당무'로서 가진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A. 저는 두 분과 경쟁하려면 증명을 하는 과정을 똑같이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는 실력으로 경쟁하는 거라 생각해서, 제가 실력이 없고 증명을 하지 못하면 발 끝도 쫓아가지 못할 것 같아 많이 배우고 보여주고 싶다.
Q. 인 게임 플레이에서 본인이 가진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죽을 듯 말 듯 하면서 상대방이 들어오면 한번에 잡아버리는 '선 타기'에 자신이 있다.
Q. 솔로 랭크에서는 라인전이 중요하다 보니 주로 유틸리티 서포터를 플레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프로 무대에서는 챔피언 폭이 중요하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A. 사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에는 하고 싶어하는 것들만 했다. 그러나 이제 프로게이머가 되었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챔피언 폭을 늘려나갈 생각이다.
Q. 솔로 랭크와 팀 게임은 다르다. 많은 아마추어 고수들도 팀 게임에 도전했다 쓴 맛을 보곤 했다.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저는 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팀원간의 소통과 정보라고 생각한다. 콜을 많이 하는 연습과 내부 스크림을 하며 팀 게임에 대한 경험을 하고 있다. 전문적으로 연습해서 대회를 나갈 정도의 실력을 기르려면 몇 십 배의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Q. 입단 테스트에서 코치진에게 빠른 판단력과 적극적인 콜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A. 솔직히 저는 스크림 때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팀원들에게 미안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Q. 목표로 삼은 롤모델이 있는가?
A. '베릴' 조건희 선수와 '케리아' 류민석 선수다. 베릴 선수는 한타나 판을 까는 각을 너무 잘 보셔서 그런 점을 본받고 싶다. 케리아 선수는 라인전을 정말 강하게 잘 하신다.
Q. 가벼운 질문, 혹시 같이 바텀 라인에 서 보고 싶은 선수가 있는지 궁금하다.
A. 딱히 없긴 한데, 친한 사람이 있긴 하다. 농심 2군의 '지우' 정지우 선수라고, 이전에 솔로 랭크에서 만날 때마다 합이 잘 맞는 느낌이라 거의 이겼다.
Q. 붙어보고 싶은 프로 선수도 있는가?
A. 모두 다라고 할 수 있다. 모두와 게임을 해 보면서 배우고 싶다.
Q. 프로게이머로써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A. 세 가지로 나뉜다.
일단 제 실력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챌린저스 리그 출전이다. 세 번째 목표는 어느 대회건 우승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잘 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팬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걱정을 많이 했다. 입단 소식을 공개했을 때,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까봐 하루 종일 인터넷도 안 키고 침대에만 있었다. 어머니가 오셔서 '다 좋은 반응을 보내 주셨다', '응원하는 이야기 뿐'이라는 말을 전해주셨을 때 가슴이 정말 벅찼다. 보여준 것도 없는데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기도 하고, 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잘 하고 싶다.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