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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메타버스? 오세훈 시장은 세금으로 무엇을 만들고 있나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3-01-20 16:36:42

<메타버스 서울>을 아십니까?

 

<메타버스 서울>은 1월 16일 서울특별시가 구글·애플 양대 모바일 마켓에 론칭한 메타버스 플랫폼입니다. 서울시는 "비대면 소통 채널로 급부상한 메타버스를 시정 전반에 도입하여 시·공간을 초월한 서울시만의 새로운 공공서비스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서울시는 "고성능 자체 플랫폼인 <메타버스 서울>을 2022년 말까지 구축"하고 "2026년까지 디지털 금융허브, 메타버스120센터, 메타버스 관광, XR 실감 도시를 구현"하겠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메타버스 서울>은 서울시 중요 '디지털 정책'의 첫 번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타버스 서울>, 어딘가 썰렁하고 허전합니다. 천만 서울시민의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는 거 맞나요?

 

 

# 썰렁하고 허전한 메타버스 서울

 

기자가 체험한 <메타버스 서울>은 이런 서비스였습니다. ― 아바타를 생성해서 가상공간 서울로 진입합니다. 아바타는 한강이 보이는 '마이룸'이라는 공간에 생성되며, 문을 통해 서울 광장, 서울 시청, 기업 지원센터, 서울 시장실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다른 아바타와 만날 수 있는 MMO 공간으로 보였지만, 다른 플레이어와 특별한 상호작용은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서울광장에서는 NPC가 돌아다녔지만, 이들과도 상호작용은 불가능했습니다. 대신에 해치를 터치하면 '마일리지'라는 재화를 얻을 수 있었지만 아직 <메타버스 서울> 안에서 마일리지의 특별한 용처는 없었습니다. 공간 곳곳에서는 인스턴스 공간에 입장해 떨어지는 벚꽃을 줍거나 잠자리를 잡는 미니게임이 들어있었는데, 점수 인정 범위가 불확실해 높은 평가를 내리기에는 어려운 수준의 미니게임이었습니다.

 

<메타버스 서울>의 서울광장
미니게임이 있습니다만 완성도가 높지는 않았습니다.

메타버스 시장실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아바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터치를 하면 오세훈 시장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 서울> 곳곳에는 서울시의 시정을 홍보하는 각종 리플렛이나 영상이 재생되었는데,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굳이 <메타버스 서울>에 접속해서 추가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아서 봐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서울시에서 제작한 플랫폼이니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메타버스 서울> 안에서는 120 다산콜센터를 연결해 민원을 접수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120도 전화나 문자 등으로 상담사가 연결됐기 때문에 특별한 메리트는 없었습니다. 민원서류를 신청하는 기능도 있었는데, 처리 중 오류가 발생했고, 대부분의 업무는 전입신고 등을 전자문서로 처리할 수 있는 '서울지갑' 앱에서 해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일종의 온라인 기업 홍보관인 '핀테크랩'에는 공실이 많았고, 자동차세를 미리 계산해주는 기능이 있었지만, 이미 인터넷에는 유사 서비스가 많았기 때문에 흥미는 없었습니다.

 

서울 10대 관광명소 체험​은 청와대, 롯데월드몰 같은 곳을 로드뷰로 둘러보는 수준이었습니다. 론칭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메타버스 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은 없었습니다. 이미 인터넷이나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서비스의 일부분을 모아놓은 수준이었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120이나 카카오맵 쪽이 훨씬 익숙하고 간편한 것입니다.

 

<메타버스 서울>에서 접속한 잠실 롯데월드몰.

<메타버스 서울>에서 서류 민원이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홍보됐지만, 실제로는 타 앱인 '서울지갑'에서 진행되는 것이었습니다.

 

# <메타버스 서울>, 만드는 데 얼마나 들었나?

 

무엇보다 <메타버스 서울>은 앱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자가 <메타버스 서울>을 체험하는 나흘 동안 앱은 여러 차례 강제 종료됐고, 각종 오류 메시지가 발생했습니다. 서울시 측도 이를 의식했는지 1월 18일 <메타버스 서울>의 '옥에 티'를 찾아 찍어서 신고하면 기프티콘과 백화점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를 개최 중입니다. 이용자에게 일종의 QA를 맡긴 셈인데, 실제로 앱마켓 내 리뷰에서도 각종 버그에 대한 지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에 어떤 엔진을 썼는지, 앱을 위탁해서 개발한 회사는 어디인지 <메타버스 서울> 안에 표기되지 않았습니다. APK를 뜯어본 결과, <메타버스 서울> 개발에는 유니티 엔진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됩니다.조달청의 나라장터에 따르면, 주식회사 '네비윅스'가 이 플랫폼 개발을 입찰했습니다. 따라서, <메타버스 서울> 프로젝트를 담당한 부서인 서울시 디지털정책담당관 메타버스서울팀에서 네비윅스라는 기업에 용역을 맡긴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버스 서울>은 정상 작동이 되지 않는 앱에 가까웠습니다.

 

네비웍스는 백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는 기업으로 전자항법 시스템 개발과 지리정보 시스템 개발, 국방분야 연구 개발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네비윅스 관계자는 <메타버스 서울> 론칭 즈음에 "<메타버스 서울>은 실생활로 이어질 수 있는 서비스, 그리고 MZ 세대를 넘어 다양한 세대가 활용할 수 있어 한층 더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설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서울시는 3월 <메타버스 서울> 관련 구축 사업을 공고했고, 네비웍스는 이 사업을 17억 7,8000만 원에 수주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업의 감리용역에 따로 약 1억 5천만 원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서울디지털재단은 <메타버스 서울>에 들어가는 콘텐츠 제작 용역을 따로 발주했는데, 모피어스주식회사라는 곳이 2억 3,000만 원에 이 사업을 입찰했습니다. 

 

서울시는 <메타버스 서울> '서울역사박물관'에 약 2억 9,000만 원을, 서울산업진흥원은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놀이터 사업에 6,000만 원을 책정했지만 유찰됐습니다. 2021년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메타버스 서울> 1단계 사업 예산으로는 약 39억 원을 배정했습니다. 서울시는 한해 44조의 예산이 운용되는 '메가톤급' 특별시입니다만, 그렇다고 39억 원의 사업비가 적은 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17억 7800만 원에 <메타버스 서울> 사업을 입찰한 네비웍스 (출처: 조달청 나라장터)

 

# 그래서 앞으로 운영은 어떻게 할 건가?

서울시의 <메타버스 서울> 1단계 구축 용역은 지난해 12월 30일부로 끝났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메타버스 서울> 내 각종 오류 및 버그와 관련해 "구축한 업체에서 무상으로 하자 보수를 하고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 무상 하자 보수 기간은 최대 1년이라고 합니다. 기프티콘, 상품권 이벤트와 관련해 서울시는 "테스트를 오래 했는데도 오류가 발견되어 '옥에 티' 이벤트를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서울시는 "<메타버스 서울> 2단계 사업의 발주를 준비 중"이라면 2단계 사업에서 개선된 <메타버스 서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아울러 서울시는 네비웍스라는 기업에 용역을 맡겨 <메타버스 서울>을 구축하면서 유료 툴인 유니티 엔진을 사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용료를 지불했거나 양해각서를 체결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네비웍스가 유니티 엔진 라이선스를 가지고 <메타버스 서울>을 개발했다는 것인데, 1차 사업자와 2차 사업자가 다를 경우 인수인계는 물론 라이선스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 문제에 관해서 "확인 중"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서울시는 3단계에 거쳐 <메타버스 서울>을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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