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서울>을 아십니까?
<메타버스 서울>은 1월 16일 서울특별시가 구글·애플 양대 모바일 마켓에 론칭한 메타버스 플랫폼입니다. 서울시는 "비대면 소통 채널로 급부상한 메타버스를 시정 전반에 도입하여 시·공간을 초월한 서울시만의 새로운 공공서비스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서울시는 "고성능 자체 플랫폼인 <메타버스 서울>을 2022년 말까지 구축"하고 "2026년까지 디지털 금융허브, 메타버스120센터, 메타버스 관광, XR 실감 도시를 구현"하겠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메타버스 서울>은 서울시 중요 '디지털 정책'의 첫 번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타버스 서울>, 어딘가 썰렁하고 허전합니다. 천만 서울시민의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는 거 맞나요?
기자가 체험한 <메타버스 서울>은 이런 서비스였습니다. ― 아바타를 생성해서 가상공간 서울로 진입합니다. 아바타는 한강이 보이는 '마이룸'이라는 공간에 생성되며, 문을 통해 서울 광장, 서울 시청, 기업 지원센터, 서울 시장실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다른 아바타와 만날 수 있는 MMO 공간으로 보였지만, 다른 플레이어와 특별한 상호작용은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서울광장에서는 NPC가 돌아다녔지만, 이들과도 상호작용은 불가능했습니다. 대신에 해치를 터치하면 '마일리지'라는 재화를 얻을 수 있었지만 아직 <메타버스 서울> 안에서 마일리지의 특별한 용처는 없었습니다. 공간 곳곳에서는 인스턴스 공간에 입장해 떨어지는 벚꽃을 줍거나 잠자리를 잡는 미니게임이 들어있었는데, 점수 인정 범위가 불확실해 높은 평가를 내리기에는 어려운 수준의 미니게임이었습니다.
메타버스 시장실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아바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터치를 하면 오세훈 시장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 서울> 곳곳에는 서울시의 시정을 홍보하는 각종 리플렛이나 영상이 재생되었는데,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굳이 <메타버스 서울>에 접속해서 추가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아서 봐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서울시에서 제작한 플랫폼이니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메타버스 서울> 안에서는 120 다산콜센터를 연결해 민원을 접수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120도 전화나 문자 등으로 상담사가 연결됐기 때문에 특별한 메리트는 없었습니다. 민원서류를 신청하는 기능도 있었는데, 처리 중 오류가 발생했고, 대부분의 업무는 전입신고 등을 전자문서로 처리할 수 있는 '서울지갑' 앱에서 해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일종의 온라인 기업 홍보관인 '핀테크랩'에는 공실이 많았고, 자동차세를 미리 계산해주는 기능이 있었지만, 이미 인터넷에는 유사 서비스가 많았기 때문에 흥미는 없었습니다.
서울 10대 관광명소 체험은 청와대, 롯데월드몰 같은 곳을 로드뷰로 둘러보는 수준이었습니다. 론칭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메타버스 서울>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은 없었습니다. 이미 인터넷이나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서비스의 일부분을 모아놓은 수준이었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120이나 카카오맵 쪽이 훨씬 익숙하고 간편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메타버스 서울>은 앱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자가 <메타버스 서울>을 체험하는 나흘 동안 앱은 여러 차례 강제 종료됐고, 각종 오류 메시지가 발생했습니다. 서울시 측도 이를 의식했는지 1월 18일 <메타버스 서울>의 '옥에 티'를 찾아 찍어서 신고하면 기프티콘과 백화점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를 개최 중입니다. 이용자에게 일종의 QA를 맡긴 셈인데, 실제로 앱마켓 내 리뷰에서도 각종 버그에 대한 지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에 어떤 엔진을 썼는지, 앱을 위탁해서 개발한 회사는 어디인지 <메타버스 서울> 안에 표기되지 않았습니다. APK를 뜯어본 결과, <메타버스 서울> 개발에는 유니티 엔진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됩니다.조달청의 나라장터에 따르면, 주식회사 '네비윅스'가 이 플랫폼 개발을 입찰했습니다. 따라서, <메타버스 서울> 프로젝트를 담당한 부서인 서울시 디지털정책담당관 메타버스서울팀에서 네비윅스라는 기업에 용역을 맡긴 것으로 보입니다.
네비웍스는 백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는 기업으로 전자항법 시스템 개발과 지리정보 시스템 개발, 국방분야 연구 개발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네비윅스 관계자는 <메타버스 서울> 론칭 즈음에 "<메타버스 서울>은 실생활로 이어질 수 있는 서비스, 그리고 MZ 세대를 넘어 다양한 세대가 활용할 수 있어 한층 더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설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서울시는 3월 <메타버스 서울> 관련 구축 사업을 공고했고, 네비웍스는 이 사업을 17억 7,8000만 원에 수주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업의 감리용역에 따로 약 1억 5천만 원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서울디지털재단은 <메타버스 서울>에 들어가는 콘텐츠 제작 용역을 따로 발주했는데, 모피어스주식회사라는 곳이 2억 3,000만 원에 이 사업을 입찰했습니다.
서울시는 <메타버스 서울> '서울역사박물관'에 약 2억 9,000만 원을, 서울산업진흥원은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놀이터 사업에 6,000만 원을 책정했지만 유찰됐습니다. 2021년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메타버스 서울> 1단계 사업 예산으로는 약 39억 원을 배정했습니다. 서울시는 한해 44조의 예산이 운용되는 '메가톤급' 특별시입니다만, 그렇다고 39억 원의 사업비가 적은 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시의 <메타버스 서울> 1단계 구축 용역은 지난해 12월 30일부로 끝났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메타버스 서울> 내 각종 오류 및 버그와 관련해 "구축한 업체에서 무상으로 하자 보수를 하고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 무상 하자 보수 기간은 최대 1년이라고 합니다. 기프티콘, 상품권 이벤트와 관련해 서울시는 "테스트를 오래 했는데도 오류가 발견되어 '옥에 티' 이벤트를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서울시는 "<메타버스 서울> 2단계 사업의 발주를 준비 중"이라면 2단계 사업에서 개선된 <메타버스 서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아울러 서울시는 네비웍스라는 기업에 용역을 맡겨 <메타버스 서울>을 구축하면서 유료 툴인 유니티 엔진을 사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용료를 지불했거나 양해각서를 체결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네비웍스가 유니티 엔진 라이선스를 가지고 <메타버스 서울>을 개발했다는 것인데, 1차 사업자와 2차 사업자가 다를 경우 인수인계는 물론 라이선스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 문제에 관해서 "확인 중"이라고 답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