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NFT에 대한 언급 또한 월등히 줄어들었다. 숨고르기를 하는 걸까,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 걸까?
2022년 9월, 듄 애널리틱스는 주요 거래소에서 NFT의 거래 규모가 연초 대비 97% 감소했다는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 소식을 인용 보도한 블룸버그는 NFT 거래 금액이 최고치였던 17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5조)에서 4억 6,600만 달러(약 6,700억 원)로 급감했다고 소개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는 한동안 이어졌고, 거래량은 유의미한 증가세를 기록하지 못하고 침체에 빠졌다.
비슷한 시기, 세계 최대의 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는 전체 규모의 20%에 달하는 직원들을 해고했다. 이때 대략 150여 명의 직원들이 회사와 작별했다. 그 뒤로도 NFT 거래량이 늘지 않자 2023년 2월부터 오픈씨는 수수료를 완전히 면제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원래 오픈씨는 NFT 거래 대금의 2.5%를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었다. 수수료는 오픈씨의 핵심 사업 모델이었다. 생존을 위한 치킨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2021년 NFT·P2E 관련 기획 취재를 시작할 당시, 게임 업계는 NFT, P2E(또는 P&E, P2O)를 주목하고 있었다. 다른 분야가 아닌 게임으로 암호화된 자산의 '쓸모'를 입증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때 기자가 쓴 문장을 돌아보니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디지털에서 가치를 인정하는 토큰을 발급한다는 NFT는 게임의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인가"라고 물었다. 지금 같은 질문을 다시 한다면 어떤 답변이 돌아올까?
한 편의 상승장이 산업의 상승과 동의어가 아니듯 한 편의 하락장이 완전한 산업의 쇠락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하락장은 우리에게 언제나 교훈을 준다.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한 워렌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It's only when the tide goes out do you discover who's been swimming naked.".
한국에서 이 문장은 본 칼럼의 제목과 같이 번역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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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헛소리'가 맞았던 걸까? (바로가기)
게임사마다 가상자산 사업에 얼마나 몸을 담갔는지에 따라 조건은 다를 것이다.
흔히들 하는 비유를 다시 꺼내보자. '물이 뜨끈한가' 알아보려고 손을 넣어본 이들이 있고, 물장구를 치기 위해 무릎까지 몸을 담근 이들이 있고, 일대에 물보라를 일으키겠다며 온몸을 내던진 이들이 있을 것이다. 마침 최근 상장 게임사들이 2022년도 연간 실적이 발표했으므로 이를 알아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점이다. 각각의 기업이 어디에 속하는지, 현명한 독자들이 잘 헤아릴 것으로 믿는다.
먼저, 손을 담근 이들은 서서히 손을 빼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 잠시 손을 터는 것도, 간단히 손을 담그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런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기에는 대외적인 경제 요인도 좋지 않다. 한발 물러서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노는지 지켜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터.
그렇지만 가상자산 시장이 좋을 때, 이들 그룹은 내부적인 R&D(연구개발)가 있음을 시사하는 레토릭을 구사했다. 시나리오는 대략 이렇다.
컨퍼런스콜을 한다. 실적 이야기를 한다. (마침 게임이 BBIG던 무렵이라서 실적은 적절히 잘 나왔다.) 질의응답 시간에 애널리스트로부터 가상자산 사업 관련 질문을 받는다. C레벨 직군은 목을 가다듬고 대답한다. "유망하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T/F(테스크 포스)를 준비 중이다" 같은 말을 한다. 실적발표 직후 주식시장은 환호한다. (시절이라고 부르기에는 최근 같지만, 아무튼) 게임개발자가 특정 게임에 'NFT를 넣지 않겠다'라고 말했다가 관련 주가가 떨어지는 '시절'이었다.
게임이야말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선도적으로 반영되는 첨단 산업 분야이니만큼 규모 있는 게임개발사라면, 실제로 관련 R&D가 이루어졌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몇 분기 동안 이들이 실제로 시장에 보여준 것은 없다. R&D와 T/F는 있었겠지만,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단편적인 기사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새 프로젝트는 곧잘 정의되지 않는 '도'처럼, 메타버스와 연결되곤 했다.
2023년 2월 이루어진 컨퍼런스콜에서는 이들 그룹에 가상자산 사업과 관련해 질문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기자의 짧은 식견으로 미루어봤을 때, 애널리스트가 물어본다고 가정해도 아마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다"와 같은 답변이 돌아왔을 것이다. 대신 인공지능과 관련한 질문을 한다면 어땠을까? 확신하건대 C레벨 임원으로부터 훨씬 더 유려한 대답이 나왔을 것이다.
이들은 전부터 게임만 팔아서는 회사가 힘들다라는 점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재빨리 이 '웹3.0 버스'에 올라탔다. R&D와 T/F는 ⓐ 그룹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이미 대외적으로 공개된 프로젝트의 형태가 됐다. 관련 채용도 적잖이 이루어졌다. 투자자들에게 뭔가를 만들어서 내놓겠다고 말하고 그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 로드맵에는 멋들어진 티저 영상과 이미지가 포함된다.
모험적(으로 보이는) 사업을 하는 관계로 이들에게는 비슷한 처지의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때 게임, 엔터, 금융, 헬스케어를 아우르겠다는 원대한 꿈이 함께 발표되기도 한다. 이렇게 블록체인 기술이 지향하는 바와 같이 서로가 서로의 이름값에 보증을 서주는 일이 MOU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각각의 기업들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협업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조금 더 블록체인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자사가 발행하는 탈중앙화된 코인을 발표하거나, 가상자산 네트워크의 '노드'로 참여하기도 한다. 이미 이 물에서 뭔가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으므로, ⓑ 이상의 단계에서는 어떤 '메인넷'을 사용할지 정체를 공개하거나, 누가 누구의 노드를 맡기로 했다는 일은 중요한 사건으로 소개된다. 그 메인넷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그룹은 두 형님(비트코인·이더리움)의 시세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사의 가상자산, 가상자산이 쓰일 게임과도 긴밀하게 연결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2월 20일은 하락, 횡보, 반등 중에 반등이다. 이럴 때면 기업들의 비전과 역량이 아니라 '미국 연준이 가상자산 세계의 행보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 아닌 착각도 든다. (실은 연준이야말로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다.)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면 이들은 '우리 사실 발만 담근 거였어요'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누구처럼 매사 꼬여있는 독자를 위해서 그 순간을 위한 최고의 '카운터'를 알려드리겠다. '당신의 키가 그 정도로 컸던가요?'.
이들은 이미 헤엄치고 있다. 미래는 바로 여기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혁신이다. 닷컴버블 이후 구글이 그랬듯, 스마트폰 이후 애플이 그랬듯 말이다.
이 그룹은 대부분의 특성을 ⓑ 그룹과 공유하지만, 한 가지 특별한 차이점이 있다. 퇴로가 없다는 것이다. 회사의 비전은 가상자산 사업과 완벽하게 동기화되어있다. 실적발표 때 애널리스트가 C레벨에게 물어볼 질문 중 8할 이상이 가상자산 관련 질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을 직접 전개하는 사장님이 자주 얼굴을 비추기 덕에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미 P2E 게임(들)이 서비스 중이며, 앞으로 이들이 관리하는 가상자산 생태계에 수십 개는 더 나올 것이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생태계가 얼마나 잘 나가는지,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함께하는지다. NFT, DAO(탈중앙화자율조직), DeFi(탈중앙화금융)까지 모두 계획에 있다. 이미 수영을 하고 있으므로 단기적인 부침은 지나가는 파도에 불과하다.
상장 법인이라면, 주식회사이면서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게 올바른 일인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종종 이들에게는 몰래 오른쪽 주머니에 있던 것을 왼쪽 주머니에 넣은 게 아니냐, 오른쪽 주머니를 어떻게 채운 것이냐와 같은 의혹이 나온다. 제도의 공백? 투자자 보호? 경영 실패? 이런 군소리에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
참고로 저 말은 프리드리히 니체가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원전은 <우상의 황혼>이다. 여기서 니체는 그릇되게 만들어진 우상을 박살 낸 다음, 그 파편까지 깨끗하게 쓸어내자고 이야기한다. 그럼으로써 '나'는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상은 무엇일까?
기자는 이들의 기사를 다룰 때마다 이들이 사기꾼이 아니기를, 부당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단 한 번도 기자의 기도에 응답한 적 없다.
이들은 블록체인과 탈중앙화의 개념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잘 되면 '내가 다 먹는 것', 안 되면 '나만 아니면 돼'? 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지 않았다. 기존 게임의 일러스트 베껴가기는 일도 아니다. 구글에 조금만 검색해도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대놓고 꺼낸다. 이들은 대단한 P2E 게임이 나온 것처럼 자신들을 소개하지만, 실체는 속 빈 강정이다.
러그풀을 해도 관리감독이 되지 않고 있으니 잡히지를 않는다. 서로 고소와 고발을 남발한다(고 말한다.) 언제든지 폭파할 수 있는 디스코드는 주무기다. 디스코드가 뭔지 모르는 어르신을 상대로 메타버스, P2E 키워드를 장사하려고 호텔 그랜드볼룸을 대관하는 수고를 들이기도 한다. 생산시설도, 공장 부지도, 신규 채용과 특허도, 엄격한 관리감독도 보이지 않는 이 판에서 '가격'은 황금률 이상이다. 이들에게 그 황금률은 현행 게임법보다 무겁다.
그런데 요즘 황금률에 금이 갔더니 이들도 잠잠하다. 그러나 이들은 언제 어떤 형태로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
그리고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AI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NFT의 효용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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