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영국 CMA가 인수에 반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질 때,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 바비 코틱은 "인수를 반대한다면 영국은 유럽의 실리콘 밸리가 아닌 데스 밸리가 될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 이어 CMA는 "시장 경쟁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인수에 반대하는 리포트를 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감독당국이 제동을 걸었고, 영국에 이어서 유럽연합(EU) 역시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본다면 모두가 반대하는 사상 최대의 빅딜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나온 관련 소식을 종합했다.
MS가 687억 달러(약 82조 원)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것은 인수 비용의 규모가 게임 역사상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향후 게임 업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 받는 큰 사건이다.
콘솔 시장은 Xbox로 대표되는 MS,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 그리고 스위치로 대표되는 닌텐도가 3파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Xbox는 게임 패스 구독 서비스를 성공시키면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콘솔 시장의 상징적인 타이틀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보유한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MS에 인수된다면, 경쟁을 저하시키는 '독과점'을 피할 수 없으며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측이 주요 쟁점 중 하나다.
MS의 브래드 스미스 사장은 "<콜 오브 듀티> 새 버전이 나오면 10년 계약으로 Xbox뿐만 아니라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소니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MS는 소니가 규제 당국을 오도해 자사의 노력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규탄했다.
소니는 <콜 오브 듀티>라는 타이틀이 시장에서 갖는 의미를 강조하며 반대해왔다. Xbox와 같은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면 불합리한 경쟁이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품질 저하와 가격 인상 등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한 16개국의 규제 기관은 시장에 미칠 영향과 독점 여부 등을 조사해 인수 허가 및 불허 판단을 법원에 제출한다. 이 중 영국(CMA), 미국(FTC),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세 기관의 결과가 특히 중요한데, 세 기관 중 하나라도 인수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CMA가 MS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반대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던 중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 바비 코틱은 2월 7일 CNBC 뉴스 비즈니스 부문에 출연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이 인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밝히기 위함이었다.
"FTC(미국), CMA(영국),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우리 업계를 잘 모른다"고 바비 코틱은 말했다. 이어 "그들은 소니와 닌텐도 등 일본과 중국 기업이 업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는 (중국의) 보호된 시장을 누리는 텐센트와 바이트댄스 같은 기업"이며 "우리는 일본 시장 등에 진출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미국과 유럽 사이의 경쟁이 아닌, 아시아와의 경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인터뷰 말미에 바비 코틱은 영국 CMA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반대한다면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 경고했다.
그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경기 침체를 겪어왔다. AI와 머신러닝 기술에 정통한 케임브리지와 같은 학교, 굉장히 우수한 인재들을 보유한 영국이라면, 일자리와 기회를 창출할 이 거래(인수)를 수용하고 싶을 것이다. 소니든 MS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술의 미래에 관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은) 유럽의 실리콘 밸리가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영국은 유럽의 실리콘 밸리가 아니라 데스 밸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격적인 단어 선택에 비해 실제 인터뷰 내 어조는 침착했다.
2월 8일 영국 CMA의 예비 조사 결정 발표가 나왔다. 영국 법원이 규제 당국의 결정을 뒤집는 일이 잘 없다는 점, CMA의 예비 결정이 최종 결정과 동일했던 사례가 많았다는 점 때문에 이 발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CMA는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콘솔 게임에 대해서는 "<콜 오브 듀티>를 Xbox 전용으로 만들거나, 플레이스테이션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Xbox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잠정적으로 게임 콘솔의 경쟁을 상당히 줄여 (영국) 게이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가격 인상, 범위 축소, 서비스 저하 또는 혁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인수 이후 MS가 액티비전의 타이틀을 자체적인 전용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로 만들거나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상업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분석했다며 "경쟁하고 있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들보다 나은 조건"이라고 했다.
이어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Xbox와 선도적인 PC 운영체제의 소유권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그들의 강점에 대한 적정 수준의 증가조차도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클라우드 게임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CMA는 오는 4월 26일까지 최종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고, 오는 2월 22일과 3월 1일까지 이번 예비 조사 보고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 및 피드백을 수집해 최종 보고서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CMA가 인수를 완전 금지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윌리엄 코바칙(전 FTC 위원장, 현 조지 워싱던 대학교 법학 교수)은 "영국이 거래(인수)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MS에 추가 협상 여지를 남긴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의견을 받아 추가적인 논의를 하려 한다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MA의 275페이지에 달하는 긴 보고서 내용의 대부분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불리한 자료라는 점, 이번 예비 조사에서의 의견이 최종 보고서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의 향방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MS는 영국(CMA),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미국(FTC)의 움직임에 맞춰 청문회 참석 등 조사에 임하고 있다.